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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럿거라! 안평대군 행차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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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명천
작품등록일 :
2024.07.18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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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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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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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고명 사은사. 3

DUMMY

모화관에서 전별이 있었다.


명나라 사신 진둔이 수양이 전달한 선물들을 싣고 수양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나는 환관 태을에게 집중했다.


“명나라로 돌아가시면 꼭 태상황을 만날 수 있도록 부탁드리겠습니다.”


나는 공손하게 고개를 숙여 부탁하였고, 환관 태을은 더 깊숙이 고개를 숙여 꼭 전달하겠다고 말하였다.


“태상황께서 조맹부의 서체를 좋아하신다는 말을 듣고 제가 보관하였던 조맹부의 글을 가져왔습니다. 태상황께 보이시고 즐기셨으면 좋겠습니다.”


조맹부의 글이 써진 두루마리를 환관 태을에게 건넸다.


“이런 귀한 글을 주시니 태상황께서 기뻐하시며 안평대군을 기억하실 겁니다.”


환관 태을은 두루마리를 펼쳐 글을 확인하고는 거듭 인사를 했다.


명나라 사신들이 떠나는 것을 수양과 함께 지켜봤고, 한확이 죽은 이 시점에 그의 의중을 살피기 위해서 물었다.


“이번에 명나라에서 고명이 오면 이 사람이 고명사은사로 다녀오려 합니다. 형님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이번에 명나라로 가야 할 차례는 김종서 대감일걸세. 그의 의중을 먼저 물어보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이미 김종서 대감의 의견을 물었고, 의정부에서는 이 사람이 가는 것을 흔쾌히 허락하였습니다.”


“···나 역시 고명사은사로 가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자네가 가겠다면 나는 다음 기회에 가도록 하겠네.”


“그럼 이 사람이 가는 것으로 결정된 것입니다.”


“그러시게.”


원 역사와 달라졌다.


한확이 죽음으로서 수양은 고명사은사로 가는 것을 포기하였다.



****



“무슨 생각을 그리하십니까?”


권람과 마주 앉은 수양은 대화에 집중하지 못하고 다른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미안하네. 내가 죽은 한확의 말을 잊을수가 없고, 고명사은사로 안평이 가겠다고 말했던 것이 계속 신경 쓰여 자네와 대화를 집중하지 못했네.”


“한확이 대군께 무엇을 말했던 겁니까?”


“한확이 태평관에서 나에게 고명사은사를 가는 것을 추천했네. 명황제의 신망을 얻어 대업을 이룬 후를 대비하라 하였네.”


권람은 수양의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하고는 말했다.


“좋은 뜻이기는 합니다. 다만 명나라까지 다녀오는 시일이 오래 걸려 문제가 됩니다. 내일 당장 의정부에서 어떤 일이 벌일지 모르는데 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지금은 오히려 정치에 깊이 관여하여 발언권을 높이시는 것이 도움이 되실 겁니다.”


권람에 말을 듣고도 수양의 표정은 그리 편안해 보이지 않았다.


“한확이 모든 것을 준비한다고 했네. 또한 계책을 내었지. 황보인, 김종서의 아들을 함께 데려간다면 의정부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이며 본인이 견제하는 데 힘을 쏟겠다고 하였어. 아무래도 이건 내게 좋은 기회라는 생각에 쉽게 놓지 못하겠어.”


“이미 죽은 사람입니다. 한확이 살아있었다면 명나라에 가서도 그의 사람들이 도와 좋은 결과를 보이고 조선에서는 한확이 견제를 했을 수 있습니다. 작금의 현실은 견제할 만한 세력이 미비합니다. 얼마 전에 신숙주를 만나 대화하실 때도 급한 용무가 있다고 하여 피하지 않았습니까? 우선 세력을 만드셔야 합니다.”


“··알겠네. 다음 기회를 생각하지.”


수양은 몸을 바로 세우고 권람을 쳐다봤다.


“그래서 우리가 연회를 하자 하였는가?”


“맞습니다. 조정의 신하들과 집현전 학자들이 안평대군의 호의적인 것은 시문 연회 활동이었습니다. 안평대군이 그 좋아했던 연회를 열지 않고, 외유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에게 좋은 기회입니다.”


“연회를 열자는 말이군. 하지만 나는 시문의 깊이가 낮아 그들이 만족하지 못할걸세.”


“그런 것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 사람이 도와드릴 것이며 만족스러운 인사들을 모으겠습니다. 또한 그날 안평대군이 적잖이 당황할 것입니다.”


“왜 그런 것인가?”


“제가 계획했던 날짜는 안평대군의 생일입니다. 그날에 종친과 신하들이 수양대군의 연회에 참석하고 안평대군의 잔칫날에 사람이 없다면 얼마나 보기 흉하겠습니까?”


수양은 권람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있는가?”


“물론입니다.”


“알겠네. 추진해 보게.”


권람은 고개를 숙여 대답했고, 수양이 넌지시 말했다.


“그 경덕궁 긍지기는 잘 있는가?”


“경덕궁의 궁지기를 사직하고 한양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장삿날이 지난 후에 한번 보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



9월 초1일 현궁으로 가기 위해서 궁은 바쁘게 준비하고 있었고, 나는 배를 건조할 수 있는 목장을 찾아 나섰다.


병조에서 관리하는 수성전선색(修城典船色)을 찾았다.


“별감 이태보입니다.”


“큰 바다를 항해할 수 있는 배를 만들려고 하는데 실력이 좋은 목장이 있겠는가?”


별장 이태보는 곰곰이 생각하고는 말했다.


“왜를 갈 수 있는 배를 원하시는 것입니까?”


“아닐세. 나는 그보다 더 먼 바다를 가려고 배를 건조할 것이네.”


“큰 포구가 있는 곳에 배를 만드는 목장의 기술이 뛰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상인이나 어민들에게 배를 많이 만들어 본 경험이 풍부한 목장이 많습니다. 제물량(濟物梁), 동래(東萊)가 이에 해당합니다.”


“이곳에 있는 목장들은 실력이 없는가?”


“조운선을 제작하는 일은 뛰어날지 모르나 큰 바다를 향하는 배를 제작해 본 경험이 없습니다. 이곳은 조운선을 관리, 건조하는데도 목장들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추천할 만한 이가 있겠는가?”


“별감으로 지내다가 제물량으로 내려간 감쇠라는 사람이 있는데 손이 빠르게, 배를 건조한 경험이 있어 그가 적당한 인물일 것입니다.”


“알겠네.”


특별한 소득 없이 수성전선색을 나왔고, 강화도로 들어가기 전에 찾아가 볼 생각이었다.



****



자정 무렵.


종친과 문무백관이 근정전의 모였다.


전하께서는 발인 당일 상여가 출발하기 직전에 행하는 절차인 견전(遣奠)을 행하니 곡림(哭臨)하며 사배하고 나갔다.


종친회에서는 전하께서 어리고 죽음을 슬퍼하며 건강을 잃을까 두렵다며 궁에 남게 하였다.


차일을 걷어 올린 수례가 흥인문(興仁門) 밖으로 나오니 백성들이 길가에 차례로 서서 사배하여 곡을 하였다.


“심란함이 이루 말할 수 없구나.”


“세종께서 승하하신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런 일을 또 겪게 됩니다.”


“어리신 전하를 잘 모실 수 있도록 종친회에서는 온 힘을 다해야 할 것이야.”


양녕백부는 효령숙부에게 말을 하고는 뒤를 돌아보며 수양과 나에게 말했다.


“전하께서 성군이 되실 수 있도록 보필하겠습니다.”


“성심을 다하여 모시겠습니다.”


이들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웃겼다.


양녕은 수양을 지지하며 역모를 부추겼고, 효령은 나를 지지하며 세력을 이끌어가려고 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조선의 부국강병이 아닌 자신들의 영화를 누리기 위해 거짓된 행동을 하는 것이다.


그때의 내가 얼마나 멍청했는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


엄숙한 분위기에 이동했고, 다음 날 오후 6시에 현릉에 도착했다.


의식의 차례에 따라서 진행되었고, 재궁이 현궁에 내려가자, 종친과 신하들이 부복하여 곡하며 사배했다.


‘형님께서 계획하시던 일들 그리고 전하를 꼭 지켜드리겠습니다.’


문종 형님과 약속했던 계획의 실행과 전하를 지켜드리겠다는 약속을 다시 한번 다짐하는 시간이었다.


우의정 김종서는 흙 아홉 삽을 덮고, 작공들이 삽질을 하여 일을 마쳤다.



****



“산릉도감장무(山陵都監掌務)일은 잘되고 있는가?”


“무슨 걱정이 있겠습니까?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현로는 절차에 따라서 바쁘게 움직였고, 문종 형님이 안치되고 나서도 산릉의 능을 조성하는 공사를 진행해야 했다.


나는 이현로를 쳐다보며 물었다.


“내가 준 옷은 입고 있는가?”


“항시 아침에 일어나면 입고 있습니다.”


이현로는 옷깃을 살짝 들어서 내게 보여줬다.


“수양이 연회를 주관하려고 하는지 권람을 통하여 사람들을 모으고 있습니다. 그동안 안평대군께서 연회를 하지 않으신 이유도 있고, 세력을 만들려는 노력으로 보입니다.”


“그럴 수 있지. 신경 쓰지 말게.”


“··그것이 그날이 안평대군의 잔칫날입니다.”


“내 생일에 사람들을 모은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재밌군. 그 누구의 연회에 많은 사람이 오는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겠어.”


“제가 나설까요?”


“자네는 산릉도감의 일이나 열심히 하게. 내게 직접 나설 것이니.”


“혹시 제가 추천할 만한 사람이 있는데 만나보시겠습니까?”


“누군가?”


“음서를 통해서 경덕궁 궁지기를 하던 친구가 있습니다. 비록 과거에 급제하지 못했지만, 분명히 안평대군께 꼭 필요한 인물이 될 것입니다.”


이현로의 말에 나는 그가 누군지 알 것 같았다.


“그게 누군가?”


“한명회입니다. 한번 보시겠습니까?”


“그리하지. 무계정사에 한번 데리고 오게.”


“알겠습니다.”


나는 초우제(初虞祭)를 지내고 바로 돌아왔다.



****



일정이 바뻤다.


제물량으로 가서 배 만드는 장인을 만나봐야 했고, 강화도로 돌아와서 용광로 설치가 잘되었는지 확인해야 했다. 다시 한양으로 돌아오는 시기는 신숙주, 하위지의 혼인이 있는 날이었다.


무계정사로 돌아와서 채탐인 손용호의 보고를 받았다.


“제철소의 용광로 설치가 완료되었다고 합니다. 이에 아직 가동은 하지 않고 있으니, 안평대군께서 확인해달라는 김시습 선생의 요청이 있었습니다.”


“자네는 이곳에서 볼일이 끝났는가?”


“채탐인의 보고는 아직 들어오지 않았으나 다른 이가 있어서 제가 떠나도 상관은 없습니다.”


“그럼, 자네는 나와 함께 제물량으로 갔다가 강화도로 돌아가세.”


“알겠습니다.”


나는 몸을 씻고 옷을 갈아입고 나오는데 망울이가 차를 준비해서 자리하고 있었다.


“자네는 내가 가진 땅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있는가?”


“공식적으로 2백50결입니다. 하지만 비공식적으로 보유한 땅은 200결이 더 됩니다.”


1결이 1,200평이므로 내가 가진 땅은 대략 54만 평이었다.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는가?”


“경상남도 진양에 100결이 있고, 충청도에 140결, 그 외에 전국에 흩어져 있습니다. 지시한 대로 저수지와 연결을 확인했고, 대부분 저수지 수로와 연결이 되어 있었습니다.”


“나는 내 땅에 이모작을 할 것이네. 그러기 위해서는 이양법을 진행해야 할 것이야.”


“올가을에 보리를 심는 것입니까?”


“그렇네. 내가 종자를 공급할 것이니 내 땅의 소작농들에게 그리 말해주게.”


“알겠습니다.”


“다음에 올 때는 자네의 아이들과 최양선이 데리고 아이들을 강화도에 데리고 가서 교육을 시킬 예정이네. 아이들에게 잘 말해주게. 마지막으로 내 생일이 있으니 무계정사에서 준비해 주게.”


“지시한 대로 진행하겠습니다.”


나는 무계정사를 나와서 양모를 찾아갔다.


“어서 오시게. 큰일을 치르느라 고생하였네.”


“제가 할 일이 있었겠습니까? 그저 지켜보는 일이 다였습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자네가 준 비누라는 것이 어찌나 좋은지 내 피부가 매끄러우니 좋네.”


“그렇습니까? 제가 오늘은 향이 나는 비누를 가져왔습니다. 만족하실 겁니다.”


나는 양모와 함께 방으로 들어갔고, 나는 6개가 들어있는 오이 비누 상자 두 개를 내려놓았다.


“향긋한 냄새가 방 안 가득 퍼지는 것이 향낭이라고 해도 믿겠네. 이리 좋은 것을 내가 써도 되는지 모르겠네.”


“오이 비누입니다. 앞으로 제가 많이 생산할 것이니 아끼지 마시고 사용하십시오. 친한 분이 있다면 나눠주셔도 됩니다.”


“그리하겠네. 사람들이 아주 좋아할걸세.”


나는 양모를 보며 조심스레 물었다.


“혹시 양모께서 가지고 계신 땅이 얼마 정도 되는지 아십니까?”


“600결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네. 무슨 일이 있는가? 재물이 필요하다면 말씀하시게. 이 모든 재산이 누구 것이겠는가? 다 자네에게 돌려줄 것이네.”


양모가 나를 생각하는 마음을 알수 있었다.


“국가사업으로 전국적으로 저수지를 계획하고 실행하고 있는 것을 아실 것입니다. 이에 가을에 보리를 심고, 봄에 모내기를 통해서 이모작을 하려고 합니다.”


“자네가 말한 대로 된다면 백성들의 삶이 한결 수월해지겠네.”


“그래서 양모님의 땅에 하고자 합니다. 도와주시겠습니까?”


양모는 서랍 깊숙한 곳에 땅문서를 꺼내 내게 건넸다.


“모두 자네 것이니. 자네가 알아서 하게.”


“아닙니다. 땅이 어디 있는지 파악하고 다시 보내드리겠습니다.”


“아닐세. 자네가 가지고 있는 것이 내가 편하겠어.”


“··제가 잠시 보관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나는 양모와 함께 식사하고, 새벽에 손용호와 제물량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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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럿거라! 안평대군 행차시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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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고명 사은사. 12 +6 24.09.16 487 27 12쪽
38 고명 사은사. 11 +7 24.09.13 699 31 13쪽
37 고명 사은사. 10 +3 24.09.12 719 31 13쪽
36 고명 사은사. 9 +2 24.09.11 783 35 13쪽
35 고명 사은사. 8 +3 24.09.10 801 29 13쪽
34 고명 사은사. 7 +4 24.09.09 835 37 13쪽
33 고명 사은사. 6 +5 24.09.06 937 36 13쪽
32 고명 사은사. 5 +2 24.09.05 893 34 13쪽
31 고명 사은사. 4 +2 24.09.04 958 32 13쪽
» 고명 사은사. 3 +4 24.09.03 973 34 13쪽
29 고명 사은사. 2 +11 24.09.02 1,013 38 13쪽
28 고명 사은사. 1 +9 24.08.30 1,146 40 12쪽
27 황표정사. 12 +4 24.08.29 1,085 34 13쪽
26 황표정사. 11 +8 24.08.28 1,055 36 13쪽
25 황표정사. 10 +3 24.08.27 1,048 35 13쪽
24 황표정사. 9 +1 24.08.26 1,108 35 12쪽
23 황표정사. 8 +8 24.08.23 1,143 38 12쪽
22 황표정사. 7 +7 24.08.22 1,099 39 13쪽
21 황표정사. 6 +5 24.08.21 1,154 38 13쪽
20 황표정사. 5 +3 24.08.20 1,172 37 13쪽
19 황표정사. 4 +2 24.08.19 1,184 39 13쪽
18 황표정사. 3 +6 24.08.16 1,308 41 13쪽
17 황표정사. 2 +5 24.08.15 1,332 38 14쪽
16 황표정사. 1 +3 24.08.14 1,419 36 12쪽
15 단종 즉위. 11 +6 24.08.13 1,535 42 13쪽
14 단종 즉위. 10 +4 24.08.12 1,569 42 13쪽
13 단종 즉위. 9 +4 24.08.06 1,771 51 12쪽
12 단종 즉위. 8 +5 24.08.05 1,706 53 12쪽
11 단종 즉위. 7 +5 24.08.02 1,861 5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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