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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농곰의 서재입니당

리드리스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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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야농곰
작품등록일 :
2018.01.26 10:19
최근연재일 :
2018.09.30 17:30
연재수 :
206 회
조회수 :
67,885
추천수 :
957
글자수 :
1,177,611

작성
18.02.01 00:45
조회
339
추천
4
글자
12쪽

붉은 숲 8

DUMMY

하늘은 노력하는 자를 돕는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하늘이 돕는건 노력하는 자를 전부 돕는게 아니고 일부만 돕는것 뿐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대다수는 도와주지 않는다.

이번에도 그랬다.

비루는 기억과 경험을 되살려 최대한 옳은 길로 진행하려고 했지만 재수없게도 길을 잘못 들어버린 것이었다.


“끄응···”


비루는 뻐근한 몸을 일으켰다. 잠시간의 달콤한 휴식에서 다시 일어나야했다. 누운것도 아니라 걸터앉은 것 뿐인데 왜 이리도 편한지 모르겠다.


“슬슬 갑시다.”


“댁은 지치지도 않는군. 괴물같은 작자같으니”


“···이제 밤중이오. 슬슬 밤을 지샐곳을 찾아야하오.”


하쉬는 의도적으로 비루의 말을 무시하고는 어디가 좋을까 궁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붉은 숲에는 정말로 마땅한 장소가 없었다. 첫날에는 밤을 지새웠다고 하지만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도 이틀을 내내 지새우고 사흘째 행동한다면 피곤에 찌들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붉은 숲과 같은 곳에서 피곤에 찌든다는것은 곧 죽음을 의미했다.


“정말 곤란한데···”


비루는 머리를 긁었다.

사실 비루는 붉은 숲에 제법 많이 와본적이 있었다. 의뢰로 열번 가까이는 찾아온적이 있으니 남들보다는 훨씬 붉은 숲을 잘 알고있었다.

비루가 붉은 숲에서 쉴 방법을 모르는건 아니지만 혼자 혹은 둘이서 밤을 지샐 방법은 없다시피했다.


“그러고보니 당신은 용병단으로 여기에 온 적이 있지 않소?”


마침 하쉬가 그러한 말을 비루에게 물었지만 비루는 휘휘 고개를 저었다.


“맞는데 그건 도움이 안 된다고. 우리 인원은 백명에 가까웠으니까 열 명 정도가 불침번을 서고 일종의 베이스 캠프를 만들었지. 인원이 인원이니만큼 왠만한 몬스터들은 우리한테 덤비질 않았어. 정신나간 리저드맨 같은것들도 있긴하지만 야행성 몬스터들은 거의 사냥을 즐겨하는 편이라서 위험부담이 있으면 덤비려하지 않거든”


둘이서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소리였다.


“게다가 거기는 초입이었다고! 이미 우리는 제법 깊숙이 들어온것 같은데 백 명은 커녕 천 명이 있어도 베이스 캠프를 치고 있으면 위험할걸? 댁도 봤잖아. 그 미노타우루스?”


하쉬는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대형 몬스터가 산재한 장소에서 베이스 캠프를 치고 불을 피우는것은 그야말로 나 여기있소 이제 살고싶지 않으니 잡아먹어주시오 하고 광고하는것이나 다름없었다.


“마땅한 방법이 없겠소?”


“간단히 생각나는건 몇 가지 있는데 안전하다고는 절대 말할수가 없어. 나무 위에서 잠드는것도 생각을 안해본건 아니지만··· 나무를 탈 수 있는 몬스터들도 넘치니까 말이야.”


오히려 ‘턱수염털보’같은 원숭이형 몬스터들은 나무 위가 서식지였다. 되려 위험할 수도 있었던 것이다.


“동굴 안은 강한 몬스터가 있어. 댁과 내가 힘을 합치면 물론 동굴 하나쯤은 차지할 수 있겠지만 매 밤마다 그 지랄을 하기에는 피곤하잖아?”


“방법이 없다는 소리로군.”


가뜩이나 지쳐있는 상태에서 동굴 하나를 차지할만큼 강한 몬스터와 싸움을 붙어서는 위험할 수 있었다.

사실, 무엇을 해도 위험한건 마찬가지였다.


“이걸 생각하고 왔어야했는데··· 젠장, 용병단때는 별 문제없어서 간과해버렸지뭐야?”


“오줌은 얼마나 남았소?”


비루는 품을 잠깐 만져보더니 양을 가늠했다.


“제법 남았는데··· 뭐 걱정하지 않아도 될거야.”


“차라리 좀 더 걸어봅시다. 마땅히 방법이 없다면···”


하지만 비루는 반대했다.


“안 돼. 이 숲에서 정신력이 흐트러지면 죽는다는건 댁도 이제 알잖아?”


단호하고 강경해보이는 태도기는 했다.


“하지만 마땅히 방법이 없는것 또한 사실이지 않소? 걷다보면 방법이 떠오를지도 모르오. 방금까지 휴식을 취했으니 좀 더 걸어볼만하오.”


“것도 그렇긴 하지만··· 붉은 숲에서 휴식을 취한다는것 자체가 애초에 말이 안되기는 하지. 그래, 그래! 가자고! 가!”


성질을 내면서도 비루는 수긍해주었다.


“그치만 진짜 잠깐이라고! 잠깐만 걷다가 정 생각이 안나면 동굴이라도 털어서 거기서 잘거라고! 알았지?!”


“알겠소. 생각보다 담이 작군.”


“응? 지금 뭐라고···”


“내 생각엔 저쪽인 것 같소. 얼른 갑시다.”


“어이! 이봐! 지금 뭐라고 말한거냐고! 엉?”






“무슨 소리 들리지 않았어요?”


“무슨 소리 말이냐?”


내 말에 모던은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나는 분명 들리고 있었다. 이건 분명 말소리같은데··· 내 귀가 멀거나 사람 목소리를 흉내내는 몬스터가 있는게 아니라면 분명 이건 비루의 목소리였다.


“멀리서 비루 씨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데···”


멍청하게 숲속에서 소리치고 있는것 같은데 소리는 금방 끊겼다. 혹시 환청을 들었나 싶었지만 내 상태는 정상이었다.


“것보다 이제 정말로 위험해. 나무 위로 올라가자꾸나. 저 쪽에 큰 고목이 있으니까 높이 올라가면 왠만한 몬스터라도 올라오지 못할게다.”


그가 말했던대로 완전히 밤이 되었다.

약속했던대로 나무 위로 올라가 휴식을 취해야하겠지만···


“분명 들렸어요. 지금 가야한다구요!”


내 말이 고집을 부리는 것처럼 들렸는지 모던은 표정을 엄하게 바꾸었다.


“이젠 정말로 위험해! 야행성 몬스터들은 사냥꾼이다! 초입에서야 괜찮았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정말로 위험하다는걸 모르겠니?”


입술을 앙물었다.

지금 가면 정말로 찾을 수 있었다. 차라리 모던을 두고 혼자서 뛰어가버릴까? 그런 생각도 들었다.


‘모던 씨도 어차피 따라올텐데···’


무작정 달린다면 일단 그럴수야 있겠지만 만약 찾지 못한다면 모던은 엄청나게 화를 낼게 뻔했다. 도움을 청한 입장에서 그러기는 싫은데다가 어쩌면 날 돌려보내거나 붉은 숲에서

돌아갈지도 모른다. 그러면 정말로 하쉬와 비루를 찾는건 요원해진다.


‘······.’


스륵!


“······!”


“이건···”


모던이 검지손가락을 입에 가져다대었다.


‘차라리 잘 됐어.’


야행성 몬스터가 우릴 노리고 있었다. 정확히 어떤 녀석인지는 모르겠지만, 움직일 명분이 생겼다. 위험에 빠진건 어쩔 수 없지만.

하지만 난 이때까지 붉은 숲을 너무 얕보고 있었다.


내가 고개를 까닥이자 모던은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도망치자는 뜻이었고 알겠다고 답한 것이다.

가려던 방향, 소리가 들려왔던 곳으로 냅다 달리기 전에 녀석이 먼저 덮쳐왔다.


“오, 젠장!”


모던이 소리치며 품속에서 무언가를 던지려고 했지만 녀석이 빨랐다.

샤아아아악!

지근거리에서 오는 녀석을 반사반응으로 걷어내듯 단검을 뻗었지만 놈의 크기가 장난이 아니었다.


“래···!”


눈을 크게 뜨며 모던은 몸을 뒤로 눕혔다. 아슬아슬히 스치고 지나간 녀석의 독니가 초록색 액체를 흩뿌렸는데, 처음 보더라도 그게 독이란걸 알 수 있었다.

모던은 땅을 몇번 구르고 크게 소리쳤다.


“래서 서펜트다! 도망쳐야해! 이 녀석에게는 우리 둘로는 이길 수 없다!”


모던은 다시 품을 뒤져서 구슬을 던졌다. 하지만 당황해서인지 몇개나 되는 구슬을 던졌는데, 녀석의 독처럼 스멀스멀한 초록색 연기와 이전에 몇번 보았던 회색의 연기구슬이었다. 아마도 그가 말했던 독구슬인 모양이었다.


“잘, 잘못던졌다! 일단 도망치자!”


황급히 일어나 그가 나를 이끌었다. 난 당황했지만 가야할 방향을 알았기에 반대쪽이라 소리쳤고 모던은 이를 악물고 나를 따라왔다.

래서 서펜트가 우리를 쫒으려했지만 연기때문인지 다가오지 못하고 있었다. 그 사이 초록색 연기는 회색 연기를 완전히 잡아삼키고 일대를 물들였다.

아닌밤중에 홍두깨가 아니라, 까만 밤중에 초록색이었다. 모던은 저게 극독에 가까운 심각한 독연기라고 말했고 조금이라도 들이키면 목숨이 위험할 수 있으니 숨을 참으라고 달리는 중에 내게 말했다.


“하지만 연기가 퍼지는 속도는 느리니까···”


“바람때문이다! 바람이 이쪽으로 올지도 몰라! 일단 숨을 좀 참고 달려야한다!”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자 모던은 심각한 표정이었다. 자기가 가져오긴 했지만 사용할 줄 몰랐다는 그런 표정이었다. 하긴, 실수로 사용한 모양이긴 했지만 정말로 극독인 모양이었다.

한참을 달리다가 모던이 숨을 헐떡이며 무릎을 짚었다.


“후욱! 후욱! 재수도 없지··· 하필 독구슬을 짚었구나.”


답답하다는 듯이 가슴을 몇번 두드리고 그는 품속에서 주머니를 꺼냈다. 구슬이 몇개인지 세어보려다가 눈쌀을 찌푸리고 있었다.


“연기구슬 두 개··· 독구슬은 남아있지도 않구나.”


연기구슬도 겨우 두 개 남았다. 제법 남아있었던 것 같았던 구슬이었는데 도대체 몇 개를 던져버린걸까?

모던은 자신의 실수를 한탄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상황에서 초연하기란 힘들테니까, 아무튼 이제 상대하기 힘든 몬스터를 마주치면 두 번만 도망칠 수 있다는 소리와 다름없었다. 당장 숲을 빠져나가기에도 부족한 갯수였다.


“미치겠군!”


그는 머리를 싸쥐고 한탄했다.


“하필 래서 서펜트라니! 아니지··· 차라리 그 녀석을 잡을 수 있었더라면··· 그랬다면 탈출은 가능했을지도 모르는데”


그러고보니 모던이 한번 언뜻 말한적이 있었던 것 같다.

노란화살촉 도마뱀의 오줌보다도 월등한게 래서 서펜트의 오줌이라고 들었는데··· 그만큼 녀석이 꺼려지는 놈이란걸까?

잠시 녀석을 떠올려봤다.

아주 잠깐이지만 녀석은 3,4미터 정도의 몸길이를 가지고 있었고 코브라를 닮았다. 아니, 그냥 코브라 그 자체였다.

잠깐 콧구멍이 벌렁거렸다.

하지만 그 덕에 알 수 있었다.


“모던 아저씨? 익숙한 냄새가 나지 않나요?”


“녀석을 잡을 수 있었다면···”


“아저씨?”


“붉은 숲에서 이대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아저씨!”


한참을 중얼거리는 그를 불렀다. 크게 소리치자 그가 반응했고 그의 눈에서 희망이 보이지가 않았다. 마치 죽은 물고기같은 눈이었다.


“왜 그래요? 겨우 구슬 때문에 그런거에요?”


“후우! 겨우가 아니야. 그게 없으면 우린 이제 도망칠 수 없다는걸 모르겠니?”


내가 아직까지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나보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익숙한 냄새, 나지 않아요?”


그건 우리 몸에서 나는 냄새와 같았다. 하지만 분명 가까운 곳에서도 냄새가 나고 있었다.

그래, 노란화살촉 도마뱀의 오줌냄새였다.


“이건···”


확실치는 않지만 걸어볼만했다.

운이 없다면 노란화살촉 도마뱀이 오줌을 싼것 뿐이겠지만, 운이 좋다면 하쉬와 비루가 있을것이다. 하지만 나는 확신하고 있었다.

이건 하쉬와 비루였다.


“제가 소리가 들렸다고 했잖아요. 아마도 하쉬와 비루는 근처에 있어요. 우리 몸에도 같은 냄새가 나서 조금 힘들긴 하지만, 따라갈 수 있을것 같아요.”


정말 머지 않은 곳이었다. 사람의 코로 맡을 수 있을만큼의 거리였다.


“···오오!”


모던의 눈이 되살아났다. 그는 당장에 일어나 내가 가는 방향을 따라왔다. 나는 몇번이나 코를 킁킁거리며 빈민가에서의 기억을 떠올렸다.

빵 냄새를 맡듯이 오줌 냄새를 맡았다. 아이러니하지만 쓸데없을거라 생각한 빈민가에서의 일생과 일들은 지금의 내게 도움이 되고 있었다.


“동굴?”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곳에 보인건 동굴이었다. 비릿한 피 냄새가 나고 있었는데 그 냄새에 겁을 집어먹기는 커녕 안도할 수 있었다.

노란화살촉 도마뱀의 오줌냄새와 함께 피냄새가 동굴속에서 나고 있단것은, 분명 비루와 하쉬라는 소리였다.


“······!”


나와 모던은 반색하며 동굴로 뛰어들어갔다.

그곳에는 쓰러진 하쉬와 비루가 있었다.


작가의말

추천,선작,조회,코멘트 언제나 감사합니다.

앗.. 추천 코멘트가 하나도 없었지?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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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푸른 악마 4 18.02.14 345 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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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푸른 악마 2 18.02.12 323 4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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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붉은 숲 10 18.02.05 350 5 10쪽
32 붉은 숲 9 18.02.02 375 6 11쪽
» 붉은 숲 8 18.02.01 340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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