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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농곰의 서재입니당

리드리스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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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야농곰
작품등록일 :
2018.01.26 10:19
최근연재일 :
2018.09.30 17:30
연재수 :
20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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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876
추천수 :
957
글자수 :
1,177,611

작성
18.03.02 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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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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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2쪽

교국으로 3

DUMMY

후우웅-

차가운 겨울바람이 몸 곳곳을 차갑게 얼렸다. 건물 곳곳에는 싸늘하게 얼어붙은 고드름이 맺혀있었다.


“여기 날씨가 도대체 왜 이래?”


드디어 교국에 도착한 리드가 가장 먼저 느낀것은 지독할 정도의 추위였다. 마차안에 있는게 아니었더라면 아마 지금쯤 눈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눈은 내리지 않지만.


“교국은 원래 날씨가 좀 그래.”


오죽하면 마셸이 아르미안 왕국에 가서 처음 느꼈던게 날씨가 좋다는거였다. 교국은 여름에는 완전히 덥고 겨울에는 완전히 추운 그런 곳이었다.


“음음. 나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마셸 경.”


옆에서 정보사제가 끼어들었다. 리드는 분명 그의 이름을 한번 들은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억나지 않았다. 그만큼 인상이 옅은 사내였다.


“그렇죠? 하지만 생활하다보면 크게 불편한건 없을거야.”


“으으···”


리드는 두 팔로 몸을 꽁꽁 에워싸고 있었다. 그렇게라도 해야 조금은 참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럴줄 알았으면 털옷이라도 한벌 가져올걸 그랬네.”


“그러게 말입니다. 덜덜덜··· 파견받기 전까지는 교국에 쭉 있던몸인데 이리 추울수가!”


“교국교국하는데 여기 땅은 넓지 않아요? 날씨도 다 다른게 정상 아닌가요?”


리드의 물음에 정보사제는 손가락 하나를 세웠다. 근데 그 손가락이 추위에 덜덜 떨고있어서 그런지 왠지 신빙성이 없어보인다.


“비행선을 타고와서 착각한 모양이구나. 교국 땅은 그리 넓지 않단다.”


“···넓지 않다구요? 그 빠른 비행선으로 한참을 날았는데요?”


“아 그건 비어드 제국땅이지.”


이틀간 마차를 탄 후, 하루 내내 비행선을 타고 겨우 내린곳이 여기였다. 리드가 체감하기로는 비행선의 속도는 못해도 마차의 열 배는 되어보였다. 하늘을 날아서 더 빠르게 느꼈을지도 모르지만.


“비어드 제국이요?”


“그래. 우리가 비행선을 탔던곳이 국경쯤이야. 정확히는 거기도 아르미안 왕국은 아니지만 말이다.”


정보사제는 비행선을 탄 곳이 아르미안 왕국과 비어드 제국의 중심에 있는 브라헴 자유무역도시라고 말했다.


“브라헴 자유무역도시. 거기서 사갈것도 있었는데 말입니다. 이럴줄 알았으면 좀 여유롭게 올 걸 그랬나요. 하하.”


마셸은 아쉽다는 듯이 입을 다셨다.


“아무튼 그 자유무역도시에서 비행선을 타고 하루간 날아온거지. 비어드 제국땅 위를 말이야.”


“···비어드 제국 제국 하는데 우리가 있는곳은 교국 아니에요?”


리드의 되물음에 정보사제가 한번 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다가 손바닥을 펴고 그 위에 주먹을 콩 하고 쳤다.


“그렇구나! 너 대륙의 지도를 본 적이 없나보구나. 교국은 비어드 제국의 형제국이란다. 쉽게 말하자면 비어드 제국안에 교국이 있는거지.”


“음, 그런건가요?”


“그래. 비어드 제국 영토 내에 제국 말고도 듀란드 신성법국과 힐덴 공국의 두 개의 나라가 더 있다는거지. 아무튼 지금은 제국 내에 있는 교국의 땅이란다.”


“아, 네.”


그 때쯤에 저 멀리 동상 하나가 보였다.


“저건 뭐죠?”


정확하게는 성벽 너머로 사람같은게 보이고 있었다. 설마 그게 진짜 사람일리는 없을테니 동상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리드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나보다.


“아. 듀란드님의 사자이신 초대 성자님의 모습이지. 여기선 잘 안보일거야.”


마셸은 그렇게 말했지만··· 저렇게 큰데 안 보일리가 없었다. 리드는 얼떨떨한 표정이 되어버렸다. 그도 그럴것이 언뜻 보이는 동상의 크기가 성벽의 두 배는 되어보였으니까.


“저런게 무너지거나하면··· 재앙 아닌가요?”


“으흐흠! 그런 말 다른 사람들 앞에서 하면 큰일날거다.”


조금 엄한 표정이 된 정보사제. 표정과 말투가 제법 진지해보였다.


“성자님의 동상이 쓰러진다니! 불경한 소리다.”


‘···그냥 말해봤을뿐인데.’


그건 속으로만 생각하고 리드는 순순히 사과하기로 했다.


“미안해요.”


그렇게 리드가 순순히 사과하자 정보사제는 조금 머쓱해했다.


“아, 아니다. 내가 좀 정색했구나. 아무튼! 다른 사람들 앞에서 그런 말을 하면 경을 칠 수도 있어. 너도 어차피 성기사가 될 몸 아니냐?”


나는 아무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으로는 조금 생각하게 되었다.


‘글쎄··· 내가 성기사가 될 수 있을까?’


“교국 안에서 다시 마차를 빌려서 가야겠습니다. 저는 그래도 견딜만하지만··· 사제님과 리드는 전혀 아닌것 같군요.”


그 말대로 리드와 정보사제는 덜덜 떨면서 두 팔로 몸을 얼싸안고 있었다. 코로 숨을 쉬어도 입김이 나오고 양볼이 새빨갛게 변해있었다.


“그, 그래야겠습니다. 물론 털옷 하나정도는 좀 사도록 하고 말입니다.”


“털옷까지 필요하겠습니까? 어차피 교국은 좁은걸요.”


교국敎國.

나라라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도시에 가깝다. 실제 크기는 리드가 살았던 한센 남작령을 서너개 붙여놓은 정도는 될까? 그런만큼 잠깐 이동하는데 털옷을 사는건 손해가 아닌가 싶었던 것이다.


“교국에 있을 제 옷은 무려 십년이 넘게 방치되어 있었단 말입니다. 그런걸 입을수야 없지 않습니까? 그리고 마셸 경도 신장도 늘어나고 하셨으니 옷을 새로 장만해야하지 않겠습니까?”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 마셸은 더 이상 반박하지 않았다. 리드는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정보사제의 의견에 동의했다.


“하하, 너도 나랑 같은 생각이구나! 저는 지금 상황이 상황인지라 돈을 쓸수가 없단 말입니다. 나중에라도 갚을테니 좀 부탁드립니다.”


조금 비굴해보이는 모습이기도 했다. 하지만 사제 신분으로써 십몇년간 파견을 해서 오랫동안 일했던만큼 돈이 없는건 아니지만 처벌을 기다리는 중에 돈을 쓸 수는 없었다. 그러니만큼 지금은 마셸에게 빌붙는 수밖에.


“아, 알겠습니다. 갚으시지 않아도 좋으니 한 벌쯤이야 사드리겠습니다.”


“으하하! 이거 참, 고맙습니다. 마셸 경!”


추워 얼어죽을것만 같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떠올랐다. 마셸은 쓰게 웃었고 리드는 툴툴거렸다. 성벽까지 도착하자 병사 네 명이 문을 지키고 있었다.


“듀란드 신성법국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이곳은 동문이며 입국하시기 위해 여러분의 신원확인이 필요합니다.”


말투는 어디까지나 상대를 존중하고 있는듯하지만 날카로운 창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리드가 보기에도 허튼짓을 하면 당장이라도 찌르겠다는듯이 손잡이를 꽉 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여기가 교국이구나. 이렇게 추운데 잘도 경비를 서네.’


“아. 여기있습니다.”


정보사제가 가장 앞서서 종이 하나를 건네주었다. 둘둘 말려진 종이를 쭉 펴고 방금 말했던 병사가 잠깐 읽더니 손에서 힘을 빼고 창을 내려놓았다.


“헤인즈 사제님. 마셸 성기사님. 두 분의 복귀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이 꼬마는?”


헤인즈 사제님이라. 정보사제의 이름이 헤인즈였나보다. 물론 리드는 기억할 생각이 없었다. 그것보다 그 종이에는 두 명의 이름은 적혀있었지만 리드의 이름은 없었는지 그렇게 물어왔다. 리드는 잠시 뭐라고 말해야할까 생각했지만 그 전에 마셸이 나섰다.


“아, 이 아이의 신원은 제가 보증하겠습니다.”


그러자 병사들의 눈이 묘하게 변해서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잠시후에 떼어졌다. 병사들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이고 길을 비켜주었다.


“알 듀란델.”


“알 듀란드.”


저게 인사인걸까? 들어본적이 없는건 아니지만··· 아무튼 교국으로 들어오자 동상이 더욱 크게 보였다. 그러니까 초대 성자의 동상이라는데 잘 모르겠다.


“일단 성소聖所에 가기 전에 말씀하셨던대로 옷부터 사야겠죠. 리드, 이쪽이야.”


성소? 또 처음듣는 단어가 나왔다.


“그러고보니 너도 옷 한벌은 필요하겠는데··· 어디보자. 기억이 잘 안나는걸요. 이곳저곳에 건물도 제법 바뀌었고.”


마셸이 길을 찾지 못하고있자 정보사제가 손가락으로 오른쪽을 가리켰다. 그제서야 마셸은 아 하며 떠오른듯 했다.


“맞아. 저 쪽이었죠. 하하, 사제님은 저보다 더 오래 신전에 계셨을텐데 말입니다.”


“기억력 하나는 제가 괜찮은 편이지요. 그래서 제가 정보사제를 하고 있는것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정보사제의 말대로 오른쪽으로 쭉 가자 언뜻봐도 시장이란걸 알 수 있는 장소가 나왔다. 그런데 여느곳의 시장과는 전혀 달랐다. 우라드 자작령이나 한센 남작령에서 상점가나 시장이라고 하면 크게 소리치며 ‘여기요여기! 여기 물품이 좋소! 옆집보다 가격이 싸오!’하면서 자신의 물품을 홍보했는데 여긴 전혀 그런 기색이 없었다.

그저 십자가를 가게 앞에 꽂아놓고 두 손을 모으고 기도만 하고 있었다.


‘···기도한다고 손님이 오진 않을텐데.’


“저는 이곳 시장이 당연한거라 생각했는데 다른 나라를 들렸다오니 오히려 이쪽이 이상한것 같군요. 어색합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사색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소리치지 않기로 했다지만··· 마셸 경과 저처럼 바깥에서 있다가 온 사람들은 이질감을 느낄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시장 특유의 활기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리드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감을 표했고, 그들은 좀 더 걸어서 의류점을 하나 발견할 수 있었다.


“주인장. 있습니까?”


“음? 누구야 이 추운 날에···”


귀찮아하는 음성과는 다르게 머리를 긁적이며 나온건 의외로 미인인 사람이었다. 음··· 나이가 마흔에 가깝다는걸 뺀다면 말이다. 젊었을적이 심히 궁금해지는 외모였다.


“오, 마셸 경 아냐? 돌아온거니?”


마셸은 쓰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보니 여기는 아주머니 가게셨죠.”


“그래그래. 모르고 온 거면 옷 사러 온거니?”


옷가게 주인은 입을 쩍 벌리며 하품을 하더니 일행을 대충 훑어보았다. 정보사제는 뭐라고 말하려다 찔끔거렸고 리드는 움찔거렸다. 그녀는 코웃음을 치더니 가게에 걸린 옷 한벌씩을 대충 던져주었다.


“2 교은화. 그 이하로는 못 줘.”


교은화라. 또 처음듣는 단위였다. 나라마다 돈이 다르다는건 대충 들어서 알겠지만 교은화는 어느정도 되는걸까?


“깎을 생각도 없었습니다. 아주머니 말씀이시면 맞겠죠.”


마셸은 순순히 품 속에서 주머니 하나를 꺼냈다. 두툼하고 짤랑이는것이 그 내용물을 연상케했다. 옷가게 주인은 다음에 보자며 다시 가게 안으로 들어갔고 리드와 정보사제는 옷가게 주인이 던진 옷을 주섬주섬 입었다.

리드의 옷은 딱봐도 곰가죽이 아닐까 싶은 짙은 갈색의 털옷이었고 정보사제의 옷은 재질을 알 수 없는 천이었다. 천이기에 추운건 아닐까했지만 그는 퍽 만족한 기색이었다.


“갈 길이 바쁩니다. 성소까지는 얼마 되지 않으니···”


소소한 이야기를 하며 성소까지 다다른 그들은 성문에서처럼 검문을 받았고, 성소에 입장할 수 있었다.

성소는 신전과 비슷했지만 건물이 두 배는 컸다. 리드는 이렇게까지 큰 건물을 본 적이 없··· 아, 동상이 더 크긴 했다. 신전과 성소의 다른점이라면 신전은 성기사가 상주하는 어떻게 보자면 여관과도 비슷했지만 성소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여기가 성소인가요?”


리드의 물음에 정보사제가 답했다.


“그래. 대륙에서 가장 신성한 곳이자 교국의 중심부지. 교황 성하가 언제나 거하고 계시는 곳이란다.”


교황이라는 단어를 연상하던 리드는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잘 상상이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런 리드를 두고 마셸과 정보사제는 잠깐 기다리라고 말하며 계단을 올라갔다.


“······.”


리드는 일층의 의자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았다. 한번 들렀던 영주성과는 달리 사치품같은건 일절 없이 그저 깨끗한 벽과 공간이었다. 의자같은 편의시설은 제법 있었지만.


“잘 모르겠네.”


시간은 천천히 흘러갔고, 한참을 기다리자 저 멀리서 사람 하나가 보였다. 다가온 사람은 늙은 할아버지였고 그는 리드를 보며 알 수 없다는 듯이 턱을 쓰다듬었다.

리드는 반대로 뭘 보냐는 듯이 그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게 리드와 대주교의 첫만남이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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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교국으로 2 18.03.01 322 5 11쪽
52 교국으로 18.02.28 332 5 11쪽
51 빈 자리 6 18.02.27 336 4 13쪽
50 빈 자리 5 18.02.26 340 5 16쪽
49 빈 자리 4 18.02.23 341 6 11쪽
48 빈 자리 3 18.02.23 341 4 14쪽
47 빈 자리 2 18.02.22 343 5 14쪽
46 빈 자리 18.02.21 392 4 12쪽
45 푸른 악마 9 18.02.19 338 4 12쪽
44 푸른 악마 8 18.02.19 340 6 18쪽
43 푸른 악마 7 18.02.16 304 4 13쪽
42 푸른 악마 6 18.02.15 317 4 11쪽
41 푸른 악마 5 18.02.14 323 5 11쪽
40 푸른 악마 4 18.02.14 344 5 14쪽
39 푸른 악마 3 18.02.13 318 5 14쪽
38 푸른 악마 2 18.02.12 322 4 16쪽
37 푸른 악마 18.02.09 361 6 15쪽
36 붉은 숲 13 18.02.08 357 4 12쪽
35 붉은 숲 12 18.02.07 349 5 12쪽
34 붉은 숲 11 18.02.06 355 4 13쪽
33 붉은 숲 10 18.02.05 350 5 10쪽
32 붉은 숲 9 18.02.02 375 6 11쪽
31 붉은 숲 8 18.02.01 339 4 12쪽
30 붉은 숲 7 18.01.31 355 4 11쪽
29 붉은 숲 6 18.01.30 345 5 10쪽
28 붉은 숲 5 18.01.29 384 4 10쪽
27 붉은 숲 4 18.01.26 391 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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