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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농곰의 서재입니당

리드리스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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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야농곰
작품등록일 :
2018.01.26 10:19
최근연재일 :
2018.09.30 17:30
연재수 :
206 회
조회수 :
67,880
추천수 :
957
글자수 :
1,177,611

작성
18.01.30 09:01
조회
345
추천
5
글자
10쪽

붉은 숲 6

DUMMY

샤악!

마지막으로 다가왔던 세 마리 고블린 중 남은 한 마리를 처치했다.

놈은 괴상한 비명과 함께 앞으로 고꾸라져 쓰러진다.

일전에 싸웠던 스켈레톤들은 힘이 강했지만 반면에 고블린들은 나보다도 약했다. 대신에 동작이 날렵하기는 했지만 또한 나보다는 느렸다.

고블린들을 상대로 어렵지않게 승리를 쟁취하고 나는 고개돌려 모던에게 소리쳤다.


“찾을 수 있겠어요?”


함께 싸우고있다가 어느샌지 땅을 살피는 모던의 움직임은 매우 익숙해 보였지만 나는 주변을 살피며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날이 밝았지만, 그들의 흔적은 여전히 찾을 수 없었다.

그 동안 두 세번 더 몬스터에게 쫒기거나 싸워봤다.

아직 숲의 초입인지라 내가 상대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그는 놀란 기색이었다. 그건 나 또한 그러했다.


‘어렵지 않아’


생각보다 몬스터들을 상대하는게 쉬웠다.

정말로 용병이 되어보는것도 괜찮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며 고블린들의 사체를 뒤졌다. 뭐라도 쓸만한거나 혹은 그들을 찾을 단서같은게 발견되기를 빌었지만, 역시 있을리가 없다.

그 사이 모던은 지면을 살피던걸 끝냈는지 내게 다가왔다.


“하쉬와 비루··· 찾은것 같다. 그들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신발자국이 있더구나. 그리 오래되지 않았어.”


그리 오래되지 않은 발자국이며, 그는 잘 쫒아가고 있는것에 만족하고 있는것 같았다.


“찾을 수 있겠어요?”


“그게 문제지. 발자국을 쫒는것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이렇게 쫒아가기만 해서는 따라잡을 수 없을거 같구나. 한번 봐라.”


모던은 자신이 살피던 지면을 내게 가리켰다. 그는 주변의 흙을 보라고했는데, 나는 도저히 뭐가 뭔지 모르겠다.


“발자국이 보이지?”


확실히 그의 말대로 주의깊게 살펴보니 발자국이 보이기는 했다. 희미했지만 흙을 밟은 신발자국이 맞았다. 혹시라도 신발과 비슷한 발자국을 가진 몬스터는 없을테니까.


“여기서 여기까지는 보폭이 좁아.”


모던은 이게 그들이 걸어간 흔적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모던은 꺾인 방향을 가리켰다. 갑자기 잘 가고있던 방향을 돌아 90도로 꺾여있었다.


“여기서부터 뛰었다. 보폭이 넓구나.”


무슨 차이인지 몰랐지만 그가 지적한대로였다. 우리가 발자국을 찾은 방향에서 그들은 급격하게 꺾었는데 꺾은 방향에서부터 보폭이 넓직했다.


“뭐가 다르죠?”


“뛰었다는 소리란다.”


그의 말대로 나는 걷고, 뛰어봤는데 확실히 보폭이 다름을 알 수 있었다. 달릴때의 보폭이 압도적으로 넓었다. 이런걸 알 수 있다니, 신기한걸.


“문제는 이 사람들이 보통 사람이 아니란거지.”


모던은 꺾은 발자국이 있는 방향으로 진행하는 또 하나의 발자국을 지적했다. 이 또한 보폭이 매우 넓었는데, 뛴 것으로 생각하더라도 너무 넓었다. 모던은 그게 큰엄니멧돼지라는 녀석의 발자국이라고 말했다.


“그 녀석의 발자국이 이렇게 생겼어. 하지만··· 하쉬 경이라면 큰엄니멧돼지 정도에 쫒기는건 생각하기 힘든데··· 이건 성기사 둘의 발자국인가보구나.”


“마셸 형이요? 일단 쫒아가야죠.”


모던은 고개를 끄덕였고 우리는 발자국을 쫒았다. 하지만 쫒다가 멈출수밖에 없었다.


“멈춰!”


낮은 목소리였지만 귀에 아주 잘 들리게끔 그가 말했다. 손을 들고 정지신호를 보내는 그에게 의아해하고 있자니 앞을 가리킨다.


‘수풀이 들썩인다고?’


묘하게 피냄새가 나고 있었고 모던은 조심스레 풀숲으로 접근해 잠깐 상황을 보더니 엄지손가락으로 뒤쪽을 가리켰다. 돌아가는게 좋을거라는 신호인 것 같다.


“무슨 일이죠?”


발자국이 꺾은 방향을 되돌아오고 모던은 주변을 빠르게 살피고 말했다.


“큰엄니멧돼지가 죽어있고, 그 시체를 다른 몬스터들이 파먹고있더구나. 아무래도··· 정말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아.”


그 방향으로 갔더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 두 명을 찾을 수 있었을지도 몰랐다. 마셸 형인지 하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지만 너무 위험하다. 그 시체에 몬스터들이 몰려있더구나. 녀석의 시체에 정신이 팔려서 망정이지 잘못하면 우리까지 녀석들에게 노려질뻔했어.”


“그럼 어떻게하죠?”


겨우 찾은 단서였는데 이대로 가만히 있을수는 없었다. 모던은 잠시 고민하다가 일단 다시 오줌을 바르자며 노란화살촉 도마뱀의 오줌을 내밀었다.


“윽, 냄새가 더 심해진 것 같은데요?”


“밀폐된 주머니에 계속 있었으니 어쩔 수 없지. 그만큼 몬스터도 쫒아낼 수 있을거니까 냄새나더라도 좀 참아야할게다.”


그는 오줌을 손에 묻혀 내게 덕지덕지 발랐다. 큰 거부감이 없던 나는 별 반응하지 않았지만 그는 눈쌀을 찌푸리고 코를 찡그리는 등의 반응을 보여주었다.


“모던이 더 참아야겠는걸요?”


“젠장, 화전민 체면 구기는데”


나와 모던은 작게 웃고 갈 방향을 정해야했다.


“그 방향으로 가는건 너무 위험해. 그러니까 이렇게 돌아서 가보자꾸나. 그들이 멧돼지를 잡았다면 적어도 돌아가거나 옆으로 가지는 않았을거야.”


모던은 땅에다 직선 하나를 그렸다.


“이게 그들의 진행방향이라면.”


그리고 모던은 점 하나를 찍고 둥글게 반원을 그렸다.


“우린 이렇게 돌아가는게 좋겠다. 적어도 큰엄니멧돼지 사체에 몬스터가 몰린 동안은 비교적 안전할 수 있을게다.”


“좋은 생각인것 같아요. 찾을수만 있다면 말이죠.”


돌아간다고는 해도, 이런 숲 속에서 온전히 방향을 잡을수가 없으니까 문제였다. 돌아갔다고 생각했는데 한순간의 실수로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있었다. 그냥 숲에서도 힘들텐데 심지어 여기는 ‘붉은 숲’이라는 몬스터가 널리디 널린 장소니까.

내가 이러한 점을 모던에게 말하자 모던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구나. 나는 연금술사라 많은 방법을 알고 있단다.”


그는 그림자와 태양이 있다면 방향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도저히 나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하는데 그냥 그런갑다 생각하고 그를 따랐다.


“얼른 가자꾸나.”


최대한 빨리 찾지 않으면 위험했다. 그들이건, 우리건.






“벤자민 경!”


먹을걸 찾으러 갔던 마셸이 다급히 되돌아왔다. 시간이 좀 걸렸지만, 그의 손에는 나무 열매 몇개가 들려있었다.


“괜찮으십니까? 일단 이거라도···”


벤자민은 마셸의 손에 들린 나무 열매에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그는 어딘가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는데 자연히 마셸의 시선도 그쪽으로 돌아갔다.


“도대체 뭘··· 엇?”


벤자민이 멍하니 보고 있는 방향은 숲의 위쪽이었다. 나무의 위로 아무리 봐도 건물같은 무언가가 작게 보이고 있었다.


“자네도··· 보이나? 그럼 이게 환각은 아닌거로군.”


벤자민은 마셸이 들고 온 나무열매의 껍질을 한손으로 까며 삼켰다.


“저게··· 혹시 네크로맨서의 짓이 아니겠습니까?”


마셸의 말에 벤자민이 작게 긍정했다.


“그럴지도 모르지만 저기밖에 답이 없을것 같네. 미안하지만 부축해주겠나? 저기까지는 가야겠어.”


“하지만 네크로맨서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벤자민은 껄껄 웃으며 수염을 쓰다듬었다.


“두려운가?”


대답하지 않는 마셸을 보며 벤자민은 나무 열매 몇개를 더 집었다. 까서 자신이 먹기도 하고 마셸에게 건네주기도 했다. 일분도 되지 않아서 열매를 다 까먹은 벤자민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말했지않나? 자네의 그 문양은 무얼위해 있는거지?”


붉은 숲으로 마셸이 뛰쳐들기전에 벤자민이 물었던 것이었다. 그 때, 마셸은 태어나서 처음이지만 아주 잠깐 믿고 있었던 신을 의심했다.

정말로 신이 있다면 그 수많은 유골들의 안식을 빼앗게 두지는 않았으리라.

정말로 신이 있다면 무덤을 파헤치는 악마와 같은 자를 살려두지는 않았으리라.


“···지금은 잘 모르겠습니다.”


마셸은 조금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그건 극복해야한다. 언젠가 주교가 한번 말한적이 있었다. 신은 사람에게 시련을 부여하고 그 시련을 극복해야만 성장할 수 있다고.

그럼 이건 시련인걸까?


‘하지만, 다른 사람이 죽어가면서까지 극복시켜야하는게 있을까?’


한 사람을 성장시키기 위해 다른 사람이 죽어야하는게 시련이라면 그런 시련은 필요없다. 그건 분명히 잘못된거라고 마셸은 생각했다.

정말로 신의 이끄심이라면.

그건 잘못됐다.


“신앙보다 신념일세.”


뜬금없어 보이는 말이었다.

하지만 벤자민은 마셸의 속을 꿰뚫어보고 있었다.


“나 또한 그런 의문을 품은적이 있지. 하지만 결론은 신이 있던 없던은 중요한게 아니라는 걸세.”


듀란드께서 계시던 계시지 않던 우리의 행동은 같아야한다고 벤자민은 말했다.


“신을 의심하지말게. 신은 그저 우리의 마음 깊은 곳에서 움직일 힘이 되어주신다네. 그게 신앙이고, 우리 마음이 이끄는 곳이 신념이지.”


덧붙여


“신이 있다고 틀린게 옳아지지는 않고, 옳은게 틀려지지는 않는다네. 누군가가 분명 죄를 지었다면 누군가의 죄는 또 다른 누군가가 심판해야한다네.”


벤자민은 건물을 가리켰다.


“설령 그게 무서운 네크로맨서라도 다를게 없어.”


마셸은 그제서야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있다고 확정된건 아니지않은가? 겁먹지말고 가세나. 빈 건물이라면 좀 쉬면 나도 좋고 자네도 좋지 않은가? 껄껄!”


이 벤자민이라는 성기사는 어쩌면 자신의 생각보다도 훨씬 대단한 사람이라고.


“그럼 이제 가보겠나?”


젊은 성기사는 두려움을 떨치고, 의심을 밀어냈다. 마음 한구석에서는 신에 대한 의심이 있었지만 이제 마셸에게는 중요하지 않았다.

신앙보다 신념.

신의 존재여부보다, 자신의 옳음을 관철하는게 더 중요하단걸 알 수 있었다.


“반드시요.”


어리석은 네크로맨서는 이제 죗값을 치러야 할 때였다.

마셸은 자신의 검을 단단히 쥐었다.


“알 듀란델”


신의 이름으로.


작가의말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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