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야농곰의 서재입니당

리드리스 일대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야농곰
작품등록일 :
2018.01.26 10:19
최근연재일 :
2018.09.30 17:30
연재수 :
206 회
조회수 :
67,886
추천수 :
957
글자수 :
1,177,611

작성
18.01.29 09:44
조회
384
추천
4
글자
10쪽

붉은 숲 5

DUMMY

“길을 잘못 든 것 같습니다.”


갑작스럽다면 갑작스러운 말이었지만 벤자민은 당황하지 않았다. 그야 아무리 봐도 이쪽이길 아니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참이었다. 길을 찾았다고 생각한게 착각이었던 것이다.

마셸은 머리를 벅벅 긁다가 손을 내렸다. 어느새 마셸과 벤자민은 모두 다 흙투성이에 피투성이가 되어있었다. 다행히 피의 대부분은 자신들의 것이 아니었지만, 그렇다쳐도 상태는 좋지 않다.


“거기서 오크쪽으로 가면 안 됐던 것인가? 골치아프군.”


이놈의 숲은 도저히 길을 찾을수가 없었다. 알고있는 거라곤 심부일수록 강한 몬스터가 나타나니 약한 몬스터가 있는 쪽으로 계속해 이동하는 것인데 그것도 완벽하진 않았다.

개체사이의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예를들어, 스틸러와 오크 한 마리를 비교하자면 스틸러가 강한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오크 중에서 전사 계급인 녀석이라면 스틸러에게도 밀리지 않는다. 심부에서도 살아갈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래서인지 약해보이는 몬스터 쪽으로만 길을 옮겨도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붉은 숲에서 생환할 수 있는자는 분명 있을 수 없겠지만, 숲에 익숙한 자이거나 그 이상으로 행운의 여신이 함께하는 자이리라.


“더 깊숙한 곳으로 와버린겐가.”


며칠째 제대로 먹지도 못했다. 붉은 숲은 수원水源은 곳곳에 풍부한지라 갈증에 대한 걱정은 없다시피 했지만, 반대로 먹을건 적었다.

적다기보다는 없다고 할 수 있었다.

대부분이 몬스터였기 때문이다.

꼬르르륵, 하며 둘의 뱃속에서 강하게 배꼽시계가 울렸다. 잠깐 불어오는 강한 바람이 너 배고프지? 하며 자신들을 놀리는 것만 같다.

벤자민은 털썩 주저앉았다.


“후! 옆구리가 쑤시군.”


상처는 점점 더 악화되어갔다. 마셸은 그런 벤자민을 보며 자신이 신성神聖을 익히지 않았음에 한탄할 수 밖에 없었다.

강체强體만이 아니라 신성 또한 익혔더라면 그의 상처를 아물게 할 수 있었을텐데···

휴식이 필요한 벤자민이었지만 그럴 시간이 없었기에 상처는 점점 더 악화되어만 가고 있었다.


“괜찮으십니까? 좀 먹을것을 구해오겠습니다.”


“크으··· 부탁하네.”


벤자민은 옆구리를 꾹 눌렀다. 이런 상처를 냅둔채로 몇일이 지났는데 살아있을 수 있는것은 그동안의 경험과 어설픈 응급처치 때문이리라.

하지만 그것도 언제까지 갈 수 있을까?

벤자민은 자신의 생명이 그리 오래가지 않음을 알았다.


‘차라리 죽을까?’


차라리 죽는다면 젊은 성기사, 마셸에게 방해가 되지는 않을텐데··· 따라 들어온것이 후회됐다.

아니, 아니지. 따라 들어오지 않았더라면 마셸이 이미 죽었을테지.


“무심하도록 푸르군!”


붉은 나무들 사이에서 봐서 그런지 하늘이 더욱 푸르게 보였다. 날이 밝은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라 야행성의 몬스터들이 잠들고, 주행성의 몬스터들도 아직 깨어나지 않은 녀석들이 많은 것 같다.

뭘 하려면 지금인데, 마셸 성기사가 먹을걸 구하러 주변을 둘러보러 갔으니 할 수 있는것도 없었다.


“불이라도 피울 수 있었으면···”


불이라도 피울 수 있었더라면 몬스터 고기라도 익혀 먹을텐데, 생으로 몬스터 고기를 먹을 간담은 없었다.

독이 있을지 없을지도 확신하지 못하니까.


“후우···”


꼬르르륵, 뱃속이 다시 울린다.

벤자민은 마셸이 사라진 방향을 쳐다보았다.

그러다 눈을 의심케하는 장면에 문득 굳어버렸다.

크나큰 나무들의 위쪽으로 살짝이지만 웬 ‘건물’이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제법 온 것 같은데···”


비루는 무언가를 질겅였다. 육포가 아니라 씹고 있는것은 몬스터들의 고기였다. 처음 비루가 몬스터 고기를 칼로 잘라내는걸 보고 하쉬는 말리며 기겁했지만, 비루는 괜찮다고 껄껄 웃었다.


“그거 정말로 먹을만 하오?”


하쉬의 질문에 두말하면 잔소리라는 듯이 비루가 끄덕인다. 그의 표정은 정말로 맛있는걸 먹고 있다는 듯 하다.


“쩝쩝, 댁도 먹어보라니까? 여기선 불을 못 피우지만 온열석溫熱石으로 조금 데워주면 괜찮아. 맛도 꽤 좋다고.”


숲이니만큼 불을 피우면 겁화에 휩쓸릴 수 있었다. 게다가 불을 피웠다가 붉은 숲이 타버리면 몬스터들이 어찌할지 모르니 온열석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온열석이라, 그런게 있었구려. 나중에 하나 먹어보겠소.”


비루가 온열석에 대해서 조금 더 설명을 해주었는데 동방에서는 온돌이라고 부른다는 듯 했다. 스스로 열을 내는 신기하고 따뜻한 돌이었는데 십분 정도 몬스터 고기에 대고 있자니 완전히 익지는 않더라도 나름 먹을만해보이기는 했다.

지금 상황에서는 무엇보다 향기로운 고기 냄새가 하쉬의 뱃속을 더 없이 자극했다.


“근데 댁, 정말로 육포만으로 견디려고 온거야?”


비루는 혀를 쯔쯔차며 하쉬의 육포가 담긴 가죽 주머니를 바라봤다. 한껏 부풀어오른것이 보름을 먹고도 남을법했다.

하쉬는 머쓱하게 뒷머리를 긁었다.


“따로 먹을게 있다고는 생각지 않았소.”


“예를 들자면 오크 고기는 맛있다고. 돼지 인간이라서 그런지···?”


말을 하던 비루의 말끝이 살짝 올라갔더니 하쉬에게 눈짓했다. 하쉬는 잠깐 무슨일인가 했지만 이내 눈치를 채고 고개를 끄덕였다.

숨소리를 죽이고, 나무 뒤로 슬그머니 붙었다.

쿵! 쿵!


‘큰엄니멧돼지로군.’


일전에 리드와 본 적이 있었다. 몬스터라기보다는 동물이지만, 덩치가 너무 압도적인지라 일단 몬스터로 분류되는 녀석이었다.

분명 멧돼지건만, 몸무게가 2톤이 넘고 몸길이가 4미터를 넘는 그야말로 괴물이었다. 멧돼지라 하면 만만해 보이지만 저만한 크기에 성질도 포악해서 함부로 얕볼 수 없는데다가 왠만한 몬스터들은 녀석의 앞에서 어깨도 피지 못할 정도다.


“하지만···”


크고 강하더라도 어차피 멧돼지라는 소리였다. 굳이 싸움을 걸지 않고 무시하면 지나갈터였다.


“엑!”


갑작스레 비루가 헛바람을 들이켰다.

하쉬는 살짝 놀라 고개를 돌렸고, 마찬가지로 그 소리를 들은 큰엄니멧돼지가 앞발로 땅을 긁으며 마치 돌진하려는 듯이 자세를 잡는다.

비루가 본 곳에는 미노타우루스 한 마리가 있었는데 그야 놀랄법도 했다.

깊이 들어왔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게다가 눈치채지도 못했는데 멀지 않은 위치에 대형몬스터가 떡하니 자리잡고 있으니까 말이다.

하쉬도 비슷한 표정이 되었다.


“처리할 수 있겠소?”


미노타우루스는 청각이 둔한지라 이쪽을 눈치채지 못했지만 큰엄니멧돼지가 날뛰면 모를리가 없었다. 자칫하면 대형몬스터와 한판 붙게될 처지인데도 하쉬는 비루를 탓하지 않았다. 비루는 침을 꿀꺽 삼켰다.


“농담이지? 저건 오우거랑 비견되는 녀석이라고!”


“그럼 도망쳐야겠군. 저쪽으로 갑시다.”


하쉬는 고개를 까닥였다. 미노타우루스와 큰엄니멧돼지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 비루와 하쉬의 옆쪽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었다.


“조금 도망치다가 미노타우루스가 알지 못할 정도까지 가면 처리하는거요!”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같은 방향으로 뛰었고, 큰엄니멧돼지가 콧김을 킁! 뿜으며 달려왔다. 덩치가 크고 숲속인데도 녀석은 그래도 자기가 사는곳이라는걸 증명하듯 자유롭게 방향을 전환하며 용케도 부딪히지 않았다.


“멧돼지가 뭐 저리 날렵한거요?!”


“나라고 알겠어?!”


나뭇가지 하나가 그들 앞을 가로막았다. 딱 허리춤에 위치해있었는데, 말이 좋아 나뭇가지지 웬만한 나무들의 몸통만했다. 비루는 람보를 하듯 상체를 눕혀서 피해냈고 하쉬는 펄쩍 뛰어 피했다.

혹시? 하는 생각에 뛰면서 뒤를 돌아본 둘은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 모습에 한숨쉬었다. 큰엄니멧돼지가 무작정 돌진해 나뭇가지에 부딪힌 것이었다.

하지만, 그리도 굵은 나뭇가지는 당연하다는 듯이 부러져 나갔고 둘은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주변 몬스터들이 동요하는 기척이 느껴졌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중요한건 미노타우루스였다. 녀석만 없다면 나머지 몬스터들은 어떻게 할 수 있을 것이었다.


“제법 도망온 것 같소만!”


“동감이야!”


비루와 하쉬는 약속이라도 한듯 몸을 돌렸다. 비루는 자신의 창으로 달려오던 큰엄니 멧돼지의 미간을 정확하게 찔렀고 고통스러워하면서도 돌진을 멈추지 않는 큰엄니멧돼지를 장대높이뛰기라도 하듯 창을 짚고 비루가 녀석의 몸체 위로 올라섰다.

동시에 하쉬는 몸을 비틀어 돌진을 옆으로 피해냈다. 무서운 속도로 달려온 녀석은 피했음에도 압도적인 속도와 중량으로 강풍이 불었다. 평범한 사람이었더라면 휘청했을테지만, 하쉬는 아무렇지도 않게 칼을 내리그었다.

목덜미에 기다랗게 대각선으로 상처가 생긴다. 직선으로 내리그었지만, 녀석이 달리면서 직선이 되질 못했다.


“하압!”


고통에 속도가 떨어진 큰엄니 멧돼지의 위에서 비루가 어느새 창을 뽑고 마구 찌르고 있었다. 녀석은 이리저리 날뛰며 비루를 떨어뜨리려 했지만 마치 로데오를 하듯이 리듬을 타고 있었다.

들썩일때는 창을 꼽고, 내려올때는 뽑고를 반복했다. 몇번이나 구멍이 난 큰엄니 멧돼지에게 하쉬가 다가가 틈을 보고 칼을 내지른다.

그걸 열번정도 반복했을까? 드디어 녀석이 쓰러진다. 정말로 질릴정도로 경이적인 생명력이 아닐 수 없었다.


“덩치가 크면 그만큼 질기다더니, 틀린말이 아니오.”


“괜히 대형몬스터가 귀찮겠어? 아무튼 빨리 도망치자고. 미노타우루스는 모르겠지만, 다른 녀석들이 피냄새를 맡고 몰려올거야.”


안그래도 소란을 피운 탓에 몬스터가 몰려들 터였다. 큰엄니멧돼지의 사체를 미끼로 도망칠 수 있다면 싸게 먹히는 거였다.


“갑시다!”


하쉬와 비루는 쫒기던 방향으로 냅다 도망쳤다.

그러나, 그래서 볼 수 없었다.

바로 옆쪽에 붉은 숲에서는 매우 이질적인‘건물’이 있었다는 사실을.


작가의말

추천,선작,조회,댓글은 언제나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리드리스 일대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6 대주교 2 18.03.06 340 4 12쪽
55 대주교 18.03.05 320 4 12쪽
54 교국으로 3 18.03.02 337 4 12쪽
53 교국으로 2 18.03.01 322 5 11쪽
52 교국으로 18.02.28 332 5 11쪽
51 빈 자리 6 18.02.27 336 4 13쪽
50 빈 자리 5 18.02.26 340 5 16쪽
49 빈 자리 4 18.02.23 341 6 11쪽
48 빈 자리 3 18.02.23 342 4 14쪽
47 빈 자리 2 18.02.22 343 5 14쪽
46 빈 자리 18.02.21 392 4 12쪽
45 푸른 악마 9 18.02.19 338 4 12쪽
44 푸른 악마 8 18.02.19 341 6 18쪽
43 푸른 악마 7 18.02.16 304 4 13쪽
42 푸른 악마 6 18.02.15 317 4 11쪽
41 푸른 악마 5 18.02.14 324 5 11쪽
40 푸른 악마 4 18.02.14 345 5 14쪽
39 푸른 악마 3 18.02.13 318 5 14쪽
38 푸른 악마 2 18.02.12 323 4 16쪽
37 푸른 악마 18.02.09 361 6 15쪽
36 붉은 숲 13 18.02.08 357 4 12쪽
35 붉은 숲 12 18.02.07 349 5 12쪽
34 붉은 숲 11 18.02.06 356 4 13쪽
33 붉은 숲 10 18.02.05 350 5 10쪽
32 붉은 숲 9 18.02.02 375 6 11쪽
31 붉은 숲 8 18.02.01 340 4 12쪽
30 붉은 숲 7 18.01.31 355 4 11쪽
29 붉은 숲 6 18.01.30 346 5 10쪽
» 붉은 숲 5 18.01.29 385 4 10쪽
27 붉은 숲 4 18.01.26 392 5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