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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님의 서재입니다.

초인의 세상에서 범인이 할 수 있는 것.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ITE
작품등록일 :
2020.05.19 20:08
최근연재일 :
2020.06.30 21:27
연재수 :
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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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43,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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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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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쪽

홍의 마녀 (11)

DUMMY

트레이닝 룸의 위층.

창문으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던 이국수가 입을 열었다.


"금제는 확실하겠죠?"



옆에 서 있던 고글을 낀 남자가 씨익 웃더니 건들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헌데 뭘까요. 저 자신감 넘치는 모습은."

"불안한 거야? 어차피 뭔 짓을 하더라도 댁은 이기고 말 거잖아? 무엇보다 말이지, 내 실력을 신뢰할 수 없는 건가?"

"그럴 리가요. 마이티."


이 고글을 낀 사내야말로 홍련하에게 금제를 건 초인이었다


"내 금제를 깰 수 있는 건 무투파 초인들 중에서도 상위권에 드는 강자들 정도야. 보통은 금제가 걸렸는지 눈치조차 채지 못하겠지만."


마이티의 말은 구구절절 옳았으나 이국수는 꺼림칙한 기분을 털어내지 못했다.

방을 나온 그는 목깃에 달린 무전기로 부하들에게 명령하고는 그제서야 만족스런 웃음을 지었다.


'조심해서 나쁠것은 없지.'











흥미가 가득한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는 사람들.

널찍한 트레이닝 룸의 객석을 전부 채운 그들 모두가 초인이다.

명실상부한 초인부의 전력! 그들은 격왕에 이어 나타날지도 모르는 SSS급 초인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었다.

막대한 관중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에 아찔했는지 홍의 마녀가 겁 먹은 동물처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성희롱으로 고소하진 않겠지.

지그시 올려다보는 그녀를 보고 나는 엄지 손가락을 척 올려보였다.


"훈련한 대로만 하면 됩니다."


네가 배운 대로만 노력하면, 나머진 내가 해결해 주마. 안심한 듯 정면을 바라보는 홍의 마녀를 흘깃 보고 주위를 더듬어 에르츠 대장의 위치를 찾는다.

관중석의 맨 앞자리, 특등성에 대장이 앉아있는 것이 보였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손을 흔들어 온다. 옆에는...으엑. 이천웅.

그는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나를 쏘아보고 있었다.

그를 무시하고 에르츠 대장에게 시선을 꽂은 나는 입 모양으로 믿어도 되겠냐고 말했고 대장은 윙크를 해 보였다. 음. 못 믿겠다.


"야~후딱후딱 시작하자고. 어차피 금방 끝날 거잖아?"


우리가 대화를 나누는 것이 지루했는지 빈정거리는 펑키 꼬맹이. 녀석에 대해서도 조사해봤다. 이름...이름이...아 맞다. 이찬혁.

음파를 이용해 여러 능력을 구사한다고 한다.

초인 빠돌이인 시혁씨 답지 않게 별로 좋아하진 않는 듯 했는데, 인성이 그다지 좋지 못한 것 같았다.

하긴...별 다른 고생도 않다가 어린 나이에 강대한 힘을 갖게 되면 사리 분별을 못하게 되는 법이지.

그런 면에서 보면, 홍의 마녀는 정말 잘 큰 케이스다.

앞으로 힘에 취하지 않게 잘 바로잡아주면 적어도 저 꼬맹이처럼 인격이 파탄나진 않겠지.


"..어이 꼰대. 뭐야? 그 짜증나는 표정은?"

"응? 아니 아무것도..."


이런, 표정에 다 드러나고 있었나. 어물쩍 넘기려는데 내 옆에서 어두운 목소리가 들렸다.


"꼰대...?"

"엉? 뭐냐 그 표정?"


옆을 보니 홍의 마녀가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이찬혁을 노려보는 중이었다.

그녀가 한 발짝 나서더니 외쳤다.


"시합 시작해요!"


아니...정해진 시간이 있어서 그럴 수는 없지.

하지만 반응은 열렬했다. 잠깐 웅성거리던 초인들이 일제히 환호성 섞인 목소리를 냈기 때문이었다.


"S급 상대로 멋진데 신입!!"

"좋은 기세다!"


득의양양한 표정인 홍의 마녀와는 반대로 이찬혁은 얼굴에 핏대를 세우고 있었다.

자신보다 한참 아래라고 생각하는 이가 창피를 준 것에 크게 분노하는 것 같았다. 당장이라도 달려들고 싶은지 손가락을 꿈틀대고 있다.



"그럼 바라시는 대로 해 드려야죠!"



시끄러운 환호성을 압도하는 힘 있는 목소리.

돌아본 곳엔 이국수가 신뢰감이 철철 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두 팔을 벌리고 있었다.



"저희 초인부로서도 새로운 신성의 실력을 한시라도 빨리 확인하고 싶은 바! 예정을 조금 앞당겨 볼까요?"


그의 말에 반응해 초인부의 녀석들 몇몇이 환호했다. 휘파람 소리까지 들린다.

이건 좀 낭팬데.

에르츠 대장과 사전에 의논했던 그게 늦춰질지도 모른다.

어떻게든 해 보라며 쳐다보는데, 이럴수가, 저 양반도 환호하고 있었다.

그도 홍의 마녀의 실력을 빨리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에이. 모르겠다. 여차하면 자기가 나서서 말리든가 하겠지.


"두 분, 모두 동의하시나요?"


이찬혁과 홍의 마녀에게 동의를 구하는 이국수. 이찬혁은 고개를 끄덕였고 홍의 마녀는 고개를 저었다.


"어라? 동의하지 않으시겠단 건가요?"

"아저씨 같은 사람 말 듣긴 싫거든요."


장내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들이 이국수가 어딜 가서 저런 대접을 받는 것을 보았겠는가.

사정이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세상 물정 모르는 초인이 순진하게 이국수 국장을 물 먹인 것처럼 보일 것이다.

이국수는 당황하지 않고 웃으며 얌전히 물러나더니 그럼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역시 초인부의 국장에게 예의 없게 군 것이 거슬리는 사람들도 있는지 몇몇은 홍의마녀를 곱지 않은 눈으로 바라보았다.



"누가 이길 거라고 보지?"

"당연히 이찬혁이지. 싸가지는 없어도 능력은 확실해."

"저 아가씨 실전경험도 없다며."



관객석에서 들려오는 대화들.

나누는 대화의 내용은 거진 비슷했다. 홍의마녀가 얼마나 버티겠냐는 것에 대한 걱정. 그런 불편한 분위기 속에서, 홍의마녀의 눈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이윽고 예정된 시간이 되었고. 시합이 시작되었다.


"그럼 양 선수. 위치로 올라오십시오. 홍련하 양이 받은 훈련 기간과 여러 요소를 고려한 계산에 맞춰서 상정해낸 기준. 즉 SSS급에 걸맞는 힘을 보였다고 생각이 된다면 경기는 중지될 것입니다. "



두 사람이 대치한 가운데, 전투 직전의 긴장감이 흘렀다.

이찬혁은 어서 빨리 짓뭉개고 싶다는 듯 몸을 들썩거렸고 홍의 마녀는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시합, 시작!!"


심판을 본 초인의 입에서 드디어 시작이 선언되었다. 그와 동시에 이찬혁이 몸을 움찔거렸고...



콰앙!!


홍의마녀의 몸에서 시뻘건 기운이 분출되더니 몇 미터를 훌쩍 넘는 방대한 양의 불꽃이 넘실거렸다.

달려들려던 이찬혁은 깜짝 놀라 움직임을 멈추었고 홍의 마녀는 시뻘건 불꽃을 놈에게 쏘아내었다.


콰르르르르!!


""우와아아아아아!""


얼어있던 초인들이 예상치 못한 광경에 탄성을 질렀다.

나는 히죽 웃었다. 단순한 기운의 방출만으로도 저 정도다. 더군다나 거대한 불꽃은 한시적이 아니라 끊임없이 유지가 되고 있었고 이찬혁을 뒤덮으려 들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이국수 국장을 쳐다보았다.

그는 금제가 풀린 것에 경악하는지 두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크윽...! 이 계집애가!"

"누구더러 계집애래?"


사전에 의논한 대로 잘 해주고 있다.

이찬혁은 음파를 이용해 순식간에 거리를 이동하여 기동력이 좋다. 그에 반해 홍의 마녀는 초상능력이 강력하긴 해도 실전경험이 없어 공격을 맞추는 것 자체를 힘들어 할 것이 분명했다.

기운을 응집하며 강력한 일타를 날리느니 질이 떨어지더라도 넓은 범위의 공격을 하라고 했는데, 저 정도 범위를 가진 공격임에도 딱히 위력이 낮은 것은 아닌 듯 했다.

S급에 준하는 신체 스팩을 가졌을 이찬혁이 접근하려 하다 헛 뜨거라 물러나는 것을 보면 굉장히 높은 온도를 가진 것 같았다.

하지만, 괜히 S급 초인이 아니다.

이국수의 입김이 적용되어 여러 실적을 인정받은 편애가 있긴 했어도, 이국수도 실력이 없는 이를 S급에 앉힐 위인은 아니다.

높은 신체 능력 외에도 강대한 능력을 이용해 온갖 공격을 구사하는 것이 노련한 초인이다.

이찬혁도 예외가 아니었다.

접근전을 하지 못한다는 것에 굴욕을 느끼는지 입술을 짓씹긴 했지만, 곧바로 공격 방법을 바꾸었다.


"나대지 마라!"


녀석이 손을 휘두르자 귀가 찢어질 것 같은 굉음이 울려 퍼졌다.

다음 순간, 공간이 뒤흔들리며 소닉붐이 일어났다.

음파는 불꽃을 흩뜨리며 홍의 마녀에게로 뻗어나갔다. 움직이는 표적을 수차례 적중시켜 본 경험이 있는지 정확한 겨냥이었다.

모두들 다음엔 홍의마녀가 쓰러질 거라고 생각했는지 경악의 소리를 질렀다. 이찬혁도 승리를 예감했는지 히죽이고 있었다.

콘크리트 바닥도 쩍쩍 갈라지게 만드는 충격파가 홍의마녀를 휩쓸었다.

그리고 모두 경악했다.


고오오오.


넘실거리는 붉은 기운이 홍의 마녀의 온몸에 둘러져 있었고, 홍의 마녀는 전혀 데미지가 없는 듯 했기 때문이다.


"방어벽까지 칠 수 있는 건가!!"


에르츠 대장이 감탄하여 외쳤다.

이 일 주일 간 제일 연습한 건 저 방어벽이었다.

어찌된 일인지 초상능력을 각성했음에도 신체 스팩이 일반인 수준에 그치는 홍의 마녀의 몸을 보호하고 제대로 된 싸움을 하기 위해서, 그리고 이미지하기 쉽다는 이유에서 진하씨가 추천했다.

이찬혁은 자신의 공격이 통하지 않은 것이 믿기지가 않는지 아까와 같은 공격은 연속해서 퍼부었지만 홍의 마녀는 꿋꿋이 버텨냈다.

처음만 하더라도 자신이 정말로 싸울 수 있을지 불안해 하던 그녀의 눈에 자신감이 차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싸움은 몇 분간 비슷한 양상을 띄고 있었다.

모르긴 몰라도 상당수의 초인들은 착잡할 것이다.

지금의 홍의 마녀 수준이라면 곧바로 실전에 투입이 되더라도 충분히 활약할 정도를 넘어선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몇 명을 제외하면 초인부의 초인들보다 우위에 있을 것이다.

이제 약관의 소녀가 그 정도 강함과 재능이 있는 것에 착잡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겠지.

이 때다.

나는 앞으로 나서서 심판에게 외쳤다.


"이쯤하면 충분하지 않습니까?"


애당초 이것은 홍의 마녀가 정말로 SSS급의 능력이 있는지 알아보려는 것이다.

일주일도 되지 않는 시간 내에 S급 초인과 대등히 겨루어내는 재능.

아직 확실히 판별 되지는 않았어도 이 정도라면 모두들 충분히 납득할 것이다.


"부족합니다!"


그리고 드높게 울린 목소리가 내 말을 부정했다.


'이국수...'


무슨 말을 하냐는 듯 쏘아봐 주자 그가 여유롭게 훗 웃었다.


"물론 대단한 재능이기는 하나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초음파 이찬혁 군에게 훈련을 받았죠. 그의 전투 스타일을 알고 있으니 어느 정도 대등한 싸움은 당연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


그러니까.

한 달 동안 애를 버려 놓은 주제에 그 기간을 특수 훈련 이라고 날조하시겠다?

심판은 경기를 중지할 생각이 전혀 없는 듯 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 그는 이국수의 부하일 테니까.

더욱 나쁜 것은, 주변의 분위기도 딱히 중지를 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기저기서 대단하긴 해도 저 정도면 SSS급이라고 하긴 힘들다는 의견들이 들려왔다.


'...예상했던 대로지만 기분 나쁘네.'


이국수가 심어 놓은 바람잡이들의 말에 모두 동요하고 있다.

아니, 어쩌면 자신보다 훨씬 뛰어난 재능에 질시하여 이상한 상황인데도 누구도 의문을 표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의문을 표하더라도, 지금의 이국수는 강행 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하지만 말이다.

이럴 때를 위해서 에르츠 대장이 있는 거라고!

나는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이국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이국수 또한 부드럽게 웃었다. 사태 파악이 안 되냐는 듯이.


"......?"


나는 에르츠 대장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순간 얼이 빠졌다.

그는 넋이 나간듯 홍의 마녀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다. 마치 더한 것을 보여 달라는 듯 흥분된 모습으로.

제기랄.

어떻게 봐도 경기를 중지 시킬 생각이 없어 보였다. 대장은 지금 홍의 마녀의 한계까지 보고 싶은 것이다.

이국수는 에르츠 대장이 이렇게 나올 것까지 알았음에 분명했다. 나도 대장과 오래 알고 지냈지만, 이국수는 그보다 오랜 기간, 그것도 적으로서 객관적으로 그를 봐 왔던 것이다.

순간 에르츠 대장에게 달려갈까 하다가 멈추었다.

내가 뭐라고 하든, 그는 멈추지 않겠지.

이러고 있는 와중에도 홍의 마녀의 몸에 둘러진 방어벽은 점점 깎여나갔다.

아무리 강력한 재능이라 해도 결국 경험의 차이를 이기지 못하고 꺾이고 있었다.

거센 불길을 뿜어 이찬혁을 맞추려 했지만 범위가 넓을 뿐, 속도는 없어서 공격이 적중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하악 하악...아윽!"

"으하하하! 이제 좀 자기 수준을 알겠냐? 엉?!"


여기저기 그을린 주제에 우위에 서게 되니 입이 살아난 이찬혁, 나는 이를 으드득 갈았다.

결국, 높은 놈들이 자기 생각대로만 하려고 한 결과가 이거다.

이국수나 에르츠 대장이나 홍의 마녀 개인엔 관심이 없고,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려 할 뿐.

좋다 이국수, 네가 그렇게 막장으로 나오겠다면, 나도 생각이 있다.

에르츠 대장. 내 신뢰를 먼저 배신한 건 그쪽이니, 불평 불만은 듣지 않겠다.

그 순간 이찬혁이 양 손을 마주대고 몸을 파르르 떨었다.

홍의 마녀가 기동력이 없다는 것을 눈치채고 강력한 공격을 퍼부으려는 것 같았다.

그때까지 공격을 막는 것에만 급급하던 홍의 마녀는 그 틈을 노려 공격할 생각을 하지 못하고 기회를 놓치고 말았고. 이찬혁이 기합을 토한 순간 지금까지완 비교도 되지 않는 굉음과 충격파가 그녀를 직격했다.


"꺄아악!"


방어벽이 무색하게 바닥을 데구르 구른 홍의 마녀.

그녀를 두르고 있던 붉은색의 기운이 계란껍질처럼 파스스 바스러졌다.


"아직 포기하진 않을 거지? 응?"

"하아...하아...누가 포기한다고 그래?"


홍의 마녀의 투지는 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불타오르고 있었다.

정신력도 초인에 가까워진 것 같았다.

그런 그녀를 보고 즐겁다는 듯 광소한 이찬혁이 주먹을 쥐었다.


"그래~재미는 이제부턴데. 그렇지?"



이찬혁의 몸에서 굉음이 나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거리가 좁혀져 있었다. 홍의 마녀가 손을 뻗으려고 했지만 손목을 잡아 챈 녀석이 주먹을 쥐었다.


"좀 맞자."

"크윽...!"


반대손에 붉은 기운을 두르며 어떻게든 방어하려 했지만 이찬혁의 주먹질은 거셌다.

결국 방어가 뚫리고 그녀가 뺨을 얻어맞는 광경을 본 순간, 내 머릿속에 불꽃이 튀었다.



"련하야!!"



나는 경기장 위로 뛰어 올라가 돌진했다. 가소롭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던 녀석.

나는 앞 뒤 잴 것도 없이 모방 스킬을 발동했다. 무슨 이유에선지 격왕은 현재 제대로 된 적용이 되지 않았으므로 내가 떠올린 것은 하늘 분쇄기 최혁이다.

순간 그의 엄청난 힘이 내게 깃들었고 힘만으로 따지면 최혁급이 된 나의 돌진을 그대로 얻어맞은 이찬혁이 크게 튕겨나갔다.


"크어억?!"


일반인 수준의 태클을 예상하고 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았던 그는 경기장을 데구르르 굴렀다. 놈은 무시하고 나는 홍의 마녀를...아니, 련하를 부축했다.


"괜찮아? 련하야."

"아, 아저씨."


뺨이 빨갛게 부어올라 있었다.

개자식들.

아니...내가 다른 누군가를 비난할 자격이 있으랴?

회귀 전만 생각하고 학대 받았던 애를 멋대로 두려워하여 멀리 한 것은 나다.

내 눈앞의 이 아이는 홍의 마녀가 아니다. 그저 삶에 치였을 뿐인 어린 아이. 홍련하다. 그녀에게 필요 이상의 정을 주지 않기 위해서 일부러 홍의 마녀라고 호칭하며 이름을 부르지 않았으나, 내 무의식은 그녀를 홍련하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그만둬도 돼. 아저씨가 해결할게."



장내가 당황에 조용해진 틈에, 나는 몸을 일으켰다.

나는 먼저 에르츠 대장을 죽일듯이 쏘아보았다. 그가 내 눈빛에 움찔 하는 것을 느낀 후, 나는 곧바로 이국수 국장을 노려 보았다.

네가 막장으로 나오겠다면, 나도 마찬가지다.


"이국수 국장! 할 말이...!!"


그리고 나는 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어보니 시뻘게진 얼굴의 이찬혁이 나를 보고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꼰대...! 죽여버리겠어! 으오오오오오!!"



녀석이 두 팔을 벌리고 손바닥을 하늘로 향했다.

딱 봐도 위험한 기류가 휘몰아쳤다.

키잉-하는 이명이 쉴새 없이 귀에 울리고 이찬혁이 모으는 힘에 의해 옷이 펄럭거렸다.

누가 봐도 필요 이상의 위력이었다.

당연히 말려야 할 이국수를 흘깃 쳐다보았다. 심판이 당황한 듯 그에게 소리치고 있었고 이국수는 생긋 웃으며 뭐라뭐라 말했다.

이명때문에 잘 안 들렸지만, 대충 의미는 알아 들었다.

심판이 경기 중지를 요청했고 이국수가 룰을 들먹이며 속행 하라고 말했다. 그 입장에선 내가 한 번 호된맛을 보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나는 눈을 감았다.

떠올리는 것은, 하늘에 거대한 구멍을 뚫어놓는 남자. 최혁.

수많은 초인들 앞에 내 능력에 대해 들킬지도 몰랐지만, 어쩔 수 있는가? 생각해 놓은 일을 벌이기도 전에 목숨을 잃게 생겼는데.

그리고, 나도 저 싸가지 없는 꼬맹이는 물론 이국수에게도 한 방 먹여주고 싶기도 했다.


"멈추시지 말임다!"

"잠깐만요 국장님!"


진하씨와 에르츠 대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련하씨는 더는 참지 못하고 난입하려는 것 같았고, 대장은 이제야 말리려는 건가.

뭐 됐다. 이젠 내가 알아서 하겠다.



"죽어라! 꼰대!"


이찬혁이 모으던 기운을 내게 던지려 했고, 나도 모방 스킬을 완료하기 직전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오빠아-!!"



콰직.


공간이, 접히는 것 같은 감촉이 느껴졌다.


으직. 으지직.


그 감촉은 트레이닝 룸 전체에 퍼진 듯했다.

이질적이고도 강대한 기운에 나의 상념이 멈추고 자연히 모방 스킬도 멈춰버렸다. 정신을 차리고 다시 모방 스킬을 발동하려 했으나 곧 이찬혁의 상태를 보고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이거, 나는 비껴가는 거야?'


말로 설명하지 못할 두려울 만큼 강대하고 이질적인 기운이었지만, 그 힘은 날 노리고 있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나를 둘러싸고 지키는 것처럼도 느껴졌다.

이 엄청난 힘에 압박을 받는 것은, 이찬혁.

놈이 모으던 힘은 어느새 완전히 흩어져 버렸다. 녀석은 숨쉬기 힘든 듯 목을 부여잡고 창백한 표정으로 누군가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건...련하였다.

그녀를 돌아본 나는 입을 쩍 벌리고 말았다.


"......!!"


분명 적의가 나에게 향해있지 않은데도 등골이 오싹했다.

두 눈은 비유가 아니라 빨갛게 타올라 넘실거리고 있었으며 온 몸에서 끓어오르듯 붉은색의 기운이 피어났고 그 주변에선 유리가 깨지는 듯이 스파크가 파직 파직 튀어올랐다. 아니, 그녀의 주변만이 아니다.

실내 전체가 그녀의 힘으로 인한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었다.


"크억...!"


이국수 국장이 무릎을 꺾고 털썩 주저앉았다. 일반인인 그에겐 너무도 버거운 것 같았다.

본래라면 그런 이국수를 보좌해야 할 이찬혁은, 여전히 창백한 얼굴로 움직일 생각도 못했다. 련하의 의지대로 힘이 비껴가는 나도 느낄 정도로 강력한 압박이다. 적의를 한몸에 받는 이찬혁이 어느 정도의 압박감을 느끼는지는 상상도 못 하겠다.

련하가 그에게 손을 뻗었다.


"어? 으아?!"


붉은색의 기운이 이찬혁을 휘감더니 천천히 공중으로 들어 올렸다. 그제야 바둥거리며 다시 움직인 그였으나 곧 옴짝달싹도 하지 못했다.

능력을 쓰려는지 가끔 이명이 울렸으나, 곧 잠잠해졌다. 나는 곧 녀석의 굉음이 련하의 기운에 짓눌려 바로 사라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찬혁의 표정에 공포가 깃들었다.

누가 봐도 위험한 상황임에도. 아무도 움직일 생각을 하지 못했다.

좌중은 압도되어 있었다.

누군가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마녀..."


그 단어를 듣는 순간 나는 뛰어서 련하를 감싸안고 있었다.


"아저씨 괜찮다. 련하야."

"......"


하지만 련하는 손을 내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혹시 내 말, 못 알아듣는 건가? 아니다 지성은 있어보인다.

나는 짐짓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만해. 안 그러면 너 다시는 안 본다."


말해놓고 이게 협박이 되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련하는 스르르 팔을 내리더니 나를 꼬옥 껴안았다.

그리고 들어 올린 얼굴엔 어느새 붉은 기운이 사라져 있었다.


"오빠...괜찮지?"

"엉. 괜찮은데. 오빠라고? 으어엌."


우드드득.

련하가 나를 꼬옥 껴안았는데 힘이 엄청나다. 도저히 가녀린 소녀에게서 나올 수 없는 악력...초인적인 힘.

그렇구나.

련하는 지금 각성한 것이다.

모두가 그 사실을 알아차렸다.


하나 둘 씩 좌석에서 일어난 초인부의 사람들이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SSS급..."

"저게 격왕의 뒤를 이른 새로운 SSS급의 초인...!!"



련하가 SSS급 이라는 것에 방금 전의 광경보다 확실한 증거는 없다.

모두가 경배하듯 고개를 숙인 가운데, 한 사람만은 환희에 가득 찬 얼굴로 눈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그건 에르츠 대장이었다.

초인 지상주의인 그에게 있어서 SSS급 초인의 확실한 탄생은 더없이 기쁜 것이겠지.

이젠 됐다. 이제 에르츠 대장이 련하를 알아서 챙겨주겠지. 그것도 상상 이상으로.

벅참을 참을 수 없는지 대장이 경기자 위까지 올라왔다.


"대단하군..."


감격한 듯 말하는 그에게 한 소리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네. 대단하죠. 그런 대단한 인재를 당신의 하찮은 욕심으로 잃을 뻔..."

"대단해. 범인."

"......"




엥? 나?

에르츠 대장이 뜨거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은, 바로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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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회사를 만들자 (2) +2 20.06.29 62 5 14쪽
44 회사를 만들자 +4 20.06.28 79 6 22쪽
43 범죄조직 (6) +2 20.06.27 93 6 19쪽
42 범죄조직 (5) +4 20.06.26 100 6 20쪽
41 범죄조직 (4) +2 20.06.25 130 6 16쪽
40 범죄조직 (3) +2 20.06.24 100 6 15쪽
39 범죄조직 (2) +8 20.06.23 106 5 14쪽
38 범죄 조직 20.06.21 122 5 15쪽
37 몬스터 게이트 (12) +6 20.06.20 124 7 14쪽
36 몬스터 게이트 (11) +2 20.06.19 124 7 18쪽
35 몬스터 게이트 (10) 20.06.18 128 8 15쪽
34 몬스터 게이트 (9) +2 20.06.17 133 7 16쪽
33 몬스터 게이트 (8) +4 20.06.16 141 12 20쪽
32 몬스터 게이트 (7) +4 20.06.15 149 9 16쪽
31 몬스터 게이트 (6) +4 20.06.14 152 7 15쪽
30 몬스터 게이트 (5) +2 20.06.13 163 8 20쪽
29 몬스터 게이트 (4) +6 20.06.12 164 8 12쪽
28 몬스터 게이트 (3) +5 20.06.11 165 9 21쪽
27 몬스터 게이트 (2) +2 20.06.10 187 8 15쪽
26 몬스터 게이트 (1) +4 20.06.09 201 12 12쪽
25 홍의 마녀 (12) 20.06.08 201 9 12쪽
» 홍의 마녀 (11) 20.06.07 203 10 21쪽
23 홍의 마녀 (10) 20.06.06 207 8 14쪽
22 홍의 마녀 (9) +2 20.06.05 194 8 13쪽
21 홍의 마녀 (8) +2 20.06.04 209 11 12쪽
20 홍의 마녀 (7) +2 20.06.03 206 10 18쪽
19 홍의 마녀 (6) +2 20.06.02 208 12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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