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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농곰의 서재입니당

리드리스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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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야농곰
작품등록일 :
2018.01.26 10:19
최근연재일 :
2018.09.30 17:30
연재수 :
206 회
조회수 :
67,875
추천수 :
957
글자수 :
1,177,611

작성
18.02.28 05:15
조회
331
추천
5
글자
11쪽

교국으로

DUMMY

짐을 싸고 있는 리드의 방으로 마셸이 들어왔다. 노크도 없이 들어온 그는 리드를 보고 작게 한숨쉬었다.


“이러고 있을거라고 생각했어.”


“마셸··· 형?”


약간 놀란듯이, 그리고 그 이상으로 어색한 듯 리드가 마셸의 이름을 불렀다. 표정도 찔끔한것이 마치 악동이 장난을 하다 들킨것같은 얼굴이었다.


“어딜 가려고?”


마셸은 당장 리드의 가방을 들어올리려고 했지만 생각외로 무거웠다. 아니 단순히 무겁다라고 생각할 수 있는게 아니라···


“너!”


가방 안에는 무게놀이의 쇠팔찌들이 전부 들어가있었다. 역시 리드는 떠날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무게놀이의 쇠팔찌까지 들고간다는 소리는 나름대로 수련해서 네크로맨서를 찾아낼 생각이었겠지.


‘도대체···’


리드는 굳게 입을 다물고 있었다. 아무말도 하지 않겠다는 소리. 제 나름대로 묵비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인것 같았다.


“하아. 좋아. 한 가지만 묻자.”


예상과는 다르게 잔소리를 하지 않아서일까? 의아하다는 듯이 리드가 마셸을 쳐다봤다. 마셸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억지로 눌렀다.


“너 정말로 혼자서 수련한다고 그 네크로맨서한테 이길 수 있을것 같아?”


가장 전제가 되는 질문이었다. 그리고 리드는 벤자민과 한 차례 네크로맨서와 교전한 적이 있다고 했다. 갑자기 리드가 자신의 옆구리를 누르는게 보였다.


‘저기가 상처였었지?’


마셸이 보기에도 지독하게 깊게 뚫린 상처였다. 깊게 뚫렸다기보단, 몸 전체를 관통했으니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처였다.


“······.”


이길 수 있을것 같냐는 질문에 리드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자신도 아마 알고있을것이다. 마셸 또한 조사대의 일원으로서 몇 번이나 교전하면서 네크로맨서의 힘은 잘 알고있었다.


“할 수 있어.”


한참을 침묵하다가 리드가 답했다. 마셸은 뒷머리를 긁적였다.


“정말로?”


저게 치기라는걸 마셸은 물론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의 고집이란건 그걸 지적해준다고 알겠다고 하는게 아니었다. 다른 방법으로 타이르는게 답이었다.


“할 수 있어.”


방금보다도 빠르게 거의 즉답했다.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었다.


“아니. 내가 볼때는 힘들겠는데. 가르쳐줄 사람도 없이 네가 정말로 그렇게 할 수 있을것 같아?”


“······.”


“그래. 할 수 있다고 치자. 하지만 시간이 필요할거야. 그리고 네가 먹고 사는건 어떻게 할 생각이야? 먹고 살기만 해도 바빠서 수련할 시간은 없을걸? 복수? 꿈 같은 소리지.”


반응이 오고 있었다. 리드의 주먹이 꽉 쥐어져 있었다. 애초에 리드가 몰래 떠나려 했던 이유는 민폐를 끼치기 싫다는 마음에서일 것이다. 비루가 어떻게 말해준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리드는 자신이 해야할 일을 찾았다.

그러나 그 일을 어떻게 해야할지는 모르고 있다. 정확하게는 알고 있지만 폐 끼치기 싫다는 이유 하나로 스스로 하려고 한다.


“그럼 나보고 어쩌라고!”


버럭 외치며 리드가 팔을 휘둘렀다. 마셸과 리드 사이의 거리는 제법 떨어져 있는지라 당연히 손이 닿을리는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건 이런거밖에 없잖아!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건 싫어!”


화난 표정이었다. 마셸이 알고 있는 리드는 그렇게 쉽게 흥분하는 애는 아니었는데 몇 마디로 이렇게까지 화날줄이야.


“그래서 혼자서 나가려 했다고?”


“······.”


담담히 되물은 말에 리드는 끝까지 대답하지 못했다. 마셸은 크게 한숨쉬었다. 평소에는 영리하게 행동하면서 남한테 어느 수준 이상으로 폐를 끼치는건 극도로 싫어하는 경향이 있었다.

아마도 긴 시간을 혼자 살아오면서 생긴 버릇같은것일 터. 즉, 일종의 자존심이었다.


“넌 사람한테 부탁하는걸 되게 힘들어하는것 같구나.”


“······!”


살짝 놀란 기색으로 리드가 마셸을 쳐다보았다. 마셸은 리드에게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기 시작했다.


“멋쩍은 말은 하지 않을게. 난 리드, 네가 지금 가는건 좋은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해.”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봐도 너 혼자 하는것과 우리가 함께 하는것. 어느쪽이 더 쉬울거라고 생각해?”


“그런건 알고있어!”


너무나도 서투른 모습에 마셸이 웃으며 리드의 머리 위로 손을 올렸다. 짜증을 내며 팔을 휘둘렀던 리드는 지금은 가만히 그 손길을 받아들였다.


“알고있는데 왜 못하는거야? 말하면 되잖아. 도와달라고.”


“······.”


이 정도로는 고집을 꺾지 않는걸까?


“전에 한번 말해줬지? 이 문양의 뜻.”


“···응.”


리드는 마셸의 말을 듣고 문양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하얀 방패와 붉은 칼.

저건 하쉬가 만들었다는 문양이었다. 하얀 방패는 세상과 수호를. 붉은 칼은 생명과 싸움을 의미하고 있다고 알려줬었다.

이 세상에 태어나, 소중한걸 지키고,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싸움을 경계하라.


“네가 그렇게까지 하려는 이유는 하쉬 경과 네가 아는 사람이 죽었기 때문이야?”


확실하게 선을 긋듯이 마셸이 물었다.

리드는 본능적으로 이게 마셸이 자신을 시험하는 것임을 알았다. 그래서 즉답하지 않고 잠깐 눈을 감았다.


‘······.’


끝내 리드는 대답하지 못했다. 머리와 가슴 둘 다가 분명 그러리라 생각하는데도.


“대답하지 못하는구나. 혼란스러운 모양이네.”


리드에게는 마셸의 눈빛이 자신을 안쓰럽게 쳐다보는것만 같았다. 리드는 한참을 우물거리다가 결국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그럼 생각할 시간을 가지는건 어때? 그리고 네가 그렇게 한다고해도 가능할리가 없으니까 말이야.”


마셸은 자연스럽게 말을 돌렸다. 처음부터 리드를 교국으로 데려가려했었다. 지금까지의 대화는 리드의 고집을 조심스레 눌러놓은것에 불과했다.


“···생각할 시간?”


“그래. 복수같은걸 하지 말라고는 안 해. 내가 너였다면 나도 너처럼 행동했을지 모르지. 하지만 그건 당장 하지 않아도 되는거잖아.”


여기서 마셸은 잠깐 침을 삼켰다. 지금 당장이 아니라고 고집을 쓰면 어쩌나 하고 말이다. 그러나 리드는 잠자코 말을 듣고 있었다.


“그러니까 시간을 가지자. 난 너를 교국으로 데려가려고 해. 거기에서라면 넌 더 실력을 기를 수 있을거야. 정말로 그 네크로맨서에게 복수할 수 있을지도 몰라. 물론 그렇게 되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할테지만.”


십수명의 사제와 성기사가 교전했지만 이기지 못한 놈이었다. 푸른 악마에 그 위용이 가려졌다고는 하나 마셸이 본 네크로맨서 중에서는 아마도 가장 강한 놈이었다. 그 십수명이 교전해서 놈의 옷자락 하나 제대로 건드리지 못했으니.


‘그러나 이 아이라면.’


비록 여러가지 요소가 있다고는 해도 리드는 십수명의 조사대가 해내지 못한 일을 혼자서 해냈다. 어쩌면 정말로···


“시간···”


중얼거리는 리드에게 마셸은 마지막으로 쐐기를 박기로 했다.


“그곳에는 하쉬 경의 스승이었던 분이 계셔. 그분에게 널 데려가려고 해. 그분은 교국에서도 딱 한분밖에 안 계시는 대주교님이시지. 들어본 적 없어?”


“···있는 것 같아.”


몇번인가 언뜻 말했던 적이 있었다. 하쉬의 옛날 이야기 속에서 등장한 그의 스승 대주교 말이다.


“만나보고 싶은 생각은 있어?”


“···응.”


마셸은 속으로 안도했다. 물론 정 안되면 억지로라도 교국에 데려갈 생각이었지만 자기 의지로 가겠다고 했으니 것보다 좋은 일은 없었다.

주교에게 자기 의지를 중요시한다고 했는데 억지로 데려갔다가 알려지면 죽도 밥도 안 되는 일이기도 했다.


“좋아. 그럼 나와 함께 교국으로 가자. 이틀 후에 출발할 생각이야.”


이틀 후. 마셸은 이틀 후를 기약했다. 원래 출발은 조금 더 있다가 갈 생각이었지만 마음이 바뀌었다. 혹시 시간이 지나다가 리드의 마음이 바뀔지도 모를 일이었기에.


“그 동안··· 하고싶은 일은 없어?”


리드는 눈을 질끈 감았다.

비루의 말과 비슷한 그 질문에 머릿속으로 스치는건 헨리와 한스의 죽음이었다. 네크로맨서에의 복수. 그러나 잠깐 생각하기 위해 교국으로 가는것이다.

결국 하고싶은건 없었다.


“없어.”


그렇게 답했고 마셸은 리드의 머리위에 올려져있던 손을 떼고 방을 나섰다.

그리고 다음날이 되었다.




***




“여, 빌어먹을 꼬맹이!”


비루는 손가락을 튕겨서 리드의 이마를 타격했다. 따끔하고 말 것이지만 비루의 손가락 힘에 의해서 이마가 깨질듯이 아팠다.


“읏!”


“푸! 아무튼 난 먼저 간다. 여기 남아서 할 일도 없고 말이지. 어이, 가자고!”


비루가 옆사람의 어깨를 잡았다. 리드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어 그 사람의 얼굴을 확인했다.


‘······?’


아는 사람이었다. 아는 사람이라기보단 만난적이 있는 사람이었다.


‘영주님?’


그 사람은 한센 남작으로 리드가 빈민가에 살던 영지의 영주인 사람이었다. 왜 이곳에서 비루와 함께 있는걸까?

뭔가 머릿속으로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듯 했다. 퍼즐 조각을 찾은 것 같았지만 결국에는 조각이 부족해서 맞춰지질 않는다.


“아, 너네 내일 교국으로 간다고 했나?”


비루가 아차 하면서 물었다. 마셸과 리드는 동시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렇습니다. 혹시 무슨 문제라도···?”


“엉? 아니. 그건 아니고. 가끔 편지같은거 보낼지도 모르잖냐? 그래서 주소지나 말해두라는 소리였다고. 교국으로 보내려면 뭐 어떻게 보내나?”


편지.

비루와 가장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 소리에 마셸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런거라면 저희가 보내도록 하죠. 차라리 비루 씨의 주소지를 알려주시죠.”


“이봐, 난 용병이라고. 나 같은 놈이 정착하는거 봤냐? 암튼 후딱후딱 적어서 줘. 이 양반 기다리잖아.”


마셸은 품속에서 당연하다는 듯이 수첩 하나와 펜을 꺼내 수첩에 글을 적고 한장을 북 찢어서 비루에게 건넸다.


“품에 그런건 왜 들고다니는거야? 누가 보면 책상놀음하는 양반인줄 알겠다. 너 성기사 아냐?”


“하하, 준비는 철저해야죠. 이처럼 쓸 데도 있지 않습니까?”


“아무튼 오케이. 잘 지내라. 꼬맹이 너도.”


“잘 가요.”


비루가 뒤돌아서 가자 리드는 이를 악물었다. 방금 얼얼했던 이마의 고통을 되돌려줄 생각이었다. 아니, 되돌려주는 정도로는 안 되겠다.

양손을 모아서 검지를 세웠다.

그걸 가만히 보고있던 마셸이 리드의 어깨를 잡으려했지만 리드 쪽이 조금 더 움직이는게 빨랐다.


“리, 리드!”


그리고 붉은 숲에서 기척을 죽였을때처럼 조심히 다가가 확실하게 찔러넣는다.


“악! 이, 이 개같은 꼬맹···이!”


흔히 말하는 똥침이었다.

결국 비루와 한센 남작의 출발은 십분 정도 늦춰지게 되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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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푸른 악마 4 18.02.14 344 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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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푸른 악마 2 18.02.12 322 4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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