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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님의 서재입니다.

초인의 세상에서 범인이 할 수 있는 것.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ITE
작품등록일 :
2020.05.19 20:08
최근연재일 :
2020.06.30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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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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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43,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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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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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홍의 마녀 (12)

DUMMY

왜 나를 보고 저러는 거지?

께름칙하게 바라보는데, 입구가 크게 웅성거리는 듯 했다.

뭔고 하고 보니 기자로 추정되는 이들이 우르르 들어오는 중이었다.

이제야 에르츠 대장과 사전에 상의했던 보험이 들어오는 것 같았다.

이국수 국장이 괜히 련하를 뺴돌리려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 에르츠 대장은 그를 견제하기 위해 시합 당일날 매스컴을 불러내 인터뷰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그때 초인부 사이에서만 떠도는 바바의 예언인 새로운 SSS급 초인의 등장에 대해서도 예고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제서야 도착한 모양이다.

하지만, 이대로 끝내도 되는가?

이국수는 선을 여러 번 넘었다. 결과적으로 련하가 각성했지만 섬찟한 순간이 얼마나 많았나?


'역시, 이국수에 대한 비밀들을 폭로해야겠어.'



마침 이국수도 우리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토할 것만 같은 얼굴을 한 그는 나를 껴안고 얼굴을 파묻고 있는 홍의 마녀를 바라 보았다.


"에르츠 대장."

"홍련하 양은 SSS급 초인이 맞습니다. 국장님."

"제 얘기를 들어보세요. 들으면 분명 이해할 수 있을 겁..."

"국장."


말을 끊었다. 단지 그것 뿐이었는데...오싹, 하고 소름이 돋았다.

나를 향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한기가 느껴질 만큼 싸늘한 기운.

그걸 정통으로 맞으면서도 조금도 표정이 뒤바뀌지 않는 이국수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저는 멍청이가 아닙니다."

"......"

"알면서 대충 넘어가준 게 이번에 한 두 번이 아니죠. 제가 왜 그랬는 줄 아십니까?"



에르츠 대장이 사람 좋게 웃었다.



"당신이 저를 두려워하는 만큼, 저 또한 당신을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쌓아놓고 숨겨놓은 것들을요."

"......"

"하지만, 이번엔 그것들로도 커버를 치지 못할 만큼의 사태가 되었군요. 슬슬 욕심을 버리시는 게 어떠십니까?"


거기서 더 말하지는 않았지만, 내 귀에는 망신당하기 전에 물러서. 라고 들린 것 같았다.

이국수는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대장을 빤히 바라보았다.


"굳이 이번 사태가 아니라도, 약점도 잡히신 것 같고요."


에르츠 대장이 나를 흘깃거렸다. 나를 이용해서 이국수를 압박할 수 있다는 협박으로 들린다.

미동도 않는 이국수에게 '태산' 이덕희가 다가와 뭐라고 귓속말 했다.

이국수 국장은 그제야 걸음을 옮겼다.


"우리의 새로운 SSS급 초인을 잘 부탁드립니다. 에르츠 대장."

"그야 여부가 있겠습니까?"


공손하게 고개를 숙인 에르츠 대장이 갑자기 나를 잡아끌고 말했다.


"피곤하겠지만 련하 양에게 인터뷰를 준비하라고 해주겠어? 내 말은 안 들을 거 같고 자네가 말해주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왜요?"


애 피곤할텐데 굳이 지금 해야 하냐는 의미를 담아 말하자 에르츠 대장이 씨익 웃었다.


"새로운 SSS급 초인의 얼굴을 보여 줘야지. 그녀가 초인부에 소속되건 그렇지 않건 간에 그녀의 존재는 알 만한 사람들은 모두 알게 되었어. 저들이 귀찮게 하기 전에 우리 측에서 얼굴을 보여주는 게 나아."


들어보니 일리가 있었다.

나는 련하의 어깨를 토닥이고는 물었다.


"어쩔래? 네가 싫다면 인터뷰 따윈 거부해도 좋아."

"나로서는 지금 받아주면 좋겠는데~"


에르츠 대장의 말을 무시하고 련하를 기다렸다. 그러자 련하는 드디어 내게서 몸을 떼더니 대장에게로 몸을 돌렸다.


"초인부에 소속되면, 제게 좋은 게 있나요?"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초인부에 소속되고 싶어서 안달이던 련하가 하는 말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발언이었다.



"물론. 수많은 혜택에 계약금에 임무를 완수하면 수당까지 꼬박꼬박 나온다고? 하물며 SSS급 초인에게의 대우라면야..."

"어쨌든 돈 많이 벌 수 있다 그거죠?"

"그렇지."

"저 계약금 100억 제안 받았었어요."


그러자 에르츠 대장이 놀란 표정을 지어보였다. 하긴, 100억이 장난인가...


"고작 그거? 국장님이 날로 먹을라고 하긴 했구만."


장난이었구나 인생 시발.


"그 말을 들으니 안심이 되네요. 그럼 우리 오빠한테 100억만 꽂아줄 수 있죠?"


우리 오빠? 얘한테 오빠가 있었나? 하고 의아해하다가 나를 말하는 것이란 걸 깨달았다.


"아니...무슨."

"우리 오빠. 나 떄문에 빚 졌어요."

"이런 이런. 우리 SSS급 초인을 위해서 그렇게 까지 애를 쓰다니. 이번 일 때문에 쓴 금액은 계약금과 상관없이 내가 개인적으로 해결해 주지."



만족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련하는 발걸음도 당당하게 기자들 쪽을 향해 걸어갔다.

나도 모르게 따라가려는 것을 에르츠 대장이 제지했다.


"여기서 기다려."

"하지만..."

"눈에 띄고 싶지 않은 거지? 뭐 저 아가씨 태도를 볼 때 그게 얼마나 갈지도 의문이지만."

"......"


마치 나를 전부 파악하고 있다는 듯한 말투에 멈칫했다.


"나중에 나랑 대화좀 할까? 범인. 여기서 기다려 봐."


에르츠 대장도 기자들 쪽으로 걸어갔다.


"당신이 새로운 SSS급 초인인가요?"

"방금 전에 쓴 힘은 어떤 능력인거죠?"


기자들의 말투를 들어보아 방금 전 시합을 구경했었던 모양이다.

그렇다면 그들도 피부로 와닿았겠지.

진짜로 두 번째 SSS급 초인이 나타난 거라고.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초인명은 뭘로 할 겁니까?"

"초인부에 소속되는 겁니까?"


파도와 같은 질문에 에르츠 대장이 대신 답했다.


"네 초인부에 속할 것이고, 이름은 홍련하라고 합니다. 초인명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플래시 세례가 쏟아졌다.

누구나 련하를 가까이서 찍으려고 애를 썼으나 에르츠 대장이 뭔가 수를 썼는지 2m 정도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정식발표는 가까운 시일 내에 하겠습니다."

"홍련하 양! 두 번쨰 SSS급 초인으로 등급 판정이 나셨는데 뭔가 하실 말씀 없으신가요?"

"련하양!"

"여기 좀 봐주세요!!"



쏟아지는 관심. 열기.

한 마디라도 듣고자 하는 그들 사이에서 무표정하던 련하는 잠깐 훌쩍였다. 그리고 당당한 얼굴로 외쳤다.



"앞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렇게. 세상에 치이던 여린 17세의 소녀는, 초인이 되었다.

그녀를 무시하고 억압하던 이들이 이 광경을 본다면 뭐라고 할까? 지금 련하는 어떤 심정일까.

확실한 것이 있다.

미래에 수십 만의 인간을 학살하던 홍의 마녀는, 이 순간 사라졌다는 것을.

이제 손도 닿지 않는 곳까지 올라간 홍의마녀, 아니, 련하.

이제 그녀는 수많은 사람들, 좋은 사람들을 만날 것이다.

한동안은 날 기억할지라도, 곧 잊겠지.

그래도 만족한다. 나는 또 미래를 바꾸었으니까.




그리고, 몇 시간 후.

나는 그리운 집에 돌아와 있었다.

침대에 몸을 던지자 매트릭스가 파도처럼 출렁거렸다.


"오늘도 힘든 하루였다~"

"그러게."

"......"


내 말에 대답한 거 누굽니까?

호러영화 같은 상황에 덜덜 떨며 고개를 들어 올리자 바닥에 무릎을 끌어모아 앉아 있는 련하가 보였다.


"...어떻게 들어왔어요?"

"문으로?"

"제가 열쇠 줬던가요?

"아~그게..."


이리저리 눈을 굴리는 홍련하. 그녀를 빤히 바라보자 에헤헤 거리며 대답한다.


"내 힘은 불이 아니라 생각한 힘을 구현화하는 것 같아. 염을 집어넣고 물리화한 다음에 대충 움직이니까 열리던데?"


훌륭한 불법침입이다.



"할 거 많을 텐데 에르츠 대장이 그냥 보내줬어요?"

"응? 나 하고 싶은 거 다 하라던데."


그 양반이...

아니 그냥 보내줬으면 적당한 데 가서 쉴 것이지 왜 우리집에 오고 그러냐.

그래, 뭐 아직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지도 못했겠다. 그나마 안면 있는 나에게 의지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지.


"있잖아 오빠."

"왜 오빠라고 부르는 겁니까?"

"그런 오빠는 왜 다시 존댓말?"

"......반말했던 게 이상했었던 겁니다."

"그래? 난 그냥 오빠라고 부를래. 솔직히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고."


현재 내 육체의 나이 25세. 너 초등학교 입학할 때 아저씨 대학에 있었다?



"오빠가 그랬었잖아."

"제가 뭘요?"

"주위 사람들 말에 현혹되지 말고 실적을 내라고. 실적을 내면 좋든 싫든 사람들이 떠받들어 줄 거라고. 그 말대로더라구."



련하가 어쩐지 아련한 얼굴로 자신의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았다.


"이모에 이모부에, 애연이에 영미에 재연이에...심지어 나는 이름도 잘 기억 안 나는 사람들까지 연락이 오고 난리가 났다?"

"잘 됐네요."


이제 그들에게 보란듯이 위에 서는 일만 남았으니까.


"나한테 해준 것도 없는 사람들이 말이야. 정작 다 퍼준 사람은 아무 말도 없이 떠났는데."

"......"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는 홍련하의 얼굴은 그 나이대에 어울리지 않게 요염했다. 나도 모르게 넋을 잃고 말았다.

그런 와중, 홍련하의 작은 입이 천천히 열렸다.


"있지 오빠. 나 여기 살아도..."

"안 됩니다."


나는 대번에 말했다. 내가 아무리 너한테 관심이 없어도 남녀칠세부동석 이랬다.

그리고 SSS급 초인이 자기보다 훨씬 연상이랑 동거하고 있다고 하면 매스컴에서 정말 좋아하겠다.

내 말에 련하가 볼을 부풀렸다.


"그럼 옆집에 살래."

"옆집에 사람 있거든요."

"나 이제 돈 많아."


벌써 자본주의에 물들었냐.


"나. 앞으론 오빠를 위해서 일할게."

"네?"

"괴롭히는 사람이나 어려운 거 있음 언제든 말해? 앞으로 쭉 곁에 있을 거니까."


배시시 웃는 얼굴이 너무도 귀여워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이 호의가 언제까지 갈 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나 같은 걸 잊는 게 분명하겠지만.

지금 당장이라면, 어울려도 괜찮겠지.


"밥 먹었어요?"

"아니? 뭐 만들어 줄까?"

"요리 할 줄 알아요?"


일주일 간 동거 중 전부 다 내가 만들었는데?


"음...해보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오케이. 가만히 있어요."

"너무한 거 아냐?"


쿵쿵쿵.


그때 누군가가 현관문을 두들겼다. 네 대답하면서 나가보니, 웬 고소한 냄새가 확 풍겨왔다.


"두고 가다니. 너무하시지 말임다."

"앗. 진하 씨."


사람들이 너무 몰려서 치이느라 자리를 벗어나길 바빠 그녀를 신경쓰지 못했다.

이번 일에서 가장 활약해 준 사람인데.


"나중에 꼭 연락 드리려고 했습니다.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

"됐고 이거나 먹지 말임다."



진하 씨가 내민 봉투를 받아 들었다. 어느새 내 옆에 온 련하가 반색하더니 말했다.


"와-! 치킨이네!"

"여기 잘 튀김다."



자랑스러운 듯 가슴을 피며 바닥에 자연스럽게 앉은 진하 씨와 옆에 달라붙어 재잘재잘 이야기를 나누는 련하를 보고,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한동안은 이런 생활도 괜찮겠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수저를 깔기 시작했다.





일주일 후.

나는 에르츠 대장의 부름에 어느 장소로 와 있었다. 초인부로 부를 줄 알았더니 날 호출한 곳은 그의 별장이었다.


"자, 마셔."


내 앞에 시원한 음료를 놓아준 그에게 감사를 표하며 입을 열었다.


"쉬십니까? 별 일이네요."


집에서 입을 법한 가벼운 평상복 차림의 에르츠 대장은 회귀 전에도 보지 못했다. 그는 일중독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쉬는 모습을 보지 못했으니까.


"하하하. 나도 쉴 땐 쉬어야지? 그리고 이것도 어찌 보면 일이고."

"......용건이 뭡니까?"

"딱딱하게 우리 사이에 용건은? 이라고 하고 싶지만. 그래...일단, 사죄와 감사부터 할까."



에르츠 대장이 내게 90도로 고개를 숙였다.



"그 날. 내 흥미 본위로 가만히 있었던 것을 진심으로 사과하네. 앞으론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 약속하지."

"......괜찮습니다."


결과적으로 모두 해피하게 끝났고.


"용서해 주는 건가?"

"저 따위가 용서하지 않아봤자 뭘 어쩌겠습니까?"

"저 따위라니. 우리 초인의 보물인 SSS급을 두 명이나 구원해낸 의인이?"


나는 움직임을 멈췄다.

천천히 에르츠 대장을 바라보자 그가 말했다.



"다시 말하지. 진심으로 감사를 표하네. 의인이여."



의인이라니...

설마, 격왕 재판의 초인이 나라고 생각하는 건가?

나는 얼른 발뺌했다.



"뭔가 착각을 하시는..."

"자네에게 부탁할 게 있어."

"......?"


내 말을 끊고 이어진 다음 말에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아담의 수장 가율. 그녀와 만나주었으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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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회사를 만들자 +4 20.06.28 80 6 22쪽
43 범죄조직 (6) +2 20.06.27 94 6 19쪽
42 범죄조직 (5) +4 20.06.26 100 6 20쪽
41 범죄조직 (4) +2 20.06.25 130 6 16쪽
40 범죄조직 (3) +2 20.06.24 100 6 15쪽
39 범죄조직 (2) +8 20.06.23 107 5 14쪽
38 범죄 조직 20.06.21 122 5 15쪽
37 몬스터 게이트 (12) +6 20.06.20 125 7 14쪽
36 몬스터 게이트 (11) +2 20.06.19 125 7 18쪽
35 몬스터 게이트 (10) 20.06.18 128 8 15쪽
34 몬스터 게이트 (9) +2 20.06.17 133 7 16쪽
33 몬스터 게이트 (8) +4 20.06.16 141 12 20쪽
32 몬스터 게이트 (7) +4 20.06.15 150 9 16쪽
31 몬스터 게이트 (6) +4 20.06.14 152 7 15쪽
30 몬스터 게이트 (5) +2 20.06.13 163 8 20쪽
29 몬스터 게이트 (4) +6 20.06.12 164 8 12쪽
28 몬스터 게이트 (3) +5 20.06.11 165 9 21쪽
27 몬스터 게이트 (2) +2 20.06.10 187 8 15쪽
26 몬스터 게이트 (1) +4 20.06.09 201 12 12쪽
» 홍의 마녀 (12) 20.06.08 202 9 12쪽
24 홍의 마녀 (11) 20.06.07 203 10 21쪽
23 홍의 마녀 (10) 20.06.06 208 8 14쪽
22 홍의 마녀 (9) +2 20.06.05 194 8 13쪽
21 홍의 마녀 (8) +2 20.06.04 209 11 12쪽
20 홍의 마녀 (7) +2 20.06.03 207 10 18쪽
19 홍의 마녀 (6) +2 20.06.02 209 12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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