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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님의 서재입니다.

초인의 세상에서 범인이 할 수 있는 것.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ITE
작품등록일 :
2020.05.19 20:08
최근연재일 :
2020.06.30 21:27
연재수 :
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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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43,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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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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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쪽

몬스터 게이트 (3)

DUMMY

여기라고? 한국의 중심부라 할 수 있는 서울, 그 중에서도 인구밀집도가 제일 높은 이 도시라는 말이야?

머리를 망치로 얻어맞은 것 같았다.

얼이 빠져서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느낌만 받을 뿐이었다.

멍하게 잘못 검색된 결과는 아닌지 몇 번이고 반복하여 계산해 보았다.

하지만 이 도시에 한 시간 이내에 몬스터 게이트가 열린다는 결과만 반복될 뿐이다.

한 시간 이내라는 것은 60분을 말하는 게 아니다.

게이트가 열리는 게 10분 후인지. 1분 후인지 알 수 없다. 몬스터 게이트 검색기능은 한 시간 정도의 오차는 잡아내지 못한다.

어쩌면 지금 당장이라도 게이트가 열릴 수도 있다.


"알려야 해..."


잠시 후 내 입에서 자동으로 알려야 한다는 말이 새어나왔다.

그렇다. 지금이라도 몬스터 게이트가 출현한다는 것을 알리고 사람들을 대피시켜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그래.

이 회사엔, 든든한 조력자가 있지 않았던가?

나는 화장실을 박차고 나갔다. 화장실 입구 앞에서 대기 중이던 사수가 뭐라고 말을 걸려 했지만 가뿐히 무시하고 사무실로 향했다.


"응? 범인 씨? 왜 그래요? 얼굴이 무서운데..."

"시혁 씨. 지금 당장 해 주셔야 할 일이 있습니다. 보수는 나중에 필히 지급할 테니..."

"무슨 일입니까?"


목소리와 몸짓이 달라졌다. 프로 모드다.


"음...이게 실제로 될 지는 모르겠는데...가량 빌딩에 달려 있는 스크린에 제 얼굴이나 목소리가 송출되게 할 수 있을까요?"

"네 가능합니다."


가능해?! 희망적으로 해본 말이었는데...



"그런데 왜죠?"

"놀라지 말고 들어주세요. 이제 곧, 이 도시에 몬스터 게이트가 나타날 겁니다."

"......"

"알아요. 황당하겠죠. 네가 어떻게 그걸 아냐고 생각하겠지만 틀림없는 사실..."

"진짜요?! 언제?!"


시혁씨의 큰 목소리에 주위 동료들이 우리를 쳐다보았다.


"쉿!쉿!"

"아, 죄송합니다."


그래도 이 반응을 보니 대번에 믿어준 모양이다. 이렇게 말하긴 뭣 하지만, 어디 가서

나쁜 인간들에게 속지 않을까. 시혁씨.


"그럼 범인씨가 하려는 건..."

"시민들의 대피입니다."

"알겠습니다 조속히 준비할게요."


자신의 노트북을 꺼내더니 빠른 손놀림으로 조작하는 시혁씨.

그가 준비하는 동안 나는 뭘 할 수 있을까.


'내가 말한다고 사람들이 믿어 줄까? 아니지. 대부분 미친놈 보듯 볼 텐데...'


여차하면 강압적으로 나가기 위한 수단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럴 만한 방법이...

답답한 마음에 사무실을 이리저리 걸어다녔다.


"범인 씨. 정신 사나워."

"아. 죄송합니다."


부장의 조용한 경고에 멈춰 선 그때, 내 눈에 서랍 속에 놓인 무언가가 띄었다.


"......어라?"


왜 저런 게, 그놈 자리에 있는거지?

나는 주위를 두리번거리고는 서랍속에 있는 그것, 권총을 빼냈다.

이 무게, 이 냄새. 틀림없이 진짜 총기다.

품속에 가리고 약실을 확인, 탄환도 제대로 들어있다.



"......"


순간 뇌정지가 왔지만 이내 품속에 넣고 아무것도 모르는 척 했다.

그 작자가 왜 이런 위험한 물건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나중에 캐기로 하자.


'아 맞아. 초인들에게도 연락해야지.'


개소리라고 치부하더라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것과 아예 모르는 것은 대응에 천지차이일 테니까. 나는 휴게실로 가서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후, 휴대폰을 꺼내 통화목록을 찾아 격왕의 도장에 전화를 걸었다.

초인부보다 먼저 연락한 이유는 전에 대장의 반응을 보건대 초인부보다는 민간 초인들이 대응이 더 빠를 것 같아서다. 잠시 후,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혹시 최혁 씨 있습니..."

[어라~?형님이심까?]

"엇. 진하 씨?"


받은 사람은 진하 씨였다.

어저께 크게 고생했다는 게 진짜인지 목소리에 피곤함이 묻어났다.


[무슨 일이심까?]

"진하 씨. 혹시 곁에 최혁 씨 있습니까? 격왕님 이라거나..."

[에에~저는 믿지 못하시는 검까?]

"아니, 그게 아니라...그럼 말 좀 전해주시겠어요?"

[반드시 전하겠슴다! 뭠까?]

"믿기 힘들겠지만, 이제 곧 서울 남부지역에 몬스터 게이트가 열릴 겁니다."


진하 씨는 잠깐 침묵하더니 말했다.


[으음...농담이심까?]

"이런 거로 농담하면 천벌 받지요."

[아니, 형님이야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인 것 같지만 그걸 어떻...으악 뭐하시는 검까 대사형.]

[시끄러. 내놔 봐. 전화 바꿨습니다. 범인 씨?]

"네. 최혁 씨."

[대충 들었는데...그게 사실인가? 어떻게 알았지?]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저번에 말씀드렸던 그 자료의 내용에 따르면, 확실합니다."


솔직히 너무 어이없는 변명이었고 최혁 씨도 당연히 의심하겠지만, 그는 별다른 말 없이 알겠다고 말했다.


[자네 말이니 믿지. 그런데 남부지역이면 자네 회사 있는 곳 아닌가? 자네도 거기에 있어?]


내가 다니는 회사 위치는 어찌 알고있대...



"그렇습니다."

[어서 나오게. 아저씨에겐 내가 전해 놓을 테니 지금 당장 전화를 끊고 탈출해.]

"앗, 혹시 남부지역 사람들에게 대피해 달라고 말해주실 수 있나요? 신뢰성 높은 초인의 말이라면 민간인들도 들을 텐데..."

[나도 그러고 싶지만, 우린 초인부와 달리 방송국 같은 곳에 협력요청을 하기 힘들어서 말이야. 노력은 해 보겠지만...]

"그럼 그건 초인부에 부탁해야겠군요."

[너무 기대하진 마. 그치들은 느리니까. 그보다 어서 빠져나오게.]

"네. 걱정 감사합니다."


나는 통화를 끊고 이번엔 에르츠 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솔직히 내가 이걸 어떻게 알고 있느냐고 추궁당할 위험이 있었지만 생각나는 사람이 이 사람밖에 없었다.


'제기랄. 조용히 좀 살겠다는데 왜 이렇게 귀찮게들 굴어.'


이번에도 얼마가지 않아 대장이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야 범인? 지금은 좀 바쁜데.]

"대장. 이걸 어떻게 설명드려야 할지..."

[음...미안한데 내가 좀 있다가 전화할게]


전화를 끊을 것 같았기에 나는 다급하게 말했다.


"남부지역에 몬스터 게이트가 나타날 겁니다."

[......]


침묵.

하지만 주저할 시간도 아까웠기에 나는 그가 어떻게 반응하건 간에 계속해서 말했다.



"믿기 힘드시겠지만 진짜입니다. 당장 초인들을 움직이기 어려우시더라도 일단 경고라도 해 두시는게..."


그때, 누군가가 대장 옆에서 말하는 것이 들렸다.


[뱁새입니까? 바꿔주십시오 에르츠 대장.]

[아니, 기다려 봐. 아직 들을 게...]


곧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아무래도 억지로 전화를 뻇은 것 같았다.

...초인부 행동 실장의 전화를 억지로 뺏는 골 빈 새끼가 있단 말이야?

하지만 곧 들려온 목소리에 이 새끼는 그럴 만 하다고 납득했다.


[김범인.]

"...이천웅 씨."

[간만에 좋은 일 좀 했다 싶었는데 또 관심병이 도진 거냐?]

"아니, 관심병이 아니라 정말로..."

[이젠 지긋지긋하다. 더 이상 대장을 귀찮게 하지 마라. 다음에도 이런 일이 있으면 그땐 날 직접 보게 될 것이다.]


순간 속으로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지금 자선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 자식은 돕지는 못할망정 방해질이나 해?


"맘대로 해."

[뭐?]

"이 운동밖에 모르는 멍청한 근돼 자식아. 내가 뭔 영광을 보겠다고 이딴 짓거리를 하겠냐? 내가 너희한테 당한 게 있는데."

[이, 이 자식이...]

"됐고. 초인부 출동이나 준비해. 만약 출동이 늦어져서 피해가 더 커지면 다 니 책임이야."


나는 그대로 통화를 끊어버렸다. 더 이상 대화가 통하지 않을 것 같다.

후우.

한숨을 내 쉰 나는 다시 사무실로 터벅터벅 발걸음을 옮겼다.

역시 최악엔 강행수단을 사용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도 여기저기서 수상하게 여겨지고 있는데 그 짓거리를 했다간...

그때 내 눈에 사무실 바깥에 비치된 개인 사물함이 눈에 띄었다.


...아. 그러고 보니 격왕의 일을 해결한 후에, 행여나 의심받을까봐 집이 아니라 회사개인 사물함에 처박아 둔 물건이 있었지.

나는 황급히 잠금을 풀고 서랍함 안에 있던 물건을 꺼냈다.

그건 바로 토끼탈이었다.

...이걸 또 쓰게 될 줄이야.


사무실에 돌아가자 시혁씨가 내게 말을 걸었다.


"준비 다 됐습니다 범인 씨."

"그럼 시혁 씨. 지금 당장..."


여기서 벗어나라고 말하려다가 어느 정도 벗어나야 하는지 설명하기가 곤란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 내게 시혁씨가 뭔가를 내밀었는데, 그건 지도였다. 이 지역을 자세하게 보여주는 지도.


"몬스터 게이트가 어디까지 펼쳐지는지 대략적으로라도 표시해 두는 게 낫지 않을까 싶어서요."

"나이스입니다."


나는 지도와 회귀 스킬의 인터페이스로 보이는 영역을 대조해 동그라미를 쳤다.

이게 있으면 피난에 더 도움이 되겠지.


"시혁 씨. 지금 당장 이 범위 밖으로 나가세요. 저는 시내로 나가서 시민들의 대피를 유도할게요."

"알겠습니다. 범인씨도 금방 도망칠 거죠?"

"당연하죠."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었기에 나는 곧바로 회사를 나왔다.

입구를 지나면서 손에 들고있던 토끼탈을 꾹 눌러 썼다.

그리고 사람들이 제일 많이 지나는 번화가 사거리 한 가운데에 도착했다.

지나가면서 사람들이 계속 힐끔거린다. 솔직히 쪽팔리기는 한데, 그거 신경 쓸 때는 아니다.

나는 시혁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시혁씨. 지금 송출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그 순간, 모 아이돌의 CF를 내보내고 있던 스크린들에 우스꽝스러운 토끼탈 얼굴이 나타났다.

길을 걷고 있던 사람들은 바로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곧 이변을 깨닫고 힐끔 쳐다보거나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저거 뭐야...?"

"뭔 사고났나?"


좋아. 관심이 모였군.

이 부근만이 아니라 남부지역 전체에 송출되고 있을 우스운 토끼탈 얼굴.

뭔가를 전하기에 적절한 순간이다.


"안녕하십니까. 서울 시민 여러분."



길을 걷던 사람들이 나를 눈치챘다.


"어? 지금 나오는 거 저 사람 아니야?"

"진짜네? 그럼 저 사람 곁에 서면 스크린에 나오나?"

"뭐냐. 저 웃기는 탈."


어딜 가나 관심종자는 있기 마련이다.

그런 놈들에게 엮이기 전에 속전속결로 끝내자


"갑작스럽게 죄송하지만, 이 도시엔 곧 몬스터 게이트가 출현할 것입니다."



"몬...뭐?"

"그게 뭔데?"



이때엔 아직 몬스터 게이트란 명칭도 널리 퍼지지 않았을 때다.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자.


"쉽게 설명 드리자면 무수한 몬스터들이 나오는 통로입니다. 얼마 전 동부지역에서 일어난 몬스터 대량 침범 사건도 몬스터 게이트에 의해 일어난 일입니다. 그리고 현재 이 지역."


나는 시혁씨에게 신호를 보내 지도가 송출되도록 했다.

내가 동그라미를 그린 지도가 사람들 앞에 떡하니 나왔다.


"이 지역 안에 있는 사람들은 빨리 영역 밖으로 대피하시길 바랍니다. 말씀드리지만 이건 농담도 뭣도 아닌 철저히 현실이며, 허투루 듣지 않을 것을..."


하지만 내 바람과 다르게 사람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뭐래? 저 사람 초인부야?"

"관심종잔가."

"사진찍자 사진-."


예상했던 반응들이다.

잘 몰랐던 현상에다가 이상한 토끼탈을 뒤집어 쓴 남자의 말이니 신뢰할 수 있겠나.

슬금 슬금 내 곁에 다가와 영상에 송출되려는 이들까지 눈에 띄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군."


나는 머릿속으로 최혁 씨를 떠올렸다. 그리고 모방 스킬을 발동하려 했는데...


'...또 안되잖아?!'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의 힘을 쓸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나는 이번엔 진하 씨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그녀가 얼마나 강한지는 모르겠지만 대장이 탐낸만큼 어느 정도의 힘은 있겠지.

진하 씨의 힘이 내게 깃든것을 인식한 순간, 나는 힘껏 땅을 밟았다.


와지직.

쿠앙!!



"꺄아악?!"

"으아아아!!"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죄다 나뒹굴었다.

내 발이 박힌 반경 몇 십 미터가 움푹 패이고 아스팔트 도로는 쩌저적 갈라져있었다.


...생각보다 센데?


나는 곧 정신을 차리고 목청껏 외쳤다.


"이 개새끼들이 말로 하니까 내가 물로 보이냐?! 엉?! 좋다! 지금부터 이 지도에 그려진 동그라미 안에 있는 것들은 내가 친히 죽여주마!!"


말끝에 또 진각을 밟자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대지가 흔들렸다.


"히, 히이익! 초인이다!!"

"초인불러! 초인! 초인부의 초인!"

"도망가!!"


내 주변에 있는 이들은 도망가지만, 거리가 있는 이들은 아직 사태파악이 되지 않겠지. 나는 지도에 한 부분을 가리키고 말했다.


"우선 여기에 있는 놈들부터 죽인다! 내 말 헛으로 듣고 나가지 않는 놈들은 각오..."


그 순간.

쿵. 쾅. 쿵.

대지가, 아니, 공간 전체가 뒤흔들리는 듯한 감각이 들었다.

하늘의 색이 파란색, 빨간색, 노란색으로 순차적으로 뒤바뀌었으며 순식간에 주위가 고요해졌다.


"...지금 뭐야?"

"저 놈이 무슨 짓 했나?"


아니다.

이건, 이 현상은...


쩌저저저적-!


하늘에 균열이 가고, 시퍼런 소용돌이가 일었다.

처음 뚫린 구멍은 작았으나 드릴로 뚫는 것 마냥 급속히 크기를 넓혀간다.

유리조각처럼 부서진 하늘에서 찬란한 빛을 뿜으며 블랙홀 같이 소용돌이친다. 그 넓이가 1KM에 가까울 정도로 거대한 이질적인 구멍!

저거다.

저게 몬스터 게이트다.


"저, 저게 뭐야...?"

"뭔지 몰라도 위험해 보이는데..."


툭.


구멍에서 조그마한 무언가가 대지로 튀어나왔다.

꼬물꼬물 거리는 그것에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었고, 이내 꼬물거리던 그것은 몸을 일으키더니 히죽 웃었다.


[그가가가!]


"헉...!"

"고블린이다!!"


녀석은 시작에 불과했다.

곧 무수한 고블린들이 비처럼 쏟아져내리기 시작했고, 그제야 사람들은 사태를 파악하고 비명을 질렀다.

패닉은 좋지 않다. 도망치더라도 정신줄은 잡아놓아야 한다.

하지만 내겐 사람들을 통제할 방법 따윈 없었으며 그리고 패닉을 가속화시킨 결정적인 하나가 나타났다.


쿠웅.


몬스터 게이트에서 뛰어내린 유독 거대한 몬스터.

수많은 문어발을 가진 녀석은 웬만한 건물 크기 정도로 거대했다.


[브으어어어어....!!]


녀석이 조용하게 포효한 순간, 사람들이 도망쳤다.



"도망쳐!!"

"몬스터다!!"


생각지도 못한 위기상황.

하지만 이때가, 기회다.


"봤지?! 몬스터들 나온다고! 그러니까 빨리 튀어! 아직 시간은 있어!"


몬스터 게이트가 까다로운 건 갑자기 나타나 출현 사실의 공유가 어려워 결계가 완전히 펴지기 전까지 대피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몬스터 게이트가 열린 것을 보았다면 대피는 신속하리라.

거기다 날 도와주는 것처럼 화면이 뒤바뀌더니 유명 인사의 얼굴이 나왔다.

바로 초인부 행동 실장 에르츠 대장!


[시민 여러분께 안내드립니다. 지금 몬스터를 소환하는 몬스터 게이트의 출현이 확인되었습니다. 시민 여러분은 신속하게 대피하십시오.]


내 말을 무시하는 듯 하더니 실제로는 발 빠르게 움직인 것 같았다.

속으로 나이스라고 생각한 순간, 문어발 괴물이 그 수많은 촉수를 사람들에게 뻗었다.


"큭...!"


순간 나는 튕기듯 날아갔다.

익숙치 않은 감각과 멀어진 땅을 보며 순간 겁먹었지만 어떻게든 문어발 괴물에게 발차기를 먹였다.


콰앙-!!


[브어...!]


놀랍게도 발차기 한 방으로 놈의 머리로 추정되는 부분이 단번에 박살났다. 기대하지도 않았던 성과에 스스로 벙찔 정도였다.

진하 씨...대단하잖아? 나는 진하 씨가 어느 정도 강한지도 어느 기술을 쓰는지도 모르는데 이 정도 효율이라니...

그러나 난 바보였다.

전투중에 딴 생각을 해선 안 됐다. 쓰러진 촉수괴물이 죽기 직전 나에게 휘두르던 팔이 그대로 날아오고 있었고 나는 무슨 영문인지 알아챌 틈도 없이 얻어맞고 날아가버렸다.


"우아악-!"


아프지는 않은데 펄럭이는 바람과 가까워지는 땅이 겁나 무섭다.

이윽고 대지에 충돌한 나는 튕기듯 데구르르 구르다가 골목의 쓰레기 봉투들 사이에 파묻혔다.


"푸하!"


다행히도 몸이 아작난 부분은 없는 듯 했다.

제기랄. 두 번 다시 저딴 괴물에게 달려드나 봐라.


"좋아. 이제 나도 탈출해 볼까."


겨우겨우 몸을 일으키자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는 시민들이 보였다.

아직 완전히 각성하지 않은 몬스터 게이트에선 몬스터가 드문 드문 튀어나오는 중이다.


"...제길."


조금만, 조금만 더 돕자.

10분정도만 탈출을 도우면 되겠지.






그리고 20분 후.


"허억. 헉."


아침의 활기가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휑해진 거리.

저 멀리서는 어느새 나타난 초인들이 민간인들의 대피를 돕고 있었다

아직도 도망치지 못한 시민들은 많겠지만, 이제 한계다.

결계가 실체화 되가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다.

이대로 가다간 나도 갇힌다.


'할 만큼 했잖아.'


스스로를 다독인 나는 헐떡거리던 숨을 고른 후, 영역 밖을 향해 뛰었다

진하씨의 힘은 어느새 내 몸에서 거의 사라진 뒤였다. 모방 스킬이 풀린 모양이었다.

너덜너덜해진 웃기는 토끼탈을 집어던지고 전속력으로 달렸다.

저 멀리에 경찰들이 바리케이드를 쳐 놓은 것이 보였다.

저 바리케이트는 아마 몬스터 게이트의 영역의 바로 밖이겠지. 저것만 넘으면 살 수 있다.

눈에 띄는 시민들도 없다. 저 멀리서 경찰들이 어서 뛰어오라고 손짓하는 것이 보였다. 결계는 내 바로 뒤에서 나를 쫒아오듯이 실체화하고 있었다.

그래도 이 속도라면 어떻게든...

그리고 그 순간.

골목길에서 훌쩍이며 걷고 있는 어린아이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 뒤에서 탐욕스럽게 입맛을 다시는 오크의 존재도.


"......"


진정해라 김범인.

여기서 저 애를 구하려고 하면, 넌 100%갇힌다.

네가 언제부터 그렇게 좋은 놈이었냐? 착한 짓은 할 만큼 했다.

앞으로 네가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멍청한 선택은 하지 마라.

휴. 됐다.

스스로를 완벽히 다독였다.

그리고 나는 그대로 오크에게 날아차기를 먹였다.


[크뤅?!]


성인 남성의 발차기 따위지만 그래도 기습이라 놀랐는지 주춤거리는 오크. 나는 그 틈에 아이를 안아들고 미친듯이 뛰었다.

허나 내 오산은, 이 오크가 생각 이상으로 빠르다는 것.


[취이-! 취아-!]


콧소리를 내며 쫒아오는 놈. 나는 품속에서 총을 꺼내들고, 아이에게 말했다.


"귀 막을래?"


아이가 귀를 막는 걸 본 순간 나는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팅!


[취익-!]


빗나갔다. 아스팔트 바닥에 불꽃을 튕기며 소모된 탄환을 보며 나는 혀를 찼다.

달리면서 쏘기엔 내 실력이 너무나도 미천하다. 그렇다고 이대로 달려봤자 따라잡힌다. 나는 아이를 내려놓고 급하게 말했다.


"저기로 뛰어가! 어서!"


아이는 망설이는 듯 했지만 쫒아오는 오크를 보더니 으앙 울음을 터뜨리고 바리케이드 쪽으로 뛰었다.

좋아. 이제야 제대로 조준이 되는군.

나는 놈의 머리를 노리고 총을 쏘았다.


타앙! 탕!


[취익?! 췩!]


첫방은 어깨에. 두번째는 목에 총탄을 얻어맞은 오크. 그리고 마무리로 놈의 머리에 총알을 박아주자 놈은 털썩 쓰러졌다.

놈이 쓰러진 것을 확인하자마자 등을 돌려 달음박질했다. 그러나 몇 초도 안 되어 그만두었다.

위에서 내려다본다면 반원형으로 보일 결계가 스르륵 미끄러지듯이 완전히 실체화하여 대지까지 닿은 것이다.



"...갇혔네."


결게 밖에서 사람들이 뭐라뭐라 고함을 질러대고 있었다. 결계 때문에 소리가 차단되어 들리진 않았지만.

아까 그 아이는 무사히 나갔을까? 찾아보니 어머니로 추정되는 여성에게 안겨 울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여성도 아이를 애타게 찾고 있었는지 옷이 후줄근했다.

후우.


됐다. 내 평생에 걸칠 착한짓을 오늘 모두 했다고 생각하지 뭐.

폼으로 몬스터 게이트가 난무한 미래에서 생존한 것이 아니다. 등급이 높은 몬스터 게이트라도 살아날 구멍은 있는 법.

신도 양심이 있다면 이 이상의 시련을 내리진 않을거다.



쩌적! 쩌저적-!


뭔 소리?

소리가 들린 방향, 하늘을 올려다 보자 몬스터 게이트에서 푸른 천둥번개가 치고 난리도 아니다.

...이 현상,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


콰르르릉-!


나와 몇 미터 떨어지지 않은곳에 천둥번개가 내리꽂혔다.

번개는 사라지지 않고 점점 부피를 늘리더니 이내 몇 십 미터는 될 정도로 거대해졌다.

빛이 사라지고, 번개의 형태를 잃자 진정한 모습이 튀어나왔다.


그건 흑기사였다.


검은 갑옷을 입은 거대한 말을 타고 있는, 검은 기사.

들고 있는 몸만큼이나 길쭉하고 거대한 언월도엔 검은 기운이 피어오르고 있다.

딱 봐도 위험한 몬스터다.

그렇달까. 본 적이 있는 놈이다.

미래 격왕에게 당했지만 무수한 초인을 죽였던 제(帝)급 몬스터.

검은 마창의 레벨리온.


"...아니 신, 이 미친 양반이 양심이..."


이번 몬스터 게이트의 군단장급 몬스터가, 지금 내 앞에 강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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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범죄조직 (5) +4 20.06.26 100 6 20쪽
41 범죄조직 (4) +2 20.06.25 131 6 16쪽
40 범죄조직 (3) +2 20.06.24 100 6 15쪽
39 범죄조직 (2) +8 20.06.23 107 5 14쪽
38 범죄 조직 20.06.21 123 5 15쪽
37 몬스터 게이트 (12) +6 20.06.20 125 7 14쪽
36 몬스터 게이트 (11) +2 20.06.19 125 7 18쪽
35 몬스터 게이트 (10) 20.06.18 128 8 15쪽
34 몬스터 게이트 (9) +2 20.06.17 133 7 16쪽
33 몬스터 게이트 (8) +4 20.06.16 141 12 20쪽
32 몬스터 게이트 (7) +4 20.06.15 150 9 16쪽
31 몬스터 게이트 (6) +4 20.06.14 152 7 15쪽
30 몬스터 게이트 (5) +2 20.06.13 164 8 20쪽
29 몬스터 게이트 (4) +6 20.06.12 164 8 12쪽
» 몬스터 게이트 (3) +5 20.06.11 166 9 21쪽
27 몬스터 게이트 (2) +2 20.06.10 187 8 15쪽
26 몬스터 게이트 (1) +4 20.06.09 201 12 12쪽
25 홍의 마녀 (12) 20.06.08 202 9 12쪽
24 홍의 마녀 (11) 20.06.07 203 10 21쪽
23 홍의 마녀 (10) 20.06.06 208 8 14쪽
22 홍의 마녀 (9) +2 20.06.05 195 8 13쪽
21 홍의 마녀 (8) +2 20.06.04 209 11 12쪽
20 홍의 마녀 (7) +2 20.06.03 207 10 18쪽
19 홍의 마녀 (6) +2 20.06.02 209 12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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