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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농곰의 서재입니당

리드리스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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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야농곰
작품등록일 :
2018.01.26 10:19
최근연재일 :
2018.09.30 17:30
연재수 :
206 회
조회수 :
67,676
추천수 :
957
글자수 :
1,177,611

작성
18.01.31 09:14
조회
354
추천
4
글자
11쪽

붉은 숲 7

DUMMY

“이건···”


벤자민이 마셸에게 눈짓했다. 건물이라고 생각했던 곳은 폐허와 같은 유적이었는데, 붉은 숲에 이런곳이 있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 없었다.

애초에 미개척지인만큼 사람들이 세운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도대체 누가 이런걸 만든걸까요?”


마셸과 마찬가지로 벤자민 또한 의문이었다. 유적··· 이런 유적이 왜 붉은 숲속에 있는걸까?


“언뜻 보기에는 성 같군. 하지만···”


성이라기에는 너무 작았다. 그래, 딱 성을 줄여놓은 모습이었다. 장엄한 탑 하나를 중심으로 원형으로 둘러싼 성벽이 있었지만 너무 오래되고 낡은 모양이었다.

돌로 된 벽 하나하나가 오래되고 부숴지고, 갈라져있었다. 무너진 성벽도 있었고···


“알 수 없네. 하지만···”


“예. 하루 이틀 정도가 아닙니다. 적어도 수 백년은 지난 것 같아요. 하지만··· 어째서 이런게 발견되지 않은걸까요?”


붉은 숲이 갑작스레 미개척지가 된것도 아니었다. 미개척, 개척을 하지 못했다는 뜻이었다. 그럴 이유가 있었다.


“과거 아르미안 왕국에서 병사들을 풀어 붉은 숲을 개척시키려 했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수 많은 병력이 진입했으니 이런 유적을 못 보고 놓칠리가 없었다. 수백년이 지났다는 것은 그 개척 당시에도 있었을게 분명했다는 소리기도 하다.


“왕국이 숨기는건지 모르는건지는 알 수 없네. 일단 주의하고 조금 더 둘러보세.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에는 몬스터가 전혀 접근하지 않는군.”


피신처라면 피신처였다.

쫒아오던 몬스터들조차 이 곳을 발견하고는 마치 안타깝다는 듯이 되돌아가는 것이다. 그런 반응에 여우를 피해 호랑이 굴에 들어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지만 지친 벤자민을 위해서는 이 장소가 필요했다.

벤자민은 유적의 한 켠에 주저앉았다.


“힘들군. 일단 좀 쉬었다가지. 완전히 길을 잘못들었나보네.”


“그것도 그렇군요. 빠져나갈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일단 저는 더 둘러보겠습니다.”


성의 축소판이라고는 하지만, 높이가 15미터는 될 법한 나무를 뚫은 탑이었다. 잠깐 본다고 알 수 있을 정도로 작은 크기가 아니었다.


“성벽을 둘러보면 좀 알수있는게 있을지도 모르지. 알아내면 내게도 알려주게. 난··· 좀 쉬어야겠네.”


벤자민은 몸을 뉘이며 숨을 골랐다.

강체强體를 활성화시키면 조금은 상처를 완화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


마셸은 성벽을 메만졌다.

보통의 성벽과 다를바가 없지만, 표면이 거칠지않고 매우 부드러웠다. 생긴건 평범한 벽돌같지만 감촉은 대리석에 가까웠다.


“신기한데”


톡톡 손가락으로 건드려봐도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는다. 이런 소재의 돌이 있었던가?


“······.”


마셸은 한참을 벽돌을 살피다가 성 한바퀴를 돌았다. 그리고 잠깐 이질감을 느꼈지만, 뭐가 문제일까? 뭐가 이리 위화감을 느끼게 하는걸까?

마셸은 두 세바퀴를 더 돌고서 그제서야 알 수 있었다.


“이건··· 성이 아닌 모양인데”


그랬다.

탑 하나를 둘러싸고 있는 벽들은 ‘성벽’으로써 만들어진게 아니었다.

성이란건 사람들을 외부의 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이건 마치 내부의 무언가를 외부로 내보내지 않기 위해 만들어진 것 같았다.

그 증거로,


“성문이··· 없어”


낡아 스러지거나 한게 아니라 처음부터 없었다. 부숴진 유적이라고는 하나 성이라는걸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성문이 있었더라면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부숴진 틈새 사이로 들어가볼까 하고 잠깐 고민했지만 그만뒀다.

‘성’보다는 ‘감옥’에 가까운 곳이었다.

이런 곳에 가둬진 무언가라면 가둬진 이유가 있을터였다. 물론, 이 지경에 이르러서도 그 역할을 다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그럼 몬스터가 다가오지 않는건 이 안에 있는 무언가 때문에?”


마셸은 침을 꼴깍 삼켰다.

그래서는 정말로 여우를 피해 호랑이굴에 들어온꼴이 아닌가?

이를 벤자민에게 알려야했다.





“젠장! 이거 참 끝이 없군!”


바루는 거칠게 창을 휘둘렀다. 창대가 다가온 리저드맨의 면상을 후려쳤고, 발길질로 녀석을 뻥! 하고 차버렸다. 이 미터가 넘는 체구와 단단한 비늘과 사람보다 압도적인 중량을 가진 리저드맨은 원래 사람의 발길질로 날아갈 만한 비루는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하쉬! 도망치자고! 상대하다가는 끝이 없겠어!”


하쉬는 잠깐 주변을 살폈다.

쓰러진 리저드맨이 다섯이 넘었지만 두 발로 서 있는 리저드맨이 훨씬 많았다.


“길을 잘못들었군. 늪지라니··· 도망쳐야겠소.”


“아 그러게 내가 이쪽길 아니라고 했잖아!”


“······.”


한 시간 정도 전에 이쪽 길인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고 빡빡 우겨서 갔었는데 리저드맨들이 자리잡은 늪지일줄은 도저히 몰랐다.


“캬륵! 캬륵!”


어디서 구한건지 모를 낡은 창을 꼬나쥐고 겨누고 있는 리자드맨이었지만, 정작 걱정되는건 창날보다도 오염이었다.

찔리면 파상풍에 걸리는 일은 피할 수 없으리라.


“아 뭐해!”


창끝을 아주 잠깐 바라보고 있었는데 어느새 비루는 저 멀리서 소리치고 있었다. 하지만 이쪽으로 오자고 우긴건 자신이었으니 하쉬가 할 말은 없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아주 버리고 가기는 없지않소?”


하쉬도 등을 돌리고 냅다 뛰었다. 당황한 리저드맨들이 캬륵거리며 따라오는 소리가 들렸지만 하쉬의 속도가 압도적이었다. 얼마간 뛰다가 숨을 헥헥대며 비루가 멈췄고 하쉬 또한 멈췄다.


“젠장! 당신 진짜로 길치야?”


“···그럴리가 없지 않소?”


땀을 삐질 흘리는 하쉬. 그는 정말로 자신이 길치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리드도 그렇고 비루도 그렇고 하쉬가 길치라는걸 눈치채고 있었다.


“붉은 숲에 오던 길만해도 그래! 댁이 자꾸 이상한 방향으로 빠지려했잖아? 여기서도 그러면 어떻게하냐고! 그냥 길은 나한테 맡기고 따라오라니까!”


비루는 답답했는지 연신 가슴을 두들겼다.


“그런 감이 들었을 뿐이오. 미안하오”


“하, 정말로··· 아무튼 난 이곳에 들어온적이 있으니 댁보다는 확실히 나을거야.”


한팔로 창을 쥐며 비루는 앞장섰고 하쉬는 무안해하며 비루를 따랐다. 하지만 정말로 그런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정말 이쪽인 것 같았는데···’


가끔 그런 감이 있었다.

왠지 저쪽으로 가지 않으면 안 될것만 같은 느낌 말이다.


“알겠소. 그리로 갑시다.”


하쉬와 비루는 길을 되돌아갔다.


“되돌아가야한다고! 완전히 잘못들었어! 리저드맨이 근처에 있다는건 다른 강한 몬스터가 있다는 소리나 다름없다고!”


비루는 짜증을 부렸찌만 하쉬는 이해 불가능한 내용이었다. 비루는 그걸 깨닫고 성질부리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리저드맨들은 정신병자같은 것들이라 자기보다 강한것들한테 덤비려한다고!”


“미안하오.”


“됐어!”


됐으면 짜증이나 부리지말지··· 화낼 지경이 아닌지라 하쉬는 조용히 입을 닫고 비루를 따랐다.





황혼이 지고 있었다. 붉은 숲에서 보는 붉은 노을은 각별했다.


“슬슬 또 어두워지는구나.”


모던은 조용히 숨을 골랐다. 해가 지기 시작한다. 곧 얼마 안있어 완연히 땅거미가 가라앉을 것이니 그 전에 숨을 곳을 찾아야했다.


“아직 좀 더 갈 수 있을것 같은데요?”


나는 조금 더 가자고 그에게 말했지만, 그는 고개를 휘휘 저으며 거부했다. 그리고는 품에서 무언가를 또 꺼냈다.


“연기구슬도 얼마 남지 않았어. 이 밤을 어떻게 견뎌야할지···”


밤동안 몬스터에게 들키지 않을 자신이 없었다. 운이 좋으면 물론 들키지 않을 수 있겠지만 그럴 확률은 희박할 것이다.


“나무 위··· 혹은 동굴···”


그나마 안전한 곳이지만 나무 위로 올라올 수 있는 몬스터가 없는것도 아니고 동굴같은 곳은 강한 몬스터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미개척지인 붉은 숲같은 곳에서는 동굴에서 잠자는건 꿈이리라.


“나무 위가 낫겠구나.”


“그냥 쫒아가다가 아무 나무 위에서나 잠들면 안되나요?”


“그럴수도 있겠지만, 괜히 더 위험해질 수 있단다.”


“조금이라도 더 쫒아가야해요. 지금 괜히 꾸물거리다가는 며칠이 지나도 만나지 못할 수 있어요. 모던 아저씨의 말씀대로라면···”


나는 바닥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우리가 쫒아가던 발자국이 있었다. 두 개의 발자국은 급하게 뛰기도 하고 혹은 몬스터들의 발자국에 덧씌워져 지워지기도 했지만 우리는 여기까지 잘 쫒아올 수 있었다. 그리고 오면 올수록 발자국은 점점 진해졌다.

그건 그들과 거리가 얼마 떨어지지 않았다는 뜻일 것이다.


“하루가 지나면 정말로 어떻게 될지 몰라요. 그리고 이건 아무리 봐도 칼자국이에요.”


나무에 새겨져있는 것은 분명한 칼자국이었다. 몬스터도 칼을 쓰는종이 있을 수야 있겠지만, 이렇게 깨끗한 궤적을 남길만한 칼을 붉은 숲에 서식하는 몬스터가 가지고 있다고는 생각하기는 어려웠다.


“즉 마셸 형이나 하쉬의 발자국이 확실하다는 거잖아요. 아직 이 근처의 피도 마르지 않았어요.”


덧붙여 나는 밤이 지나면 야행성 몬스터들이 움직이며 발자국이나 흔적이 사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위험을 감수해서라도 지금은 나아갈때가 아닌가요? 그리고 아저씨는 새벽에 낮과 밤이 바뀔때 주행성 몬스터가 잠들고, 야행성 몬스터가 아직 깨어나지 않은 시기가 있다고 했죠? 지금도 낮과 밤이 바뀌는 때가 아닌가요?”


“그건···”


모던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지금 가야해요. 운이 좋다면 이 밤사이에 찾을 수 있다구요. 물론 흔적이 없어지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이대로라면 쫒아갈 수 없어요.”


위험을 무릅쓰고 갈 가치가 있다고 나는 말했고 모던은 잠시 고민하다가 알겠다고 답했다.


“조금 더 쫒아가자꾸나. 하지만··· 정말로 해가 지게 된다면 바로 멈출거다. 알겠지?”


모던은 밤과 위험을 매우 경계하고 있었다. 나 또한 그의 말에 동의했다. 그럼 최대한 빨리 찾을 수 밖에 없다.


“그럼 뛰죠!”


강하게 자리를 박찼다. 뛰면서 흔적을 쫒는건 힘든 일이지만 그들의 발자국은 이상하리만치 진해서 쫒을 수 있었다.


“뛰면서···?”


뒤에서 모던의 중얼거림이 들린 것 같지만, 잘 들리지 않는다. 등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왔고 모던 또한 뛰어서 날 따라오고 있다는걸 알았다.

발자국이 보이고, 기분좋게 바람이 나를 스쳤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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