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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농곰의 서재입니당

리드리스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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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야농곰
작품등록일 :
2018.01.26 10:19
최근연재일 :
2018.09.30 17:30
연재수 :
206 회
조회수 :
67,881
추천수 :
957
글자수 :
1,177,611

작성
18.02.06 12:11
조회
355
추천
4
글자
13쪽

붉은 숲 11

DUMMY

이상하게 가슴이 두근거리고 있었다.

아마 긴장감? 혹은 걱정? 그런 이유일까? 무엇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게 시간이 지나 하쉬는 눈을 뜨고서도 곧바로 자리를 털고 일어나지는 못했다. 탱탱 부운 눈은 마치 벌에 쏘인것같은 모습에 목이 막히는지 연신 기침을 해댔다.

몇분이 지나고서야 마침내 한 마디를 힘겹게 꺼냈다.


“여긴···”


잠깐 상황파악을 못하다가 기침을 콜록였다. 숨을 제대로 고르지 못하는 그 모습에 물을 건네주고 싶었지만 없었다. 마침 날이 밝았지만···


“아직 붉은 숲이에요.”


내 목소리가 의외였던걸까? 흠칫놀라며 하쉬는 고개를 돌리려했으나 몸이 따라주지 않는 모양이었다. 마비독이라던데 과연··· 효과가 대단해보였다.


“리···드냐?”


떠듬떠듬 그가 말을 물었다. 모던은 꾸벅거리다가 잠을깨고 놀라서,


“오, 이런. 나도 자버렸군.”


마침 타이밍좋게 모던도 일어나 하쉬가 깨어난것에 기꺼워했다.

하쉬는 잠깐 자신의 품을 곁눈질했다. 육포를 꺼내먹은게 바로 들킨건가? 그러나 그게 아니었나보다.


“안에··· 조금··· 물”


물? 물이 있다는걸까?

육포를 뒤질때는 몰랐는데··· 내가 그의 말대로 품을 조금 더 뒤졌는데 역시 아무것도 없었다.


“아, 뒤···에”


품이 아니라 뒷쪽에 있었나보다. 하쉬의 등춤에도 주머니 하나가 있었다. 이런곳에 주머니라니··· 신기한데?

하쉬의 뒷춤에는 그의 말대로 작은 주머니가 있었다. 출렁이는것에서 물이 들어있다는건 알 수 있지만, 마찬가지로 많이 들어있지 않단건 알 수 있었다.


‘못찾아서 다행이지··· 혹시 찾았으면 육포 먹다가 다 마셨을지도’


뚜껑을 뽁 하고 따서 하쉬의 입에 솔솔 넣어주었다. 그는 물을 한 모금 받아마시고 짧게 숨을 골랐다.


“고맙다. 한결 낫군”


몇번이나 콜록이거나 움찔거리는 꼴을 보면 그래보이지도 않았지만 정말로 그렇다는듯이 미미하게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래서 서펜트의 독이란게 장난 아닌가보네요”


어지간해서 내색하지 않는 하쉬인데··· 그렇다기보다 하쉬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하··· 당한건 처음인데 말이지. 죽을때까지 술을 마신 기분이야.”


독이랑 술이랑 비슷한걸까? 마셔보지 않아서 모르겠는데.


“동감이라고”


갑자기 옆에서 들린 소리에 놀라 그쪽을 쳐다봤다. 딱 삼십초전의 하쉬와 같은 몰골으로 비루가 휑한 얼굴로 눈을 번뜩이고 있었다.


“아, 깜짝 놀랐네! 사람 놀라게하지 좀 마요!”


짜증을 담아서 핀잔을 주자 비루는 그저 코웃음쳤다.


“흥. 왜? 겁먹었냐?”


그 와중에 주둥이는 살아서 움직이는게 예사롭지 않았다. 것보다 이 양반은 뭐가 이렇게 쌩쌩한거지? 심한 몰골이기는 해도 방금의 하쉬보다는 훨씬 나아보인다.


“난 노란화살촉 도마뱀한테 수십번이나 쏘여봤단말이지. 래서 서펜트도 비슷한 마비독이니 아주 조금은 내성이 있단 말씀이야”


···자랑인가? 것보다 물어보진 않았는데?


“것보다 빌어먹을 꼬마. 왜 여기있는거냐?”


“뻔하지않소? 당신들을 구하러온거지”


이번에 말한건 모던이었다. 비루는 눈을 몇번 끔뻑이며 모던을 보았는데 누구더라? 하는 눈빛이었다. 안면이 있는걸까?


“구해? 누가? 저 꼬마가? 우릴?”


하지만 금세 피식 웃어버렸다. 정확하게 말하면 구하러온게 아니긴 하지만···


“정확히는 알리러온거에요. 신전의 일을요”


“신전? 그게 무슨말이냐?”


갑작스레 하쉬가 진지한 분위기를 풍겼다. 성기사라니까 신전이라는 단어에 되게 민감한가보다. 일변한 분위기에 잠깐 얼떨떨했는데 나 대신 모던이 설명하기 시작했다.


“먼저 왕국의 상태가···”


모던은 현재 왕국에 반란이 일어났고, 레너 왕자가 일으킨 반란이 성공리에 끝마쳐 왕위에 즉위했다고 말했다. 또한 그 이유가 일가족이 알 수 없는 누군가의 꼭두각시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미 참살당한 일가에게서 확인할 방법이 없었고 신전은 의심을 피하기 위해 그들에게 협력하거나, 혹은 안전을 위해 왕국에서 발을 빼야한다고 말했다.

이 경우 발을 뺀다면 하쉬와 비루는 실 끊어진 바늘 신세가 된다는 소리였다.


“···하하”


이야기를 듣고 난 그의 표정은 어이가 없다는듯한 표정이었다.

뒤통수를 거하게 한대 맞으면 딱 저런 표정이 될 것 같았다. 레너 왕자가 반란이라··· 하긴, 나도 잘 믿기지 않았는데 그로써는 오죽하겠는가? 이제 생각해보면 나도 뒤통수를 맞은 격이 아닐까?


“잠깐잠깐! 그러니까 지금 중요한게 반란이고 나발이고가 아니라 자칫 잘못하면 저 성기사 양반들이 문제가 아니라 신전에서 푸른 악마는 신경도 못쓰게 된다는거 아냐?”


비루에게는 그게 중요한듯 싶었다.

푸른 악마라··· 대충 이야기는 들었지만 솔직히 얼토당토않은 소리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겠지. 일이 어떻게 굴러가던 푸른 악마에 신전이 신경쓸 겨를이 없을게요.”


담담히 하쉬가 긍정했다. 그의 긍정에 비루의 이마에 잠깐 힘줄이 돋아난 듯 싶었다.


“아니 이런 개떡같은 상황이 다 있나? 그럼 내가 여기서 하는 짓거리는 다 뻘짓이라는 소리 아냐? 그럼 내가 목숨걸고 여기 올 이유가 없었던거잖아!”


밤은 아니지만, 동굴속인지라 그의 목소리는 쩌렁쩌렁 동굴안을 울렸다. 잠깐의 침묵을 깨뜨린것은 하쉬였다.


“그럼··· 돌아갈거요?”


그렇게 묻자 비루는 입을 꾹 다물었다.

당장에라도 돌아가자고 말할거라 생각했는데 의외였다. 솔직히 까놓고 말하자면 비루와 마셸, 그리고 벤자민은 전혀 관계가 없으니까 비루가 돌아간다고 해도 도의적 책임은 둘째치고 자신의 목숨이 걸린 이상 비난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텐데···

나도 마셸 형만 아니었어도 당장 돌아가자고 했을것이다.


“하, 젠장!”


한참을 생각하더니 비루는 옆으로 침을 탁 뱉었다. 어느새 마비는 다 풀린 모양이었다. 해독이 참 빠르기도 하지. 어느새 하쉬도 비루도 괜찮아보였다.


“이거, 손해보는 장사라고! 진짜 내가 손해보는 짓은 안하는데! 호구잡힌거랑 뭐가 다른거냐고 이게!”


그러면서도 창을 짚었다. 끄응차 하며 몸을 일으키려는데 살짝 비틀거리는게 마비가 완전히 풀리지는 않았나보다.


“것보다, 이 빌어먹을 꼬맹이한테 한 소리 해야하는거 아닌가?”


왜 갑자기 나한테 화살을 돌리는건지··· 하여튼 마음에 안 드는 어른이라니까.


“그건 그렇소. 리드. 난 기다리라고 했을텐데?”


그건 그렇지만 하쉬, 전 방금 설명을 했을텐데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을걸 알았기에 곁눈질로 모던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그는 어째서인지 아까부터 표정이 굳어있었다. 혹시 모던도 래서 서펜트에게 물린건가? 그럴리는 없지만.


“걱정되서 왔다고 해 둬요. 나중에 혼나는건 감수할테니까”


당당한 대답에 살짝 어이가 없는지 하쉬가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머리가 지끈거린다는 제스쳐를 저만큼 잘 표현할 수 있는 동작도 없을것이다.


“하··· 이미 와버린건 어쩔 수 없지만, 돌아가서는 혼날 각오를 해둬야할게다. 그리고 모던 당신은···”


“상을 줘도 모자랄판에”


작게 궁시렁대자 하쉬는 쿨하게 무시하며 피곤하지 않느냐고 말을 건넸다.


“별로 피곤하진 않네요. 모던은 어때요?”


피곤하다고 하면 나보다는 모던일 것이다. 동굴에서 그렇게 말해왔고 실제로 꾸벅 졸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나는 왜 피곤하지 않은지 모르겠지만 좋은게 좋은거였다.


“꼬맹아. 객기부리는거 아니지? 괜히 나중에 잠온다고 징징대면 진짜로 때려버리는 수가 있으니까?”


“아··· 하긴 누구씨가 마비되서 한 잠도 못잤긴하네요?”


“이 꼬맹이가! 진짜 한 마디도 안 지려하네!”


이번엔 내가 코웃음쳤다. 그 사이 모던은 옆에서 자신은 잤으니 괜찮다고 했고 그럼 하쉬는 십분만 쉬다가 출발하겠다고 말했다.


“당신은 마셸 경과 벤자민 경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오?”


그 물음에 하쉬가 생각하는 와중에 비루가 어이없다는 듯이 답했다.


“당연히 못 찾지. 여기서 어떻게 사람을 찾아? 이미 몬스터 뱃···”


움찔, 하고 말을 멈췄는데 하쉬의 눈치를 보는듯 싶었다. 하기사 하쉬에게는 이렇든 저렇든 동료일테니 말이다.


“여기서 찾기 힘든건 사실이잖아! 댁들이 우릴 찾은것도 솔직히 운이라고! 운! 천운! 그런게 몇번씩이나 있을것 같아?”


비루의 말은 사실이었다. 이 붉은 숲에서 우리가 그들을 찾은건 천운에 가까웠다. 모던이

추적술에 능해 발자국을 쫒고, 흔적과 소리를 쫒았다고는 해도 시간이 벌어진 이상 소리와 발자국이 지워질 가능성 또한 얼마든지 있었다.

그러지 않았던건 천운. 그 외에는 설명할 수 없었다.


“게다가 우리와 당신네들이 얼마나 차이나는지 모르겠지만··· 여기까지 온걸 보면 하루차이도 안 날걸? 그러니까 어찌어찌 찾을 수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성기사 양반들은 우리랑 나흘만큼 거리차이가 있다고. 댁들이랑은 닷새차이지. 닷새동안 준비도 없이 여기서 살아남을 수 있을거라 생각해?”


“······.”


정작 돌아가자고 말하지는 않은 주제에 저렇게 말하다니.


“그럼 돌아가자는거요?”


“모르겠다고! 어차피 구할 확률이 없다시피한데 목숨까지 걸어야하는지는 모르겠어. 근데 하쉬 이 양반이 가자고 하니까 가는거지!”


핏 하고 웃어버렸다. 결국 하쉬때문이란 핑계는 댔지만 구하러는 가겠다는 소리 아닌가?


“고맙소.”


하쉬가 작게 고개숙였다. 비루는 멋쩍다는 듯이 됐다고 틱틱댔지만 일행의 분위기가 살짝 좋아진 것 같다.


“···하지만 돌아갑시다.”


마치 초를 치는 것처럼 하쉬가 그렇게 말했다.


“뭐?”


“···돌아가야겠소. 그 두사람을 구하기 위해서 다른 세 사람이 위기에 처한다면 그건 잘못된거요. 그 사람들도 그건 바라지 않을거요.”


“기다리시오. 하쉬 경.”


생각해보면 모던이 숲에 온 이유는 절반은 하쉬였지만 나머지 절반은 마셸과 벤자민 때문이었다. 동의할 수 없는걸까?


“그건··· 좋소. 하지만 우리가 여기서 빠져나갈 수 있겠소?”


의외로 모던이 말하는건 현실적인 문제였다.

다들 어른이라는걸까? 현 상황을 직시하고 있었다. ···마셸 형은 그러면 못 구하는걸까?


“그것도 모르겠소. 하지만 두 사람을 마냥 구하는것보단 여기서 빠져나가는게 훨씬 가능성 있다고 생각하오.”


운 좋다면 돌아가는 길에 두 사람을 구할 수 있을거라 말했지만 그게 가능성이 적다는것을 알 수 있었다. 십분 정도가 지나고 우리는 슬슬 동굴을 벗어나 걸었다. 당장 밖에는 햇살이 내리쬐고 있어 기분이 좋았다.


“우리가 왔던길은 저쪽이오.”


모던이 길을 앞장섰다. 그는 스스로 추적술을 배웠다고 말했으니 우리가 왔던길을 되돌아갈 생각인듯 싶었다. 어디까지 발자국이 남아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달리 뾰족한 수도 없었고 괜히 길을 잘못들어서 돌아가는게 아니라 깊숙이 들어가서는 본전도 못 건지니까 말이다.

한참을 그렇게 걷다가 몬스터도 만나고 이상한 것들도 보고 두 시간쯤 지났을까? 내 배꼽은 그렇게 외치고 있었다. 아마 정확할 것이다.

문득 비루가 크게 외쳤다.


“어이! 저거, 저거!”


그가 놀라며 가리킨 곳은 위였다.

위? 뭔데 위를 가리키는거지? 날아다니는 몬스터라도 있는걸까?


“저게···”


놀랍다는 듯이 모두가 탄성을 질렀다. 나는 잘 보이지 않았지만 하쉬가 들어올려주자 그제야 볼 수 있었다.

나무의 위로 아주 빼꼼히, 그러나 확실하게 어느 구조물이 보이고 있었다.


“이 붉은숲에 저런게 있다니?”


“하하! 행선지는 정해진 것 같은데? 안 그래?”


“발자국을 쫒는건 여기까지 해야겠군.”


각기 다른 반응을 보여줬지만 의견은 같았다. 왜 그런 결론이 나온지 몰랐지만 그들이 말해주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붉은 숲에서 저런게 있다는건 이상하거니와 만약 마셸과 벤자민이 살아있어서 저 건물을 보았다면 그리로 갔을거라며···

어렵지않게 생각할 수 있다고는 하는데··· 저 건물 여기있는게 무지 수상한데.

허나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


우리는 그 방향으로 걸었다.


왜인지 가슴의 두근거림은 멈출기미 없이 점점 심해지고만 있었다.


작가의말

추천,선작,조회,코멘트는 언제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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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빈 자리 4 18.02.23 341 6 11쪽
48 빈 자리 3 18.02.23 342 4 14쪽
47 빈 자리 2 18.02.22 343 5 14쪽
46 빈 자리 18.02.21 392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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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푸른 악마 8 18.02.19 340 6 18쪽
43 푸른 악마 7 18.02.16 304 4 13쪽
42 푸른 악마 6 18.02.15 317 4 11쪽
41 푸른 악마 5 18.02.14 323 5 11쪽
40 푸른 악마 4 18.02.14 345 5 14쪽
39 푸른 악마 3 18.02.13 318 5 14쪽
38 푸른 악마 2 18.02.12 322 4 16쪽
37 푸른 악마 18.02.09 361 6 15쪽
36 붉은 숲 13 18.02.08 357 4 12쪽
35 붉은 숲 12 18.02.07 349 5 12쪽
» 붉은 숲 11 18.02.06 356 4 13쪽
33 붉은 숲 10 18.02.05 350 5 10쪽
32 붉은 숲 9 18.02.02 375 6 11쪽
31 붉은 숲 8 18.02.01 339 4 12쪽
30 붉은 숲 7 18.01.31 355 4 11쪽
29 붉은 숲 6 18.01.30 346 5 10쪽
28 붉은 숲 5 18.01.29 384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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