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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농곰의 서재입니당

리드리스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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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야농곰
작품등록일 :
2018.01.26 10:19
최근연재일 :
2018.09.30 17:30
연재수 :
206 회
조회수 :
67,901
추천수 :
957
글자수 :
1,177,611

작성
18.01.26 10:51
조회
388
추천
6
글자
12쪽

붉은 숲 3

DUMMY

“정말로 몬스터가 다가오지 않는군.”


하쉬가 신기하다는듯이 중얼거렸다. 당장 옆을 보아도 고블린 무리가 우갹거리고 있는데 전혀 다가올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조심하라고. 오줌은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이야.”


“그렇소?”


“그렇지 않으면 이 붉은 숲이 아직 미개척지일리가 없잖아? 저기 하쉬, 댁이 본 고블린 무리가 다가오지 않는건 우리가 녀석들보다 강하기 때문이지 아직 노란화살촉 도마뱀으로 착각하고 있어서가 아냐.”


“으음···”


비루는 크게 기지개를 켰다. 아직까지는 긴장하지 않는 태도였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물론 위협적이겠지만, 나랑 댁 같은 강체술을 익힌 사람들한테 고블린 정도는 우습지. 숲의 초입에서는 댁이 생각하는 그런 몬스터들이 나오진 않는다고”


하쉬는 턱을 간질었다.


“알겠소. 즉, 냄새는 숨겨주되 모습이 보이면 소용없다는거로군?”


“그런거지. 뭐··· 붉은 숲의 면적이 어느정도인지는 모르지만, 내 기억상 한참 더 들어가고 나서야 좀 위협적인 놈들이 나왔으니까 당분간은 크게 위험할 일은 없을테지만.”


“함부로 덤벼들지 않는건 알겠소만··· 그래도 몬스터는 몬스터일텐데 너무 확신하는 것 같소?”


그것도 그렇군. 이라며 비루는 머리를 긁적인다. 아무렇지도 않은 태도였지만 손이 살짝 떨리는것이 용병단의 동료들을 모두 잃었던 트라우마를 완전히 떨쳐내지는 못한 모습이었다.

하기사, 트라우마라는것은 극복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지금 하는것이 바로 그 극복을 위한 도전이 아니겠는가.


“잠깐!”


숲을 가다가 말고 비루가 잠깐을 외쳤다. 하쉬는 주변을 경계하며 무언가가 있나를 확인했지만,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아, 배가 고파서 말이야.”


멋쩍게 웃으며 비루는 육포 더미를 가죽 주머니에서 꺼내 한 줄기를 쫙 찢어 하쉬에게 건넨다.


“···아, 그렇소?”


어이없다는 듯 하쉬가 중얼거렸고, 멀리서 고블린 무리도 입을 가리며 키득대고 있다. 계속해서 따라오고는 있지만, 덤비지 않는게 오히려 신경에 거슬린다.


“냅두라고. 까마귀같은 녀석들이야. 우리가 강한걸 알고 함부로 덤비지는 않지만 죽거나 싸우면 우릴 공격할 녀석들이지.”


비루가 말렸지만 하쉬는 의아해한다.


“그럼 더 공격해야하는것 아니오? 싸움이 나면 가세한다면 더 곤란한것은 우리일텐데.”


“그 전에 녀석들이 도망칠거야. 그리고 여기서 싸웠다가는 금세 주의를 끌게 될테니까 말이지. 여기 고블린들은 이상할 정도로 영악하다고”


“건드리지 못한다는 소리로군.”


하쉬는 내부에서 강체력을 끌어올렸다.


“어? 이봐! 멈추라고!”


고블린들은 크륵크륵하며 비웃지만, 하쉬는 대지를 강하게 찼다. 동대륙에서 진각震脚이라고 부르는 발기술이었다.

발을 살짝 들고는 쾅! 하고 대지를 내리찍어 당연히 큰 소리가 들릴것 같지만, 조금도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괴물이로군···”


아무일도 없는 것 같지만, 비루는 그걸 이해하고 하쉬를 괴물이라고 불렀다. 그도 그럴것이 이미 고블린들은 정신을 잃고 쓰러져있었고 하쉬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발을 털었던 것이다.


“제법 좋더구려. 대주교···님에게 배운것이오. 이름은 모르겠지만 도망치거나 거리를 두는 상대에게 효과적이오.”


“그걸 할 수 있는건 댁 정도겠지. 몇 미터나 떨어져있는데···”


“당신이라면 몇번 연습하면 가능하다고 생각하오.”


가볍게 말하지만, 그렇게 간단한 기술이 아니었다. 대지를 차는 순간 진동과 함께 자신의 강체력을 방출해 상대에게 전달하는 기술로 여기까지는 쉽지만 소리가 들리지 않게하려면 힘과 방향, 각도와 강체력 등등··· 아주 많은것을 조절할 필요가 있었다.

하쉬의 말처럼 몇번 연습한다고 가능한게 아니었다.


“그런걸로 치자고.”


질린 표정이었지만, 동료가 강하다고 나쁠것은 없는데다가 비루 자신도 고블린은 거슬리던 참이었으니 좋은게 좋은거였다.


“그건 그렇고, 댁, 성기사들을 찾을 수 있다고 안했나?”


비루가 투덜거리듯 말했고 하쉬는 고개를 끄덕인다.


“맞소만, 아직까지는 느껴지지 않소. 좀 멀리있는것 같은데···”


“혹은 시체가 됐거나말이지.”


비루는 주변 나무에 다가가 칼로 흠집을 만들었다. 길을 잃지않기위해 표시를 해두는 것이었지만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얼른 도망치자고. 고블린들이 쓰러졌으니 쓰러진 고블린들을 노리는 녀석들이 올테니까 말이야.”


“시체청소부라는 소리로군. 알겠소.”


하쉬와 비루는 한 차례 오줌을 전신에 더 뿌리고는 앞으로 나아갔다. 멀리서 고블린들의 울음소리가 들린 것만 같았다.






“벤자민 경!”


당혹하고 급한 목소리는 마셸의 것이었다. 멋대로 들어와버린지가 벌써 나흘이 지났음에도 네크로맨서의 코빼기도 보지 못했다.


“소···리를 낮추게.”


벤자민은 조용하라며 검지를 입가에 가져다댔다. 아무런 준비 없이 붉은 숲으로 들어온것은 너무나 무모한 일이었다. 마셸은 네크로맨서를 쫒겠다고 달렸지만 결국 둘은 네크로맨서는 커녕 몬스터에게 죽지 않기 위해 애써야하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부축하며 걸어가곤 있지만, 벤자민의 상처는 심각했다. 옆구리의 자상은 아마도 갑옷이 없었더라면 일격에 치명상이었을지도 몰랐다.


“사과같은건 필요없네. 중요한건 살아서 나가는거지···”


상황부터 말하자면 벤자민은 옆구리에 큰 자상을 입었고, 둘은 다치고 지쳐있었다. 과연 얼마나 붉은 숲에서 견딜 수 있을지 몰랐고, 맨몸으로 돌진하다시피 온 것이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것은 벤자민이 소유하고 있던 가죽 주머니 하나 뿐이었다.

어떻게든 약한 몬스터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면서 방향은 잡을 수 있었지만 그게 확실한 방향이 아니었는지라 쉽게 빠져나올 수 없었고, 이미 너무 깊숙이 들어와버린 후라 몬스터들이 너무 많고 하나같이 강했다.


“숙이게! 스틸러!”


“······!”


마셸은 벤자민을 부축하며 나무뿌리의 밑으로 이동해서 엎드리듯 몸을 낮췄다. 쿵! 쿵! 하는 발소리와 함께 스틸러가 지나가는것이 느껴진다.


‘스틸러···!’


스틸러는 거미와 같은 세 개의 다리를 가지고 있는데 사람으로 치자면 양팔이 있는 위치에 두 개, 꼬리가 있을법한 위치에 하나를 가지고 있다. 그 세개의 다리로 움직이는 곤충과 닮은 녀석이었다.

언뜻보면 강해보이지는 않지만, 녀석은 피를 뽑아먹는데다가 몸길이가 5미터에 달하는 괴물이었다. 둔하고 느리지만 몬스터 중에서도 분명 포식자에 속하는 녀석인지라 다치고 지친 지금 상대했다가는 승산이 없었다.

잠시 후, 스틸러가 둘을 눈치채지 못하고 지나가자 벤자민이 중얼거렸다.


“후··· 이놈의 숲은 어떻게 되먹은건지. 저런 놈들이 지천에 널려있다는게 끔찍하군. 아무튼 들키지 않아서 다행이네.”


“하하··· 진이 빠지는것 같습니다.”


“그래도 어떤가? 교국에 돌아가면 자랑거리가 될걸세. 이렇게 많은 몬스터를 본건 성기사 중에서도 얼마 되지 않을걸세”


“그 자랑, 두번 다시는 겪고싶지 않습니다. 제가 경솔해서···”


마셸의 반복되는 사과에 벤자민은 껄껄 웃으며 마셸의 뒤통수를 후렸다.


“이 사람아! 그러게 말을 들었어야지. 이제 사과는 그만하고 나갈 방법이나 궁리하세.”


“신전에서··· 구원을 바랄수는 없겠습니까?”


벤자민은 턱을 긁었다. 구원이라···


“아마 오긴 올테지만··· 글쎄, 과연 우리를 찾을 수 있는지는 장담할 수 없는데다가 온다고해도 개죽음이나 당하지 않으면 다행일걸세.”


이곳, 붉은 숲은 여러모로 소수로 이동하는게 좋았다. 괜히 수가 많았다가는 몬스터들에게 발각되어 공격당하기 쉽상이었다.


“왜 이곳이 미개척지인지 잘 알겠어. 이렇게 강하고 날렵한 몬스터가 많은데 개척이 가능할리가 없지.”


이미 둘이 본 몬스터들만 해도 보기 힘든 상위 몬스터들이 넘쳐났다.

스틸러로 시작해서 트롤, 그리고 오우거로 추정되는 녀석과 큰엄니멧돼지, 린갑호에 자이언트 스파이더··· 심지어는 한번도 보지 못했던 몬스터도 있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숲을 불태우지라도 않는 한 불가능하겠습니다.”


“불태워? 껄껄! 거 재밌는 생각이군.”


한걸음 한걸음 천천히 나아가고 있지만, 과연 방향이 맞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벤자민의 상처는 깊었고 날이 갈수록 심해질 것이다. 지금 당장 목숨에 지장이 있는건 아니지만, 얼른 치료받지 않으면 생명을 장담할 수 없었다.


“상처는 괜찮으십니까?”


게다가 그 상처는 마셸을 감싸다가 생긴 것이었다. 그러지 않았더라면 벤자민같은 베테랑 성기사가 일개 멘티스 따위에게 당할리가 없었다.


“아직 쓰리긴 하네만 이것도 익숙해지니 참을만하군.”


“······.”


어설프게 옷가지를 찢어 붕대 대신으로 막아놓았지만 이미 붉게 물들어있었다. 출혈량이 적지 않다는 소리였다.


“우리 둘 다 신성쪽에는 소양이 없지않은가? 그래서 자네가 더 마음에 드네.”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야 성기사라고 신성술神聖術을 익히지 못하는건 아니지않은가? 자네나 나나 강체술만 죽어라 익힌 성기사니까 동질감이 든다는거였네.”


실제로 성기사들 중에서는 상당수가 신성술을 사용할 수 있었다. 물론 사제에게는 미치지 못하지만 신성술 중에서 간단한 회복 정도는 어렵잖게 쓸 수 있었다. 신성술을 사용할 수 있었더라면 벤자민의 상처도 조금은 덜했을텐데.


“전 익힐수 있었는데 안 익힌 겁니다?”


벤자민이 씨익 웃는다.


“아, 그럼 좀 익히지 그랬나? 상처가 쑤시는데”


“윽, 너무하십니다.”


말로는 이 늙은 성기사를 도저히 이길 수 없었다.


“잠시 저쪽에서 쉬다가는건 어떻겠습니까?”


마셸이 동굴 하나를 발견했고, 동굴은 크진 않았지만 작지도 않았다. 높이가 웬만한 사람 머리보다도 두세개는 높았고, 옆으로는 사람 세 명이 동시에 들어갈법했다. 어디까지 이어져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좋지않은 생각이야. 저 동굴에 주인이 없다고 생각하는게 더 힘드네. 그리고 저긴 도망칠길이 없지않은가?”


벤자민은 반대했다. 확실히 그럴듯한 이유였는지라 마셸은 수긍하고 다시 쉴자리를 찾는다. 두리번거리지만 딱히 마땅한 곳은 보이지 않는다.


“일단 이걸 다시 발라야 할 것 같습니다.”


마셸은 가죽 포대에서 무언가를 꺼내 벤자민과 자신의 몸에 발랐다. 그건 바로 벤자민과 마셸이 처치했던 멘티스의 피였다.

곤충류의 피답게 하얀색으로 거의 투명했는데, 이 피로 자신들의 냄새를 가릴 수 있었다. 가능하다면 강하거나 귀찮은 몬스터의 피를 원했지만 사람냄새를 지울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위안이었다.


“명안이었습니다. 몬스터의 피를 바르다니···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얼떨결에 생각난걸세. 소싯적에는 몬스터의 오줌을 발랐지만, 피도 가능할 것 같아서 말일세.”


마셸은 끄덕이며 벤자민의 경험에 감탄했다.


“오크입니다. 어쩌면 숲에서 나가는게 그리 멀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오크는 만만한 몬스터는 아니었지만 상위종 또한 아니었다. 머리를 쓴다는 점에서는 오크 쪽이 까다로울지도 몰랐지만, 이 붉은 숲에서는 오히려 희소식이었다. 적어도 무리짓는 오크라면 상위종이 없는 곳에서는 포식자일테니까.


“그렇군. 드디어 방향을 제대로 잡은건가?”


이제 숲에서 나갈 수 있을거라는 희망에 쩔뚝거리는 벤자민과 그런 벤자민을 부축하는 마셸의 걸음이 자연 빨라졌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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