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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럿거라! 안평대군 행차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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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명천
작품등록일 :
2024.07.18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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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5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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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단종 즉위. 8

DUMMY

신숙주와 하위지가 밤늦은 시간에 나를 찾았다.


“안평대군의 우려대로 도승지 강맹경이 의금부에 심문받고, 투옥되었습니다. 수양대군께서 적극적으로 도승지를 감쌌지만, 의정부 대신들의 강력한 요청으로 귀양길을 떠나게 될 것 같습니다.”


하위지의 설명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들은 이번 처사를 어찌 생각하는가?”


“법도에 어긋한 행위를 한 도승지는 처벌받아야 마땅한 것이었습니다.”


하위지는 평소에 말을 아끼는 자였다. 내가 도승지로 추천한 것을 알고 있고, 이 사건이 벌어지면서 많은 생각을 하고 결론을 내리고 나를 찾아왔다. 아마도 이 대화 끝에는 자기 생각을 내게 말할 것을 알고 있었다.


“수양대군께서 강맹경 도승지를 감싸며 책임회피에 노력하는 모습은 대신들에게 눈살을 찌푸리게 하였습니다. 아무래도 종친과의 관계가 있다는 생각을 들었습니다.”


“수양대군의 부부인께서는 파평윤씨이며, 강맹경 부인 역시 같은 가문이네.”


신숙주의 말에 하위지가 대답했고, 나는 이 둘을 보며 내 생각을 말했다.


“··전 도승지 강맹경이 수양 형님의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게 편하지 않겠나. 종친들이 저마다 자기 세력을 만드는 것이지. 수양형님 뿐만 아니라 금성대군까지도 움직이고 있네.”


“종친의 정치참여는 법도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하위지의 말에 나는 그를 쳐다봤다.


“대행 대왕께서는 고명대신을 세우셨네. 왕권이 약해지고, 신권이 강해지는 것은 종친회에서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이네. 그러니 그들도 세력을 만드는 것이겠지. 의정부의 권한을 넘는 행위는 반드시 일어나네. 그것을 견제하기 위해 나는 자네를 도승지로 추천했다네.”


“······.”


“도승지 자리로 하위지가 결정된 것입니까?”


하위지는 입을 다물었고, 신숙주가 물었다.


“우의정 김종서 대감이 그리할 것이네. 아마도 수릉을 살피러 다녀오면 그리 결정될 것이네.”


내 말을 듣고 하위지는 고민하고는 말했다.


“···이 사람은 종친과 의정부에 휘둘리는 사람이 아닙니다. 도승지가 된다면 전하를 위해서 일을 하는 것이지 안평대군과 전혀 무관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하위지의 생각을 알 수 있었다. 내가 도승지가 될 수 있도록 힘을 써준 것을 알고 있지만 어느 한쪽의 편을 들지 않겠다는 말이었다. 나쁘지 않았다. 전하를 위해서 노력해 준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만족스러웠다.


“자네는 자네의 일을 하게. 우리 모두 전하의 신하일세. 그 마음 변하지 말게.”


“안평대군께서 그리 말해주시니 한결 마음이 편합니다. 이 사람은 할 수 있는 일을 하겠습니다.”


“좋네. 그리하시게.”


하위지는 고개를 숙여 예를 보이고 신숙주를 남기고 무계정사를 떠났다.


“···하위지는 하고자 하는 일에 거침이 없고, 입이 무거운 자입니다. 도승지로서 그만한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범옹의 말대로 나도 그리 생각하고 있네.”


나는 신숙주를 보고는 그 옆자리가 허전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신숙주와 함께 다닌다고 알고 있던 청의동자가 보이질 않았다.


“자네 청의동자와 늘 함께 다닌다고 하지 않았나. 지금도 함께 있나?”


“···아닙니다. 청의동자가 안평대군이 무섭다며 대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나는 신숙주의 대답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무슨 말을 하든가?”


“안평대군께서 자신을 볼 수 있는 영안(靈眼)이 개안 되었다고 했습니다. 사실입니까?”


“청의동자가 보이는 것은 맞으나 내가 영안이 개안 되었다는 것은 잘 모르겠네.”


“진짜로 보이시는 겁니까? 무당이나 스님들이 지금껏 본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그게 놀랄 일인가? 나는 지금까지 범옹 자네가 희대의 천재로 생각했었네. 내 질문에 대답하는 것을 듣기 전까지.”


“···죄송합니다. 안평대군께서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습니다.”


“아닐세. 청의동자와 함께한다는 것도 자네의 능력일세. 아바마마께서 자네를 아끼신 것을 생각하고 전하께 성심을 다해주시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신숙주는 인사를 하고 무계정사를 나갔다.


나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말했다.


“자네의 쓰임이 많아 이대로 보내는 것이네. 한 번이라도 내 눈 밖에 난다면 자네를 죽일걸세.”


신숙주가 수양과 함께하게 된 사건이 사은사로 가면서 그랬을 거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나는 다른 원인을 알고 있었다.



****



아침 일찍 이현로가 나를 찾아왔다.


오늘은 수릉을 살피러 가는 날이었다.


최양선과 함께 가기로 약속이 되어있었지만, 이현로는 함께 오질 않았다.


“최양선이 머무는 곳에 가봤지만 없었습니다.”


나는 망울이를 불러서 최양선에 관해서 물었다.


“어제 무계정사를 나간 후에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알겠네. 돌아오면 수릉 예정지로 오라고 전해주게.”


“알겠습니다. 주인마님.”


최양선이 사라져 버렸다.


경복궁에 모여 수릉을 살피려 이동했고, 수양이 말머리를 나란히 하며 출발했다.


“아우가 본 자리가 명당이라 할 수 있는가?”


“이 사람이 책 몇 자를 본 것으로 풍수에 대해서 알겠습니까? 이현로가 풍수에 능하며 고생해서 찾은 곳이라 추천한 것입니다.”


수양은 가장 앞에서 움직이고 있는 이현로를 한번 쳐다본 후 말했다.


“풍수는 연륜을 무시할 수 없네. 정인지나 이사순같이 오랫동안, 이 방면에 수고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에 비해 이현로는 연륜이 부족하다 할 수 있네.”


“형님의 말씀이 지당하십니다.”


“실수를 만회하려 정인지, 이사순, 문맹검이 노력을 하여 건원릉 동쪽에 수릉을 찾아내었네. 어떤가? 이곳을 먼저 가보는 것이.”


“그러시지요. 이현로가 찾은 곳이 그곳과 멀지 않습니다.”


“다행일세.”


수양은 말머리를 돌리며 뒤로 물러났다.


정인지, 이사순, 문맹겸이 함께 있었고, 수양은 그들에게 지시하고는 정승이 모인곳으로 가서 이 상황을 설명했다.


“안평아우가 알아본 수릉의 자리와 내가 알아본 수릉의 자리가 가깝다고 하니 함께 보는 것으로 했습니다.”


“그러시지요. 전 도승지 강맹경을 통해서 수양대군께서 수릉자리를 알아보고 있다는 것을 전달받았습니다.”


“···다행입니다.”


수양은 속이 쓰릴 것이다.


전하의 일거수일투족을 강맹경을 통해서 모두 전달받았지만 이제 더 이상 그러지 못한다. 물론 그에게 협조적인 인물들이 있겠지만, 도승지보다 못할 것이 분명했다.


건원릉 입구에 도착하고, 말에서 내려 걸어 올라갔다.


이곳은 현릉이었다.


원 역사에 대행대왕께서 묻힌 장소였다.


수양이 나서 대신들에게 설명했다.


“어떻습니까? 이보다 좋은 자리는 없을 것입니다.”


“수릉을 미리 확인해 보신 겁니까?”


황보인은 땅이 파헤친 흔적을 보고 수양에게 물었다.


“대신들과 함께 수릉을 살펴보려 하는데 저번과 같은 실수가 있으면 안 되기에 한 번 파보았지만 물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지금 그보다 지형을 봐주십시오. 주변 산이 수릉 예정지를 감싸는 형국이 후손이 잘될 수밖에 없는 명당입니다.”


“좌측에 청룡 언덕, 우측에 백호 언덕이 있는 지형입니다. 능의 안정과 보호가 되는 곳입니다.”


“산세가 좋아서 산과 물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생기가 모이는 곳입니다. 이런 자리는 쉽게 찾을수 있는곳이 아닙니다.”


정인지(鄭麟趾)·이사순(李師純)이 수양의 말에 호응하며 대신들에게 말했다.


나는 대신들과 살펴보고 있는 이현로에게 가서 물었다.


“어떤가? 괜찮은 자리인가?”


“땅의 모양과 기운인 형기(形氣)는 만족스러우나 산의 근원이 주인을 약하게 만드는 자리입니다. 풍수학적으로 철문관(鐵門關)의 형국입니다. 기운의 흐름을 막아 발전을 저해하는 곳입니다. 이곳은 쉽지 않은곳입니다.”


이현로의 설명을 들은 대신들이 수양대군을 쳐다봤다.


“풍수 제조들이 좋은 수릉터라고 하는데 이현로 한 사람의 말에 현혹되는 것입니까? 다른 이의 말을 들어보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문맹검 자네가 말해보게?”


“···옥진금환(玉珍金環)의 땅은 아니지만 백호가 웅크리고 있는 백호반박(白虎盤泊)의 자리는 되옵니다. 안정과 보호를 상징할 수 있는 길지입니다.”


“이것 보십시오. 모두가 좋다고 하는데 이현로 한 사람만이 나쁜 곳이라 합니다. 이것이 무슨 뜻이겠습니까? 이현로 자네가 알아본 땅이 이보다 좋다고 할 수 있겠는가? 아무리 욕심이 난다고 하지만 국가의 일을 자기 뜻대로 하려고 하면 안 되지 않겠는가?”


“이 사람이 이곳을 볼 때는 좋은 수릉의 자리가 아닙니다.”


“어허. 이 사람이 아직도 인정하지 못하는가? 욕심이 앞서면 다치게 되어있네.”


“······.”


이현로는 수양의 책망에 입을 다물었다.


“···그만하시지요. 이곳을 후보로 두고, 이현로가 살펴본 곳을 보러 가시지요.”


우의정 김종서가 수양을 말리며 산에서 내려왔고, 이동했다.


“풍수 제조들은 이 땅이 좋은 자리라 합니다. 안평대군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이 사람이 무엇을 알겠습니까? 그저 좋다고 하니 믿을 수밖에요. 다만 이현로가 욕심으로 수양 형님이 알아본 자리를 비하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김종서는 수양과 함께 있는 풍수 제조를 쳐다보며 말했다.


“수양대군이 함께 온 풍수 제조들과 긴밀한 사이일 수도 있지요.”


“···수양 형님이 현덕왕후의 소릉을 알아본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풍수 제조들과 인연이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걱정입니다. 소릉의 자리는 풍수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이 사람이 봐도 좋은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이현로가 알아본 수릉의 자리를 살펴보신 후에 결정하셔도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모두 만족스러운 자리여야 할 겁니다.”


도착해서 말에서 내려 걸어 올라갔다.


“이곳입니다.”


이현로의 말에 수양이 불같이 화를 냈다.


“자네가 찾은 자리가 이곳이 맞는가? 어찌 이곳을 수릉의 자리로 선택했단 말인가?”


“형님. 무슨 문제가 있는 것입니까? 이 자리를 알고 계신 겁니까?”


“아니 이 자리는······.”


수양은 얼굴이 붉어져서 말하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아마도 본인이 이미 점찍어 놓은 자리인 것이 분명했다. 정인지와 이사순도 알고있는것인지 당황한 얼굴이었다.


나는 이 자리를 빼앗기로 했다.


“부토자지지체(夫土者氣之體) 유토사유기(有土斯有氣)라 하였습니다. 흙은 생기의 몸이기에 흙이 있는 곳에 생기가 있다고 하였습니다. 청룡과 백호가 혈장을 감싸주고 생기를 응축시켜 주는 혈장오악(穴場五嶽)과 삼성(三星)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현로의 설명에 대신들은 만족스러운 얼굴들이었다.


“주변의 풍광이 좋습니다.”


“건원릉에서 그리 멀지 않아서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대신들의 말에 수양대군이 나섰다.


“동래 정씨의 선대 묘역이 있는 자리입니다. 더군다나 이곳은 군사들의 훈련과 왕가의 사냥터로 그리 좋은 자리가 아닙니다.”


“맹호출림(猛虎出林)의 형국입니다. 재난을 부르는 곳입니다. 이런 곳은 수릉으로 삼기에는 시끄러운 자리입니다.


“하천이 있어 배산임수의 형국으로 보이지만 물의 기운을 제대로 받을 수 없는 곳입니다. 후손들이 번창할 수 없는 자리입니다.”


이사순과 정인지는 불가능하다는 말을했다.


“자네들의 생각은 어떤가?”


김종서는 윤통(尹統),김경손(金敬孫),문맹검(文孟儉)에게 물었다.


“수릉으로 삼기에 부족한 것으로 보입니다. 주산인 천마산의 영향력이 너무 강해 왕의 기운이 흐트러질 것입니다.”


“제가 볼 때는 나쁘지 않습니다. 이현로가 제대로 된 수릉을 찾은 것 같습니다. 안산이 있어 기운을 받아들이는 형세입니다. 번영과 안정을 가져다줄 것입니다.”


“결구불주(結局不住)의 지형입니다. 좋은 기운이 모였다가도 흩어지는 지형입니다.”


윤통과 문맹검은 부정적이었고, 김경손은 좋은 자리라 하였다.


“여전히 너히들은 되먹지 못했구나. 너희들은 전혀 성장하지 않았어. 아직도 어리석고, 미련해. 그러니 땅의 기운을 제대로 보질못하는거야. 알량한 지식만 머릿속에 채우다니보니 정작 땅을 보는 눈은 한참 떨어졌어.”


최양선이 뒷짐을 지고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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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고명 사은사. 8 +3 24.09.10 801 29 13쪽
34 고명 사은사. 7 +4 24.09.09 835 37 13쪽
33 고명 사은사. 6 +5 24.09.06 937 36 13쪽
32 고명 사은사. 5 +2 24.09.05 893 34 13쪽
31 고명 사은사. 4 +2 24.09.04 958 32 13쪽
30 고명 사은사. 3 +4 24.09.03 974 34 13쪽
29 고명 사은사. 2 +11 24.09.02 1,013 38 13쪽
28 고명 사은사. 1 +9 24.08.30 1,147 40 12쪽
27 황표정사. 12 +4 24.08.29 1,085 34 13쪽
26 황표정사. 11 +8 24.08.28 1,055 36 13쪽
25 황표정사. 10 +3 24.08.27 1,049 35 13쪽
24 황표정사. 9 +1 24.08.26 1,109 35 12쪽
23 황표정사. 8 +8 24.08.23 1,143 38 12쪽
22 황표정사. 7 +7 24.08.22 1,099 39 13쪽
21 황표정사. 6 +5 24.08.21 1,155 38 13쪽
20 황표정사. 5 +3 24.08.20 1,172 37 13쪽
19 황표정사. 4 +2 24.08.19 1,185 39 13쪽
18 황표정사. 3 +6 24.08.16 1,309 41 13쪽
17 황표정사. 2 +5 24.08.15 1,332 38 14쪽
16 황표정사. 1 +3 24.08.14 1,419 36 12쪽
15 단종 즉위. 11 +6 24.08.13 1,536 42 13쪽
14 단종 즉위. 10 +4 24.08.12 1,569 42 13쪽
13 단종 즉위. 9 +4 24.08.06 1,771 51 12쪽
» 단종 즉위. 8 +5 24.08.05 1,707 53 12쪽
11 단종 즉위. 7 +5 24.08.02 1,861 5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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