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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님의 서재입니다.

초인의 세상에서 범인이 할 수 있는 것.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ITE
작품등록일 :
2020.05.19 20:08
최근연재일 :
2020.06.30 21:27
연재수 :
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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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43,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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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30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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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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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회사를 만들자 (4)

DUMMY

"이게 뭐야?"


오늘도 게임을 하거나 커뮤니티 사이트를 돌아다니다며 하루종일 시간을 보낸 30대의 남자는 방금 막 큐튜브에 올라온 영상의 제목을 보며 배를 북북 긁었다.


"영웅, 초인범인 주식회사? 썸네일 더럽게 촌스럽네."


몇 달 전에 일을 그만두고 한동안은 홀로 여행도 가고 맛집을 찾아가 사진도 찍어보고, 배우고 싶었던 것이라거나 미뤄두었던 공부를 좀 해보기도 하는 등 알차게 시간을 보냈던 그는 얼마 되지 않아 바깥에 거의 나가지 않는 게으른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아마 얼마 전의 그였다면 이 영상을 클릭해 보지 않았으리라.

하지만 나태한 생활을 하던 중 집안에서 웬만한 화젯거리는 전부 뒤져보았던 그에겐 신선함이 필요했고 어떤 촌스러운 영상인지 일단 보기나 하자. 라는 생각으로 그는 영상을 눌렀다.


[안녕하세요,]

"초짜네."


화면에 나온 것은 이제 고등학생이 되었을까 싶은 여자애였다.

말은 더듬지 않았지만 어색하고 화면도 흔들리는 것이 딱 봐도 영상을 처음 올리는 것이었다.


"끌까..."


기왕 눌러본 김에 조금 더 지켜보기로 결심한 남자는 잠자코 영상을 지켜보았다.


[저는 원래 큐튜브를 시청하긴 했지만 방송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제가 영상을 올린 건 어떤 고마운 분들을 홍보하기 위해서입니다.]

"고마운 분들?"


그리고 소녀는 설명을 시작했다.

자신의 집이 가축을 기르는 농장이라는 것. 그런데 몇 달 전 근처에 던전이 생겼다는 것.

던전에 의해 키우던 동물들이 죽어나갔으며 금방이라도 농장이 폐쇄될 위기에 처했다는 것. 초인부는 물론 민간 초인 사무소, 그리고 각종 부서에 도움 요청을 했지만 전부 소용이 없었다는 것.


"던전이 근처에 생겼는데 초인부가 안 도와줘? 주작인가?"


초인이라면 환장을 하는 남자는 의외로 흥미로운 내용에 영상을 끝까지 보기로 결심했다.


[가축들이 죽는 걸 막으려면 던전 근처의 몬스터를 없애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민간 초인 사무소에 찾아가서 의뢰했는데 신뢰할 만한 곳은 가격이 엄청 나더라구요. 가격이 낮으면 의뢰를 실패해도 계약금은 돌려줄 수 없다느니, 또는 하는 시늉만 하고 돌아가는 사람들도 많았어요.]

"과장이 좀 심한데"



초인들에 대한 관심은 많았지만 어디까지나 수박 겉핥기 정도이지 그들의 생태에 대해 알지는 못하는 남자였으므로 자극을 위한 장치라 여겼다.



[유명 초인 큐튜버 분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메일이나 댓글을 올려봐도 아무런 대답도 없으시더라고요. 물론 수만 개가 넘는 댓글을 일일히 보시진 않겠죠. 저희 집엔 더 이상 희망이 없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해결이 됐다는 거겠지?"


그럼 누가 해결해 주었는가? 드디어 소녀의 입에서 그들에 대한 언급이 시작되었다.


[그때, 단돈 백 만원에 의뢰를 맡아주겠다는 분들이 나타났어요. 그게 이 영상 제목의 초인범인 주식회사란 분들이에요.]

"백 만원?"


남자는 초인 사무소에 의뢰를 해 본 적은 없었지만, 적어도 그게 터무니없는 금액이라는 정도는 알았다. 영상 속의 소녀가 거짓말을 하는 거라고 판단하는데 그녀가 말을 이었다.


[그분들에 대해선 직접 보는 게 빠르시리라 생각해요. 멀리에서, 그리고 스마트 폰으로 찍은거라 화질이 엄청나게 나빠요. 그리고 몬스터들이 죽는 게 좀 잔인해 보일 수 있으니 양해해 주세요.]


그리고 영상이 시작되었다.

대체 어느 초인인지 얼굴 구경이나 해보자 싶었던 남자는 화면을 주목했다.

그리고 대뜸 나타나는 한 쌍의 남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초인들이라 누구지? 싶어 고개를 갸웃거리던 그는 이내 남자를 보고 소리쳤다.


"어? 이거 그 김범인인가 아닌가?"


민간인 이면서도 몬스터 게이트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구해내고 영웅적인 행위를 하여 화제가 되었던 사람이었다.

의외의 인물이 나오자 남자는 영상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같이 있던 차가운 인상의 여자가 홀로 푸른 빛의 보호막 안으로 들어갔고 곧 몬스터가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우와. 이 정도면 B급 이상 아닌가?"


B급이면 어디서나 모셔가려고 난리인 대단한 등급이었다.

얼음으로 주변을 가득 채운 모습에 연신 감탄만이 나왔다.

하지만 여자는 곧 지쳤으며 김범인은 여자를 불러들였다.


"어라? 의뢰 실패?"


그럴리가 없었다. 이 영상을 올린 소녀는 사건이 해결되었다고 말했다.

애초에 해결되지 않았다면 영상을 올리지도 않았으리라.


"그럼 어떻게...어?"


원래도 흔들리고 있었지만 크게 동요한듯 요동치는 화면.

하치만 화면 너머에 나타난 이들을 보자 남자는 이해가 감과 동시에 소리치지 않을 수 없었다.


"맙소사! 격왕이잖아?! 그리고 하늘 분쇄기까지?!"


가운데에 있는 여자는 생소한 여자였다.

하지만 이어지는 영상으로 인해 남자의 뇌리에 깊게 각인되었다.

그녀는 격왕과 하늘분쇄기. 둘과 대등하게 전투를 하며 몬스터들을 도륙냈던 것이다.

2분도 채 되지 않는 시간.

거구의 몬스터들이 으깨지고 날아가는 광경.

수십은 넘어 보였던 몬스터들이 모두 피륙이 되기까지 걸린 시간이었다.

그리고 영상이 끝났다.


[깜짝 놀라셨죠? 저도 그랬어요. 설마 초인들 중 최강이라 불리는 분들이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거든요. 전 생각했죠. 아 백만원은 우리 아빠가 착각한 금액이구나 하고요.]

"착각이 당연하지. 격왕인데? 하늘 분쇄긴데?"


비단 둘만이 아니라 다른 두 여자도 못해도 건당 수천 만원은 받아야 할만한 전력들이었다.


[그리고 김범인씨는 처음 저희가 알던 금액과 다른 금액을 받았어요.]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저런 고급 인력을 쓰는데 돈이 얼마나 드는데 고작 백만 원? 말도 안 된다. 아니, 애초에 격왕은 누구의 명령도 듣지 않으며 돈에 유혹되지 않고 제자들과만 움직인다고 유명한 사내 아닌가?


[네. 백만 원이 아니라. 오십 만원을요.]

"...어?"

[그나마 나머지 오십 만원도 첫 의뢰 성공 기념이라면서 고기 돌리는데 쓰셨어요. 저희 농장이 참 어려웠는데...정말 좋으신 분인 것 같아요.]


감정이 복받쳤는지 울먹이는 소녀. 소녀는 감정을 추스르더니 말했다.


[대신 그분들이 요구한 게 있었어요. 오늘 본 그대로, 진솔하게 광고 좀 해달라고 하시더라고요. 비슷한 일을 겪는 많은 분들이 볼 수 있게요. 여러분. 저 다 걸고 말하는데 이 영상에는 어떤 과장도 없어요.]


소녀는 한동안 고마움을 토로했고, 이윽고 영상을 마무리지었다.



[여러분. 이분들의 회사명은 초인범인 주식회사래요. 전화번호는요...]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남자는 영상을 커뮤니티에 올리고 있었다.


[격왕 김범인 근황]


글의 제목이었다.

남자는 확신했다. 이 글은 커뮤니티의 베스트 글에 들어갈거라고.


"여기만 올릴 순 없지."


영상의 조회수는 아직 몇 십도 되지 않았다. 영상의 제목이 워낙에 구린 탓이리라.

하지만 그 몇십이 이 영상을 끝까지 봤다면, 자신과 같은 행동을 하지 않을 리 없다.

격왕이 회사에 속했고, 그 회사의 사장이 김범인. 그리고 다른 회사 사원들도 하나같이 범상치 않은 이들이라는 것.

더군다나 별로 보여주지 않는 대량의 몬스터와의 전투까지.

이슈가 되지 않을리 없었다.



"이건 대박이다...!"



불과 몇 십의 조회수였던 영상의 조회수는 순식간에 불어갔다.

다음 날.



"선배! 선배!"

"아 뭐야!"


업무를 보고 있던 한유나는 갑자기 들어와서 야단법석을 피우는 후배를 흘겨보았다.


"김범인씨요! 최근 근황 떴어요!"

"뭐? 김범인이?"


회사를 그만둔 후로 연락이 되지 않던 참이었다.

주소를 알아내려 해도 뭔 수를 쓴 건지 전부 막혀있어서 알아내는 게 불가능했고 한유나는 이를 갈았다.

어차피 이제 한 물간 화제라며 스스로를 다독여보려고 했지만 아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그런 그의 근황이라고?


"왜? 잘 지내고 있다고 영상이라도 올리디?"

"영상은 올렸는데...아이 참!"


후배가 한유나가 조작하고 있던 컴퓨터에 달려들더니 갑자기 큐튜브에 들어갔다.


"야! 업무시간이야!"

"이것도 엄연한 업무예요! 보세요!"


후배는 검색창에 주식회사라고 작성했다. 뭔 얼어 죽을 주식회사? 한유나가 의아스러워했던 것도 잠시. 자동 완성어에 초인범인 주식회사라고 뜨는 것이 아닌가?


"뭐야 이 촌스러운 회사명은...어? 그런데 조회수가...78만?! 어제 올라온 건데?!"

"일단 보세요."



후배는 영상을 틀었다.

5분도 되지 않는 짧은 영상.

심각한 표정으로 영상을 보던 한유나는 말없이 스크롤을 아래로 내렸다.

댓글을 보기 위함이었다.



[mik290:와 대박ㅋㅋㅋ 격왕이 조직에 들어갔음? 독고다이 아니었음?]

[가르쌈:격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쩌네. 솔직히 이름만 유명하지 싸우는 장면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거품이라 생각했는데 ㅋㅋㅋㅋ]

ㄴ[으아아아:웬만한 초인 큐튜버들 싸닥션 때리네. 몬스터 잡는 거 졸라 힘든 거 아니었음?]

ㄴ[흐어어:웬만한이 아니라 격왕이 초인들 중 최강인데요?]

ㄴ[으아아아:진지 잡수셨나요.]

방구석:[대부분 격왕 이야기들만 하시는데 와. 하늘 분쇄기도 진짜 쩔긴 쩐다. 괜히 SS급 초인이 아니네요.]

ㄴ[sndjsakakla:하늘 분쇄기만 아니라 둘이랑 같이 나온 여자도 쩜.]

ㄴ[kim h.s:ㅇㅇ 꾸미지도 않았는데 이쁨. 자연녀임]

ㄴ[sndjsakakla:외모 말고 실력이요;;]

[스피드 와건:격왕이랑 하늘 분쇄기랑 같이 나온 이름 여자분 이름이 유진하예요. 격왕 직계 제자 중에 한 명이래요.]

ㄴ[임홍이:어쩐지 세더라구요 ㅋㅋㅋ]

[츄츄: 맨 처음 나온 여자분도 엄청나신데요? 저 분은 누구예요?]

ㄴ[스피드 와건:뉴스 아나운서 급 미모이신 거 빼면 어디에도 정보가 없네요. 신인 초인이신듯.]

ㄴ[두유:스피드 와건이래매요.]

[우리의 영웅: 와, 근데 저 인원이 다 한 사무소에 있는 거에요? 김범인 저 사람 얼마 전 뉴스에서 봤는데 돈 많은 사람이었어요?]

[불편러: 화질 더럽게 안 좋네...화면도 개 흔들리고]

ㄴ[ㅇㅇ:닉값 인정요.]


"아니, 아니야..."


한유나가 보고 싶은 댓글은 이게 아니었다.

처음에는 격왕과 초인들의 강함을 찬양하는 글들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자 한유나가 원하는, 그들의 도덕성을 칭찬하는 댓글들이 이어졌다.


[589에이미:그런데 오십 만원이라니. 남는 게 있으실까요?]

ㄴ[ㅈㅎㅈ:ㄴㄴ 장담하는데 절대 없습니다. 저분 그냥 봉사활동 하신 거에요.]

ㄴ[초인박사:ㅋㅋㅋ 알 사람들 다 알죠. 초인부나 초인 사무소가 돈에 환장한 애들이란 거 ㅋㅋㅋㅋ]

ㄴ[으하하하:ㅇㄱㄹㅇ 작년에 초인 사무소에 간단한 의뢰하러 갔다가 금액 보고 눈알 뽑히는 줄.]

[초잘알:초인 업계에 오랫동안 종사한 사람입니다. 일반적인 초인사무소를 기준으로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저 인원에 저 가격, 절대 불가능합니다. 훨씬 하위 등급의 초인들도 기본 몇 백 시작하는데 던전 근처의 대량의 몬스터 소탕 의뢰면 몇 천은 달라고 합니다. 등급이 오르고 신뢰성이 클수록 가격은 더 올라가는데 무려 SSS급 격왕에 SS급 하늘 분쇄기입니다. 특히 격왕은 지금까지 어느 사무소에도 들어가지 않기로 유명한데 저 분이 사무소에 들어간다? 몇 십, 몇 백억은 생각해야죠.]

ㄴ[스피드 와건:애초에 격왕 정도 클래스가 저기에 간 게 이상합니다. 저 분은 지금 초인부 소속 광검이랑 같이 도심부에 있는 주요 던전 잡고 다녀도 이상하지 않아요.]

ㄴ[초잘알:맞습니다. 영상에서의 일이 봉사 활동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영상 주인분이 말씀하셨는데 초인부에 요청했는데 지원이 오지 않았다고 했지요? 실제로 좀 떨어진 지역이면 지원이 잘 안 갑니다. 던전도 점점 많아져서 인원도 부족하고요. 이도저도 못하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조취한 거라고 봅니다.]

ㄴ[스피드 와건:저도 동의합니다. 헌데 지금까지 격왕은 많은 봉사활동을 했는데 어쩐 이유에선지 그게 대중들에게 별로 알려지진 않았었죠. 왜일까요?]

ㄴ[초잘알:이건 좀 대답하기가 곤란하군요. 이렇게만 말하겠습니다]

ㄴ[스피드 와건:대충 알겠습니다. 확실한 건 지금까지 던전 소탕이란 봉사활동은 한 적 없는 격왕이 움직이게 된 건 아마 김범인 씨가 관련되어 있지 않나 싶네요.]

ㄴ[초잘알:동의합니다. 저 양반 사실 원래 초인부 소속이긴 했는데 설마 격왕이랑 친분이 있을줄은 몰랐네요.]

ㄴ[스피드 와건:초인부에서 꽤 천대받았다고 알고 있는데...]

ㄴ[초잘알:김범인 씨 이야기는 그다지 하고 싶지 않네요. 중요한 건 그들의 의지입니다. 굳이 광고해달라고 말했다는 건 앞으로도 영상에서 보여준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돼지먹고식중독:다른 건 모르겠고 진짜 멋있네. 거의 무상으로 도와줬다는 거 아님?]

[장염왕:김범인...한 번 반짝이고 묻히는가 싶더니 또 영웅 짓 한 건가.]

[gin gin:이재헌 정부가 외면한 사람들을 돌보는 모습. 보기 좋습니다. 응원합니다.]

ㄴ[mikale:정치병은 다른 데 가서 하세요. 초인부가 바빠서 못 도운 거라는데 정부가 무슨 상관? 그리고 격왕님이랑 초인분들, 그리고 범인씨. 응원합니다!]

[보라돌이:멋있다!]

[저벅 저벅:회사명이 구린거만 뺴면 다 좋네요!]

ㄴ[맞말 동의자:ㅇㄱㄹㅇ]

[블라블라: 와 근데 초인 중에서도 쓰레기가 있구나. 어떻게 저런 사람들 등쳐먹을 생각을 하냐?]


그 뒤는 쭉 그들의 행동을 찬양하는 댓글들이었다. 간간히 초인부나 질 나쁜 초인들을 욕하는 글들도 있었다.

댓글들을 꼼꼼히 읽던 한유나는 말했다.


"검색해."

"네?"

"초인범인 주식회사. 당장 검색하라고!!"



영상은 하루만에 일파 만파 퍼져나갔다.

몇몇 해박한 지식을 가진 댓글들의 내용을 본 사람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초인부에 대한 반감. 두 번째는 초인범인 주식회사에 대한 관심이었다.


왜 저런 딱한 처지의 사람들을 돕지 않는지 의문인 초인부의 행보와 얼마 전에 큰 이슈가 되었던 사람들이 집합한, 존재조차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신흥 강자에 대한 열광.

그리고.

지금까지 던전에 시달렸음에도 지원이 오지 않거나 높은 가격에 엄두도 내지 못했던 피해자들의 간절함.


"진짜 백 만원?"

"지원하면 오려나..."

"에이. 까짓 것 의뢰해 보자. 한 번 속는 셈 치지 뭐."




남기순의 딸이 올린 영상은 최고의 이슈가 되었다.

그 영상에서 돈 냄새를 맡은 건지 수많은 큐튜버들이 던전이 있던 장소를 직접 찾아가 주민들을 인터뷰하기도 했다.

하나같이 초인 범인 주식회사에 덕담들 뿐이었다.


[요즘 세상에 참 올바른 젊은이였어.]

[돈 더 내야 되나 해서 긴장하고 있는데 덜 달라는 거 있지? 나중에 고기도 돌리고...]


큐튜버들은 하나같이 이번 사태에 대한 생각이라며 영상들을 올렸고 남기순의 딸이 올린 영상의 존재를 모르던 사람들도 그들로 인해 초인 범인 주식회사를 알게되었다.

그야말로 현재 대한민국 최고의 이슈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따르르르릉.

띠리리리리.



"여보세요. 아 얼마 전에 연락 받으셨던 S사라고요? 전에 했던 제안 유효하냐구요? 저...정말 죄송한 말씀이지만, 지금 밀린 업무가 많아서...네, 네. 다음에 좋은 인연이 되기를 기대...네? 사무소 위치가 어디냐고요?"


윤정민이 정신없이 바쁘다.

그녀만이 아니라 문경진, 심지어 최혁씨의 전화에도 불통이 났다.

의뢰도 있었으나 대부분은 광고나 스폰서를 원하지 않냐는 전화, 또는 재미있어 보여서 오는 전화가 대부분이었다.

진짜배기 의뢰들은 메일을 통해 확인하고 있었다.

되도록이면 자세한 사정과 현장 사진, 영상등을 첨부해 달라고 했기에 구분은 쉬웠다.

간절한 이들이니만큼 귀찮더라도 제대로 첨부해서 보내고 있다.

장난으로 전화하는 이들은 그렇게까진 안 한다. 가끔 하는 놈도 있겠지만, 그건 정황을 봐서 걸러내고 있다.


일부러 격왕님 일행을 보여주지 않았다가 나중에 공개한 보람이 있다.

렌탈한 차가 아니라 자기 차를 타고 가자고 했을 땐 좀 당황했지만 신호를 주니 격왕님 일행이 잘 따라와 주었다.



"후우..."


최혁씨가 수화기를 내려놓기가 무섭게 다시 전화가 울렸다. 그가 얼굴을 찡그리는 것을 본 나는 천천히 일어서 전화선을 뽑았다.

다음으로는 문경진, 그 다음은 윤정민의 전화선을 뽑았다. 윤정민이 조금 아쉬워 보였다. 하긴. 불과 며칠 전만 해도 별별 곳에 매달려야 하는 처지였는데 지금은 꿈 같은 일이지.


"전화 안 받아도 돼?"

"메일이 나아요. 전화로는 이제 답이 없습니다."

"하지만 대응하지 않으면 앞으로 평판이 나빠지지 않겠어?"

"평판 때문에 시작한 일도 아닌데요."



내 말에 최혁 씨가 눈을 끔벅거리다가 이내 미소를 지었다. 만족스러워 보이는 미소였다.


"그나저나 격왕님은 안 쉬셔도 된답니까?"



지금 격왕님과 진하씨는 의뢰현장에 나간 상태였다.

진하씨는 전화 받는 건 질색이라면서 도피성으로 나간 거지만 격왕님은 하루도 안 쉬고 움직이시던데...


"뭘. 전에는 도와주고 싶어도 어디에서 일어나는지 몰라 도와주지 못했는데...정부가 이상한 소문을 퍼뜨려서 아저씨 이미지를 아무도 돕지 않는 냉혈한으로 만들었거든. 지금은 돈도 벌면서 좋은 일을 하니까 꿈만 같을 거야...뭐, 나도 그렇지만."

"최혁 씨..."


역시 좋은 사람이다 이 사람.

잔잔하고 간지러운 감정이 흐른다.


"수지가 맞지 않습니다."


아니 시벌 꼭 초를 쳐요.

아니꼬운 눈으로 문경진을 노려보자 그도 나를 마주 노려보았다.


"처음에만 백 만원이란 가격으로 하실 줄 알았는데 계속해서...수지가 전혀 맞지 않습니다."

"격왕님이 만족한다잖아요."

"후우...지금은 그럴지도 모르지만 곧 한계가 오실거고. 그럼 회의감이 느껴지시겠지요. 고작 이런 푼돈을 벌기 위해 이런 일을 하고 있냐고..."

"아니. 전혀 그렇지 않은데."


최혁 씨가 기분이 나쁘다는 듯 말했다.


"죄송합니다 하늘 분쇄기님. 어디까지나 예를 든 것 뿐입니다. 그리고 말입니다. 다른 사무실에서 지금보다 훨씬 좋은 조건으로 격왕님을 대우해 드리겠다고 하면 어쩌실 겁니까?"

"격왕님이 그러실 것 같진 않은데요. 돈을 보시는 분이라면 지금 그분보다 부자는 없어야 정상일 겁니다."

"옳지. 말 잘했어 범인 씨."


나를 존나 얄밉다는 눈으로 바라보던 문경진이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격왕님은 심성이 고우시니 그렇겠지만, 그렇다고 고작 그 정도 계약금으로 그분을 묶어둘 생각입니까?"

"물론 수익은 대부분 초인 분들에게 드릴 겁니다. 방송도 슬슬 시작할 거고요."

"아니 범인 씨. 그러지 않아도..."

"아뇨. 응당 그래야지요 최혁 씨. 저는 여러분에 비해 하는 일도 없는데요. 저야 뭐 당장 돈이 아쉽지는 않으니까요."

"지금이야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지만 대중들은 차갑습니다. 새로운 화젯거리를 던져주지 않으면 이 열렬한 반응은 금방 식고 말 겁니다. 그러니 방송이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S급 초인이 방송에 실패한 사례는 꽤 있으니까요. 결국 격왕님이나 하늘 분쇄기님. 진하씨, 그리고 정민씨의 격에 맞는 임금은 줄 수 없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말 더럽게 많네 진짜. 내가 그걸 모르겠냐.


"걱정 마세요."

"무슨 계획이라도 있으신 겁니까?"



말은 질문인데 얼굴은 니가 계획이 있겠냐 하는 얼굴이다.



"뭐, 있죠."

"...호오?"

"임금과 이슈. 두 가지 토끼를 전부 잡을만한 이슈가."



일단은 생각대로 이슈몰이는 했다.

이미지도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남은 것은, 군자금을 모으는 것.

슬슬 첫번 째 폭탄을 터뜨릴 때가 됐다.


스킬북. 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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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회사를 만들자 (2) +2 20.06.29 62 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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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범죄조직 (3) +2 20.06.24 100 6 15쪽
39 범죄조직 (2) +8 20.06.23 106 5 14쪽
38 범죄 조직 20.06.21 122 5 15쪽
37 몬스터 게이트 (12) +6 20.06.20 124 7 14쪽
36 몬스터 게이트 (11) +2 20.06.19 124 7 18쪽
35 몬스터 게이트 (10) 20.06.18 128 8 15쪽
34 몬스터 게이트 (9) +2 20.06.17 133 7 16쪽
33 몬스터 게이트 (8) +4 20.06.16 140 12 20쪽
32 몬스터 게이트 (7) +4 20.06.15 149 9 16쪽
31 몬스터 게이트 (6) +4 20.06.14 152 7 15쪽
30 몬스터 게이트 (5) +2 20.06.13 163 8 20쪽
29 몬스터 게이트 (4) +6 20.06.12 164 8 12쪽
28 몬스터 게이트 (3) +5 20.06.11 165 9 21쪽
27 몬스터 게이트 (2) +2 20.06.10 187 8 15쪽
26 몬스터 게이트 (1) +4 20.06.09 201 12 12쪽
25 홍의 마녀 (12) 20.06.08 201 9 12쪽
24 홍의 마녀 (11) 20.06.07 202 10 21쪽
23 홍의 마녀 (10) 20.06.06 207 8 14쪽
22 홍의 마녀 (9) +2 20.06.05 194 8 13쪽
21 홍의 마녀 (8) +2 20.06.04 209 11 12쪽
20 홍의 마녀 (7) +2 20.06.03 206 10 18쪽
19 홍의 마녀 (6) +2 20.06.02 208 12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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