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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럿거라! 안평대군 행차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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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명천
작품등록일 :
2024.07.18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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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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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8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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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다시 조선에서.

DUMMY

밤늦은 시간.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방금 깨어난 상태처럼 정신이 맑았다.


난 무계정사(武溪精舍)에서 눈을 떴다.


달빛에 보이는 기화 화초가 보이는 정원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무계정사를 완성했을 때는 형님 전하의 치세였고, 아바마마께서는 붕어(崩御)하셨을 시기였다.


만신의 말은 두 분 중에 한 분이 승하(昇遐)할 시점에 도착할 것이라는 말이었다.


그렇다면 형님 전하께서 위독하시다는 말이었다.


내가 돌아오고 싶었던 시점과는 달랐다. 하지만 목효지가 예상했던 계유정난이 일어날 시점보다는 앞서니 다행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모두 잠든 밤.


홀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밤을 지새웠다.


대한민국에 있었던 일들을 생각하며, 조선으로 돌아오며 계획했던 일들을 남아 있는 이현로가 잘해 줄지도 걱정이 되었다.


아침이 오면 궁에서 사람을 보낼 것이고 나는 입궁해서 전하의 죽음을 지켜봐야 할 수도 있었다.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 준비했던 백신과 치료 방법은 무의미해졌다.


아직 강화도 정수사의 동굴은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복잡해졌다.


형님 전하께서 살아계셨다면 나의 수고는 절반 이하로 줄어들고 내가 할 수 있는 일만 하면 되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단 한 가지 위로가 되는 것은 수양을 내가 죽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달이 기울고 새벽의 어둠이 솟아난 해로 물러가고 있었다.


“망울이 있느냐?”


정자로 들어오는 작은 문이 열리고 망울이가 들어왔다.


“주인마님 기침하셨습니까?”


“궐에 입궁할 것이다. 채비하거라.”


“알겠습니다.”


망울이는 공손히 고개를 숙이고 물러났고, 나는 예복을 입고 준비를 마치고 나오자, 밖으로 궁에서 나온 이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전하께서 종친인 안평의 입궁을 명하는 어명을 내렸습니다. 속히 입궁하시옵소서.”


환관의 복장을 한 이는 아는 얼굴이었다.


궁의 출입을 하면서 판내시부사(行同判內侍府事) 엄자치(嚴自治)를 따라다니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자네 환관 이귀인가?”


이귀는 고개를 깊숙이 숙였다.


“안평대군께서 기억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환관들의 어려움을 알고 있네. 언제든지 어려움이 있다면 나를 찾아오게.”


“환관의 어려움을 알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만 가세.”


환관 이귀를 앞세워 궁으로 향했다.


“어의 전순의에 보고에 의하면 전하께서 낫고 계시다 들었는데 요즘 어떠신가?”


“··병환이 위중하여 전하께서 종친과 의정부 대신들을 불러들이셨습니다.“


“그렇다면 보고가 잘못되었다는 말인가?”


“소인은 알지 못합니다.”


환관 이귀는 고개를 숙여 대답을 회피했다.


“자네가 생각하기에 어의 전순의의 처방이 합당하다고 생각하는가?”


“소인은 알지 못합니다.”


“그런 한가? 자네에게 부탁할 것이 있네. 들어주겠는가?”


“소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앞으로 수양 형님이 입궁하게 되면 누구를 만나는지 알려주게.”


이귀는 내 말에 흠칫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가 내 얼굴을 보고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할 수 있겠는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고맙네. 나는 자네를 기억할걸세.”


이귀는 더욱 깊숙이 허리를 숙였다.


강녕전에 도착하니 외정(外庭)에 의정부 대신들이 지키고 있었고, 수양은 멀리서 의녀와 대화하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본인이 왕이 되기 위해서 형제인 나와 아들을 죽이고, 딸과 며느리를 공신들에게 노비로 보내는 만행을 저지를 이였다.


내가 이곳에 돌아오기 위해서 노력했던 가장 큰 이유였던 인간이었다.


나는 수양을 지켜보며 이를 악물었고, 의정부 대신들에게 걸어갔다.


“어찌 된 연유입니까? 어의의 말로는 차도가 있다고 하여 사신의 연회를 베풀고 활 쏘는 것까지 구경했다 들었습니다.”


“전하의 병환이 위중하다는 보고를 내사사인(內史舍人)에게 전해 듣고 이리 모였습니다.”


영의정 황보인과 우의정 김종서가 있었다.


“전하의 용안을 뵈었습니까?”


“··아직 뵙지 못했습니다.”


영의정 황보인의 말에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대로라면 전하께서는 오시(酉時)에 붕어(崩御) 하신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했다.


가장 문제는 수양과 내통하고 있는 전순의를 처리하는 문제였다. 그를 제거하지 못한다면 분명히 전하께서는 역사대로 되실 것이었다.


수양이 의녀와 대화를 끝내고 오는 것을 보고, 나는 몸을 돌렸다.


“아우님. 어디 가시는가?”


“내의원에 다녀오겠습니다.”


내의원에 들러 주변을 살펴보고 어의 변한산(邊漢山)에게 다가갔다.


“안평대군 오셨습니까?”


“어의 전순의는 어디 있는가?”


“강녕전에 전하를 모시고 있습니다.”


“자네는 전하를 뵈었는가?”


“그렇습니다.”


“병환이 낫고 계신 건가?”


“······.”


“어허. 답답하게 입을 다물지 말고 말해 보게. 이대로 전하께서 잘못되시기라도 하면 직첩(職牒)을 박탈당하고 의금부에 투옥되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걸세. 어의인 자네의 목숨 남아 있을 성싶은가?”


“갑자기 종기의 환부가 좋지 않아 병이 깊어졌습니다.”


“전순의의 치료는 합당한가? 혹시 화농 되지 않은 종기에 침을 놓은 것이 아닌가?”


“··침 치료는 어의 전순의가 담당하고 있어 소인은 알지 못합니다.”


변한산의 당황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전하의 식사를 기록하였는가?”


“그렇습니다.”


“가져오게.”


“··안평대군께 보여 드릴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어의 변한산의 말에 나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내가 약속하겠네. 자네가 한 번만 더 답답한 소리를 더 한다면 내 손에 죽을걸세.”


내 협박이 통했는지 변한산은 기록된 서책을 가지고 나왔고, 펼쳐서 확인했다.


“···꿩고기를 누가 진상한 것인가?”


“그게 어찌 잘못된 것입니까?”


“어찌 어의라는 자가 이런 것도 모를 수 있단 말인가? 자네 진정 모르는가? 종기에는 기름진 음식은 권하지 않은 음식이며, 꿩이 주식으로 삼는 것이 반하(半夏)인데 독성이 강해서 종기에 치명적이네. 진상한 이가 누구인가?”


“어의 전순의입니다.”


“그자는 아바마마의 명으로 의방유취(醫方類聚)를 편찬했던 자가 아닌가. 그런 자가 모르고 했다고 보기 어렵다. 당장 그를 잡아다 심문하겠다.“


나는 불같이 화를 내며 내의원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들을 수 있도록 큰 소리로 말했다.


“자네는 시호청간탕(柴胡淸肝湯)을 아는가?”


“··제대로 알지 못합니다.”


“시호(柴胡) 2돈, 치자(梔子) 1.5 돈, 황금(黃芩) · 인삼(人參) · 천궁(川芎) · 청피(靑皮) 1돈, 교(連翹) · 길경(桔梗) 각 8푼, 감초 5푼을 다려 가져오라. 이 탕약은 자네가 직접 다리고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될 것이야. 알아듣겠는가?”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지금 당장 만들 거라. 나는 대역죄인 전순의를 죽이겠다.”


나는 지시를 하고 강녕전으로 이동했다.


너튜브와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을 확인하면 형님전하의 승하하면서 어의 전순의의 처분과 계유사화 이후 수양에게 공신의 책정되었다는 것을 두고 수양이 어의와 관계가 있다는 것을 몇 번이나 봤었다.


강녕전에 도착해서 의녀와 대화하고 있던 수양이었다.


전순의는 강녕전에서 모습을 보였고, 수양과 대화했던 의녀와 이야기하는 모습을 확인했다.


“내금위장은 이리 오라.”


내 명에 내금위장이 내 옆에 섰다.


“죄인 전순의를 잡아와 무릎 꿇리라.”


“자네 이게 무슨 행사인가?”


수양은 눈을 부릅뜨고 나를 쳐다봤다.


“내 말을 듣지 못했는가? 내금위장은 무엇을 하는가? 대역죄인 전순의를 잡아 오라.”


“알겠습니다.”


어의 전순의는 내금위장에 잡혀 외정에 무릎을 꿇렸다.


“너의 죄를 알겠느냐?”


전순의는 눈을 굴리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어딜 고개를 쳐들고 눈을 굴리는 것이냐? 삼족이 멸하고 싶은 것이냐?”


전순의는 고개를 처박고 몸을 떨었다.


“너희 죄를 모르겠다면 내가 말하겠다. 첫째. 전하께 꿩을 진상하였다. 기름이 많은 음식이라 종기 환자에게 권하지 않은 음식이며, 꿩은 반하라는 독성이 강한 초를 주식으로 삼는데 종기에 치명적이다. 둘째. 농이 생겨 몸의 열기를 발산하지 못해 상한 것인데 명나라 사신의 접대와 활쏘기를 말리지 못했다.”


이 두 가지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었고, 세 번째는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조선왕조실록을 통해서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셋째. 고름이 생기지 않은 농을 건드려 증상이 악화하였다. 어찌 네가 전하를 모시는 어의라 할 수 있겠느냐?”


황보인과 김종서는 내 말을 듣고 거들었다.


“사실인가? 자네의 책임이 가중하거늘 어찌 이리 행동했는가?”


“선대왕께서 기록된 치료 과정이 있거늘 자네는 확인해 보지 않았는가?”


두 대감의 질문에 전순의는 고개를 처박았다.


“죽여주시옵소서.”


나는 수양의 표정을 살펴보며 더 큰 소리로 말했다.


“이런 큰일을 어의인 너 혼자서 계획했다 할 수 없다. 누구냐? 네 뒤에 있는 것이. 어서 말하라.”


“소인은··.”


전순의는 고개를 들어 수양을 쳐다봤고, 수양의 표정은 일그러졌다.


차앙.


수양은 내금위장의 검을 빼 들고, 전순의에게 다가갔다.


쉬익.


전순의의 몸을 베었다.


전순의는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눈으로 수양을 쳐다봤고, 입을 열었다.


“모든것이 수양··.”


“네 이놈. 어디서 입을 함부로 놀리는 것이냐?”


수양의 검이 전순의의 심장을 찔렀다.


“수양께서는 어찌 강녕전에서 전하의 어의를 죽일 수 있단 말입니까? 국문을 통해 알아내어야 할 것을.”


김종서 대감의 호통에 수양은 피 묻은 검을 떨어뜨렸다.


“안평아우의 말처럼 전하의 옥체에 죄를 지었다면 죽어 마땅하였습니다.”


“조선의 법은 수양대군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것입니까?”


김종서는 수염을 부들부들 떨었다.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수양은 몸을 돌러 강녕전을 빠져나갔다.


수양은 분명히 전순의와 연관되어 있었다. 그가 죽기 전에 수양을 말하려다 심장에 찔려 죽었다. 그는 도대체 언제부터 준비했던 것인가? 짐승과 같은 놈이었다.


“어찌 이런 극악한 행동을 할 수 있단 말입니까? 결코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입니다.”


김종서는 수양의 뒷모습을 보며 소리쳤다.


전순의가 죽었다. 이제 수양의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고, 아직 전하의 상태를 확인하지 않았지만, 하루라도 더 살리고 싶었다.


변한산이 탕약을 들였고, 호흡이 좋아졌다는 보고를 들었다.


원 역사에는 유시에 돌아가셨지만 내가 돌아온 후 유시를 넘겼다.


“이 사람이 남아 전하 옆에 있겠습니다. 대감들께서는 퇴청하시지요.”


“안평대군 혼자 괜찮으시겠습니까?”


“이 사람이 해야 할 일입니다.”


영의정 황보인과 우의정 김종서가 돌아간 후 나는 창녕전에 서서 환관 전균(田畇)에게 말했다.


“알리거라.”


“전하. 안평대군 드시옵니다.”


대답이 없었지만, 나는 안으로 들어갔다.


전하께서는 엎드린 자세로 누워 있었고, 세자는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 있었다. 탕약을 올린 변한산은 더 뒤에 앉아 있었다.


“전하. 신 안평이 왔습니다.”


“가까이 오라.”


나는 다가가서 전하의 손을 잡았다.


입술은 메말랐고, 눈에 보이는 등에 종기는 심각했다. 결코 탕약으로 잡을 수 있는 병환이 아니었다. 그저 죽음의 시간을 지체하는 정도였다.


“과인이 오래 살지 못할 듯하네.”


마른 입술을 벌리며 자신에게 아직 힘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듯이 힘주어 말했다.


“세자 저하께서 아직 어리십니다. 전하께서 힘을 내셔야 합니다.”


형님 전하는 고개를 돌려 세자 저하를 보며 말했다.


“세자는 그만 가서 쉬거라. 오늘은 안평이 과인을 지켜볼 것이다.”


“아닙니다. 아바마마 곁에 있겠습니다.”


“상선은 세자를 동궁전으로 모시거라.”


전균이 명을 듣고 들어와서 세자 저하를 모시고 나갔다.


“자네는 탕약을 가져오라.”


변한산은 깊숙이 고개를 숙이고는 물러났다.


“수양과 자네가 세자를 잘 보필해 주시게.”


“···아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세자 저하께서 영민하시니 걱정이 없을 것입니다.”


“피곤하니 잠시 쉬겠네.”


형님은 엎드려 눈을 감았다.


일정한 호흡소리와 등이 움직이는 것을 확인하며 잠이든 전하를 보며 나는 입을 열었다.


“신이 미래를 다녀왔습니다. 조선이 망하고,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생겼습니다. 과학이 발달하고, 신분의 차이가 없는 나라였습니다. 조선왕조실록을 확인했고, 참담한 역사를 읽었습니다.”


나는 밤새 내가 다녀온 대한민국을 설명해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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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고명 사은사. 10 +3 24.09.12 719 31 13쪽
36 고명 사은사. 9 +2 24.09.11 783 35 13쪽
35 고명 사은사. 8 +3 24.09.10 801 29 13쪽
34 고명 사은사. 7 +4 24.09.09 835 37 13쪽
33 고명 사은사. 6 +5 24.09.06 937 36 13쪽
32 고명 사은사. 5 +2 24.09.05 893 34 13쪽
31 고명 사은사. 4 +2 24.09.04 957 32 13쪽
30 고명 사은사. 3 +4 24.09.03 972 34 13쪽
29 고명 사은사. 2 +11 24.09.02 1,012 38 13쪽
28 고명 사은사. 1 +9 24.08.30 1,146 40 12쪽
27 황표정사. 12 +4 24.08.29 1,085 34 13쪽
26 황표정사. 11 +8 24.08.28 1,055 36 13쪽
25 황표정사. 10 +3 24.08.27 1,048 35 13쪽
24 황표정사. 9 +1 24.08.26 1,108 35 12쪽
23 황표정사. 8 +8 24.08.23 1,143 38 12쪽
22 황표정사. 7 +7 24.08.22 1,099 39 13쪽
21 황표정사. 6 +5 24.08.21 1,154 38 13쪽
20 황표정사. 5 +3 24.08.20 1,172 37 13쪽
19 황표정사. 4 +2 24.08.19 1,184 39 13쪽
18 황표정사. 3 +6 24.08.16 1,308 41 13쪽
17 황표정사. 2 +5 24.08.15 1,332 38 14쪽
16 황표정사. 1 +3 24.08.14 1,418 36 12쪽
15 단종 즉위. 11 +6 24.08.13 1,535 42 13쪽
14 단종 즉위. 10 +4 24.08.12 1,568 42 13쪽
13 단종 즉위. 9 +4 24.08.06 1,771 51 12쪽
12 단종 즉위. 8 +5 24.08.05 1,706 53 12쪽
11 단종 즉위. 7 +5 24.08.02 1,861 5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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