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야농곰의 서재입니당

리드리스 일대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야농곰
작품등록일 :
2018.01.26 10:19
최근연재일 :
2018.09.30 17:30
연재수 :
206 회
조회수 :
67,694
추천수 :
957
글자수 :
1,177,611

작성
18.03.01 06:13
조회
321
추천
5
글자
11쪽

교국으로 2

DUMMY

하루가 더 지나고, 교국으로 출발하는 날이 되었다. 그날이 되도록 벤자민 씨는 아직도 옆구리를 쥐고 끙끙 앓고 있었다.


“드디어 가는구만. 그동안 수고했네.”


공치사를 하며 벤자민이 마셸의 어깨를 작게 두드렸다.


“괜찮으십니까? 이렇게 나오지 않으셔도···”


“괜찮다니까 그러는군. 너무 늙은이 취급하지 말게나. 껄껄!”


마셸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비루나 모던때와는 달리 마셸은 이 신전에서 진짜로 한솥밥을 먹었던 같은 성기사이니만큼 신전에 상주하고 있는 대부분의 인원이 반겨주고 있었다.


“드디어 가는군. 마셸 경.”


대표격으로 주교가 한 걸음 나와서 그들에게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흐뭇한 미소지만 눈빛은 날카롭게 리드를 노려보고 있었다.

아마 리드가 교국으로 향하는게 아직까지도 마음에 들지 않는거겠지.


“그동안 폐 끼쳤습니다.”


“리드. 너라면 잘 할수 있을게다. 다음에 만날땐 너도 성기사가 되어있었음 좋겠구나.”


잠깐의 노려봄 후에 주교는 선한 미소를 지우지 않고 리드에게 그렇게 말했다.


“아, 네.”


한 걸음 물러나며 대답하는 그 모습에 마셸은 피식 웃어버렸다. 아무래도 주교를 껄끄러워하는건 자신 뿐만은 아닌것 같아서.


“리드. 너도 잘 지내야한다.”


“그럴게요. 벤자민 씨도 빨리 상처가 낫길 바래요.”


벤자민이 가볍게 안아주었다. 마부석의 정보사제는 이제 슬슬 출발하겠다고 말했고 마셸과 리드는 함께 마차로 향했다.


“그럼 다들 수고하십시오.”


“잘 가게!”


신전의 사람들의 배웅을 받으며 마차의 문을 열고 들어간 둘은 조심스레 앉았고 마부가 채찍질하자 히힝 하는 소리와 함께 말이 달리기 시작했다.

덜컹, 덜컹, 덜컹!


“마차는 처음 타보네.”


십분쯤 달리다가 리드가 꺼낸 말이었다. 마셸은 리드가 빈민가에 살고 있었단걸 떠올리고 그렇겠구나 싶었다. 마차가 영 익숙하지 않은지 불편한듯 계속해서 앉는 자세를 바꾸고 있었다.


“어지럽진 않고?”


“그건 괜찮은 것 같아.”


멀미는 하지 않는것 같으니 다행이었다. 뒤척이던 리드는 이내 편한 자세를 찾은것처럼 보였다.


“근데 저 사람은 왜 마부석에 있는거야?”


리드가 말한 마부석에 있는 사람이란 정보사제를 말했다. 원래라면 성기사인 마셸이 마차를 몰거나 아니면 마부를 따로 고용하는게 일반적이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아, 그게···”


쓴웃음을 지으며 얼버무릴까 말해줄까 고민하다가 그냥 말해주기로 했다.


“정보사제님은 실수를 하셔서 교국으로 가는거야. 벌을 받으러 가는데 편히 마차를 타고 갈 수는 없다는거지. 그래서 마부역을 자청하신거고.”


자청이라고 말은 했지만 사실 주변의 눈치가 보이기 때문이었다. 마부석에 편안히 앉아서 간다고 했으면 주교가 잡아먹으려고 했을지도 모른다. 마셸도 뒤늦게나마 신전의 사람들에게 자초지종을 들었기에.


‘그건 고맙군.’


덕분에 마부를 구하지 않아도 되는건 고마운 점이었다.


“아. 그렇구나.”


물어보긴했지만 별로 흥미없다는 투였다. 리드는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고 덜컹거리는 바깥이 제법 신기한듯 쭉 보고있었다.


“뭘 그렇게 보고있어?”


“그냥. 난 가만히 있는데 달리는것보다 빨리 갈 수 있단게 신기해서.”


“그래? 저번에 말 타봤다고 하지 않았나?”


붉은 숲으로 갈 때 리드가 탄 게 말이었다. 그 때도 같은 경험을 했을텐데.


“그땐 좁고 되게 흔들린데다가 주변을 볼 여유가 없었거든.”


고개를 주억이며 마셸이 수긍했다. 열린 창문으로 차가운 바람이 불어와 창문을 닫으라고 말하려다 이제 겨울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걸 생각하고는 그냥 맞기로 했다.


“시원하네.”


덜컹, 덜컹.

흔들리는 마차 속에서 시간은 천천히 흘러간다.

마셸과 리드가 교국에 도착한건 사흘이 더 지나서였다.




***




마셸과 리드를 송별하고 주교는 탁자 위의 서류 하나를 보며 형언할 수 없는 표정이 되었다.


“모던··· 그 모던이 맞다는 소리로군.”


마셸과 벤자민이 붉은 숲으로 들어갔고 조사대가 복귀한 후, 하쉬와 비루가 출발하고 그 다음으로 리드와 모던이 출발했었다.

주교는 이같은 일들을 귀로 듣고 모던이라는 이름이 목에 걸린 가시처럼 찜찜해서 정보사제에게 시켜 조사해달라고 했었다. 정보사제는 교국으로 가기 바로 직전에 정보를 찾아낼 수 있었고 서류를 두고 떠난 것이다.


“아르미안 마탑의 그 모던이란 말이지···”


모던이라는 이름은 15년 전에 무척이나 유명한 이름이었다.

왕국에 하나뿐인 아르미안 마탑에서 서른이라는 나이에 마법연합, 마련이 주최하는 대회에서 순위권에 들 만한 실력을 가지고 연금술에도 능통한 대단한 인재였다.


“안타까운 일이었지.”


그러나 그 이름이 묻힌건 한순간이었다.

아르미안 왕국과 국경을 맞닿고 있는 코아티르 왕국의 첩자라는 누명을 써버린 것이었다. 어이없게도 같은 계통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말이다.

불행하게도 그 누명 하나로 모던은 자신의 마력회로를 모조리 잘려버렸다. 차기 탑주가 될만한 유망주가 그렇게 탈락했다.


“설마 살아있었을줄이야.”


15년 전, 마력회로가 잘리고 심한 구타를 받아 처형 전날 옥에서 숨을 거뒀다고 했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나보다.

주교는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했다. 아는 사람들은 그게 전부 누명이라는걸 알지만 겉으로는 죄인으로써 드러나있으니.

그가 살아있다면 어떻게든 써먹을 수 있을터다.


“음?”


모던을 어떻게 써먹을까 생각하던 주교는 똑똑하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들어오라고 말하자 문 밖에서 들어온건 벤자민이었다.


“오오, 벤자민 경이 아닙니까?”


벤자민은 흘긋 주교의 책상을 훑었다. 주교는 반사적으로 서류를 책상 아래로 숨겼다.


“업무를 보시고 계셨군요. 죄송합니다.”


가볍게 사과하는 벤자민을 보며 주교는 인자하게 웃었다.


“아닙니다. 지끈거리던 머리가 덕분에 좀 식혀지는 것 같군요. 그래, 무슨 일로 이 늙은이의 방에 오신거지요?”


“하하, 저희 연배야 비슷하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군요. 허허!”


벤자민은 슬슬 용건을 꺼내기 시작했다.


“제가 찾아온건 다름이 아니라 네크로맨서에 대한 일입니다.”


“으음··· 네크로맨서 말입니까.”


주교는 침음성을 흘렸다. 벤자민이 말한 네크로맨서란 조사대와 교전이 있었음에도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했을 정도로 강대했다는 그 네크로맨서였다.


“맞습니다. 그 네크로맨서. 아직 말씀드린 적이 없지만 그 네크로맨서에 대한 몇 가지 정보를 가지고 있습니다.”


“호오. 말씀해보시지요.”


흥미롭다는듯한 눈빛이었다. 일전에 붉은 숲에서는 푸른 악마에 대한 이야기로 입을 맞추느라 네크로맨서를 본 적이 있다~ 정도로만 끝냈으니 좀 더 자세한 얘기가 나오는건 주교로서도 환영하는 바이겠지.


“푸른 악마와 마주하기 직전, 우린 놈을 만났습니다.”


푸른 악마가 봉인에서 풀려났을 때, 하쉬와 비루, 모던과 마셸은 탑 내부에서 푸른 악마와 싸우고 있었다.


“오, 그렇게 들었지요.”


“그 상황에서 아주 잠깐 교전이 있었는데 그 사이 놈의 정체를 밝혀낸것이지요. 저는 놈이 리치라고 생각했습니다.”


“흠···”


리치라는 말이 나오자 주교의 안색이 대번에 불편해졌다. 보통의 네크로맨서를 쫒는것과 언데드가 되어 육체의 제약이 없어진 네크로맨서를 쫒는건 크나큰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놈은 리빙데드더군요.”


쾅! 주교가 책상을 치고 일어났다.


“리빙데드! 그 저주받을 것들이 아르미안 왕국에 있단 말입니까?”


“저 또한 믿기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보통 리빙데드도 아니더군요.”


“······.”


계속해보라는듯한 시선에 벤자민은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보통 리빙데드라면 전신의 살이 있었을테지만 놈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상체 일부만 살점에 뒤덮여있었고 나머지는 리치와 같았습니다.”


“허어··· 그런일이. 혹시 놈이 변장같은걸 한건 아니겠습니까?”


“피를 흘리던 것으로 보아서는··· 아닌것 같습니다.”


“으음! 리빙데드라. 리빙데드란 말이지요···”


고민하는 주교에게 벤자민은 다른 용건을 꺼냈다.


“그리고 제게 잠깐 시간을 내주시지요.”


뜻밖의 말에 주교가 고개를 들었다. 벤자민은 수십년간 성기사일을 하면서 성실하기로 유명해 휴가조차 제대로 쓴 적이 없는 사람인데.


“무슨 일이시길래 벤자민 경께서···?”


“별게 아니라 그저 상처가 쑤시는지라 바깥 공기나 쐬볼까하고 말입니다. 지금 몸상태로는 성기사 직무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을것 같은지라··· 허허!”


“알겠습니다. 일단 나가보시지요. 그리고··· 방금 서류에 대해서는?”


“네? 뭐가 있었습니까?”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빨리 상처가 회복되길 빕니다.”


주교의 축객령에 벤자민은 방 밖으로 나와서 고개를 돌렸다. 이미 닫힌 문 너머로 아까 언뜻 보았던 서류가 눈에 밟혔다.

그 짧은 시간동안 서류를 본다는건 보통 사람이라면 턱도 없겠지만 벤자민 정도의 눈썰미를 가진 사람에게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모던···’


벤자민의 눈이 삐지 않았더라면 그 서류는 모던에 대한 것들이 적혀있었다. 너무 짧은 시간인지라 벤자민조차도 완전히 다 읽을수는 없었지만.


‘그 아르미안 마탑의 처형됐다고 알려진 마법사가 모던이었단말인가?”


적어도 그 사실만큼은 확실하게 보았다.

생각해보면 한번쯤은 의심할만했지만 문제는 그 사건 자체가 너무 오래전 일인데다가 잊혀져있었던지라 떠올리지 못했던 것이다. 아직도 첩자라고는 하지만 아는 사람들은 얼토당토않은 헛소문임을 알고 있었고, 벤자민 또한 그런 사람이었다.


‘확실히 그는 뛰어난 구석이 있었지.’


벤자민은 잠깐 고민했다.

주교의 성격으로 보건데 당장에야 모던을 압박할 생각이 없을지 몰라도 나중에 무슨일이 생기면 이용해먹으려 할 것이다. 이 일을 모던에게 말해줘야할까?


‘바보같은 고민이군.’


원래 벤자민은 휴가같은걸 받을 생각은 없었다. 그 자리에서 갑자기 생각나 말한 것이다. 휴가를 받았다는것은 어차피 그럴 생각이었다는 것이다.


‘말해줘야겠어. 화촌, 다시 가야겠군.’


벤자민은 그 길로 신전을 나섰다.


작가의말

댓글,댓글,

추천,추천

선작,선작.

조회?조회!

언제나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리드리스 일대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6 대주교 2 18.03.06 337 4 12쪽
55 대주교 18.03.05 319 4 12쪽
54 교국으로 3 18.03.02 336 4 12쪽
» 교국으로 2 18.03.01 322 5 11쪽
52 교국으로 18.02.28 330 5 11쪽
51 빈 자리 6 18.02.27 336 4 13쪽
50 빈 자리 5 18.02.26 339 5 16쪽
49 빈 자리 4 18.02.23 340 6 11쪽
48 빈 자리 3 18.02.23 341 4 14쪽
47 빈 자리 2 18.02.22 343 5 14쪽
46 빈 자리 18.02.21 391 4 12쪽
45 푸른 악마 9 18.02.19 338 4 12쪽
44 푸른 악마 8 18.02.19 339 6 18쪽
43 푸른 악마 7 18.02.16 304 4 13쪽
42 푸른 악마 6 18.02.15 316 4 11쪽
41 푸른 악마 5 18.02.14 323 5 11쪽
40 푸른 악마 4 18.02.14 344 5 14쪽
39 푸른 악마 3 18.02.13 317 5 14쪽
38 푸른 악마 2 18.02.12 322 4 16쪽
37 푸른 악마 18.02.09 360 6 15쪽
36 붉은 숲 13 18.02.08 357 4 12쪽
35 붉은 숲 12 18.02.07 347 5 12쪽
34 붉은 숲 11 18.02.06 355 4 13쪽
33 붉은 숲 10 18.02.05 349 5 10쪽
32 붉은 숲 9 18.02.02 374 6 11쪽
31 붉은 숲 8 18.02.01 339 4 12쪽
30 붉은 숲 7 18.01.31 355 4 11쪽
29 붉은 숲 6 18.01.30 345 5 10쪽
28 붉은 숲 5 18.01.29 384 4 10쪽
27 붉은 숲 4 18.01.26 391 5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