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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럿거라! 안평대군 행차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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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명천
작품등록일 :
2024.07.18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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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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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9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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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단종 즉위. 3

DUMMY

정인지는 안평대군을 보며 자신의 생각을 거슬리는 태도와 행동에 기분이 몹씨 좋지 못했다. 풍수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안평대군이기에 더 마음이 쓰인 것일 수 있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흐르자, 김종서가 나섰다.


“지금 수릉을 결정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전하께 아뢰고, 천광(穿壙)하고자 하면 격식을 갖춰 움직여야 할 것입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흐르고, 서로 대립하는 시선을 나누었는데 김종서는 안평대군에게 등을 보이며 삿대질을 하면서 정인지를 나무랐다.


정인지는 김종서가 자신을 싫어하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김종서의 부인이 병이나서 사직을 요청했으나 아바마마께서는 받아들이지 않았고, 관찰사로 하여금 어육(魚肉)을 보내라는 어명이 있었지만 충청도에 있었던 김종서의 부인은 받지를 못했다.


이때 관찰사로 있던 인물이 정인지였다.


은원관계가 확실한 김종서는 정인지를 보며 크게 화를 냈다. 하지만 정인지는 김종서를 말에 굴복하지 않았다.


‘늙은 여우 따위가 어찌 좌의정 자리에 오를 수 있단 말인가?’


풍수 제조로 결정된 것은 조선 최고의 학문을 가지고 있었고, 풍수도 예외는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공조판서.


정이품의 자리였다.


하지만 정인지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가뜩이나 좌의정 남지대감이 병으로 물러나 그 직책을 이어받은 김종서를 보며 눈에서 불이 났다.


“풍수의 학문에 대해서···.”


“우의정 대감께서 너무 흥분하셨습니다. 그만하시지요. 풍수 제조에서 이 자리를 알아보시느라 고생하셨는데 풍수에 대해서 잘 모르는 제 아우의 괜한 소리에 기분이 언짢았을 것입니다. 서로 이해하고 수릉을 보는 것에 집중해 주십시오.”


수양대군의 말에 김종서 대감이 불만족스러운 얼굴을 하고 고개를 돌렸다.


정인지는 수양대군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처음부터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일이었다.


수양대군의 거듭된 요청과 재물을 전달받고 풍수를 아는이가 봐도 만족스러울 만한 이 자리를 찾기까지 고생한 것을 생각한다면 손해 보는 느낌이었다. 물론 수양의 요청대로 장자가 끊어지는 자리였다.


그런데 이걸.


노는 것을 좋아하고, 게으른 안평대군이 자신을 업신여김을 참을 수가 없었다. 또한 늙은 여우까지 자신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었다.


이건 자존심 문제였다.


“이 자리는 서북쪽을 등지고 동남쪽을 바라보는 방향인 건좌손향(乾坐巽向)의 자리입니다. 산등성이 하나가 둘려 있어 도국(圖局)이 되었고, 산 모양과 수파(水破)가 모두 좋습니다. 또 조종(祖宗)의 능침(陵寢) 옆이니 이보다 좋은 수릉은 없습니다.”


정인지는 대신들에게 소리쳐 자신의 풍수에 관한 생각이 변함없음을 다시 한번 말했다.


모두 산에서 내려왔고, 일행과 떨어진 정인지에게 수양이 다가왔다.


“모두 돌아간 후 사람을 시켜 살펴보는 게 좋지 않겠는가? 안평에 말대로 된다면 이것보다 큰일이 없을 수 없네.”


정인지는 수양을 도끼눈으로 쳐다보며 얼굴이 붉어졌다.


“지금 이 사람을 무시하는 처사입니까? 이현로가 그리 말했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겠지만 풍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안평대군의 말에 이리도 휘둘리신다면 이 사람 학문의 깊이를 무시하는 경우입니다. 이 땅을 건드리신다면 더 이상 저를 찾지 마십시오.”


정인지는 무례하게 수양에게 큰소리를 쳤고, 산에서 내려갔다.


“결코 그런 뜻이 아니었네.”


수양은 정인지를 이대로 보낼 수 없었다. 현재 자신에게는 이름값이 있는 사람이 없었다. 권람 정도만이 자신의 사람이었기에 기분 나쁜 상태로 정인지를 보낼 수 없었다.


“미안하네. 내 자네를 무시한 것이 아닐세. 그저 한번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야. 자네의 생각이 그리 확고하다면 땅을 파지 않을 테니 노여움을 푸시게.”


정인지는 고개를 돌려 수양을 쳐다봤다.


“자신이 있습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김종서가 정인지를 잡아먹을 듯 다그치는 것을 보며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정인지는 분명히 똑똑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재물을 좋아한다는 단점이 분명했다.


산에서 내려오면서 수양과 정인지가 뒤처지는 것을 보면서 자존심 때문이라도 이 땅을 건들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다.


“정인지가 살펴본 자리가 수릉의 자리로 안 좋은 것이 맞습니까?”


황보인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대행대왕의 수릉의 자리를 알아보려고 책을 찾아 공부했습니다. 저 자리는 물이 모이는 형색이었습니다.”


“수양대군께서 평소 풍수에 관심이 많은 것을 알고 있었지만 안평대군께서도 이리 관심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물이 나오든 나오지 않든 상관없습니다. 이 사람이 산릉도감의 수장으로 있으니 풍수 제조의 말대로 하지 않을 것입니다.”


김종서는 확신한 은원분명(恩怨分明)인 사람이었다. 김종서는 자신의 위치를 활용하여 정인지를 요직에서 물러나게 만들었다.


그래서인지 계유사화가 끝난후 김정서의 큰 며느리 두 딸은 정인지의 노비가 되었다.


“김종서 대감이 그러하시다면 내일 떠나기 전에 인부를 시켜 땅을 파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그리 자신이 있으십니까?”


“그렇습니다. 땅을 파서 물이 나와야 이현로가 본 수릉을 지정하는데 이의가 없을 것입니다.”


김종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



다음날.


수릉을 살펴보러 온 사람들과 인부들을 대동하여 산을 올랐다.


“이 자리를 파보면 되겠습니까?”


“이 주변 어디를 파도 물은 나오지 않습니다.”


정인지의 자신만만한 목소리에 힘이 넘쳤다.


“깊이는 어느 정도 파야겠습니까?”


“10척을 파는 것이 기본입니다.”


나는 풍수제조에게 물었고, 정인지는 인부들에게 말하며 땅을 파게 했다.


대신들은 한 번씩 인부들이 땅을 파는 곳을 내려다보며 살펴봤고, 아무 이상 없는 것을 보며 나를 쳐다봤다.


“풍수 제조의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영릉과 비슷한 위치에 있고, 주변 산세도 좋아 수릉으로 전하께 보고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강맹경의 말에 수양이 말을 보탰다.


“풍수 제조 정인지께서 여러 날 살펴보고 고른 자리입니다. 내 아우 안평이 풍수를 공부하며 노력한 것은 알겠지만 풍수에 오랫동안 노력한 풍수 제조의 말을 듣는 것이 좋겠습니다.”


정인지는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안평대군께서 말하신 물은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이 지형은 하늘과 땅이 만들어 베푼 자연의 형세로서 기운이 저절로 모이는 자리입니다.”


수양, 강맹경이 함께 있어서 정인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안평대군께서 그리 자신만만하시더니 이미 8척을 팠습니다. 물이 나올 기미도 보이지 않습니다. 풍수 제조의 말대로 되는 것이 아닙니까?”


“···크흠. 수릉의 자리를 그리 쉽게 결정할 수 있겠습니까?


황보인의 말에 김종서까지 나를 원망스러운 시선으로 쳐다봤다.


정인지가 선점한 땅을 파보지 않았다면 그냥 무시할 수 있었지만 이미 파서 땅을 쓸모를 파악했기에 결코 무시할 수 없음을 김종서는 알고 있었기에 나를 원망하는 시선으로 쳐다봤다.


강명경이 나를 쳐다보며 말을했다.


“안평대군께서는 풍수에 대한 공부가 부족해 보입니다. 처음부터 말이···.”


“···어. 이상합니다. 9척 가까이 팠는데 여기에서 물이 나옵니다.”


땅을 파고 있던 인부의 목소리가 들렸다.


대신들이 몰려가서 구덩이를 내려다봤고, 인부들 발목까지 차오른 물을 확인했다.


“안평대군의 말씀이 맞았습니다. 어찌 알았습니까? 정말 대단하십니다.”


“이 사람은 안평대군의 눈빛을 보며 믿고 있었습니다.”


황보인과 김종서의 말에 나는 미소를 지었다.


조금 전까지 나를 보던 김종서는 나를 전혀 믿지 못하는 눈빛이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 인부가 나온 구덩이를 내려다보는 사람들을 쳐다봤다.


정인지는 고개를 저으며 믿을 수 없다는 듯한 얼굴이었고, 수양과 강맹경은 똥 씹은 표정이었다.


“··지금은 물이 솟지만, 수맥이 없으니 장차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자네 그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당장 물이 솟는데 어찌 이를 보고 수릉으로 정할 수 있겠는가 옹졸하기 그지없네.”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어제 안평대군과 대화를 기억하고 있네. 자네가 선점한 이 땅은 수릉으로 적합하지 않네. 산림도감의 책임자로 있는 한 이곳은 안 되네. 그렇게 알게.”


김종서의 말에 이 땅은 더 이상 수릉으로서 가치가 없어졌다.


“안평대군과 이현로가 알아보신 땅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오늘은 안 될 것 같고, 다시 날짜를 정해서 가보는 게 좋겠습니다.”


“그러시지요.”


황보인과 김종서 그리고 나는 산에서 내려왔다.


“···이 일을 어찌 할겁니까?”


수양이 정인지를 다그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



정인지가 지정한 수릉의 땅을 파는 것을 했기에 계획보다 하루를 지체하고 궁에 도착했다.


전하를 뵈옵고 영릉과 수릉을 살펴본 것을 수양이 보고했다.


“풍수제조 정인지가 수릉의 능을 살펴보았는데 9척 깊이에서 물이 나왔습니다. 다만 이 물은 흐르는 물이 아닌 고여있던 물이 나온 것으로 수릉으로 삼기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하였습니다.”


수양은 장자가 끊어지는 이 땅을 포기하지 않았다.


“수릉으로 부족함이 없습니다. 물이 나온 것이 불길하다고 여기신다면 조금 자리를 옮기는 것도 괜찮은 선택입니다.”


정인지까지 포기하지 않고 전하께 아뢰었다.


전하께서는 나를 쳐다보고는 의정부의 의견을 물었다.


“산릉도감의 책임자인 우의정 김종서는 그 땅이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


“황송하오나 그 땅은 절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안평대군께서는 그 땅이 불길하다 하셨고, 물이 나올 지형이라고 하였습니다. 해서 땅을 파보니 물이 나왔습니다. 안평대군께서 평소 풍수를 공부하셨고, 그와 함께하는 동무 중에 이현로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자가 간산(看山)을 하러 돌아다녔고, 마땅한 땅을 찾았다 하였습니다. 날짜를 정해 살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절대로 풍수 제조가 찾은 곳은 안 될 것으로 아뢰옵니다.”


“영의정께서도 같은 뜻입니까?”


“그렇사옵니다. 다시 한번 살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전하.”


“의정부에서 그리 판단했다면 그 뜻에 따르겠습니다. 선왕의 능을 정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사항입니다. 대신들과 종친들은 더 살펴봐 주십시오.”


“황공하옵니다. 전하.”


보고를 마치고 수릉을 살펴본 인원들이 밖으로 나왔다.


“추후 날짜를 정해서 알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러시지요.”


황보인과 김종서가 인사를 하고 의정부로 돌아갔고, 수양이 다가왔다.


“안평아우께서 풍수에 이리도 재능이 있는지 몰랐네.”


“지형을 살펴본 후 책에 본 문구들을 대입해 보니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형님께서도 조금만 더 살펴보셨다면 알아보셨을 겁니다.”


“이현로가 알아본 수릉을 살펴보았는가? 그 자리는 괜찮은가?”


“명당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만 아직 보지는 못했습니다. 해서 내일 가서 살펴볼 요량입니다.”


“그러한가? 잘 다녀오시게.”


수양은 고개를 끄덕이고 정인지와 물러났다.


나는 자리를 지키며 한 사람을 기다렸다.


요동 행사직(行司直)의 당몽장(唐夢璋)이었다.


반시진을 기다리자, 당몽장이 모습을 보였다.


“오랜만에 인사를 드립니다. 안평대군께서는 잘 지내셨습니까?”


“자네도 오랜만일세. 요동에 있는 자네가 이곳에 왔다는 것은 명나라의 무슨 일이 생긴 것인가?”


당몽장은 주변을 살펴보고는 말을 이었다.


“명나라 황제께서 장자를 세워 황태자로 삼고 정통 태자를(正統太子) 폐하여 기왕(沂王)으로 삼았습니다.”


“놀라운 말이군.”


“이 사람은 전하께 보고를 드려야 하니 그만 가보겠습니다.”


“그러하시게. 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씀하시게.”


당몽장은 고개를 숙여 예를 표하고 이동했다.


경태제는 정통제의 아들 주견심을 폐하고, 자기 아들 주견제를 황태자로 책봉하지만 병으로 죽고 만다.


탈문의 변이 일어나는데 이제 5년이 남았다.


내가 고명사은사로 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나는 남궁의 유폐된 정통제를 만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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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고명 사은사. 9 +2 24.09.11 783 35 13쪽
35 고명 사은사. 8 +3 24.09.10 801 29 13쪽
34 고명 사은사. 7 +4 24.09.09 835 37 13쪽
33 고명 사은사. 6 +5 24.09.06 937 36 13쪽
32 고명 사은사. 5 +2 24.09.05 893 34 13쪽
31 고명 사은사. 4 +2 24.09.04 958 32 13쪽
30 고명 사은사. 3 +4 24.09.03 974 34 13쪽
29 고명 사은사. 2 +11 24.09.02 1,013 38 13쪽
28 고명 사은사. 1 +9 24.08.30 1,147 40 12쪽
27 황표정사. 12 +4 24.08.29 1,085 34 13쪽
26 황표정사. 11 +8 24.08.28 1,055 36 13쪽
25 황표정사. 10 +3 24.08.27 1,049 35 13쪽
24 황표정사. 9 +1 24.08.26 1,109 35 12쪽
23 황표정사. 8 +8 24.08.23 1,143 38 12쪽
22 황표정사. 7 +7 24.08.22 1,099 39 13쪽
21 황표정사. 6 +5 24.08.21 1,155 38 13쪽
20 황표정사. 5 +3 24.08.20 1,172 37 13쪽
19 황표정사. 4 +2 24.08.19 1,185 39 13쪽
18 황표정사. 3 +6 24.08.16 1,309 41 13쪽
17 황표정사. 2 +5 24.08.15 1,332 38 14쪽
16 황표정사. 1 +3 24.08.14 1,419 36 12쪽
15 단종 즉위. 11 +6 24.08.13 1,536 42 13쪽
14 단종 즉위. 10 +4 24.08.12 1,569 42 13쪽
13 단종 즉위. 9 +4 24.08.06 1,771 51 12쪽
12 단종 즉위. 8 +5 24.08.05 1,707 53 12쪽
11 단종 즉위. 7 +5 24.08.02 1,862 5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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