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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농곰의 서재입니당

리드리스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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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야농곰
작품등록일 :
2018.01.26 10:19
최근연재일 :
2018.09.30 17:30
연재수 :
206 회
조회수 :
67,684
추천수 :
957
글자수 :
1,177,611

작성
18.02.19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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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7
추천
4
글자
12쪽

푸른 악마 9

DUMMY

나는 숲을 달리고 있었다.

이런적이 이전에도 있었던것 같은데. 쿡쿡 소리죽여 웃었다. 그래, 화촌이었지.

그때, 멕과 케인과 함께 셋이서 산을 빠져나왔고 하쉬는 우릴 위해 남았었다. 그러다 헨리가 없단걸 깨닫고 다시 산을 올라갔었는데.

지금도 도망쳤다가 다시 되돌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 때와는 사뭇 의미가 달랐다.


“나 스스로 가는거야.”


그 때는 내 의지로 갔다기보단 분위기에 떠밀렸었다. 그래야할 이유는 있었지만 내 개인이 정한 일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만큼은 되돌아가는건 오롯이 나의 뜻이었다. 내 감정이고, 생각이고, 행동이다. 이유는 있었지만 선택은 내 것이다.


“반드시···!”


정면으로 한 무리의 몬스터들이 스쳐지나간다. 검은색 털을 가진 붉은 눈동자의 늑대들이었다. 그르릉 거리며 놈들은 아쉽다는듯이 날 지나친다.


“······!”


분명 이런 상황이 아니었더라면 놈들은 날 못본체 지나치지는 않았을것이다. 다급한 상황에 오히려 길을 되돌아가는 날 보고 저 몬스터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콰광!

아주 폭력적인 소리가 들려왔다. 손바닥으로 박수치는 소리를 백배쯤 부풀리면 저런 소리가 날까? 화들짝 놀라서 잠시 걸음을 멈추다 뛰었는데 이번엔 쿠웅! 하고 뭔가가 쓰러진 소리가 들렸다. 몬스터들이 지르는 비명소리가 감미롭게 들려와 눈을 질끈 감았다.


“젠장···”


비명소리가 감미롭다니 나사가 하나 빠져버린것같다. 다시 눈을 떴을때는 푸른 화염이 코앞까지 다가와있었다. 이런 빗속에서도 불은 쉽게 꺼지지 않는다.


“들어갈 방법은?”


화염은 공터를 빙 둘러싸고 있다. 쉽게 말하자면 숯덩이가 될 각오를 하지 않는다면 들어갈 수 없다는 소리였다.


“고민하고 있을 시간은 없는데!”


답답함에 가슴을 두드렸다.

아주 잠깐 나무를 타고 오르는건 어떨까 싶었지만 그럴 자신이 없었다. 원숭이도 아닌데다가 하물며 비가 쏟아지는 지금같은 때에 나무타기를 하면 떨어져죽기 쉽상이었다.

그렇게 고민하고 있을 때, 데구르르 툭! 하고 돌 하나가 굴러나왔다. 작은 돌이었지만 마치 어딘가의 신화처럼 푸른 불길을 기적처럼 가르고 내 발에 닿을때까지 굴러왔다.


“돌?”


내 손가락 마디만한 작은 돌.

이끌리듯이 그 돌을 주웠다. 혹시 뜨겁지 않을까해서 멈칫했지만 비까지 내리는데 설마 화상으로 죽진않겠지 싶었다. 내 눈이 잘못된게 아니라면 이 돌은 저 푸른 화염을 가르고 이쪽으로 굴러왔다. 가능하면 돌을 던져서 시험해보고 싶지만 그럴 여유는 없었다. 난 조심스레 팔을 앞으로 뻗었다.

화륵!

돌을 쥔 손이 다가가자 불길이 물러난다. 이 신기한 돌맹이는 푸른 화염을 밀어내고 있었다. 운이 좋다고밖에 못하겠다.

마치 누가 발로 찬것처럼 굴러오다니 나는 이 모든게 운명처럼 느껴져 조용히 꼴깍 침을 삼켰다.


“······!”


뭐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그 목소리를 듣고 가슴깊이 안도할 수 있었다. 익숙하고 잊을 수 없는 목소리, 하쉬의 목소리였다.


‘아직 살아있어.’


그것만으로 모든게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역시 돌아오길 잘했다.


“······!”


또였다. 이번에는 비루의 목소리였다. 그가 죽지 않았다는건 다행이었지만 역시는 역시라고 상스런 소리를 하고 있는것 같았다. 자꾸 화르륵 타오르는 불길때문에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아니, 아니다. 지금 중요한건 불길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나는 다시금 각오를 새겼다.

이 돌이 불길을 밀어내는건 봤지만 재수가 없다면 죽을지도 모르는데.


“간다!”


망설이지 않기로 했다. 망설이면 망설일수록 후회만 깊어진단걸 알고있었기 때문에 그럴 시간에 행동하기로 했다. 첫걸음을 내딛었을때 열기가 나를 유린하는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각오는 모래성만큼이나 쉽게 허물어졌다. 지금이라도 돌아가면 안 될까?

붕붕, 고개를 저었다.

방금까지 한 생각은 도대체 뭐라고 또 도망가고 싶어지냔 말이다. 이를 악물고 나는 한 발을 더 내밀었다. 이젠 정말로 코앞까지 불길이 닿았다. 한 걸음만 더 내밀면 죽을지도 모른다. 사실, 지금 피부에 닿는 열기조차도 화상을 입히기에는 충분하고도 남았다.


“간다아아아아!”


다시 한번 더 목소리를 높였다. 너무나 뜨거웠지만 안심할 수 있었다. 적어도 내가 생각할 수 있다는건 불길이 닿지는 않았단거니까. 나도 모르게 감았던 눈을 뜨고 정면을 직시하려다 역시 눈을 감았다. 뜨거운 열기에 안구의 수분이 다 증발해버릴것 같았다.

도대체 얼마나 걸었을까? 실제로는 한줌도 되지 않는 시간일테지만 내게는 정말로 길게 느껴졌다. 나는 두 손을 마주잡은채로 꽉 쥐었다. 쥐고있는건 바로 불길을 넘어 내게로 굴러온 돌이었다.

이 돌만이 내 생명을 지켜줄 수 있었다.

안면이 뜨겁지 않다는 느낌이 들자 바로 눈을 떴다. 진짜로 얼마나 시간이 지난건지 모르겠다. 체감상은 몰라도 진짜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을텐데...

시야가 흐릿하다. 눈을 감고 있었는데도 안구가 건조해지고 입술이 바싹 말랐다. 그래도 불에 닿은곳은 없었다.

몇번정도 눈을 끔뻑이자 흐릿한 시야가 또렷해진다. 그 동굴에서 조금 자둘걸그랬나? 뒤늦게 피로가 몰려온다.


‘없네?’


잔뜩 긴장하고 둘러보았는데 푸른 악마가 없었다. 분명히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약간의 허탈감이 찾아올무렵 중요한건 그게 아니란걸 깨달았다.


‘그럼 어디갔단거지?’


우웅우웅하며 불길한 마력이 공중을 멤돌고 있었다. 난 흠칫 놀라서 고개를 쳐들었다.


-멈춰라!


그곳에 놈이 있었다. 나는 놈이 거기 있는걸 보고 온 몸이 떨리는걸 느꼈다. 도망쳤던 때와는 다르다. 이 감정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난 녀석이 조금도 무섭게 느껴지지 않았다.

푸른 불꽃도, 거대한 몸집도, 악마의 날개도.


“아?”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뭘 멈추라는 것인지 난 푸른 악마의 시선이 향하는 곳을 보고는 바로 알았다.

그건 분명 좋게 보이는 광경은 아니었다.

모던과 마셸, 벤자민과 비루는 윗옷을 벗은채로 살을 가르고 피를 쥐어짜고 있었다. 마치 흑마법사들의 의식과 같았다. 혹시 뭐 단체로 정신을 놓아버린건가? ···그럴리가 없겠지. 그들의 발밑의 마법진이 웅웅거리며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나 그것 뿐이었다.

난 단숨에 사태를 파악할 수 있었다.


‘그렇구나. 저게 푸른 악마를 봉인할 수 있는거라는 뜻이겠지?’


내가 뭘 해야할지 알겠다. 나는 단숨에 날듯이 뛰어 그들에게로 다가갔다.


“조금만 더!”


비루가 팔을 아주 쥐어뜯고 있었다. 뼈가 드러날 정도였다. 작작좀하지··· 아하하, 하긴 이 사람에게 뭘 바라겠어?

난 말없이 손을 내밀었다.


“리, 리드?!”


벤자민씨가 나를 놀라서 쳐다봤다. 그 마음은 이해못할게 아니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 웃옷이 축축해서 불쾌했다. 일행들이 모두 나를 쳐다본다.


“···미안해요.”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미안하다고 해 둘까. 나는 단검을 쥐었다. 뭐라고 말해야할지는 몰라도 뭘 해야할지는··· 알고 있다.

손바닥을 나 스스로 갈랐다. 살짝 눈쌀을 찌푸렸다. 도저히 좋아할 수 없는 감각이었다.


-죽어라!


타오르는 듯한 목소리는 모두의 귀에 또렷히 들린듯 했다. 다들 조금씩 안색이 바뀌었다. 푸른 악마를 등지고 있던 나는 몸을 돌려 놈이 무엇을 했는지 보았다.

아, 젠장.

보자마자 생각한게 그거였다.

손바닥에서 핏물이 흐르는게 느껴진다. 단검으로 잘랐는데 생각보다 상처가 얕았나보다. 피를 바치는건 다른 사람들한테 맡겨두도록 하자. 아니··· 것보다 마법진이 빛을 내뿜고 있었다. 이미 작동한 듯 싶었다.

두 다리가 후들후들 떨린다.

내가 기억하고 생각하는건 어느 등이었다.

그 등을 따라서.


“난 더 이상 네가 두렵지 않아!”


정말로 두렵지 않다.

나는 스스로를 암시하듯이 그렇게 속삭였다. 한 걸음을 내딛자마자 후끈한 열기가 나를 덮친다. 빗속에서 열기라니 어울리지 않는다. 하물며 겨울인데도.

첫 걸음을 내딛자 뒤는 쉬웠다. 지면을 박차고 달려나간다. 모두의 앞으로. 아니다, 모두에게서 멀리 떨어져야했다.

다가오는 불길한 푸른 구체는 문외한인 나라도 닿는 순간 이승에 있을 수 없다는걸 알게 만들었다.



“아, 안돼! 돌아와! 리드!”


직선으로 달린다. 저게 날 향하는 건지 일행을 향하는건지 확신할 수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지금 무슨 표정을 하고 있을까? 난 쓰게 웃었다. 하쉬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구체와의 거리가 좁혀진다.

열 걸음. 열 걸음만큼의 거리를 두고 있다. 난 그 순간 알 수 있었다. 저 구체는 이 근방을 뒤덮은 푸른 화염을 눌러담은 것이라고.


‘죽는건 분명하겠네.’


일곱 걸음.

움직이기가 힘들었다. 압도적인 힘 앞에 강제로 눌러졌다고 해야할까? 숨이 턱턱 막혀오는 기분이었다.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리드!”


네 걸음.

방금 내 이름을 부른 것 같은데. 누구 목소리였지? 모르겠다. 안면이 일그러진다. 죽음이라는게 형상화되어 나를 덮치려했다.


“와!”


세 걸음째에 나는 크게 외쳤다. 구체가 스스스 흩어지고 있었다. 눈을 크게 떴다. 도대체 왜? 작동된 마법진 때문인가?

어쩌면 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윽!”


두 걸음째를 내딛기도 전에 무언가가 나를 옆에서 밀쳤다. 그 구체가 일행을 덮칠지도 모른다는 다급함에 이를 악물고 일어났다. 내가 이해하기도 전에 푸른 악마의 비명이 들렸다.


-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원통하다는 듯이 악마는 울부짖는다.

다행이었다. 마법진은 성공적으로 작동한 듯 싶었다. 다섯명의 피를 탐욕스럽게 삼킨 마법진은 푸른 악마와 푸른 불꽃들을 탐욕스럽게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먼저 공터를 뒤덮고있던 불길이 마법진에 빨려들어간다.


-쿠오오오오오오! 만년의 기다림이었다. 만년의 기다림이었어! 그 시간을 헛되이 보낼줄 아느냐! 이대로 돌아갈 수 없다아아아!


날개를 펄럭이던 푸른 악마는 마법진에 저항하고 있었다. 지면에 바짝 엎드린채로 들짐승처럼 땅을 쥐어뜯고 있다.


-이대로 돌아갈 수는 없다! 절대로!


그건 누가 보더라도 최후의 발악이었다. 그러나 발악이라도 저 정도의 악마가 하면 의미가 전혀 달랐다. 마치 이곳과 함께 사라지기라도 하겠다는듯이 마지막 힘을 그러모으고 있었다.


“하쉬이이이이이!”


비루의 비통한 음성이 나를 깨웠다. 아아! 그래. 하쉬는 어디에 있지?

뒤늦게 날 밀친 무언가에 생각이 미쳤다.


“리드.”


아니야. 그럴리가 없어.

그럴리가 없다.


“잘 했다.”


성기사는 언제나처럼 다정한 목소리로 나를 칭찬했다.


“하···”


하쉬. 목이 메여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뇌가 정지해서 도대체 무슨 일인지 실감할 수가 없었다.


-증오스러운 벌레들! 역겨운 벌레들! 쿠오오오오오오오오오!


위협적으로 푸른 악마가 울부짖었다. 하쉬는 피곤하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 손에 쥐고 있는것은 화촌에서 만났던 퇴역병사의 칼이었다.


“하쉬?”


성기사 하쉬는 힘찬 걸음으로 평소와 다름없이 자신의 적에게로 향했다.


“하쉬. 그럴 필요 없잖아요···.”


하쉬 말고도 사람이 있었다. 비루도 마셸도 모던도 벤자민도 있다. 그리고 도움이 될지는 몰라도 나도 있었다.


“······.”


하쉬는 내 말을 들었는지 우뚝 걸음을 멈췄다.

내가 흔들린건지 그가 고개를 끄덕인건지 알 수 없을정도로 옅게 그가 끄덕였다.


“이게 내 일이니까.”


성기사는 푸른 화염속에 타오르면서도 그렇게 말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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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빈 자리 18.02.21 391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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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푸른 악마 4 18.02.14 344 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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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붉은 숲 10 18.02.05 349 5 10쪽
32 붉은 숲 9 18.02.02 374 6 11쪽
31 붉은 숲 8 18.02.01 339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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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붉은 숲 6 18.01.30 345 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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