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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농곰의 서재입니당

리드리스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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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야농곰
작품등록일 :
2018.01.26 10:19
최근연재일 :
2018.09.30 17:30
연재수 :
206 회
조회수 :
67,872
추천수 :
957
글자수 :
1,177,611

작성
18.02.05 10:25
조회
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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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0쪽

붉은 숲 10

DUMMY

나와 모던은 동굴속이라 모닥불 하나 피우지 못한채 찬바람을 그대로 맞고 있었다. 조심조심 그리고 탄탄히 주변의 나뭇가지와 나뭇잎 몇개를 쌓아놓았긴 했으나 쌩쌩 불어오는 바람에 이미 무너지고 말았다. 그만큼 세찬 바람이었다.


“춥네요”


피곤한건 같았지만 잘 수는 없었다. 처음 독에 중독되어 쓰러진 두 사람을 보고 얼마나 놀랐던가? 먼저 주변을 살피고 상황을 알 수 있었다. 죽어있는 래서 서펜트 세 마리와 하쉬와 비루를 보면 말이다.

아마도 동굴에 들어왔다가 래서 서펜트와 교전을 벌이고 독에 당해버린거겠지. 강하기는 하지만 마비독인만큼 독만으로는 목숨에 지장이 없었다. 이대로 놔두면 괜찮을거라곤 했으니 그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 놈이 돌아오면 어쩌죠?”


내가 걱정하는건 다른것이었다.

모던은 여기가 래서 서펜트의 둥지라면 왠만한 몬스터는 접근조차 하지 못할거라 했지만, 우리가 이렇게 잠을 자지 못하고 서 있는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지금은 보이지않는 래서 서펜트가 돌아오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아마 갑작스레 우릴 덮쳤던 래서 서펜트 녀석이 이 동굴에 사는 놈이 아닐까 싶었다.


“괜찮을거라곤 생각하지만 장담하긴 힘들구나. 독 구슬의 연기를 제대로 마셨다고는 해도 놈도 독종毒種이니 독에 어느정도 내성이 있을지도 모르고···”


이번만큼은 모던도 결론을 내지 못했다.

하기사 몬스터의 생각을 그 누가 읽을 수 있으랴?

그래서 우리가 불침번을 서고 있는 거였지만··· 솔직히 말해서 놈이 오면 끝이었다. 나와 모던은 놈에게 대적할 수 없었다. 단순히 도망치는거라면 연기 구슬을 뿌리고 도망칠 수 있을테지만 하쉬와 비루가 쓰러진 상태에서 업고 도망치기는 힘들었다.


“부디 독구슬의 독에 저항이 없길 바랄 뿐이다.”


“···하쉬와 비루는 언제쯤 일어날까요?”


내 물음에 모던은 턱을 쓰다듬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이틀 내내 마비될테지만 이 두 사람은 모르겠구나. 이 두사람은 강체력을 가지고 있을테니 아마 몇 시간이면 일어날테지.”


다시 말하자면 몇 시간동안은 일어나질 못하니 우리가 둘을 지켜야했다. 몇 시간이라고 말하면서도 모던의 표정이 무척 어두웠다. 그만큼 지금 상황이 좋지 못하단 소리일터다.

래서 서펜트가 아니라 다른 몬스터가 오더라도 둘은 도망치지 못하는 신세였다. 맞서싸우는 수밖에 없는데··· 과연 붉은 숲에서 모던과 리드가 대적할 수 있을만한 몬스터가 얼마나 있겠냐는 소리다.


“도대체 그 강체력이라는게 뭐죠?”


갑작스레 궁금증이 솟았다.

강체력이라는 단어는 몇번이나 들었고 하쉬는 나중에 나도 배워야할 능력이라고 말한적이 있었던 것 같다. 그 때는 흘려들었지만··· 새삼 이렇게 듣고나니 물어보고 싶었다. 다소 뜬금없다고 생각할만한 내 질문에도 모던은 당황하지 않았다.


“강체력이라”


어두웠던 표정을 거두고 모던은 잠깐 턱을 쓰다듬었다.

그건 뭐라고 말해야할지 고민하는 표정이었다. 설명하기 힘든걸까?


“보통 사람이 가질 수 없는 힘이 있단다. 예를 들면 평범하게 보이는 사람이 일격에 바위를 부수거나, 수백미터를 수 초만에 이동하거나 손에서 불을 내뿜는 등, 말도 안 되는 능력을 가지게 해주는거지.”


모던은 이를 이능異能이라고 말했다.

이능은 확실히 괴이한 능력이고 평범한 사람은 꿈도 꿀 수 없는 능력이었다.


“이능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여러가지로 있지만 가장 대중적인 방법을 강체술强體術이라고 부른다. 또한 이 강체술로 얻을 수 있는 힘을 강체력强體力이라고 하는거란다. 강체술은 사람을 강하고, 빠르게 만들어준단다.”


이어서 모던은 강체술의 유래는 동대륙의 고대 국가에서 우연히 전해진 어느 무술武術의 변형이라고 말했다.


“아무튼 이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대부분이 강체술을 익혔다고 보면 된단다. 네가 알고 있는 마법사라는 사람들은 마법魔法이라는 능력을 익힌거지.”


어차피 몇 시간이나 멍하게 시간을 보내야한다면 궁금증이나 풀어보자고 말했던건데 더 궁금증이 일었다.


“그럼 모던이 익힌건 마법인가요?”


마법魔法.

마법은 우리같은 사람들에게 가장 위대하고 놀랍게 보이는 능력이었다. 그의 말마따나 맨손에서 불을 뿜는 등의 능력은 그야말로 신의 이적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모던이 가진 능력도 대단했다. 작은 구슬에서 연기가 나게만들고 작은 구슬속에 독이 있다. 이 또한 이적이라면 이적이리라.


“내가 익힌건 마법이 아니다.”


모던은 담담하게 부정했다.

얼굴에 그림자가 져 있는것이 마법에 관한 어떤 사정이 있는듯 했지만 내가 알지는 못하는 일이었다.


“말했다시피 난 연금술사란다. 마법과 비슷하긴하지만··· 딱 말해서 이능이라고 하기는 힘들지. 그래, 절반은 이능이라고 할 수 있겠구나.”


잘 이해는 되지 않았지만 그냥 그러려니했다.


“아무튼 그 강체력이라는게 있으니까 하쉬가 빨리 일어날 수 있다는거죠?”


사람이 바위를 부수고 긴 거리를 단숨에 좁힌다는게 놀랍기는 하지만 하쉬를 보면 대충 알것만 같았다. 화촌에서의 일도 그랬으니까.

난 한스와 함께 하면서도 단 두 마리를 상대하느라 죽을뻔했는데 하쉬는 수백 수천의 스켈레톤들을 상대로 당당히 맞섰었다.


“얼마만큼 빨리 일어날지는 모르겠구나. 얼른 일어나기를 빌자꾸나.”


“그래야겠죠.”


“더 궁금한건 없니? 어차피 시간은 많으니 말이다.”


작게 한숨을 하며 눈을 비비는걸보니 그도 어지간히 피곤한 모양이었다.


“제가 보고 있을테니 잠깐 주무시는게 어때요?”


반면에 나는 그리 피곤하다는것을 느끼지 못했다. 아직 흥분이 다 가시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땀을 흘려서일까? 혹은 래서 서펜트의 둥지라는 특수한 장소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아니다. 그럴수는 없지.”


아직 어린아이인 내게 책임을 다 떠맡길수는 없다며 목을 몇번 좌우로 꺾었다. 삐걱대며 한바퀴 목을 돌리니까 잠이 좀 달아난듯이 보였다.


“이제까지도 안 오는걸 보니 제대로 독에 당한것 같구나. 죽었으면 좋겠는데 말이다.”


동굴에 오고 제법 시간이 지났다.

래서 서펜트가 아직도 제 둥지에 돌아오지 않는걸보니 모던의 말대로 독에 당한게 맞는듯 싶었다. 난 두 팔을 슥슥 비볐다.


“춥네요.”


놈이 당해서 다행이었지만, 이젠 놈이 문제가 아니었다. 그 이상으로 추위가 우릴 덮치고 있었다. 겨울밤의 숲은 무척이나 추웠다. 모닥불이라도 피웠음 좋겠지만, 무리였다. 첫날에야 그래도 기운이 쌩쌩했던 관계로 참을만했지만.


“그럴땐 손을 쥐었다폈다하면 괜찮더구나.”


혈액순환이니 뭐니하는 소리를 했지만 잘 모르겠다. 하지만 추워 죽겠는데 조금이라도 괜찮아진다면 물불 가릴때가 아니었으니 그의 말대로 주먹을 쥐었다가 폈다가를 반복했다.


“잘 모르겠는걸요?”


“···지금 했을 뿐이잖느냐?”


살짝 어이없는 투로 되묻지만 얼어붙은 손으로 주먹을 쥐는것도 힘들었다. 괜한 믿음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조금 괜찮아진것도 같았다. 아니, 기분탓인가?

아리송한 느낌이다.


“둘이 일어나면 바로 출발인가요?”


“그게 좋겠지···만 솔직히 잠이 와서 견딜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확실히 얼굴에 노곤함이 드러나있었다.

그의 말마따나 몇시간이 지나면 더 피곤해질텐데 정말 못견딜지도 몰랐다. 하쉬와 비루가 일어나면 불침번을 맡기고 잠깐 자고 출발하는게 낫겠지.


“두 사람도 제법 지친것 같더구나. 아무튼 얼른 깨어나면 좋겠구나. 허허!”


“저도 제발 푹 잘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무튼 두 사람을 찾아서 정말 다행이다. 이제 두 사람만 더 찾으면 되겠구나.”


찾은 두 사람은 하쉬와 비루였고, 찾아야 할 두 사람이 마셸과 벤···? 뭐라는 성기사였는데 이름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마셸 경과 벤자민 경도 무사해야할텐데···”


아아! 벤자민이었지.

들어본 기억이 있다. 아무튼 두 사람만 더 찾으면 된다라···


“하쉬 경과 비루 단장이 있으니 좀 더 편할게다.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나도 그렇지만 너도 피곤해보이는구나. 조금 자두는게 어떠냐?”


고마운 배려였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닌게 아니라 정말로 피곤하지 않았으니까.


“괜찮아요. 배는 고프지만요”


그러자 모던은 내게 뭔가를 건네주려는지 품을 뒤적였지만 아쉽다는듯이 어깨를 으쓱였다. 먹을게 없나보다. 잠깐 침울해졌지만 좋은 생각이 들었다.


“아, 아!”


즉시 비루와 하쉬의 품을 뒤적였다.

비루를 먼저 뒤졌는데 그는 품이 무척이나 가벼웠다. 라기보다는 아무것도 없었다. 반대로 하쉬의 품에는 가죽 주머니가 하나 나왔는데 무척이나 두터웠다.


“허허···”


어이없다는듯이 잠깐 모던이 고개를 저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주머니를 열었다. 예상대로 먹을게 가득 들어있었다. 먹음직한 육포에 침을 꼴깍 삼키고 코를 킁킁거렸다. 소금으로 절인 육포가 코를 간질인다.


“나도 배고프구나. 좀 주지 않겠니?”


가죽 주머니를 꺼낼때만해도 어이없다는듯 고개를 젓던 모던이었지만 퍼지는 냄새에 생각이 달라진듯 싶었다. 난 씩 웃으며 그에게 육포를 건네주고 육포 한 조각을 씹었다.

질긴 육포를 씹자마자 혀에 닿은 감칠맛, 짠맛등이 혀를 간질였다.

마찬가지로 모던 또한 육포를 씹자 난 더욱 웃었다.


“공범이네요?”


“하, 하하! 그래. 공범이지”


당장은 마실게 없으므로 조심해야했다. 목이 막히지 않도록 조심조심 침을 내며 조금씩 뜯어먹었다.

육포를 씹고, 이야기를 하며 모던과 동굴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해가 뜰 때즈음.


“으으···”


마침내 하쉬가 신음을 내며 눈을 비볐다.

마침내 그가 깨어난 것이다.


작가의말

추천,조회,선작,댓글은 언제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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