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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농곰의 서재입니당

리드리스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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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야농곰
작품등록일 :
2018.01.26 10:19
최근연재일 :
2018.09.3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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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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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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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7
글자수 :
1,177,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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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2.19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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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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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푸른 악마 8

DUMMY

비루를 찢어 죽일듯이 노려보던 푸른 악마는 갑자기 몸을 숙여 팔로 땅을 짚었다.

흡사 절이라도 하는 모양새였지만, 본판이 우인인 미노타우루스와 흡사했기에 큰 위화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사람의 팔을 가지고, 소의 다리를 가지고 네발로. 어쩌면 이게 푸른 악마 본연의 자세일지도 몰랐다.

하쉬는 자기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도대체 삼십초라도 좋으니 끌어달라던 모던은 뭘하고있는건가? 삼십초가 아니라 삼분은 족히 지난것 같은데.

네 발로 땅을 밟은 푸른 악마가 투우장의 황소처럼 콧김을 거세게 내뿜었다. 둘은 마치 이 넓은 공터가 가득찬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활짝 푸른 악마의 날개가 펼쳐졌다. 박쥐의 그것과 흡사한 모양으로 전형적인 악마의 날개를 연상시켰지만 크기가 크기인지라 주변 일대에 그늘이 생길 정도였다.


“비루. 검은 잘 다루시오?”


“젠장! 방금 한 말은 귀똥으로 쳐 들었어? 난 칼질은 성미에 안 맞는다니까!”


말은 그렇게 하지만 칼질이 성미에 안 맞을뿐 쓰지 못한다는 소리는 아닐것이다. 무릇 용병이라면 자기 무기가 아니더라도 남의 무기를 주워서 써야하는 경우도 넘치도록 있을테니.

가장 보편적인 장비인 검을 쓰지 못할리는 없을 터다.


“알겠소. 이미 놈의 눈에는 우리밖에?!”


갑작스레 푸른 악마가 네발로 덤벼들었다. 압도적인 덩치와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빠른 움직임이었다.

쿠우웅!

걸음걸음마다 대지가 박살나고 놈의 발자국이 자신의 흔적을 아로새긴다.


“오른쪽으로!”


하쉬는 놈이 정면에서 살짝 왼쪽에 있단걸 깨닫고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제아무리 빠르더라도 저만한 덩치로 급작스레 방향을 트는게 쉬울리 없었다.

정말 황소처럼 푸른 악마는 우직하게 돌진해 붉은 숲의 나무를 들이받았다. 비루와 숲을 헤멜때 보았던 큰엄니 멧돼지랑은 딴판으로 나뭇가지도 아니고 나무기둥이 부딪혔는데 조금의 지체도 없이 몇그루나 되는 나무들이 기울어 쓰러지고 있었다.


“미친···”


세차게 비가 내리니 망정이었지 타오르는 불꽃이 또 다시 산불을 일으킬뻔했다.


“저딴걸 뭐 어쩌라는거야!”


“비루. 놈이 당신을 노릴테니 잠시 떨어져주시오.”


“뭐? 그건 또 뭔 개소리야? 지금 나 버리겠단거야?”


단번에 안색이 변하는 비루를 보고 하쉬는 조금 질린 표정을 지었다.


“그게 아니라 당신이 노려질때 내가 나무위로 올라가있다 놈의 머릴 노려보겠단거요!”


“아하, 날 미끼로 쓰겠단거군! 그거 참··· 마음에 드는걸?”


푸른 악마는 어느새 몸을 돌리고 두 번째 돌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역시 나무에 부딪힌것따윈 놈에게는 조금의 충격도 되지 못했던것이다.


“부탁하오!”


푸른 악마가 머리를 두 세번 흔들고 두 팔을 살짝 지면에서 떼었다. 소의 발굽과 같은 모양으로 저럴수 있다는게 신기하긴 했지만 그만큼 푸른 악마의 힘이 강하다는 반증일 터.

비루는 하쉬가 나무를 기어오르는 꼴을 보다가 하나밖에 없는 손을 꽉 쥐었다.


“와라! 소새끼야!”


-쿠오오오오오오!


이제는 사람의 말이 아니라 짐승의 울음소리를 내며 푸른 악마는 '도약'했다. 팔을 지면에서 떼고 있었던건 저런 이유에서였나.

비루가 있는 일대를 완전히 덮어버리려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저 거체가 한번에 점프했다. 분명 바닥으로 떨어지는 순간 지진으로 착각될만큼 강한 충격이 있을것이다. 그만한 힘에 직격당한다면 죽는건 고사하고 한줌의 핏물이 되리라.


“미친··· 네가 무슨 개구리냐?”


말은 그렇게해도 비루는 깔려죽지 않으려 착실히 뛰고있었다. 굳이 고개를 들지 않더라도 그림자의 옅은 색만 봐도 놈이 얼마나 높이 있는지 알 수 있다.


“씨발!”


하지만 한참이나 내려올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비루는 나무에 속옷걸리듯 푸른악마가 걸리기라도 했나 싶어 고개를 들었는데 생각외로 푸른 악마의 두 날개가 펄럭이며 날고있었던 것이다.


“이건··· 예상밖이군.”


하쉬는 작게 침음했다. 저만치 높이 떠있다면 공격할 방법이 전무했다. 와이번이라도 되면 모를까 사람이 수십미터나 되는 높이에 있는걸 공격할 방법은 없었다. 나무에 올라서 몰래 머리를 노려보려했던게 헛수고가 되어버렸다.


“말짱 도로묵이군.”


높이 날아오른 푸른 악마가 무어라고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대놓고 캐스팅을 시작해도 하쉬에게는 푸른 악마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하나도 없었다.


-······!


주문이 계속되면 계속될수록 주변 공기가 달아오르고 있었다. 이건 절대로 이상했다. 차가운 겨울날씨가 봄날씨가 되더니 금세 여름의 무더위처럼 변하기 시작한다.


”이건···!”


처음 변화를 느낀건 모던이었다.

벤자민과 마셸과 함께 탑의 잔해들을 치우고 있던 모던은 갑자기 변한 온도에 침을 꼴깍 삼켰다.


“미친! 이, 이만한 힘을 가진 존재가 있을 수 있다니!”


연금술은 따지고보면 이능은 아니었지만 마법에 가장 가까운 학문이었다. 게다가 과거 이능을 가져본 전력前歷이 있었던 만큼 모던은 마력의 파동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것이다.


“허! 과연 악마적인 힘이군.”


푸른 악마.

비루가 멋대로 붙인 이름이지만 이토록 어울리는 이름은 없을것이다. 그야말로 마력魔力의 단위가 틀렸다. 확실히 사람으로서는 닿을 수 없는 악마惡魔만이 가질수 있는 힘일 터.


“그걸 신경쓸때가 아닙니다! 저 악마와 싸우고있는건 하쉬 경과 비루··· 씨입니다.”


마셸은 온몸의 노곤함을 애써 무시하며 잔해를 치웠다. 그러나 그 거대했던 탑의 잔해를 치우는게 제아무리 강하다쳐도 일개 인간, 겨우 세명이서 쉬울리가 없었다.


“잠깐 정신을 팔았군. 미안하오. 조금만 더 힘내주시오.”


다행이라면 탑이 무너진 그 중심의 대부분은 푸른 악마가 서 있었기에 주변으로 튕겨나 그리 많지는 않다는 것이다. 조금만 더 애쓴다면 금세 바닥이 드러나리라.


“그나저나 여기 놈의 봉인진이 묻혀있는건 확실한겁니까? 혹시 헛다리라도 짚었다간···”


“확신은 못 하지만 가장 가능성이 높소. 끙!”


모던이 제 머리만한 돌을 힘겹게 옆으로 던졌다. 피어오른 먼지가 눈에 들어가고, 들이마신 연기에 어지러움이 밀려온다.


“네크로맨서가 탑에서 뿌린게 피란건 마셸 경과 벤자민 경의 이야기로 알았고, 왜 피를 뿌렸는지는 놈의 부활로 인해 알게되었소.”


“푸른 악마의··· 부활말입니까?”


“그렇소. 분명 탑의 안쪽에 피를 뿌리면 놈이 부활할 수 있었던거겠지. 그런거라면 저 탑이 그만큼 단단했던것도 그 동안 숨겨져있던것도 이해가 가오.”


오랫동안 숨겨진 탑이 저 강대한 악마를 봉인하기 위해서라면 이해할 수 있었다. 결국 망할 네크로맨서가 이제는 탑의 봉인조차 해제해버렸지만.


“그럼?”


“마법진이란건 여러가지로 나뉘니 무엇도 함부로 확신할 수 없지만 놈이 봉인된곳도 여기요. 그럼 마법진도 같은 위치에, 혹은 같은 마법진이라는 생각이었소.”


“그건 도박이 아닙니까?”


마셸은 눈쌀을 찌푸렸다. 모던의 말은 무엇하나 확신할 수 없는 그야말로 도박이 아닌가? 심지어 확률도 낮은쪽에 속한다.


“그것밖에 할 수 없지않소?”


두 성기사는 침음성을 애써 삼켰다. 확실히 모던의 말대로 지금 자신들이 할 수 있는건 없었다. 커다란 돌덩이 하나를 들어내자 돌가루가 진득히 묻은 바닥이 살짝 보여 더욱 박차를 가했다.


“반대로 놈이 봉인되는것에도 당신은 피가 필요하다고 생각한것이군. 그렇지않소?”


“그 말대로요. 벤자민 경. 다만 이것도 도박이오. 누구의 피나 다 되는건지 혹은 특별한 피가 있어야하는건지.”


벤자민은 살짝 웃었다.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군. 그 네크로맨서놈! 경황이 없어 미처 말하지 못했는데 나와 리드는 놈과 한 차례 교전했다오.”


“싸웠다···? 그럼 역시 그 네크로맨서가!”


“아. 그렇소. 당신들이 탑안에 있었을때였소. 탑에 들어가려던 우리 앞에 갑자기 나타나서 훼방을 놓더구려. 상상 이상의 힘을 가지고 있는데다가··· 심지어 놈은 리빙데드였지. 솔직히 난, 읏샤! 리치라고 생각했소만 우리가 놈을 과소평가했던거요. 하하, 그 아이가 네크로맨서에게 멋지게 한방 먹이지 못했더라면 이것도 몰랐을거요!”


자랑스럽다는 듯이 벤자민이 껄껄 웃는다. 많고 많던 잔해는 드디어 바닥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정말로 조금만 더 치우면 되는데. 모던은 웃통을 까뒤집었다. 그의 돌발행동에 놀랄법도 했지만 마셸은 오히려 찢어진 갑옷을 벗고 자신도 웃통을 까뒤집었다.


“하하, 건강하구려.”


벤자민도 재빨리 상의를 탈의했다. 탈의라고는 해도 이미 리드의 상처를 감아주느라 자신의 옷을 찢어 상당히 민망한 차림이었는데 오히려 잘됐다싶었다.


“리빙데드라··· 그럼 다행히도 피의 종류가 달라서 안될일은 없겠군요.”


리빙 데드Living dead.

리빙 데드란것은 살아있는 망자를 뜻한다. 언데드가 한번 죽었다가 모종의 이유로 세상밖으로 불려온 죽지못한 시체라면, 리빙데드란 죽음을 억지로 피하고있는 존재들을 뜻했다.

언데드가 이미 한번 죽었다 부활한것 뿐이라면 리빙 데드는 억지로 죽음을 피하고 있기에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뤄야했다.

그 대가란, 즉 타인의 죽음이었다.


“그런!”


리빙 데드란 소리엔 사람 좋은 마셸조차도 불쾌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리빙 데드는 저주받을 족속들. 자신의 죽음을 피하기 위해서 타인을 습격하고 그들을 제물로 바쳐 자신의 수명을 연장하는 존재들이었다. 단지 무덤에서 되살아난 언데드들 보다 더한 족속들이었다. 제아무리 선한 인간이라도 성기사인만큼 그런 저주받을 존재들을 좋아할 수는 없다.


“아무튼··· 놈은 리빙데드였소. 어째서인지 리치에 가까울만큼 뼈밖에 남지 않았더구려.”


“지금 그런 의문을 풀 시간은 없지요. 아무튼 그럼 우리의 피로도 충분할테니.”


“하하, 여기와서 수혈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아주 의미있는 수혈이 될 것이오.”


저런 강대한 악마를 봉인하는데 피를 좀 쏟고 마는 정도라면 의미가 있고말고. 하지만 벤자민은 쓰게 웃었다. 부디 그 수혈이 의미있길 바랄 뿐이다.


“그랬으면 좋겠군. 슬슬 다 된것 같소.”


원래 탑의 바닥이 있던 위치를 찾는건 어렵지 않았다. 잔해에 묻혀있는, 그 중 피가 흥건한곳을 찾으면 되니까.


“나도 그러길 바라고있소.”


모던은 품을 뒤지다가 눈쌀을 찌푸렸다. 아, 젠장. 단검은 리드한테 쓰라고 줬었던가? 생살을 찢고 피를 낸다니 사이비 의식같았다.


“마셸 경. 당신의 칼을 빌려야겠소.”


마셸은 자신의 칼을 꺼내다 살짝 눈쌀을 찌푸렸다. 붉은 숲에서 헤맨 날이 며칠이나 되었더라? 당연히 몬스터와 조우했고 그 와중에 놈들의 체액이 잔뜩 묻어있었다. 시간이지나 말라붙었다곤해도···


“그런걸 따질 시간은 없소.”


무슨 생각을 한지 읽은것처럼 모던은 마셸의 칼을 뺏듯이 낚아챘다. 웃옷은 벗어놓았으니 소매를 걷을 필요도 없었다. 모던의 이마에서 땀 한줄기가 삐질 흘러내렸다.

샤악!


“윽···”


약간의 고민도 없이 모던은 왼팔의 팔목부분을 갈랐다. 그리고는 마치 고름이라도 짜내는것처럼 오른손으로 왼팔을 주물렀다.

내리는 빗속에서 점점 뜨거워지는 주변.

핏물은 모던의 왼팔에서 미친듯 흘러내렸다. 그 족족 폭우처럼 쏟아내리는 빗물이 모던을 씻어내려 피의 양이 더욱 많은것처럼 보였다.


“괘, 괜찮습니까?”


마셸의 걱정에도 모던은 이를 갈고 칼을 돌려주었다.


“젠장. 아무 반응도 없소.”


분명 마법진은 이곳에 있을텐데. 어째서? 물을수도 없었다. 그 누구라도 대답하지 못할테니.

어쩌면 피의 양이 부족할수도, 제물은 피가 아닐수도. 혹은 마법진같은건 애초부터 없을수도··· 수만가지 생각과 의문들에 모던은 정신이 아득해져감을 느꼈다.

샥!

그를 현실로 돌려준것은 방금 들렸던 것과 같은 날카로운 소리였다. 모던은 급히 고개를 들어올렸고 창백한 안색으로 피를 쥐어짜는 마셸이 보였다.


“그게 무슨짓!”


“하하,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으니까요.”


안그래도 상처가 심한 마셸이었다. 모던은 가급적 그들을 힘들게하고 싶지 않았기에 입술을 짓씹었다. 반응 하나 없는데 또 찢고 본다니··· 모던은 애꿎은 땅바닥만 노려보았다. 여전히 아무런 반응도 없다. 헛수고인가?


“용감하군. 그럼 나도 선배로서 도리를 보여야겠어.”


샤아악!

벤자민도 어느새 상처를 내고 피를 쥐어짜내고 있었다. 탐욕스럽게 세 명의 피를, 적지 않은 피를 들이켰음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젠장··· 실패인가?’


이미 놈의 마법은 어느정도 완성되어있었다. 도대체 어떤 위력을 가졌기에 저만한 존재가 이만큼의 시간이 필요했던걸까?

차라리 도망쳤더라면 어땠을까? 모던의 머릿속으로 수십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실패, 실패, 실패!

자신을 포함 다섯명의 목숨이 멍청한 계획, 구멍 숭숭 뚫린 양말같은 계획으로 인해 죽게생겼다.

이걸, 이걸 어쩐단 말인가?


“반응이 있습니다!”


멀어지려는 모던의 의식을 마셸의 한마디가 붙잡았다. 모던은 정신줄을 붙잡고 황급히 바닥을 노려보았다. 정말이었다. 빗물에 젖어있지만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부, 부족해!”


안그래도 잘 보이지 않을만큼 옅은 빛이 꺼져가고 있었다. 그 말인즉, 제물로 바칠 피가 부족했다. 모던은 다시 자신의 팔을 쭉 내밀었다. 그러나 그를 만류하는것처럼 모던의 왼팔을 누군가가 붙잡았다.


“어이, 너도 그 이상 피 짜면 뒤진다. 넌 가뜩이나 강체도 못배운새끼가 말이야.”


보지 않더라도 알 수 있는 말투. 바로 비루였다. 비루는 씩 웃으며 칼을 들어보였다. 아까 건네받았던 칼이었다.


“자! 난 팔 하나 없는만큼 피는 필요없거든? 시원하게 그어봐라!”


외팔인지라 스스로 팔을 가를 수 없는 비루. 그는 칼을 모던에게 건넸다. 모던은 살짝 떨리는 눈으로 그를 보다가 굳은 표정으로 끄덕였다.


“알겠소. 그럼···”


모던은 사양하지 않았다. 애초에 지금 사양해봤자 다 같이 죽을 뿐이다. 샥! 비루의 팔에도 한 줄기 선이 그어졌다. 이윽고 선은 점점 붉어져 주르륵 피가 흘러나왔다.


-네놈들! 지금, 네놈들이 감히!


마법진을 발동시키려는것을 눈치챘음인가? 푸른 악마는 황급히 마력을 모으는걸 중단했다. 중단했다고는해도 이미 놈이 모은 마력만해도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단지 뭉쳐있는것으로 주변 온도까지 영향을 미치는 마력량 따위는 들어본적도 없었다.

폭탄과는 비교조차 불허하는 불길한 마력이다.

도대체 저런게 터지면 어떻게 될지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


-멈춰라!


비루의 피가 바닥을 더욱 붉게 물들였다. 이를 악물고 넷은 각자의 팔을 쥐어짰다. 은은한 빛이 강렬해지고 마침내 마법진이 그 본래의 형태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젠장! 아직 부족하단 말이야?”


그러나 그것뿐이었다. 이만한 양의 핏물을 집어삼키고도 마법진은 반응하질 않고 있었다. 비루는 답답한 마음에 이빨로 상처를 후볐다. 자신의 비린 피맛을 느끼며 이제는 무식하게 벌려진 상처로 피가 폭포수처럼 흘러내렸다. 어쩌면 하나밖에 남지 않은 팔을 더 이상 쓰지 못하게 될지도 몰랐다.


“조금만 더!”


다들 상처를 쥐어짜는 와중에 조용히 작은 손바닥이 내밀어졌다.


“리, 리드?!”


놀란 목소리로 벤자민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일행들 모두 마찬가지인 반응이었다. 이미 도망친 소년이 왜 여기에 있는걸까?


“···미안해요.”


뭐가 미안하다는걸까? 마셸은 코끝이 시큼해지는걸 느꼈다. 오히려 돌아와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은데··· 아니, 아니다. 왜 돌아왔냐고 따져 묻고 싶을 정도인데.


리드는 망설임없이 단검을 자신의 손으로 가져갔다. 이미 상황은 파악한 모양이다.


-죽어라!


그 순간, 불완전한 마력의 구체가 일행을 향해 쏜살같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마셸은 그걸 마치 태양같다고 생각했다. 푸른 악마에 걸맞은 푸른색의 태양.

그 푸른 태양은 정확히 리드를 노리고 있었다. 리드는 재빨리 단검으로 손바닥을 갈랐다.

샤악!

그리고 당황하지 않고 피투성이가 되어있는 손으로 자신의 단검을 단단히 쥐었다.

뚝뚝- 리드의 손바닥에서 떨어지는 피는 일행의 그 누구보다도 맑았다.


“난 더이상 네가 두렵지않아!”


그건 치기와 같았다.

정작 그리 말하면서도 소년의 두 다리는 덜덜 떨리고 있는게 보였다. 하지만 그걸 누가 치기라 말할 수 있을까? 어리석어보이더라도 소년의 그건 분명한 용기였다.


“아, 안 돼! 돌아와! 리드!”


리드는 마력의 구체가 일행을 노리고 있단걸 깨닫고는 직선으로 무작정 달렸다. 그저 일행과 떨어진곳에서 혼자 마력의 구체를 그 일신으로 받아내려는 것이었다. 희생. 그건 분명 고결한 행위였다.

누가 저 용기있는 소년을 탓할 수 있을까? 누가 보더라도 소년의 행위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보였다. 그 누가 소년처럼 타인을 지키기 위해 죽음을 불사할 수 있을까?

벤자민은 자신이 했어야하는 일이라며 한탄하고 있었다. 이 자리의 모두가 소년처럼 행동할 수 있었더라면 후회하지 않을텐데 하고.

그러나.

소년만큼은.

후회하게된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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