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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님의 서재입니다.

초인의 세상에서 범인이 할 수 있는 것.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ITE
작품등록일 :
2020.05.19 20:08
최근연재일 :
2020.06.30 21:27
연재수 :
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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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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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5
글자수 :
343,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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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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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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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글자
20쪽

몬스터 게이트 (8)

DUMMY

쿠아아아앙.


"쯧."


련하는 혀를 찼다.

그녀의 눈앞에는 연보랏빛 결계가 굳건히 펼쳐져 있었으며 주위에는 숨을 몰아쉬는 초인들의 집단이 있었다.

또한, 무수한 몬스터들이 결계를 사이에 둔 채로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뭘 봐 이것들아?!"


련하는 분노에 찬 함성을 지르며 두 손에 붉은 기운을 맺었다.

결계는 단단했다. 그녀가 오기 전까지 무수한 초인들이 공격을 가했음에도 부셔지지 않았을 정도였다.

하지만 수많은 초인들의 노력은 헛되지 않아 결계에 조금이지만 금이 간 상태.

그 상태에서 다른 초인들보다 월등한 파괴능력을 가진 련하의 막강한 공격이 퍼부어지자 결계는 금방이라도 깨질 것 같았다.


저 놈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련하가 날카로운 눈매로 무수한 몬스터들의 뒤에 떡 하니 서 있는 몬스터를 바라보았다.

검은 갑주를 입은 말에 탄 검은 갑옷의 기다란 창을 든 기사.

그 크기가 웬만한 건물보다도 거대했다.

김범인이 조심하라고 일렀던 몬스터임에 틀림없었다.

련하는 무수한 몬스터들과 함께 검은 몬스터, 레벨리온이 나타나자 차라리 잘 되었다고 여겼다.

대부분의 병력이 여기에 와 있다면 김범인이 더욱 안전해 질 테고 이 자리에서 승부를 보는편이 좋았으니까.

하지만 그 생각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었다.


"이게!!"


붉은 기운이 다발의 폭염을 일으키며 결계를 쿠구구 흔들었다.

한참 떨어진 곳에서도 폭발의 빛에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그러나 이것조차 눈속임.

련하는 기운을 집중하여 붉은 주먹의 형태를 만들어내 쏘아냈다.


"오오!"


그 공격속에 담긴 막강한 힘을 느낀 초인들이 탄성을 질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레벨리온이 눈을 불태웠다.


쿠구구.


그러자 결계가 마치 연못에 돌을 던진 것마냥 파문이 일었으며 련하가 쏘아낸 공격이 그대로 통과되어 사라져 버렸다.

뿐만이 아니라 금이 쩌적 갔던 결계마저 완전히 수복되는 것이 아닌가?


"으으으...!!"


아까부터 이 상황이 몇 번이고 반복되었다.

련하는 앞으로 며칠이고 공격을 퍼부을 자신이 있었지만, 저 몬스터의 괴이한 방어를 뚫을 순 없다고 직감했다.

분해하는 그녀의 뒤로 한 개의 인영이 펄쩍 뛰었다.

그녀는 바로 유진하였다.

펄쩍 뛴 그녀의 정권이 결계를 다시 뒤흔들었고 그 틈을 타 최혁이 허공에 발차기를 날렸다.

쿠아아아아아!

굉음과 함께 발차기로 생성된 에너지가 결계를 향해 쏘아져나간다. 방금 련하가 쏜 것 만큼이나 패도적인 공격이었다.

허나 이번에도 어김없이 레벨리온이 푸른 안광을 불태우며 바라본 것만으로 파문이 일며 공격이 무력화 되었다.


"우와. 저거 대체 뭠까."

"미치겠군."


초인들 중에서는 몬스터들과의 전투 경험이 압도적인 그들조차 혀를 내두를 특수능력. 김범인에게 주의하라고 들었을 때 그의 말을 무시한 건 아니지만, 이건 상상 이상이었다.

기를 넣어 쏘아내거나 마법적인 공격을 가하는 원거리 공격이 아닌 근접적인 공격도 시도해 보았지만, 저 괴상한 파문은 근접적인 공격조차 막아냈다.

그 공격을 한 장본인 유진하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


"저 소용돌이 같은 거 촉감이 되게 기분 나쁨다~"

"방심하지 말고 초인력을 둘러라. 맨손으로 쳤다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


원거리 공격처럼 사라지거나 하진 않았지만 괴상한 느낌과 함께 엉뚱한 방향으로 튕겨나가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때.

그가 나섰다.

자존심 높은 초인들이 저절로 공손한 태도로 스스로를 낮추며 비킬 정도의 남자.

현장지휘를 하던 에르츠가 눈을 가늘게 떴다.

직후, 선두에 선 남자. 격왕 이수희가 결계를 손으로 스윽 쓰다듬었다.

레벨리온이 불타는 안광으로 격왕을 바라보았다.

이수희도 고개를 들어올려 레벨리온을 보았고, 눈이 마주친 순간.

격왕의 몸이 마치 슬로우 모션처럼 느리게 움직였다.

우우웅.

그의 주위 공간이 일그러지며 왜곡되었다.

심상치 않음을 느낀 것일까. 레벨리온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행동을 보였다.

눈으로 보는 것만이 아닌 늘어뜨려 놓고 있던 창을 들어 올린 것이다.

이윽고 격왕의 발차기가 결계에 닿은 순간.

쩌억.

결계가 우스꽝스럽게 구부러졌다.


"부, 부셔진다!"


누군가가 소리쳤을 때였다. 이번엔 블랙홀을 연상시키는 소용돌이가 일더니 격왕의 발을 스르륵 밀어냈다.

그리고 결계는 언제 그랬냐는 듯 완전히 수복되었다.

여기저기서 안타까운 신음이 들렸다.

격왕으로도 안 되는 건가.

레벨리온은 다른 이들은 쳐다보지도 않고 이수희를 똑바로 노려보았다.

그가 매우 위협적이라고 판단한 것 같았다.


"어...저렇게 하는 건가?"


그때 련하가 뭔가를 중얼거리더니 새빨간 기운을 맺어 쏘아냈다.

아까와는 다르게 물결처럼 휘몰아치는 에너지탄이었는데 레벨리온이 또 창을 들어 올렸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결계가 구불텅거렸지만 그것에 그치고 말았다.


"허...대단하군."


에르츠는 감탄을 흘렸다.

역시 SSS급은 뭐가 달라도 다른 듯 했다. 격왕의 발차기를 보고 영감을 얻어 공격을 훨씬 강화시킬 줄이야.

하지만 레벨리온에겐 크나큰 위협은 아니었는지 녀석은 아직 격왕을 바라보고 있었다.

심각한 표정을 짓는 에르츠의 옆에 누군가가 척 내려섰다. 최혁이었다.


"하늘 분쇄기. 어떻게 봅니까?"

"단순 위력만 따졌을 때 현재 최강이라 할 수 있는 련하의 공격이 통하지 않는 시점에서 끝났소."

"당신이 전력을 다한다면?"


에르츠는 최혁이 보유한 기술을 떠올리며 말했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소용없소."


수많은 전투경험을 치른 최혁이다. 이미 자신의 공격과 저 기괴한 방어수단의 충돌에 대하 시뮬레이션 했을 것이다.


"아저씨의 몸이 정상적이었다면..."

"역시 이베라르의 용과의 싸움에서의 부상이 완치되지 않으셨군요."


격왕 이수희가 온전한 몸 상태였다면 저깟 결계야 완파해 버렸을 것이다.

홍련하가 충분한 수련만 쌓았어도 마찬가지였겠지.

하지만 현재는 그 두 조건이 전부 충족되지 않았다.


"저 놈들, 뭔가를 기다리는 듯 한데."

"내 생각도 그렇소."


최혁은 속으로 신음했다.

격왕은 아직도 속이 진탕되어 있다. 그럼에도 저렇게 무리하는 것은 그가, 김범인이 결계 안에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떤 위기가 닥쳐올지 모른다. 최혁도 애가 탔다.


"...적어도 결계 안에서, 뭔가 이변이라도 일어나준다면."


최혁이 조그만 목소리로 중얼거렸고 에르츠도 그의 생각과 같았다.

하지만 이변이라니...결계 안에도 초인이 있긴 했지만 빈말로도 그들로 뭔가 이변을 일으킬 수 있을거라 생각할 수 없었다.

그때였다.

에르츠의 부대원이 헐레벌떡 뛰어왔다.


"무슨 일이야?"

"그, 저기. 좀 골 때리는 일이 일어나서."


말하면서 최혁을 흘끗 눈짓하는게 무관하지 않은 것 같았다.

최혁이 물었다.


"뭐 말할 거라도 있소?"

"그게..."

"이런 상황에 민간 정부 소속 가리지 말고 공유해야 할 정보 있으면 공유합시다."


최혁의 말에 남자가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뭔고 하고 받아보니 라이브 방송이라며 어떤 화면이 송출되고 있었다.


"이게 뭔데 그러시..."


최혁이 말하다가 정지했다.

화면속에 송출되고 있는 이 남자는, 지금 최혁 일행의 최우선 목표인 것이다.

아직 다친 모습 없이 멀쩡해 보이기는 하지만 지금 이 광경은 뭔가?

수많은 사람들에게 둘러 싸인 채 검을 들고있는 모습은 마치 전쟁터에 나갈 준비를 하는 군인 같았다.

그런 그를 송출하며 기자로 추정되는 여성은 신나게 떠들어댔다.


[네. 전에 그 의인은 살아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결계 안에 남겨진 생존자들을 구하려 하고 있습니다!]


"뭐 하는 거야 이 양반은..."


이걸 또 련하나 아저씨가 본다면 무슨 반응을 보일지 최혁은 벌써부터 골머리가 아팠다.









송혁진이 말한 저택에 온 우리들은 각자 무기를 챙겼다.

대부분이 검, 창등 근접 무기였으며 생각보다 쓸만한 것들이었다. 더군다나 가장 걱정했던 건 수량이 얼마나 될까였는데 몇 십개나 있어서 충분했다.

이것들을 소유한 게 어떤 부호인지 몰라도 고마울 따름이었다.

나는 여기까지 오는 길에 불어난 인원, 총 50명은 되는 인원을 보았다.

그들 전부가 어색한 듯이 지급받은 무기를 들고 엉거주춤 서 있었다.

나는 경매장을 열었다.



[ 소지 금액:36000G

지가라의 낡은 검

호부의 부적

불타는 카우의 머리카락

강철뱀의 가죽

천령 고슴도치의 가시 100개 ]



이 목록, 뭔가 익숙하다 했더니 회귀 전 헌터 시절에 애용했던 무기의 재료들이다. 누가 정렬했는지 몰라도 뭘 아는 놈이다.

이것만으로는 걱정이 되니까, 혹시 다른 쓸만한 물품이 있나 볼까.

검색창이 있었기에 거기에 방귀라고 입력했다.



[ 오니의 방귀 주머니.

몰스스컹크의 방귀.

베전의 방귀...]


오 몰스스컹크의 방귀.

이건 쓸만하지. 그런데 베전? 내가 아는 그 베전인가? 그렇다면 대박인데...가격은 얼마나 할까?

클릭하여 가격을 본 순간 나는 미련없이 몰스스컹크의 방귀를 구입했다. 지금 내 소지금으로는 턱도 없다...


자가라의 낡은 검은 개당 1,000G로 상당히 비쌌지만 나머지 물품들은 상당히 저렴했다. 나머지 네 품목을 합쳐도 자가라의 낡은 검 한 자루의 가격과 비슷한 정도였다.


'15개쯤...충분하겠군.'


나는 잠시 대기하고 있으라고 말한 후 별실 안으로 들어가 아이템들을 구입했다.

그러자 놀랍게도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빛이 번쩍이더니 이내 형태를 이루며 내 앞에 놓였다.


'뭐, 아까 확인한 거지만.'


지가라의 낡은 검은, 총이다.

정확히는 총검이다.

검 부분을 내리면 포신이 드러나는데 쓸만한 것은 탄환이 필요 없고 불씨만 있으면 발포가 된다는 점이다.

문제는 위력이 터무니없이 약하다는 거지만. 어디까지나 견제용이다.


하지만 호부의 부적과 천령 고슴도치의 가시가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부적이란 단어는 방어적인 느낌이 들지만 이 호부의 부적은 공격용이다.

정확히는 담겨진 마나를 방출하여 쏘아내는 느낌의 아이템. 물론 이것도 단일만으로는 약하기 짝이 없다.


지가라의 낡은 검의 손잡이 부분을 열고 호부의 부적을 구겨 쑤셔 넣고 그 뒤에 불타는 카우의 머리카락을 놓는다. 이 머리카락은 하루 정도는 가뿐히 불타는 물건으로서 불씨가 필요한 지가라의 낡은 검의 연료가 된다.


그리고 부적의 앞에 큼지막한 가시를 놓는다.

겉보기에는 한 개이지만 천령 고슴도치의 가시는 수십 수백개의 가시가 뭉쳐있는 형태이다. 경매장에 100개라고 되어 있었으니 100개겠지.

이건 쉽게 말해 탄환이다.

손잡이 부분을 다시 끼운 뒤, 이번엔 강철뱀의 가죽을 칭칭 감고는 뭉툭 튀어나와 있던 꼬리부분을 뽑는다.

그러자 강철의 가죽이 손잡이를 꽉 고정했다. 이것도 참 신기한 물건이란 말이지.

이걸 왜 묶느냐면, 아이템들을 억지로 쑤셔넣어서 그런지 총을 몇번 쏘다보면 금방 튀어나오곤 했다. 그걸 고정하기 위해서다.


그렇다.

조잡하기 짝이 없는 물건이다.

누구나 눈대중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처음 생각해낸 건 어려웠겠지만 한 번 알려지자 급할 땐 누구나 만들어 쓰곤 할 정도로 국민 무기였다.

일반인으로서 아이템을 구하기 어려워서 그렇지...아니, 초인이라도 어디에 서식하는지 모를 몬스터들을 잡아 재료를 구하기는 거의 불가능했다.

하지만 조잡한 것과 상반되게 위력은 그야말로 미친 수준.

나는 이 지루한 작업을 몇 번 반복하여 십 수개의 물품을 만들었다.

이걸 미래에 뭐라고 불렸냐면, 지가라의 미친 총이었지.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것만 있다면 할 만하지.

방에서 나온 나는 사람들을 불러모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구하러 간다는 나의 말에 불안감을 느끼는 눈치였다.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나는 지가라의 미친 총을 들어 보였다.


"이건 여러분에게 지급된 것처럼 아이템입니다. 하지만 아까 전에 드린 칼이나 창과 달리 등급이 매우 높죠."


뭔 소리를 하냐는 듯 바라보는 사람들.

나는 대답 대신 높게 선 담장을 겨누었다. 미안해요 부호씨.

철컥.

방아쇠를 당기자 총구에서 호부의 부적의 황금빛의 빛깔이 번쩍였다.


쿠아아아아앙!!


"......"

"......"


사람들은 말 없이 뻥 뚫린 벽을 바라보았다.

모두 할 말을 잃은 듯 했다.


"보다시피, 위력은 굉장합니다. 웬만큼 두꺼운 피부를 가진 몬스터라도 이것만 있으면 거진 한 방이죠."


위력은 충분히 실감했겠지?

그럼 이제 그들의 울분을 일깨워줄 때다.


"솔직히 짜증나지 않습니까? 갑자기 쳐들어 온 몬스터들에게 목숨을 위협받는게요."


나는 사람들을 슥 둘러보고 나서, 나직하게 말했다.


"복수하고 싶지 않습니까?"


사람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아무런 힘도 없을 때면 모를까, 지금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엄청난 무기를 손에 넣은 지금이라면.


"자, 반격을 시작합시다."








지가라의 미친 총의 장점이자 단점은, 관통력이 없다시피 하다는 것이다.

한 번 쏴서 다수를 죽이기는 불가능하지만 잘만 조준한다면 아군에게 피해가 전혀 가지 않게 적들을 처치할 수 있다.




"꺄아아아악! 그만해애애애!!"

"끄륵! 끄르르륵!"



그래, 지금 여자를 범하려면 저 고블린들의 대가리를 쏴갈길 때처럼 말이다.

갑자기 나타난 나를 구석 테이블밑에 숨어있던 남자들이 둥그렇게 뜬 눈으로 쳐다보았다.

창문 너머로 고블린들을 지켜보던 나는 총을 쏠까 말까 고민했다.

솔직히 쟤들한테 쓰긴 아까운데...에이 안전이 최고지.


쨍그랑!


창문을 깬 나는 당황하는 고블린들에게 총을 갈겼다.

3초도 되지 않아 고블린들이 육편이 되어 사라졌다.


"괜찮아요?"

"아, 아아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여성. 안타깝게도 전력은 되지 못할 것 같다.

하지만 괜찮다.

그녀는 훌륭한 자금원이 되어 주었으니까.


[ 생존자 9명을 발견.

9,000G가 지급됩니다.]


반격을 시작한지 몇십 분.

벌써 백명에 가까운 생존자들을 구출해 낸 나는 지가라의 미친 총을 몇 십개는 더 양산해냈다.

처음엔 머뭇거리던 사람들도 몬스터들을 죽이는 것에 맛이 들렸는지 이젠 겁도 없이 마구 쏴재끼고 있었다.


"핫하하! 죽어라!"

"이 망할 몬스터놈들!"


그들은 이제 군대나 다름없었다.

이들도 그렇게 될 거고.

나는 패닉에 빠진 그들을 데리고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는 송혁진에게 데려다주었다.

생존자들의 멘탈케어 및 전략설명은 그에게 일임했다.

간파하는 능력이 있는 그는 훌륭히 임무를 수행했다.


'맵핵 기능'


속으로 맵핵 기능을 되뇌어 지도를 켰다.

그리고 눈에 보이는 것은, 거의 다 모인 파란색의 점들과 눈에 띄게 줄어든 붉은색의 점들.

붉은색의 대군이 끝자락에 있었는데, 아마 초인들이 결계를 부수는 걸 견제하고 있는 본대겠지. 놈들과 충돌할 필요는 없다.

그때였다.

이쪽으로 빠르게 다가오는 빨간 점이 있었다.

다른 점들보다 조금 더 커다란 크기.

틀림없다.

에이스 몬스터다.

하기사, 이 난리를 피워놨는데 이제야 알아챈 것도 기적이지.

내 시선이 몬스터들의 파편과 피로 얼룩진 거리로 향했다. 고블린은 물론 오크, 코볼트, 소형골렘등 닥치는 대로 부셨으니까. 지금까지 없앤 몬스터 숫자만 수백은 된다.



"이 방향으로 진격하고 있어요."


지도를 가리키며 한 말에 송혁진이 되물었다.


"선배님은요?"

"잠시 하고 올 게 있습니다."



나는 곧바로 붉은 점이 접근해오는 방향의 길목을 향해 달려가 골목에 숨어 대기했다.

지나가는 순간 요격할 셈이었다.

허나 생각대로만 되지는 않는 법이다.

몇 분쯤 지나자 근거리에 도착한 몬스터.

헌데 중간에 내 존재를 알아챈 건지 붉은 점이 갑자기 멈추었다.


"....!!"


급히 고개를 숙인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내가 숨어있던 골목째로 양단 되어 무너진다.


"어우야..."


고개를 들어보자 온 몸을 갑옷으로 뒤덮은, 몬스터 라기보다 사람 같은 외형의 녀석이 천천히 내게 걸어오고 있었다.

송혁진이 말했던 초인들을 전멸시켰던 몬스터인가...

본 적이 있는 몬스터다. 아마 명칭이 에고 나이트, 였던가.

에고 나이트가 맞다면 이 녀석들은 몬스터의 기사단 비스무리한 거라 아마 이 놈 말고도 몇 더 있을 것이다.

맵핵에 이 녀석 말고 큰 점이 눈에 띄지 않는 걸 보니 초인들과 대치하고 있는 본대에 있는 모양이지만.

즉, 이놈만 해치우면 더 이상 일반 사람들을 위협할 만한 몬스터는 없다.

좋아, 지금껏 쌓아온 경험과 이 사기 아이템으로 조져주...

그렇게 생각한 저 멀리에 있던 녀석의 신형이 순식간에 좁혀졌다.


"어우 씨!"


기다란 검이 나를 찌르려 들었고 나는 급하게 외칠 수밖에 없었다.


"모방 스킬!"


떠올린 것은 두 손에 붉은 기운을 맺고, 폭염을 일으키는 소녀. 련하.

당황한 나머지 가장 친숙한 동시에 가장 강력한 초인을 떠올리고 말았다.

하지만 그 보람이 있어서 하마터면 관통될 뻔한 것을 간신히 피할 수 있었다.

손을 흔들어 다량의 불씨를 피우는 이미지를 떠올렸다.

수많은 불꽃이 하늘을 수놓았다.


[크으. 으어.]



놀랍게도 그 모든 공격을 빠른 속도로 피하는 에고 나이트. 이거 내 실력으로는 못 맞출 것 같은데...무슨 방법이 없나?

고민하던 나는 이내 아. 하고 손을 뻗었다. 련하가 붉은 기운으로 물건을 들어 올리던 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시전자보다 약한 수준이라면, 이 붉은 기운 자체로 붙잡을 수 있었지?

니 시야에 보인 에고 나이트를 쥔다는 생각을 하며 손을 오므리자 붉은 기운이 놈을 붙잡았다.


[으어?!]


거세게 반항하는 에고 나이트. 어찌나 힘이 센지 금방이라도 속박이 풀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내가 련하에 대한 이해도가 낮기 때문인지 속박을 걸면서 다른 능력을 쓸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내겐 이게 있지."


히죽 웃은 나는 속박한 녀석을 내 지근거리까지 끌어 당겼고 버둥대는 놈에게 총구를 겨누었다.


"이 거리라면 못 맞출래야 못 맞출수도 없겠지."


말해두는데 천령 고슴도치의 가시는 아직 80개도 넘게 남았다고?










지루한 대치가 이어지고 있었다.

련하와 격왕이 쉴 새 없이 결계를 공격했으나 레벨리온에 의해 전부 막히고 말았다.

아슬아슬 깨질 듯 하면서 깨지지 않으니 분통이 터질 일이었다.



"아, 진짜 저 망할 갑옷이..."

"......"


또 다시 공격을 준비하는 두 사람과 초인들, 조용히 창을 들어올리는 레벨리온.

그리고 이변이 일어났다.


[......?!]


레벨리온이 쩌억, 소리가 날 정도의 기세로 등 뒤를 돌아보았다.

비단 그 뿐만이 아니라 몬스터들 사이에서도 동요한 기색이 일었다.

그걸 보던 초인들은 깨달았다.

내부에서 뭔가 이변이 일어났다. 고.

격왕 이후로 감정의 변화를 보이지 않던 레벨리온의 두 눈이 떨렸다.

있다.

여기 말고도, 저 안에 강력한 적이 있다.

우리들의 본진에.









"후우."


나는 이마에 흘러내리는 땀을 슥 닦았다.

가루가 되어 흩날리는 에고 나이트.

설마 탄창을 전부 비우고 나서도, 그것도 전부 급소인 머리에 갈긴 다음에, 칼로 몇십 번을 쑤셔야 죽을지는 몰랐다...

처음엔 련하를 모방한 것이 아깝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와선 잘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녀석. 생각보다 강력한 몬스터였는지도...'


띠링!


...띠링?

또 뭔데?

내 눈앞에 인터페이스가 펼쳐졌다.


[숨겨진 조건을 충족하였습니다!


???와 ???가 당신의 무력에 감탄합니다.

군단의 2인자. 에고 나이트 무라쿠를 처치하여 50,000G가 지급됩니다.]


......네?

2인자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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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몬스터 게이트 (6) +4 20.06.14 152 7 15쪽
30 몬스터 게이트 (5) +2 20.06.13 163 8 20쪽
29 몬스터 게이트 (4) +6 20.06.12 164 8 12쪽
28 몬스터 게이트 (3) +5 20.06.11 165 9 21쪽
27 몬스터 게이트 (2) +2 20.06.10 187 8 15쪽
26 몬스터 게이트 (1) +4 20.06.09 201 12 12쪽
25 홍의 마녀 (12) 20.06.08 201 9 12쪽
24 홍의 마녀 (11) 20.06.07 202 10 21쪽
23 홍의 마녀 (10) 20.06.06 207 8 14쪽
22 홍의 마녀 (9) +2 20.06.05 194 8 13쪽
21 홍의 마녀 (8) +2 20.06.04 209 11 12쪽
20 홍의 마녀 (7) +2 20.06.03 206 10 18쪽
19 홍의 마녀 (6) +2 20.06.02 208 12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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