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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님의 서재입니다.

초인의 세상에서 범인이 할 수 있는 것.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ITE
작품등록일 :
2020.05.19 20:08
최근연재일 :
2020.06.30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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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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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3,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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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28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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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2쪽

회사를 만들자

DUMMY

퇴사를 하고. 회사를 설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념은 초인들을 돕기 위한 회사이며 자금은 100억.


그리고 진하씨가 내게 말했다.


"저 형님네 회사 지원해도 됩니까~?"


진하씨가 내가 설립할 회사에 들어오고 싶다고?

나는 잠시 생각을 정리한 후 말했다.


"미쳤습니까?"

"우와. 형님. 요즘 인정사정 없슴다."


진하씨만 할려고...

물론 그녀가 들어와준다면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다.

그런데 내 생각에 진하씨는 적어도 S급, 잘하면 SS급 초인같단 말이지.

그런 사람이 뭐가 아쉬워서 개인이 만드려는 조그마한 회사에 들어오려는 거지?


"무슨 생각하시는지 알 것 같슴다. 제 봉급이 걱정되시는 거지 말임다?"

"그것도 좀 걱정되긴 하는군요."

"저 그렇게 안 비쌈다."

"S급 초인이 비싸지 않아봤자 서민이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내 말에 진하씨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 A급이지 말임다."

"...엥?"


진하씨가 A급? 말도 안 된다.

지금까지 수많은 초인을 봐온 내 눈으로 보건대 진하씨는 최상위급 초인이다.

모방스킬도 진하씨를 최혁 씨 급으로 판단하고 있는데 A급이라고?


"그리고 저 쌈다."

"오해를 부르는 발언은 자제해주시죠."

"대사부님은 기본 무급으로, 봉사로 일하고 있슴다. 문하인 제가 외부에 돈을 받고 일할 수 있을리도 없슴다."

"도장에서 월급을 얼마나 받는데요?"

"그런 거 없슴다."

"......"


가족에게도 일 시키면 월급 주는 세상 아니던가. 아무리 기본 봉사로 일한다고 해도 격왕님 정도면 벌어 들이는 돈도 꽤 될텐데...


"초인의 신체를 이용해서 돈을 벌 방법은 얼마든지 있지 않습니까?"

"그 말 왠지 좀 야리꾸리하게 들림다."

"조용히 하시고."

"전 사정이 있어서 알바 같은 거 못하는 검다."


무슨 사정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거짓말 같진 않다.



"음...저야 좋지만."

"오오. 그럼 결정된 검다!"

"아뇨 아뇨. 아직 결정되지 않았어요. 저야 좋지만 최혁씨나 격왕님이 허락하겠습니까?"


자기 세력의 핵심 인물이 빠져 나가겠다는데 좋아할 조직이 어디 있겠는가? 가족 같은 분위기의 격왕님의 도장이라면 배신감도 장난이 아니겠지.


"들키면 전 최혁씨에게 죽을 겁니다."

"형님이라면 대사형님이나 대사부님은 쌍수들고 환영할 것 같지 말임다. 대사형같은 경우 오히려 자기도 취직시켜 달라고 할지도 모름다."

"그럴리가요.벌어들이는 돈이 어마어마할 텐데."

"형님은 우리 도장을 너무 과대평가 하시는 것 같슴다. 대사형도 저랑 처지가 크게 다르지 않슴다. 알바하는 정도만 다름다."

"그 알바로 벌 돈이 어마어마할텐데...격왕님이나 최혁 씨 이름값이면 후원할 사람도 엄청날 텐데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그런 거 전혀 없었슴다. 최근엔 사람들 후원이 좀 있긴 했는데 대사부님이 다 거절했슴다."


아. 맞다. 격왕님은 초인부나 정부에 견제당해서 정보가 일부러 차단되었었지.


"...일단 이 안건은 나중에 논의해 봅시다."

"나중은 싫슴다. 돈이 필요한 검다. 용돈 용돈 용돈."

"앱니까..."


애처럼 떼를 쓰는 말투의 그녀를 슬쩍 흘겨보자 진하씨가 헛기침을 했다.



"그럼 내일이라도 우리 도장에 오시는 게 어떻겠슴까?"

"알겠습니다. 바쁜 일이 있는것도 아니니까요."

"야호임다."


만세를 하는 진하 씨의 거대한 둔부가 출렁였다. 눈 둘 곳이 없어서 괜히 옆의 윤정민을 쳐다보았다.

윤정민 초인은 일이 해결된 후 감사 인사를 하기 위해 진하씨와 함께 찾아왔다. 지금은 나갈 타이밍을 못 잡아서 우물쭈물대고 있고.


"아. 언니도 어서 얘기하는검다."

"아까부터 뭘 얘기하란 겁니까?"


윤정민이 곤란해하길래 내가 대신 물었다.


"이 언니도 형님 회사 설립한다는 거 듣고 들어가고 싶다고 했슴다."

"잉?"


절로 잉 소리가 나왔다.

나도 모르게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자 윤정민이 시선을 피하며 고개를 숙였다.



"왜입니까?"

"은혜를 갚고 싶어서요. 물론 저 따위는 필요 없으시겠지만..."

"그런 말씀 마십시오. 정민씨는 능력 있는 초인입니다. 하지만 은혜를 갚고 싶으시다면 저보다는 에르츠 대장에게 갚아야겠지요."


실제로 나만으론 윤정민을 구원해낼 수 없었을 것이다.

에르츠 대장의 영향력 덕에 정체 모를 범죄조직도 윤정민을 포기한 것이다.


"그것만이 아닙니다."

"그럼?"

"범인씨에겐. 뭔가 다른 걸 느꼈어요. 잘 설명은 못하겠지만...이 사람이랑 함께하면 뭔가 옳은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그런 거요."

"......"


뭐지, 이 수수께끼의 과대평가는.

난 내 생각밖에 안 하는데. 진하 씨는 뭔가 납득간다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당장 들어가게 해 달라는 건 아니에요. 저도 해결해야 할 빚이 있어서 그걸 해결하고, 1,2년 뒤에 여유가 있으시다면 받아 달라는 이야기에요..."

"흐음...그 선택, 후회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월급 많이 못 줄 거에요?"

"괜찮아요. 저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돕고 싶은 거니까...회사 설립 목적도 불의에 처한 초인들을 돕기 위해서라면서요?"


자꾸 어디서 정보가 새어 나가는 거야. 어쨌건 잘 된 일이다.


"그럼 며칠만 기다려 주시죠."

"네?"

"저와 계약합시다."

"어...저기, 저는 갚아야 할 빚이..."

"30억 정도라고 하셨죠. 계약금으로 드리겠습니다."

"......!!"


윤정민의 얼굴이 쩌적 굳어졌다.


"에엥? 형님 자본금의 30%아님까?"

"제 자금 사정을 진하 씨가 어떻게 아시는 거죠."



이거 나중에 천천히 확실히 물어봐야겠다.



"B급의 제안을 받으셨다고 했죠. 연봉이 10억은 가볍게 넘겠네요."

"그, 그 정도쯤 되었을 거에요."

"저는 3억 정도밖에 드리지 못합니다. 상위 F급 정도의 조건이죠. 대신 회사의 규모가 커지면 더 큰 금액을 드릴 거라 약속합니다."

"3억!"


진하씨의 눈이 휘둥그레해졌다. 자기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방방 뛰고 있다.



"하, 하지만. 30억을 대뜸 주신다니..."


후우. 심호흡한 윤정민의 눈이 차가워졌다. 냉정을 되찾은 모습이었다.


"그렇게 큰 금액을 주시는 데엔, 물론 그만한 대가가 있겠지요?"

"물론입니다. 설립 목적은 힘든 처지의 초인들을 돕는다는 거지만, 보통 민간 초인 사무소처럼 방송 활동도 할 생각이거든요."


당연히 처음엔 이딴 거 생각 안 했다. 방금 생각났다. 윤정민은 혹하는 듯 했다.

하긴 민간초인이 되어서 이런 활동을 하고 싶었을 테니 집착이 있을 만 했다.

나는 손가락 하나를 들었다.


"1년. 1년 간 저희 회사에 무조건 있을 것이 조건입니다."

"......"


윤정민이 눈을 가늘게 떴다.

범죄 조직의 불법 계약에 묶여있던 기억이 있는데 무조건 1년간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달가울리 없겠지.


"방송수익은 8:2로 나누고 대신 방송에 필요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을 약속하고, 하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언제든지 거부할 수 있습니다."

"8:2...설마 제가 8인가요?"

"당연한 거 아닌가요?"


윤정민은 입을 조금 벌렸다. 상대가 9고 자신이 1이라는 말도 안 되는 조건으로 착취 당하니 이런 정상적인 계약이 믿기지 않는건가.


"형님. 저, 저도 있슴다."

"물론 진하씨도 같은 조건으로 할 겁니다. 계약할 수 있다면 말이지만요."


그때 윤정민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범인씨는...제 뭘 믿고 이런 지원을 해 주시는 거죠?"



뭐긴. 빙화지체 믿고 이러는 거지. 그거 아니라도 엄청 쎄고.

얼마 전. 모방 스킬의 스킬이 올라서 모방 대상이 앞으로 익혀야 할 스킬까지 볼 수 있게 되었다. 그 중 빙화지체란 스킬은 그야말로 최상위 초인에 걸맞는 스킬. 호감도가 높아야 하긴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댁이 배울 수 있는 스킬이 전부 보입니다 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이래봬도 크게 될 초인은 알아보는 편이거든요."

"아, 하긴 련하도 형님이 발굴한 거지 말임다."

"련하...? 설마 홍련하?"


윤정민의 입이 떡 벌어졌다. 련하의 이름이 이렇게 널리 퍼졌구나.

다시 냉정을 되찾은 윤정민. 차가운 인상대로 감정을 추스르는 게 빠르다.



"기회만 주신다면, 열심히 해 보겠습니다."

"좋습니다. 3일만 기다려 주십쇼. 그때까지 연락이 안 오면 초인부랑 계약하세요."

"형님. 저도 당장 계약하지 말임다."

"저 최혁 씨한테 죽는다니까요. 그보다 제 자금 사정을 어떻게 알고 있는 겁니까?"

"시혁 형이 알려주시지 말임다."


...그 양반이.


그때 또 도어락이 눌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누군가가 들어왔다. 붉은기가 도는 머리카락과 누구나 돌아볼 만한 어여쁜 얼굴. 련하였다.


"나 왔어 오빠~"

"일 안 합니까?"


지금 업무 시간일 텐데...?


"던전에서 튀어나오는 몬스터 처치하거나 가끔 던전 입구에 가는 거 빼면 하는 일도 없는데."

"그래도 누가 말렸을 거 아닙니까?"

"내가 가겠다니까 그냥 비켜주던데."


어휴. 등급이 깡패지. 빌어먹을 SSS급 같으니.

모르긴 몰라도 에르츠 대장조차 상당히 애를 먹고 있을 것이다.


"진하 언니 안녕~그리고...누구?"


련하가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었다가 급속도로 표정이 차가워졌다.


"누구세요?"

"정말로 홍련하 양이 오다니..."


윤정민씨는 련하의 차가움을 아는지 모르는지 련하의 등장에 무척이나 놀란 눈치였다.

뭔가 피곤해질 것 같은 예감이 들어 지갑에서 만원 권 지폐 3장을 꺼내 진하 씨에게 내밀었다.


"뭠까?"

"졸립니다. 나가서 련하랑 정민씨랑 차라도 마시세요."

"아니 오빠. 나 지금 막 왔는데...!! 그런데 이 사람 진짜 누구?"


아, 나가라고.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기에 진하씨와 련하는 억지로 쫒아내고 윤정민은 정중히 내보낸 뒤에 침대에 누웠다.

몰라. 셋이 알아서 대화하겠지.




그리고 다음 날.

나는 진하씨의 부름에 이끌려 격왕님의 도장에 와 있었다.

전에 왔을 땐 격왕님의 재판이 한창이라 한산해서 귀신의 집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는데 활기를 되찾은 느낌이다.

지금도 안에서 기합 소리가 들려왔다.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데 진하 씨가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어서 오시지 말임다."


내 기척이라도 느끼고 마중 나오러 온 모양이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운동하거나 스파링을 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헌데 내게 시선이 확 집중되었다. 왜?


"스타이시지 말임다."

"그건 아니고요."

"오늘 약속 있다고 했으니 내일이라도 맛있는 거 사주시지 말임다."

"왜요."

"어제 련하랑 정민 언니 사이에서 제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아심까."


음...듣고보니 좀 미안하다. 고개를 끄덕이자 신난다는 듯 꽁지 머리가 흔들렸다.


"련하도 참 집착이 심함다. 형님이 자기랑 얼마나 알고 지냈는지 정민 언니한테 자랑했슴다."



련하도 나랑 안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는데...하긴, 그건 진하씨도 마찬가지다.

알게 된 지 기껏해야 몇 달 정도의 인연인데 몇 년은 지난 것 같으니 신기하다.

진하 씨의 뒤를 따라서 도장 깊숙한 곳까지 들어갔다.

전에도 와봤던 생활 공간이 나왔다.

들어가자마자 최혁 씨의 굵은 음성이 들렸다.


"유진하. 니 방에 과자봉투 치워라."

"엥. 귀찮지 말임다."

"시끄러."


투덜거리며 방으로 들어가는 진하 씨. 최혁 씨는 나를 보더니 방긋 웃었다.


"그래. 이번 일은 잘 되었나?"

"아직 완전히 해결되진 않은 것 같지만요. 저번에는 협력 감사했습니다."


윤정민의 어머니를 보호하는데 격왕의 도장에 도움을 요청했었다. 그들이 있는 장소만큼 안전한 장소도 없으리라.



"뭘. 오히려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자네가 대신 해서 미안할 따름이지."

"최혁 씨네도 불법으로 초인을 부리는 조직들을 없애고 다니신다 들었는데요."

"해봤자 어중이 떠중이지. 그런데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건 무슨 말이지?"


나는 에르츠 대장과 나눴던 대화와 내 추측에 대해서 말했다. 최혁 씨가 심각한 듯 턱을 쓰다듬었다.


"강력한 능력을 가진 초인이 자진해서 몸을 담고 있는 수수께끼의 조직...마치 아담같구만."

"아담과는 좀 다르지만요."


아담은 초인을 위해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면 이름도 알지 못하는 범죄 조직은 같은 초인을 등쳐먹는, 탐욕만을 위한 조직이다.


"예전만한 정보력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정부가 이것저것 제약을 거는 통에 활동이 힘들어."

"그렇군요."


뭐라 대답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 그렇게만 말하자 최혁 씨가 막 떠올랐다는 듯 말했다.


"그러고 보니 진하놈 계약 때문에 왔다고 했지?"

"안 되겠죠?"

"아니? 당연히 되지."



기가 막힐 정도로 시원한 대답.



"안 그래도 그 녀석. 개인사정 때문에 돈 못 버는 게 좀 안쓰러웠는데 잘 됐지."

"하지만 격왕님의 초인활동에 지장이 생기지 않을지...?"

"아저씨가 우리 없다고 지장이 생길까. 그리고 자네가 하는 일이라면 지금 하고 있는 활동과 다를 것도 없겠지."


음...또 고평가.



"듣자 하니 설립 목적이 참 마음에 들던데, 하지만 유명해지면 정부 쪽에서 터치 좀 할 거야?"

"아, 그건 생각해 둔 게 있습니다."

"호오."


의미심장하게 웃는 최혁 씨.


"역시로군. 그런데 진하에겐 얼마나 줄 생각이지?"


음. 왔다.

오늘 제일의 고비.

연봉 3억 정도에 방송활동 8:2 정도를 생각하고 있지만...실질적인 S급이상, 실제등급 A급인 진하씨의 실력을 생각해보면 터무니 없이 적은 금액에 좋지 못한 조건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로선 이게 최선이니...나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방송 활동으로 인한 수익은 8:2로 생각하고 있고, 방송에 필요한 지원은 최대한 할 생각입니다."

"방송? 이야. 이거 오랜만에 듣는데. 나랑 아저씨도 한 번 해 보려다가 어떻게 하는지 몰라서 손 놨었지."


엣날을 떠올리는 듯 감상에 잠긴 최혁 씨. 지금 이 타이밍에 연봉에 대해 말하자...그럼 덜 화낼지도 모른다.


"가장 중요한 연봉 말인데..사...삼억 정도를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뭐?"


부드러웠던 최혁 씨의 얼굴이 단번에 굳어지며 정색하며 나를 바라본다.

음. 솔직한 감상을 말하겠다.

졸라 무섭다.

안 그래도 험상 궂은 얼굴에 우락부락한 양반이 정색하니까 진짜 목숨에 위협이 느껴진다.


"다시 말해 봐."

"저, 적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만 지금은 이게 최대거든요. 그래서 저도 말리긴 했습니다."

"이봐..."

"사, 삼억은 역시 터무니 없이 적죠! 물론 자금 사정이 좋아질수록 연봉은 오를 겁니...!"


최혁 씨가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렇게 많이 줘도 되나...?"

"...네?"

"자네 너무 무리하는 거 아냐...?"



진심으로 걱정스럽다는 표정 반. 그리고 고양된 표정이 반이다.

......뭐지?


"물론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제시한 연봉입니다만..."

"오, 오오...그렇단 말이지. 3억..."

"실례지만, 원래는 얼마를 생각하고 계셨는지?"

"잘하면 한 달에 250만 정도...?"


이건 또 서민적인 금액...

최혁 씨가 뭔가를 한참이나 고민했다.



"이봐 범인."

"네?"

"나랑 아저씨도 고용할 수 없을까?"


......뭐라구요?



"아니, 격왕님이나 최혁 씨가 뭐가 아쉬워서 고작 저 따위에게..."

"자네니까 하는 말이지."

"두 분이라면 진하씨보다 좋은 조건으로 고용하겠지만, 그래도 금액이 너무 적지 않습니까?"

"억이 뉘집 개 이름인 줄 아나?"


에르츠 대장이나 그 주변은 개쯤으로 아는 것 같던데...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아무리 정부가 그들의 선행을 제한했다고는 하나 십 수명이 될까말까한 SS급 초인 하늘 분쇄기와 두 명 뿐인 SSS급 초인 격왕이다. 그런데 그리 돈에 쪼달린다고?


"뭐, 자네가 무슨 생각하는지도 알아. 하지만 말이야. 보통 돈이 되는 활동은 대게 아저씨의 신념에 반하는 일이더란 말이지. 아저씨가 워낙 청렴해서 돈을 안 받기도 하고."

"호오..."

"거기에다 정부는 물론 여기저기 사기를 치고 이용하려는 놈들까지 있는데다 우리는 돈 버는 쪽으로는 생각할 머리가 없으니..."

"전에 재판할 때엔 몇 억은 가지고 계셨잖아요? 도장도 운영하고 계시고."

"그거 아저씨가 모르는 새에 후원금 받은 거야. 도장에 다니는 애들한테 돈 거의 안 받아.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 경제적으로 조금 위기란 말이지."




믿기지가 않는다. 그들만한 초인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니.



"내가 제안하고 싶은 건 완전 고용된 형태가 아니라 일용직같은 느낌 어떨까. 월급은 더 적은 대신에."

"그건 저에게도 좋은 이야기입니다만...그건 또 왜죠?"

"그야 우리가 들어간다고 하면 그놈의 정부에서 가만히 있을리도 없으니 회사에 방해만 될 거야. 물론 돈은 진하보다 훨씬 적게 줘도 좋아."


호박이 넝쿨 째 굴러 들어오네. 아니. 호박이 아니라 황금, 아니, 아다만티움이다!



"하지만 격왕님이 허락하시겠습니까?"

"잠깐만."


최혁씨가 저 멀리 어딘가를 보는 것 같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라면 생각할 것도 없지."

"...? 지금 뭘 했나요?"

"신경 쓰지 마."

"그럼 1년 간 제가 설립할 사무소 말고는 다른 곳으로 갈 수 없는 조건으로 괜찮겠습니까?"

"자네 회사 아니라면 가지도 않는다니까. 모두 돈독이 올라가지고 이상한 활동만...지금 내가 할 말은 아닌가. 어? 잠깐만. 1년?"

"정부 걱정은 하지 마세요. 진짜로 생각해 둔 게 있으니."

"허어..."

"최혁 씨는 5억, 격왕님은 10억에 두분 다 10:0으로."

"......"


최혁 씨는 할 말을 잃은 듯 했다. 사실 이거 엄청나게 양심에 찔린다.

그들만한 초인을 1년이나 묶어놓는데 고작 이거라니. 10:0이 대수인가. 회사 광고가 엄청나게 될 건데.

고작 이 정도 연봉으로 이 둘을 고용했다는 게 알려지면 악덕업주로 손가락질 받을 것이다.


그나저나, 이 사람들이 들어온다면, 계획을 좀 변경해도 되겠다.

이들이 있다면 던전공략도 꿈이 아니다.

최혁 씨는 한참 동안이나 말이 없었다. 내가 불안해질 떄쯤 진하씨가 돌아왔다.


"어라. 대사형 왜 기절해있슴까?"







일단 며칠 뒤에 다시 보기로 하고 저녁, 약속을 잡았던 용식이를 만나러 갔다.

기분이 좋다.

커더란 발주를 따낸 사원이, 커다란 영업이득을 본 사장의 기분이 이런 걸까.

호프집에 앉아 있으니 절로 콧노래가 나왔다.


"새끼가 기분 좋나보다?"

"엉? 용식이 왔냐?"


올백머리의 중후한 멋이 느껴지는 놈. 죽마고우인 용식이가 왔다.

그런데 옆에 있는 사람은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누구셔?"

"엉. 오늘 너 소개 시켜주려고 데려왔어."

"뭐? 소개?"

"여기 앉아."



안경을 낀 더벅머리의 소심해 보이는 청년. 그는 나를 보고 고개를 꾸벅 숙이더니 이리저리 눈치를 보았다. 용식이가 한번 더 앉으라고 권하고 나서야 그는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이 사람...


"초인?"

"오? 이야. 너 초인부 짬밥 먹더니 진짜 보는 눈 있나보다?"



확실히 느껴지는 기운이 미약해서 못 알아볼 뻔 했다.



"아, 안녕하세요. 제창민이라고 합니다."



상기된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청년.


"안녕하세요. 김범인 입니다."

"알아 알아. 창민이 네 팬이랜다."

"팬?"

"너 얼마 전에 영웅으로 뉴스 탔잖아."


나는 일단 맥주와 안주를 시키고 말했다.


"본론 꺼내."

"새끼...다른 게 아니라. 너 회사 차린다며?"

"말했던가?"

"말했지 짜샤. 그래서 말인데, 얘 좀 취직 시켜주면 안 되냐?"


나는 용식이를 빤히 바라보았다가 제창민을 보았다.


"창민씨?"

"네, 네..."


내가 부른 것만으로 주눅 든 제창민. 나는 최대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많은 봉급을 주지 못해요. 초인부에 속하는 게 훨씬 나을 겁니다."

"야. 초인부에 들어갈 수 있었으면 이 고생 했겠냐?"

"왜?"

"워낙 소심해 놔서 단체 활동 같은 거 잘 못해. 처음에 초인부에 들어갔다가 잘 안 맞아서 한 달 만에 나왔댄다."

"흐음..."


지금 제창민에게 느껴지는 기운은 F급 수준이었다. 그 정도라면 허드렛일과 단체 행동을 많이 할 테니 소심한 성격이라면 힘들 수 있었다.

그리고 초인부에서도 못 버틸 정도라면 민간 사무소엔 더더욱 힘들 것이다.


"가진 스킬이나 능력이 있습니까?"

"고, 고고고...고치는 거요."

"고친다...?"

"응. 물건 같은 거 잘 고친대."


물건을 고친다...확실히 써먹기 애매하다.


"그리고 창민이는 초인다운 신체 능력이 전무하다더라. 초인부에서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고 했대."


그건 또 신기하다.

초인이 된 이상 일반인보다 심신이 강할텐데...하긴 지금 보이는 걸로만 판단해도 일반인보다 정신이 유약해 보인다.

신체능력이 낮을수록 특별한 스킬이 있을 가능성이 높은데...예를 들어 송혁진의 감지처럼 말이다.


"여, 여여여, 열심히 일할게요..."

"얘 성격이 이래놔서 보통 직장도 잘 취업이 안 된다 하더라고. 초인들 받는 연봉을 주라는 게 아니라 보통 회사원 만큼의 월급을 줄 수 없냐는 거지."

"너네 회사에 꽂아주던가."

"건축과 나오지도 않은 애를 어떻게 꽂냐."



내가 별로 긍정적이지 않자 제창민은 추욱 늘어져있었다.


"버, 범인 님을 만나서 영광이었어요...지, 지지지 진짜 팬이거든요..."

"야. 야. 또 어딜 가려 그래."


일어나서 떠나려는 그를 용식이가 급히 붙잡았다.

말에 진실성이 느껴지긴 했다. 나쁜 사람은 아니다.

......그래. 회사 이념이 초인을 돕는건데, 일단 사람이 될 때까지만 붙잡아 볼까.

일단 앞으로 무슨 스킬을 배울 수 있는지나 확인하자. 쓸만한 스킬이 있다면 초인부에서도 그걸 무기로 삼아 혼자 활동할수도 있을 테니.

나는 모방 스킬을 사용했다.

내 팬이라는 말은 거짓이 아닌지 호감도가 상당히 높은 듯 했다. 그의 힘이 내게 깃드는 것을 느끼며 나는 인터페이스를 켰다.

어디보자...앞으로 배울 스킬이 뭐가 있나...


[수리.

무구 제작.

장신구 제작.

아티팩트 제작.

소모품 제작.

??? 제작. ]


......제작?

나는 입을 떡 벌렸다.

이거...개사기 스킬이잖아?!


작가의말

저번편이 날아가서 대충 뭉그러 썼네요 ㅠㅠ

이 작품은 어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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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인의 세상에서 범인이 할 수 있는 것.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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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회사를 만들자 (4) 20.06.30 49 4 20쪽
46 회사를 만들자 (3) 20.06.30 47 3 15쪽
45 회사를 만들자 (2) +2 20.06.29 63 5 14쪽
» 회사를 만들자 +4 20.06.28 80 6 22쪽
43 범죄조직 (6) +2 20.06.27 93 6 19쪽
42 범죄조직 (5) +4 20.06.26 100 6 20쪽
41 범죄조직 (4) +2 20.06.25 130 6 16쪽
40 범죄조직 (3) +2 20.06.24 100 6 15쪽
39 범죄조직 (2) +8 20.06.23 106 5 14쪽
38 범죄 조직 20.06.21 122 5 15쪽
37 몬스터 게이트 (12) +6 20.06.20 124 7 14쪽
36 몬스터 게이트 (11) +2 20.06.19 124 7 18쪽
35 몬스터 게이트 (10) 20.06.18 128 8 15쪽
34 몬스터 게이트 (9) +2 20.06.17 133 7 16쪽
33 몬스터 게이트 (8) +4 20.06.16 141 12 20쪽
32 몬스터 게이트 (7) +4 20.06.15 150 9 16쪽
31 몬스터 게이트 (6) +4 20.06.14 152 7 15쪽
30 몬스터 게이트 (5) +2 20.06.13 163 8 20쪽
29 몬스터 게이트 (4) +6 20.06.12 164 8 12쪽
28 몬스터 게이트 (3) +5 20.06.11 165 9 21쪽
27 몬스터 게이트 (2) +2 20.06.10 187 8 15쪽
26 몬스터 게이트 (1) +4 20.06.09 201 12 12쪽
25 홍의 마녀 (12) 20.06.08 201 9 12쪽
24 홍의 마녀 (11) 20.06.07 203 10 21쪽
23 홍의 마녀 (10) 20.06.06 207 8 14쪽
22 홍의 마녀 (9) +2 20.06.05 194 8 13쪽
21 홍의 마녀 (8) +2 20.06.04 209 11 12쪽
20 홍의 마녀 (7) +2 20.06.03 207 1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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