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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님의 서재입니다.

초인의 세상에서 범인이 할 수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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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작품등록일 :
2020.05.19 20:08
최근연재일 :
2020.06.30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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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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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3,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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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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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몬스터 게이트 (1)

DUMMY

아담의 수장과 만나달라고?

나는 혹시나 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닌가 싶어서 말했다.


"혹시 초인명이 테이밍은 아니죠?"

"맞는데."

"그럼 이름이라도 가율이 아니고."

"당연히 가율이지."


미쳤나. 이 양반이.


"후우. 무슨 착각을 하시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설사 제가 대장이 말하는 의인인가 뭐시긴가가 맞더라도 왜 그녀를 만나겠습니까? 그 사람이 그럴 이유가 없잖아요?"

"왜 못 만나지?"

"그 의인이라는 사람은 가율에게 정통으로 엿을 먹였지 않습니까. 제가 그녀라면 사지를 찢어 죽여도 분이 안 풀릴 것 같은데요."


흠흠.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에르츠 대장이 슬며시 일어났다.


"우선 자네가 의인이라고 생각한 건, 이찬혁 군에게 태클을 먹였을 때야."

"......"


나는 그때 모방 스킬을 발동했었다. 뜨끔한 게 있었기에 말을 잇지 못하는데 에르츠 대장이 계속해서 말했다.


"일반인에서 초인으로 각성하면, 기본적으로 신체 능력과 정신력이 상승해. 그건 알고 있지?"

"네, 물론."


예전 내가 초인이라는 희망을 품었을 무렵 하루가 멀다하고 내 신체 능력을 테스트 했었으니까.


"찬혁군은 내가 보기에 S급에 들어갈 만한 실력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A급엔 아슬아슬하게 적합한 인재지. 그리고 가장 낮은 E등급 초인만 하더라도 웬만큼 운동한 일반인 수준은 되고."

"그러니까, 제 태클에 그가 넘어진 건 말도 안 된다?"


나는 과장되게 한숨을 쉬었다.


"그냥 그 꼬맹이가 방심한 거겠죠."

"아무리 방심했다고 코끼리가 사람의 태클에 밀릴까."


적절한 예시로군.


"중요한 건 태클이 먹혔나 아니냐가 아니라, 내가 자네에게서 익숙한 힘을 느꼈기 때문이지만."

"......!!"

"그래. 하늘 분쇄기 최혁씨의 힘을 말이야."



목이 탔다. 나는 눈앞에 놓인 커피잔을 들어 한 모금 들이켰다.

그런 나를 보며 에르츠 대장은 느긋하게 말을 이어갔다.


"의아했었어. 내가 알기로 격왕 어르신은 자신의 기술을 전수하기보다 제자에게 숨겨진 가능성을 극한으로 끌어내 주는 육성을 하고 계셨거든. 그런데 그 의인은 격왕의 발차기와 거의 비슷한 발차기를 구현해냈지. 세간에 돌아다니는 소문 중에 사람들이 유력하다고 생각하는 숨겨둔 제자는 아니란 뜻이야."


그리고 이번엔 최혁과 똑 닮은 힘을 사용했다.

그걸로 확신이 들었다는 건가?


"심증 뿐이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



순순하게 인정하며 어깨를 으쓱인 에르츠 대장은 실내를 천천히 걸었다.



"심증을 말하는 김에 계속하자면, 아마 한번 본 스킬이나 능력치를 단 한 번만 흉내낼 수 있는 스킬을 가지고 있겠지. 그렇지 않다면 찬혁군을 말릴 때 어르신의 힘을 쓰지 최혁 씨의 힘을 쓸 필요는 없으니까."



그것만으로도 굉장한 거지만. 만족스럽게 중얼거린 에르츠 대장이 즐거운 듯 고개를 까딱였다.


"왜 자네의 스팩이 일반인에서 벗어나지 않나 싶었는데, 그런 특수한 스킬을 가진 자라면 사례가 있지."

"하아...저 집에 가도 됩니까?"

"이런, 지루했나?"


미안하다는 듯 고개를 숙여보인 에르츠 대장이 일어나더니 내 등 뒤에 서서 쇼파에 손을 짚었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지. 자네, 초인의 능력치를 보는 스킬이 있지?"

"......"


그 말에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련하를 발굴한 것에 대해 그런 식으로 생각한 모양이다.

하긴, 스킬이라고 생각하지 누가 과거로의 회귀 같은 걸 생각하겠냐만은.

공유스킬을 사용하면 비슷한 짓을 할 수 있으니 틀린 말만도 아니다.


"나를 도와줬으면 하네."

"도와달라고요?"

"그래. 아직 자신을 깨닫지 못한 우리들의 동포를 찾는 거야. 자네도 봤지? 홍련하 양을 둘러싼 일반 사람들의 추악한 욕망을."


또 이런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 그 전에 우리가 찾아서 보호하자고 에르츠 대장은 열성적으로 말했다.


"추악한 욕망이라...글쎄요. 이번에 한해서 대장님도 마찬가지 아니었던가요?"

"천만에! 날 이국수 국장과 같은 선상으로 보지 말아줬으면 해! 설사 련하양이 패하더라도 나는 그녀를 이국수 국장에게서 빼돌릴 준비를 하고 있었어. 내가 원하는 것은 우리 초인들의 안녕 뿐이야. 그 증거로 전에도 자네를 도왔지."

"절 도우셨다고요?"

"그래. 격왕 어르신의 그 영상, 그걸 얻은 게 우연이라고 생각하나?"



순간 번개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기억.

시혁씨는 내게 자료를 넘기면서도 의아하다는 듯이 말했었다



"그거 알고 있나? 최근 가율같은 반 인간파 초인 집단을 '빌런' 우리 초인부를 비롯한 사람들을 돕는 민간 초인들을 '히어로'라고 명칭하겠다는 멍청한 의회가 열린 것을."

"...그게 어때서요."

"나는 우리 동포들이 그런 차별적인 단어를 듣는 것을 원치 않아. 자네도 그렇지 않나? 자네가 부조리에 짓눌린 초인들을 구하는 이유는, 우리 초인들이 차별 받지 않는 세상을 위해서 아닌가?"



에르츠 대장은 더없이 정열적이었다.

나는 조금 기가 질림을 느꼈다. 내가 알지 못했던 대장의 모습이다.



"전에 말했었지? 시대를 볼 줄 아는 초인이 필요하다고."


전에 초인부의 옥상에서 했던 대화를 떠올렸다. 분명 그런 말을 했었다.


"장담하건대 이대로 가면 초인들은 점점 압박을 받아 설 자리를 잃게 될 거야. 힘이 없는 일반 사람들이 우리들을 얼마나 질시하는지 범인, 너는 잘 모르겠지. 지금은 연예인 보는 느낌으로 떠받들어 주고 있지만, 멀지 않아 두려움의 대상이 되겠지."


잘 안다. 나만큼 잘 알 수가 없다.

그 시대를 직접 겪고 왔었으니까.

미래를 예견한 에르츠 대장의 혜안이 놀라웠다.


"자네라면 나와 뜻이 같을 거라고 생각해. 그리고, 가율과도."

"...대장이라면 몰라도 그 미친 여자와 같다고요?"

"미쳤다? 그렇게 보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가율의 본질은 우리와 똑같아. 그녀는 그녀의 방식대로 초인을 위하고 있을 뿐이야."



에르츠 대장의 말엔 광기마저 느껴졌다.

나는 그것에 거부감을 느끼며 그제야 고개를 돌려 에르츠 대장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눈빛이 마주쳤지만 피하지 않는다.


"신념만 있으면 민간인을 학살해도 좋다는 겁니까?"


내 말에 조금 입을 벌린 대장이 이내 고개를 조그맣게 저었다.


"미안. 너무 흥분했군."

"...아닙니다."

"물론 신념만 가지고 도와 달라는 건 아니지. 자네에게 실리도 제공할 거야. 전에 말했었지? 의인을 찾는다면 초인부에 복귀시켜줌과 동시에 100억을 지급하겠다고."

"딱히 돌아가고 싶은 생각도, 돈에 쪼들리지도 않습니..."

"그리고, 관리자에게도 정체를 들키고 싶진 않잖아?"


내 말을 끊고 자신만만하게 나온 소리에 나는 실소가 나왔다.

결국엔 반 협박인가.

그렇다면 나도 되돌려 줘야지.


"저는 관리자에게 협력해도 상관 없습니다만."

"......"

"또한, 당신도 그렇게 떳떳한 건 아닐 텐데요? 숨겨둔 '병기' 라던가."

"......!!"


에르츠 대장의 눈에 경악이 깃들었다.


"대단한 정보력이군...더더욱 갖고 싶어졌다."


대장이 내 어깨를 꽉 쥐었다.


"한번 더 부탁하지. 나와 협력해주게. 나는 자네를 돕고 싶어. 초인을 구하려는 자네를."

"거절하겠습니다. 저랑 대장은 미묘하게 어긋난 것 같거든요."


말하면서 속으로 모방 스킬을 준비했다.

지금의 에르츠 대장은 내가 평소 알던 그가 아닌 것 같다. 대비해둬도 나쁜 건 없으리란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에르츠 대장의 초인력이 내 몸에 스며드는 것이 느껴졌다.


"무슨?!"

"궁금한 게 있어서 말이야. 잠시 실례하지."


나는 이를 으드득 갈고 모방 스킬을 발동했다.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갈 필요는 없다!


"대단하군! 내 생각 이상인 것 같아! 하지만 내게 잡히기 전에 썼어야지!"


그의 말대로다. 이상하게 모방 스킬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고 있었다.

일단 손아귀에서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할 땐 그의 힘이 내 몸을 휘젓고 있는것이 느껴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상한 소리가 메아리치는 것 같았다.


'...어라?'


왜지. 의식이, 점점, 까매진...






"...핫!"


황급히 몸을 일으켰다. 뭐지? 뭘 당한 거지?

에르츠 대장이 한 짓인가?

주위를 두리번 거리는데 묘하게 어두웠다. 상당한 시간이 지난 것 같았다.

혹시 구속 당하진 않았을까 했지만 손발 모두 자유로웠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그때 난, 내 곁에 쓰러져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두워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낯이 익었다.

그리고 눈이 어둠에 익는 순간,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에르츠 대장...?!"


쓰러져 있는 것은 날 무력화시킨 장본인이라고 생각했던 에르츠 대장이었던 것이다.



'대장도 무력화 됐어...?! 대체 누가...!!'



오싹.

차가운 한기가 등에 꽂히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빠르게 뒤를 돌아보았고, 어둠 속에 우두커니 서서 나를 내려다보는 남자의 존재를 확인했다.


"당신...은..."



한달 만에 보는 거지만 확실히 기억하고 있다.

격왕의 재판 때 세 명의 재판관 중 아무 말도 없던 그 남자.

그리고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까지 추적해 왔음에도 아무 말도 없이 가버렸던 그 남자다.

설마 이 자가 우리를 제압했다고...?

그런데 어째서일까.

누가 보더라도 위험한 상황인데, 어째 위기감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 나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이 남자가 우릴 제압할 무력을 갖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무 짓도 하지 않고 할 생각도 없다는 것을.


침묵하던 남자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너는 어쩔거지?"

"네?"

"다가오는 미래에, 뭘 하려는 거냐."



...뭔 개소리야?


"지켜보겠다."


훅.


그리고 내 앞에서 씻은 듯이 사라져버렸다.

혹시 환상은 아니었을까? 볼을 꼬집어 보았지만 아프기만 할 뿐이었다.

그와 거의 동시에 끄응, 거리는 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에르츠 대장이 일어나려는 모양이었다.

이런, 일어나면 아까의 일이 반복되는 거 아닌가? 몰래 내뺄까 했지만 에르츠 대장이 몸을 일으켰다.


"...범인?"

"네."

"음...내가 자네를 왜 불렀더라? 언제 여기 온 거지?"


순간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난 빠르게 대답했다.


"모르겠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여기였습니다."

"그거 신기하네. 나도 그런데."


에르츠 대장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나는 시험 삼아 물었다.


"대장. 정신을 잃기 전 마지막 기억이 언제였습니까? 저는 어제 집에서 자고 일어나 보니 여기였습니다만..."

"...련하양에 대한 공식 발표를 하고, 자네를 부르고...그런데 왜 자네를 불렀었지...?"


나를 놀리려는 것 같진 않다.

에르츠 대장은, 나를 의심하던 기억을 잃은 것이다.

아까 그 남자에 의해서? 아니면?


'대체 무슨...SS등급중에서도 상위인 에르츠 대장에게 이렇게 까지 할 수 있다고...? 이게 무슨 능력이지? 나를 의심하는 기억만 쏙 골라서 삭제했다고?'



속으로 조용히 전율하는데 에르츠 대장이 말했다.


"이상하게...피곤하군...내가 불러놓고 미안한데 오늘은 이만 돌아가 주지 않겠나."



나야 나쁠 게 전혀 없었다.

꾸벅 인사하고 일어서려는 찰나.


"아...그러고 보니 통장, 확인했나?"

"통장요?"

"음. 요청한 건 넣어두었어."


요청이라니? 의아하게 여기며 스마트폰을 들고 앱을 켰다.

그리고 내 통장을 확인한 순간, 턱이 빠지는 줄 알았다.


'0이 대체 몇 개야...?!'


떨리는 손으로 몇 번이고 확인해 보았지만, 통장에 찍힌 숫자는 어떻게 보더라도 100억이었다!


"련하양이 요청한 거였지...잘 들어왔지? 그럼 다음에 보..."



에르츠 대장이 말을 끊으려는 그때.


쿠르르르릉


집 밖이 크게 울렸다.

마치 지진이라도 난 것 같았다.

그리고 난 이 현상을 자주 경험했었다. 회귀 직전엔 일상이나 다름없었던 일.

두 눈이 흔들리는 가운데, 어느새 졸음기가 가신 목소리로 에르츠 대장이 말했다.


"몬스터 게이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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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회사를 만들자 (4) 20.06.30 49 4 20쪽
46 회사를 만들자 (3) 20.06.30 48 3 15쪽
45 회사를 만들자 (2) +2 20.06.29 63 5 14쪽
44 회사를 만들자 +4 20.06.28 80 6 22쪽
43 범죄조직 (6) +2 20.06.27 94 6 19쪽
42 범죄조직 (5) +4 20.06.26 101 6 20쪽
41 범죄조직 (4) +2 20.06.25 131 6 16쪽
40 범죄조직 (3) +2 20.06.24 100 6 15쪽
39 범죄조직 (2) +8 20.06.23 107 5 14쪽
38 범죄 조직 20.06.21 123 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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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몬스터 게이트 (11) +2 20.06.19 125 7 18쪽
35 몬스터 게이트 (10) 20.06.18 128 8 15쪽
34 몬스터 게이트 (9) +2 20.06.17 133 7 16쪽
33 몬스터 게이트 (8) +4 20.06.16 141 12 20쪽
32 몬스터 게이트 (7) +4 20.06.15 150 9 16쪽
31 몬스터 게이트 (6) +4 20.06.14 152 7 15쪽
30 몬스터 게이트 (5) +2 20.06.13 164 8 20쪽
29 몬스터 게이트 (4) +6 20.06.12 164 8 12쪽
28 몬스터 게이트 (3) +5 20.06.11 166 9 21쪽
27 몬스터 게이트 (2) +2 20.06.10 187 8 15쪽
» 몬스터 게이트 (1) +4 20.06.09 202 12 12쪽
25 홍의 마녀 (12) 20.06.08 202 9 12쪽
24 홍의 마녀 (11) 20.06.07 203 10 21쪽
23 홍의 마녀 (10) 20.06.06 208 8 14쪽
22 홍의 마녀 (9) +2 20.06.05 195 8 13쪽
21 홍의 마녀 (8) +2 20.06.04 210 11 12쪽
20 홍의 마녀 (7) +2 20.06.03 207 10 18쪽
19 홍의 마녀 (6) +2 20.06.02 209 12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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