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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님의 서재입니다.

초인의 세상에서 범인이 할 수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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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작품등록일 :
2020.05.19 20:08
최근연재일 :
2020.06.30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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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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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43,503

작성
20.06.04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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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홍의 마녀 (8)

DUMMY

나는 현재 홍의 마녀와 함께 그녀가 현재 묵고 있는 거주지에 와 있었다.

일주일이란 촉박한 기간이다.

매일 늦게까지 그녀와 훈련해야 할 것 같아 보호자에게 양해를 구하기 위해서 찾아왔는데...


"...안 나오네."


벌써 삼십 분이 넘게 기다리고 있는데 홍의 마녀는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설득에 애라도 먹고 있는 걸까.

뭐, 나 같아도 걱정되겠지만...


"그런데 진하씨는 왜 따라온 겁니까?"

"임무 중임다."

"최혁씨가 부탁한 일이라면, 저 애를 빼 온 시점에서 임무는 완수한 겁니다만."

"사형이 부탁한 건 보디가드인 검다."


뭐 본인이 그렇다니 괜찮겠지.

에르츠 대장이 그토록 탐을 낸 사람이다. 어째서 미래에 이름을 떨치지 못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한 실력자겠지. 그런 사람이 지켜준다면 안심이 된다.



"그런데 괜찮슴까?"

"뭐가 말입니까?"

"이국수 국장은 위험한 사람인 검다. 찍혀서 좋을 게 없슴다."


뭐, 그건 내가 잘 알지.

비록 미래에 초인이 지배하는 세계가 되었을 땐 그때까지 한 짓으로 실각당하고 이리 저리 치이게 되었지만 한창 위세를 떨쳤을 때는 초인들을 마음대로 주무르며 땅땅거리는 권력자였다고 들었으니까. 내가 직접 본 적은 없다.

그래서 오늘 본 모습이 너무나 의외롭게 느껴졌다. 정말 저런 사람이었구나.


"저야 뭐, 괜찮을 겁니다. 그보다 진하 씨야말로 에르츠 대장의 밑에 들어가도 괜찮은 거에요?"

"저는 정부 초인이 되면 그만인 검다. 솔직히 정부 소속이 되면 지금보다 생활이 훨씬 풍족해 질 테니 저는 개꿀임다. 사형이랑 대사부님은 너무 검소한 검다."

"......"


격왕이랑 최혁씨가 들으면 시무룩하겠다.


"그리고 말임다. 어째 정부니 민간이니 하는 소속 같은 건 나중에는 아무래도 상관없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듬다."

"......어째서요?"

"감임다."


감이라. 날카롭다.

그녀 말대로 민간이니 정부니 하는 소속은 소용이 없어진다. 초인이냐, 아니냐로 나뉘는 시대가 되니까.


"그보다 말임다."

"네?"

"지금 집안이 많이 시끄럽슴다. 애 잡는 거 아닌가 모르겠슴다."

"......!!"


자신의 아이러니함에 한숨이 나올 뻔 했다.

홍의마녀가 초인이 되려고 한 이유는 가정 환경이나 학교 때문이라고 생각한 적 있다.

그리고 그 짐작은 사실이었던 것 같다.

이국수의 사악한 의도에 상처 받았을 홍의 마녀에게 껄끄러운 사람들과 대화하고 오라 했다니.

불법 침입이 될 수도 있었지만 나는 망설이지 않았다. 격왕의 도장에서 육체적으로 혹독했을 진하 씨에게 애 잡는다는 소리가 나오는 거 보면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는 게 분명했다.

철컥 철컥.

역시 요즘 세상에 도어락 없는 문이 있을리가 없었다. 당연하게 잠긴 문을 어떻게 할까 하는데 옆에서 손이 뻗어져 나왔다.


우드드득.


"들어가시지 말임다."

"감사합니다."


손잡이를 아예 박살내 놨지만, 에이. 까짓 내가 물어주지 뭐.

후다닥 뛰어 들어가자 남자가 언성을 높이는 것이 들렸다.


"뭐!! 이년아!!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달려가 보니, 뺨을 부여잡고 쓰러진 홍의 마녀가 죄인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고 안경을 쓴 평범한 외모의 남성이 목에 핏대를 세우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중이었다.



"네가 어떻게 우리 얼굴에 먹칠을 해?! 난 이제 회사 사람들에게 뭐라고 설명하라는 거야? 널 광고로 섭외하겠다고 이미 이야기 까지 마쳐 놨는데! 키워준 은혜를 원수로 갚아?"

"......"


대충 상황 파악은 되었다.

홍의 마녀가 초인이라고 판명나자 회사에 그걸 자랑했고, 여차저차 하다보니 그녀를 광고에 쓰려 했던 모양인데 그녀는 오늘로 예비 초인의 신분을 잃었다.

그래서 저렇게 노발대발하는 건가.


'이국수.'


뭔가 조취를 취할 줄은 알았지만 벌써 가족에게 연락하다니. 찌질하네.

이 모습을 보면 아마 홍의 마녀의 주변에 전부 퍼뜨렸다고 생각해도 좋겠지.

하지만 말이다.

당신네들 딸인지 아니면 무슨 관계인진 모르겠지만, 저렇게 풀 죽은 애한테 어른이 뭘 하는 거냐?

더욱 기가 막힌 것은 말리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파마머리를 한 아줌마는 저 년이 그럴 줄 알았다면서 한심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고 홍의 마녀의 또래로 보이는 꼬맹이는 히죽히죽 웃으며 휴대폰으로 촬영이나 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건, 예전에 어떤 기억을 떠오르게 했다.

순간 불끈 솟아오르는 것이 나를 충돌질했다.


"은혜도 모르는 년!!"


남자가 또 손을 들었다. 바깥에서라면 그냥 평범하게 사람 좋게 웃을 것 같은 남자인데, 자신보다 명확한 약자에겐 저리 나오는 건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그 남자의 손목을 잡고 있었다.


"뭐, 뭐야 당신?!"

"......"


왜 내가 들어와도 반응이 없나 했는데 들어온 것도 모르고 있었나. 다른 가족들도 불법침입에 놀라는 눈치였다.

그런데...

내가 말하긴 뭣한데, 이 사람 약하다.

일반인 스팩에 불과한 나도 느껴질만큼 힘이 없다.

자신도 약하면서 더욱 약한 사람에겐...한심함에 절로 한숨이 나왔다.

뿌리치듯 손목을 놓은 나는 이번엔 꼬맹이에게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제서야 정신을차렸는지 당황한 표정으로 뭐라 소리를 지르려는 꼬맹이를 무시하고 나는 녀석의 손에서 휴대폰을 뻇어 들어 벽에 던져버렸다.


콰직.


뻐끔뻐끔 입을 다물지를 못하는 금붕어 같은 모습에 실소가 나왔다.


"다, 당신 뭐냐고! 경찰에 신고할 거야!"

"홍의...련하양과 어떤 관계가 되십니까?"


차가운 내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는지 그가 침착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이모부 됩니다. 보호자요."

"그렇군요. 그런데 무슨 일로 련하 양을 이렇게 폭행하시는 건지?"

"...당신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남의 가정 사정에 참견해도 됩니까?"

"지금은 저도 보호자나 마찬가지니까요."

"뭐요?"

"저는 팀 '초인 세상'의 리더 김범인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일주일 간, 련하양의 초인 교육을 맡게 되었죠."

".....!!"


아무렇게나 주워 섬긴 말이었지만 초인 팀이란 것이 크게 들리긴 했는지 주춤거리는 홍의 마녀의 이모부. 하지만 곧 칼자루는 자신이 쥐고 있다고 생각했는지 기세등등하게 소리쳤다.


"초인팀이면 뭐? 저 애의 보호자는 나요. 상관하지 마시오"

"보호자란 사람이 애한테 함부로 손찌검이나 하는군요."


빈정거리자 분노했는지 얼굴이 더욱 시뻘개지는 그. 그런 그를 보며 나는 무심코 생각했다.


'진짜 패버리고 싶다.'


다음 순간, 그의 표정이 창백해졌다. 몸을 덜덜 떨기까지 한다. 왜 그러나 싶었는데 누군가가 내 옆구리를 콕콕 찔렀다.


"슨배임. 살기 집어넣으시지 말임다."

"......!!"


이 사람은 언제 들어왔대. 진하양이 천역덕스러운 표정으로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있었다. 그녀의 말에 정신을 차린 나는 그에게서 한 발짝 물러섰고 그제야 창백한 얼굴이 풀린 그는 악을 썼다.


"당신들 다 고소할 거야! 이게 무슨 행패...!!"

"양육권, 얼마면 포기할 검까?"

"뭐, 뭐요?"


나는 놀라서 진하씨를 쳐다보았다. 그런 내 얼굴을 모르는 척 하는건지 못 본 건지 진하씨가 말을 이었다.



"2억 어떻슴까?"

"2, 2억?"


혹하는 표정을 짓는 홍의 마녀의 이모부, 아니 이모부란 말도 아까운 쓰레기가 홍의 마녀와 진하 씨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좋아. 나중에 갚으면 되겠지.


"거절하셔도 상관없습니다. 그 떈 다른 방법도 있으니까요."


내 말을 이해하지 못했는지 잠시 눈을 끔벅대던 쓰레기가 입을 크게 벌리고 고함을 질렀다.


"당신 지금 나를 협박하는 거야?! 초인이 그래도..."

"그럼. 협박이지."


한순간 거리를 좁힌 나는 그의 멱살을 틀어 쥐었다.



"왜? 일반인이라고 초인에게 보호만 받아야 할 것 같아? 보통 사람보다 훨씬 강하니까 초인한텐 무슨 짓이도 해도 될 것 같냐고?"

"......!!"

"그럼 난 일반인인데, 당신한테 무슨 짓을 해도 상관없지?"

"무, 무슨..."

"맹세하건대, 여기서 합의하지 않으면 내가 가진 수를 총동원해서 후회하게 만들어 주지. 신고하겠다고? 어디 마음대로 해 봐."


말끝에 멱살을 놓았다. 몸이 자유로워졌지만 그는 뭐라고 할 생각도 못한 채 입을 굳게 다물고 있을 뿐이었다. 그건 파마머리 아줌마도, 꼬맹이도 다르지 않았다.

침묵이 깔린 가운데, 진하 씨가 발랄하게 말했다.


"합의 하시는 검까?"


잠시 후, 쓰레기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홍의 마녀를 바라보았다.


"짐 싸세요."







놀랐다.

그 자리에서 계약서를 작성하더니 2억을 넘겨버린 진하 씨에게 말이다.

겉모습과 달리 서류 작업에 능한지 일을 뚝딱 해치워버린 솜씨와 정말로 2억을 곧바로 줘버렸다는 것에 깜짝 놀랐다.


"2억이라는 큰 돈을 갖고 선뜻 내놓으시다니...역시 일류 초인이시군요."


B등급 초인만 해도 일반인들은 아득하게 여기는 일류 초인이다. A급이라면 여기저기서 데려가려고 난리일 것이다. 2억 정도는 껌값이겠지.


"아, 그거 우리 도장 돈임다. 전재산임다"

"......네?"

"언젠가 출세하면 갚으시지 말임다."

"......네."


화끈한 아가씨군.

솔직히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를 팔면 2억은 마련되지만, 그랬다간 본말전도고...

격왕님들...검소하다고 하더니 그 정도 수준의 능력자들의 전재산이...눈물이 난다.


'슬슬 돈을 벌어볼까.'


은혜를 입었으니 마땅히 갚아야 하지 않겠는가?

잠시 후 련하씨의 추리닝 상의에서 핸드폰 소리가 울렸다. 련하 씨가 넵~하고 전화를 받아보니 내 위치에서도 들릴 정도로 크게 최혁 씨의 당황 섞인 고함이 터져 나왔다.

돈이 빠져나간 걸 이제야 안 것 같았다.



"으아아. 대사형 화났슴다. 잠깐 변명 좀 하고 오겠슴다."

"아니, 저기..."

"집은 알고 있지 말임다. 그럼."


말끝에 그녀의 신형이 사라졌다. 주위를 두리번거려도 이미 그녀의 모습은 씻은 듯 사라져 있었다. 역시 초인이구나...

그 순간, 내 옷자락이 쭈욱 잡아당겨졌다. 돌아보니 홍의 마녀가 고개를 푹 숙인채로 내 옷자락을 잡고 있었다. 그녀의 손엔 그다지 크지 않은 가방이 들려 있었다.


"짐은 그게 다예요?"

"......"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홍의 마녀.

나는 그녀를 위로하지 않았다. 생각할 것도 많겠지. 그저 택시를 불러 편하게 상념에 잠기게 해 주었다.

집에 도착한 나는 그녀를 먼저 들여보냈다.

벌써 새카만 밤이다. 오늘은 푹 자는것이 낫겠지.


"따라와요."

"으, 응..."


묘하게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에 의아했다. 방문을 열고 나는 침대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러자 홍의 마녀의 얼굴이 확 새빨개졌다.


"자, 잠깐만 아저씨...!"

"네?"

"나는 확실히 노는 애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그, 그...그런 쪽으로는 경험 없고. 물론 감사하게 여기고 있기는 한데...!! 반드시 갚을 거긴 한데...!!"


...뭐라는 거야.


"저기서 자요. 나는 쇼파에서 잘 테니까."

"응?"


피곤하다. 씻어야 하지만 그것도 귀찮았다. 나는 소파에 몸을 던지고 눈을 감았다.


"저기, 아저씨...?"


홍의 마녀의 목소리가 멀어지면서, 내 의식은 깜깜해졌다.




다음날 아침.

비교적 일찍 일어난 나는 하품을 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마침 홍의 마녀도 방문을 나오고 있었다.


"......앗. 그렇지."


나는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그녀에게 내밀었다.


"어, 어?"

"이걸로 당장의 생필품을 사요.남자 샴푸 같은 거 안 맞을 거 아니에요?"

"저기..."

"그럼 전 출근합니다. 오후엔 바로 훈련에 들어갈 거니까 준비해 두시고요. 아 맞다. 오늘 등교할 거에요?"

"으, 응..."

"그럼 오후에 데리러 갈게요."


나는 그녀의 대답도 듣지 않고 집을 나와버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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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58 Egale
    작성일
    20.06.10 02:52
    No. 1

    격왕까지는 괜찮았는데, 홍의 마녀 오면서 너무 억지감정 뽑아내려는 느낌이네요. 인물들 감성세탁도 있고... 소위 고구마 작업이란걸 하는거 같은데 너무 티나게 오래 지속되면 어느순간 역겨워지는 지점도 있습니다. 특히 재미와 대리만족을 추구하는 사람은 하차하기 딱 좋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2 ITE
    작성일
    20.06.16 06:54
    No. 2

    넹 감사합니당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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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범죄조직 (4) +2 20.06.25 131 6 16쪽
40 범죄조직 (3) +2 20.06.24 100 6 15쪽
39 범죄조직 (2) +8 20.06.23 107 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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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몬스터 게이트 (8) +4 20.06.16 141 12 20쪽
32 몬스터 게이트 (7) +4 20.06.15 150 9 16쪽
31 몬스터 게이트 (6) +4 20.06.14 152 7 15쪽
30 몬스터 게이트 (5) +2 20.06.13 164 8 20쪽
29 몬스터 게이트 (4) +6 20.06.12 164 8 12쪽
28 몬스터 게이트 (3) +5 20.06.11 166 9 21쪽
27 몬스터 게이트 (2) +2 20.06.10 187 8 15쪽
26 몬스터 게이트 (1) +4 20.06.09 201 12 12쪽
25 홍의 마녀 (12) 20.06.08 202 9 12쪽
24 홍의 마녀 (11) 20.06.07 203 10 21쪽
23 홍의 마녀 (10) 20.06.06 208 8 14쪽
22 홍의 마녀 (9) +2 20.06.05 195 8 13쪽
» 홍의 마녀 (8) +2 20.06.04 210 11 12쪽
20 홍의 마녀 (7) +2 20.06.03 207 10 18쪽
19 홍의 마녀 (6) +2 20.06.02 209 12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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