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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님의 서재입니다.

초인의 세상에서 범인이 할 수 있는 것.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ITE
작품등록일 :
2020.05.19 20:08
최근연재일 :
2020.06.30 21:27
연재수 :
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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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3,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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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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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홍의 마녀 (7)

DUMMY

이주일 전.

내게 사소한 궁금증이 생겼다.

호기심은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질 거라 여겼지만, 더욱 커져만 갈 뿐이었다.

결국 난 시혁씨에게 지나가듯 묻고 말았다.


"시혁씨. 혹시 초인부 국장의 정보를 몰래 뺄 수 있을까요?"


초인부의 정보를 빼내는 것만도 대단한 일. 그것도 그 수장인 국장의 정보가 난이도가 더 높을 건 당연한 일이다.

힘들다고 하면 그냥 포기할 생각이었다.


"네. 가능할 것 같네요."

"...진짜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할 줄이야...해킹 실력이 점점 일취월장하고 있는 모양이다.


"알아 봐 드릴까요?"

"저야 감사하긴 한데...그런데 괜찮아요?"

"뭐가요?"

"범죄잖아요?"


그러자 시혁씨는 무슨 말을 하냐는 듯 웃었다.


"범인씨가 하는 일인데 뭔가 정의로운 이유가 있을 게 분명하잖습니까."

"......"


으음.

최근에 느낀건데 남이 해주는 고평가는 쑥쓰럽지만 부담스러운 법이다.

그래도 호의를 감사히 받도록 한 나는 이국수 국장의 신변을 조사해달라고 했다.

불과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시혁씨는 일을 완수해주었다.


"여기요."


USB를 건네받는데 시혁씨가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그런데 국장이란 사람은 무슨 생각일까요?"

"예?"

"웬 초인을 키우는 모양인데, 엄청나게 비효율적 이더라고요."

"네에..."


예상한 바였다.

홍의 마녀의 성장이 더디더라도 확실하게 자신의 편으로 만들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아마 온갖 사탕을 주어 환심을 사고 있겠지.

그리고 집에가서 파일을 살펴보던 나는 내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는 걸 알았다.

이국수 국장이 뒤에서 어떤 거래를 했는지에 대한 자료들도 있어서 시혁씨가 이런 정보도 구할 수 있다고 놀라던 참에, 그것을 보고 말았다.



"......뭐냐. 이게."


시혁씨가 가져다 준 정보는 홍의 마녀의 개인정보. 어떻게 커리큘럼이 진행되는지에 대한 계획서. 훈련을 받을 장소인 트레이닝 룸의 위치등등이었다.

거기까진 상관 없었다. 문제는 그 뒤의 정보들이었다.


그건 바로 홍의 마녀의 훈련에 대한 경과 보고서.

거기엔 그녀에게 어떤 방식의 훈련을 시켰고,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어떤 현상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적혀있었다.

그것을 꼼꼼히 읽어본 나는 망연히 중얼거렸다.


"이건 고문이잖아..."


적어도 나라면 시작한지 십 분도 안 되어 때려치울 자신이 있는 트레이닝이다.

초상훈련을 억지로 발현한답시고 초인력을 주입하는 것에서는 기가 찼다.

내가 알기로 그건 당사자의 동의가 있을 때, 정말 그것말고는 방법이 없을 때 충격요법으로 하는 것일뿐 매일 할 정도로 빈번하게 할 것이 못 된다.

학교나 가정에서 받는 대우 때문에 쉽사리 그만두지 못할 것이라고 사족을 달아놓은 것에서는 절로 혀를 찼다.


"...이국수 국장."


회귀 전, 내가 처음에 만났던 그는 권위의식이 높은 재수없고 능력있는 사내라는 평가였지만, 수정해야 할 것 같았다.

그는 목적을 위해서라면 비인도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는 냉혈한이라고.

예전의 나에겐 좀 재수없을 뿐 그래도 정상적인 사람처렴 느껴졌는데, 과거엔 이랬었단 말인가.

문득 홍의마녀가 이국수 국장에게 이를 갈던 장면이 스치듯 떠올랐다.


"......"


이상할 정도로 충격을 받은 나는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 내가 아는 이국수 국장은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현재 상황을 알았지만, 이 다음엔 뭘 하지?

홍의 마녀에게 훈련을 그만두라고 설득이라도 할 건가?

애초에 나는 더 이상 초인의 세계와 엮이고 싶지 않았기에 그녀와 멀어지는 길을 택했다. 홍의 마녀가 힘들 거라고 예상했음에도 나 자신의 안위를 선택했다.

그런 내가 이제와서 막을 자격이 있는가?


고민은 계속 이어졌다.

머릿속엔 계속 회귀 전의 홍의 마녀와 지금의 홍의 마녀가 번갈아가며 나타났고, 이국수 국장이 내게 보여주었던 사람 좋은 모습들도 떠올랐다.


'미래에 수많은 사람들을 학살하는 여자야. 동정심을 가질 필요가 없어.'

'...하지만 지금의 홍의 마녀가 그런 건 아니잖아. 죄도 없는 사람이 고통받는 걸 지켜만 봐야 하는건가?'


두 가지 생각이 마음속에서 마찰을 빚는 가운데, 나는 문득 그녀의 번호를 차단했다는 것을 떠올렸다.

멍하니 누워있던 나는 바닥을 더듬거려 핸드폰을 찾고, 차단 목록을 찾았다.

빛나는 화면만 물끄러미 바라보기를 10분. 눈이 아파올 때쯤 나는 겨우 손가락을 움직여 차단을 풀었다.


"......멍청인가 난."



차단 동안에 내게 문자를 보냈다 하더라도, 차단을 푼다고 해서 그 문자들이 전송되지는 않는다. 대체 뭘 기대했던 건가?


후우. 한숨을 내쉬며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무기력하게 천장을 올려다 보는 나.

한동안 시간이 지나고, 문득 깨달았다.


'...이러면 회귀 전과 다를 게 뭐지?'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던 그때와 다를 게 뭔가?

한동안 잠적해서 다시 활동할 때를 기다리자고 스스로를 합리화하면서 도망치고 있는 게 아닌가?

맹세하지 않았는가? 이 세상을 바꿔 보겠다고. 초인의 사람을 마구 죽여도 합법인 그 미친 세계를 벗어나겠다고.

홍의 마녀가 그토록 사람을 증오하게 된 이유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 때문일지도 몰랐다. 아니, 높은 확률로 그럴 것이다.

막아야 하지 않겠나?


'...변명에 불과해.'


좀 더 솔직해지자.

나는 이 상황이 짜증난다. 그래서 뒤엎고 싶다. 이게 솔직한 기분이다.

그리고 그거면 충분하다.

슬금슬금 눈치만 보고 몸을 사리는 것은, 회귀 전이면 족하다.

결심한 나는 스마트폰을 집어들었다.


"네, 네. 최혁 씨. 갑자기 죄송한데...혹시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요? 네...앗, 감사합니다.혹시 같이 가주실 수 있으신지...아...바쁘시다고요...네네. 아, 지원요? 감사합니다!"


흔쾌히 허락도 받았다.

이제부터는 이국수 국장을 어떻게 설득할지에 대해 고민할 때다.

적어도 지금 고문에 가까운 훈련은 멈춰야 한다.


"음...이것만으로는 불안하니까..."


하지만 이 사람에게 연락하는 것도 엄청 불안한데...

일단 대충 둘러두자. 언제든 도움을 요청하라고 했으니 이 정도는 괜찮겠지.




그리고 다음 날.

나는 어제 전화했던 상대가 보내준 조력자와 만나고 이국수 국장의 개인 트레이닝 건물로 향했다.

온 건 좋았는데 이 건물도 규모가 커서 홍의 마녀가 어디있는지는 짐작이 가질 않았다.


"저기서 사람들의 기운이 느껴짐다."


문자로 어디냐고 묻는 순간, 최혁이 소개해준 조력자가 손가락으로 8층 부근을 가리켰다.


"아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상함다."

"네?"

"뭔가 심상치 않슴다. 일촉즉발의 분위기가 느껴짐다."

"......"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뛰고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시간도 아까워 계단을 성큼성큼 뛰어 올라가고, 복도를 빠르게 내달린 끝에 도달한 트레이닝 룸. 그리고 저 멀리에 홍의 마녀가 보였다.

아니, 다르다.

저기 있는 건 홍의 마녀가 아니;라 겁을 먹어서 부들부들 떨고 있는 여자애에 불과하다.

그걸 인지한 순간 어제 생각한 이국수 국장을 설득하려 했던 재료들은 송두리째 사라져버렸다.

대신 남은것은 시커먼 분노였다.

입구를 지키고 있는 것은 '태산' 이덕희.

원래라면 나는 감히 말도 걸 수 없는 강력한 초인이지만, 지금은 그게 뭐 대순가?

내가 들어서자 이국수 국장은 놀란 기색도 없이 왜 왔냐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그걸 무시하고, 나는 홍의 마녀의 손을 잡고 끌고 나갔다. 당연히 그걸 막는 이국수.


"...무슨 짓입니까? 김범인 씨."


우와. 표정 한번 차갑네. 원래라면 엄청 쫄았겠지만, 글쎄? 지금은 어째 가소로웠다.

나는 비웃음을 담아 말했다.


"다시 데려가야 할 것 같아서요. 죄송합니다."

"누구 마음대로?"


누구 마음대로냐고?

해봤자 야수의 왕 따위에게 순살당한 놈이, 지금 뭐라고?



"제 마음대로요."

"...뭐라고요?"

"아. 귀가 안 좋으신가 보군요."


나는 최대한의 경멸을 담아 말했다.


"내 꼴리는 대로 데려가겠다고. 이 개새끼야."


발언한 순간, 곁에 서 있던 괴상한 차림의 꼬마가 땅을 박차더니 내게 날아오고 있었다.

모방 스킬을 쓸 틈조차 없었다. 아 엿됐다.

그리고 그는 튕기듯 날아가고 말았다.

바로 내 곁에 서 있는 사람에 의해서.


"아니...?!"


괴상한 차림의 꼬맹이와 이덕희가 경악의 소리를 냈고 이국수는 눈에 이채를 띄었다.



"당신은..."

"안녕하심까."


예의있게 고개를 꾸벅 숙인 꽁지 머리의 너저분한 차림의, 하지만 얼굴만은 틀림없이 미인인 여성이 들었던 발을 천천히 내렸다.



"...분명 격왕님의 문하에 있는 분이었죠."

"네~A등급 이고 민간 초인 유진하라고 함다. 잘 부탁함다~"



이 사람이 내 조력자. 유진하 씨.

어저께 하늘 분쇄기 최혁에게 연락하여 혹시 동행해 줄 수 없겠냐고 부탁했을 때, 자신은 할 일이 있으니 대신 믿을만한 사람을 보내주겠다며 소개시켜준 것이 이 사람이었다.

회귀 전에도 전혀 몰랐던 초인이라서 정말 강할까 싶었지만, 지금 일련의 움직임을 보면 확실히 우수한 사람인 듯 했다.


"A급이 어디서 나대.,.!!"


꼬맹이가 이를 으드득 갈았다. 이덕희는 노련하게 유진하씨를 견제하는 듯한 행동을 보였고, 그리고 이국수는, 이런 상황에도 여유롭게 웃었다.


"김범인 씨. 우리 약속하지 않았습니까?"

"...약속했었죠. 충분한 대가만 준다면 끼어들지 않기로."

"그렇다면..."

"그런데 보니까 도를 넘었네요."

"도를 넘은 건 지금의 당신입니다. 하하하."


사람 좋게 웃었지만 얼굴은 무표정했다.


"지금 그렇게 막무가내로 나올 수 있는 게 저번에 했던 이야기 때문입니까? 그렇다면...이제 통하지 않을 거라고 말하고 싶네요."

"호오?"


내가 눈썹을 까딱이자 이국수가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당신에 대해 조사해봤습니다. 정말 철저하게요.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하지만, 국장으로서 혹시 모를 위험은 조사해 둬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요?"

"네, 그래서 조사 결과는...전혀 바뀌지 않았더군요. 여전히 초인부의 뱁새라 불리던 그대로였어요."

"......"

"딱히 인맥도 능력도 없이 하루하루 살아갈 뿐인 범인(凡人) 그 자체."

"흐음."

"당신이 어디서 사유화를 들었는지는 몰라도, 정확한 정보는 아무것도 모르는 허세...틀렸습니까?"


그랬군. 나에 대해 조사를 했군.

그럼 아무것도 나오지 않을 수밖에.

나는 최근에 성실하게 회사만 다녔거든.

이번엔 내가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유토피아."

"......!!"


이국수의 얼굴이 석상처럼 굳어졌다. 비단 그뿐만이 아니라 두 똘마니들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멤버 이름까지 하나하나 열거해 드릴까요?"

"......!!"


얼굴색이 변해가는 게 참으로 재밌다. 그리고 말이다. 내가 이것만 믿고 왔을 것 같아?

세상 제일의 쫄보라고 자처하는 내가?

나는 호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저장되었던 번호에 걸었다.


"뭐야. 허튼 짓거리는...!!"

"아, 그 이상 다가오지 말지 말임다."


이찬혁이 내게 다가오려 했지만 유진하 씨가 허락하지 않았다.

이국수가 그녀에게 뭐라고 말을 걸려 했지만 그럴 틈도 없이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

나는 일부러 대화가 들리게 오픈으로 설정해 놓고 말했다.


"대장님."

[오오 범인. 무슨 일이지? 어제 도움이 필요할지도 모른다던 그거?]


들려온 목소리에 이국수는 눈을 부라렸다.

무슨 짓거리를 할 거냐는 듯 나를 바라보는 이국수에게 나는 히죽 웃어보이며 말했다.


"네. 대장. 대장님의 도움이 필요해요."

[흐음. 뭔데?]

"어떤 초인을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악덕 고용주에게 걸렸거든요."

[엇. 잠깐만 기다려.]


어? 기다려 봐 이 양반아. 왜 끊으려 그러는데? 당황하는 사이 진짜로 전화가 끊겼다.

그때까지 조용히 있던 이국수가 사납게 말했다.


"악덕 고용주? 난 분명히 계약대로 진행했습니다. 누군가에게 책 잡힐 일은 하지 않았죠. 그게 설령 에르츠 대장이라도...!!"

"맞아 맞아. 국장님은 절차대로 했다고?"

"......!!"


이번엔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깜짝 놀랐다. 얼떨떨한 기분이다.

허. 이 대장님. 어제 통화한 것만으로 내 용건이 뭔지 알아내고 이곳의 위치까지 알아냈었단 말인가? 그리고 몰래 숨어서 나올 타이밍을 재고 있었고?

내 눈앞엔 에르츠 대장이 방실방실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오오. 예쁜 애네. 이 애가 새로운 꿈나무?"


에르츠 대장의 사람 좋은 웃음에도 겁을 먹은건지 홍의 마녀가 내 뒤로 쏙 숨었다.



"에르츠 대장..."

"국장님."


서로 마주보는 두 사람. 잠깐 대치하던 중, 먼저 말문을 연 것은 이국수였다.


"아까 말씀하셨듯. 전 절차대로 진행하였습니다. 책 잡힐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네 물론 그렇죠."


에르츠 대장이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등을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범인. 난 널 도와주고 싶지만 국장님이 딱히 잘못한 게 없는데 정식으로 계약이 된 아이를 멋대로 빼줄 순 없어. 그럴만한 메리트가 없는 이상."

"......"

"자, 잠깐.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저 사람은 방금 전만 해도...!!"


분에 못 이겨 나서려는 홍의 마녀의 어깨에 조용히 손을 올렸다.

나를 올려다보는 그녀의 시선을 느끼며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나만 믿어."

"......"


침묵하는 홍의 마녀. 그리고 사나운 표정의 이국수와 흥미롭다는 듯한 표정의 대장.

이덕희나 이찬혁은 에르츠 대장의 등장에 감히 나설 생각을 못하고 있었고 유진하 씨는 뒤통수에 깍지를 끼고 휘파람을 불고 있었다.

잠깐의 대치.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곧 사라질 시간.

하지만 에르츠 대장은 도와주지 않겠다고 말한 게 아니다.

메리트가 없다. 반대로 말하면 그럴만한 메리트가 있다면 날 돕겠다는 것. 그리고 그 메리트는 당연히, 홍의 마녀다.


"대장."

"음?"

"격왕이 SSS급 초인의 자리에 오른지 몇 년...아직도 그 뒤를 이은 초인이 없죠?"

"그렇지~"


그게 뭐? 라는 표정의 에르츠 대장을 보고, 나는 말했다.


"전에 저에게 부탁하셨었죠."

"......"

나는 홍의 마녀의 어깨를 탁. 하고 두드렸다.


"이 애가 그 아이입니다."


조용한 가운데, 나는 쐐기를 박듯 말했다.


"바로 격왕의 뒤를 이을, SSS급 초인입니다."


에르츠 대장이 뭐라 하기도 전 실내가 떠나가라 웃는 자가 있었으니 바로 이찬혁이었다.


"뭐라는 거야~제대로 초상능력도 발현하지 못하는 계집애가 뭐? SSS급 초인~?"

"후후, 어이가 없군요."


이찬혁의 말에 동의하듯 이국수가 엷게 웃었다.


"아, 아저씨..."


홍의 마녀가 불안한 듯 내 옷을 잡아당겼다. 지금까지 별 다른 능력을 내지 못했다고 했던가. 나는 그녀를 안심시켜주듯 다시 어깨를 두드렸다.


"...그 말. 책임질 수 있어?"

"물론이죠. 어떻게 알았는지는 기업 비밀입니다만..."



너털웃음을 짓던 나는 손가락 하나를 들어보였다.


"일주일."

"......"

"일주일만 주십쇼. 그녀가 SSS급 초인이라는 걸 증명하겠습니다."

"호오..."


흥미 깊다는 듯 신음하는 에르츠 대장. 이국수는 금방이라도 나서고 싶어하는 분위기였으나 그러지 못했다.

왜냐면, 내가 그의 비밀에 대해 전부 까발릴까 두려워서겠지.



"만약 실패한다면?"

"에르츠 대장!"


이국수의 책망하는 듯한 고함도 들은척도 않고, 날 응시하는 대장. 원래의 나라면 그 눈을 피했겠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그땐, 에르츠 대장님의 뜻대로 하십쇼, 제 처분도 같이 말입니다."


잠깐의 정적. 에르츠 대장은 하하 웃었다.


"으음~약한데. 계약대로라면 그 아이, 언제든 그만둘 수 있다는 거잖아? 나한테 맡긴다 해도 내가 뭘 어쩌겠어? 그리고 범인씨를 처분하라니. 거 살벌하네~"


이 양반 언제 계약서 내용까지 봤대.


"그만두는 건 본인의 자유 아니겠습니까?"

"그건 그런데 말이지~"

"저에게 뭔가를 느끼시고 부탁하셨으니, 이번에도 그 뭔가에 걸어보시죠."

"하하. 하지만 이국수 국장님에게 미움을 사기엔 좀 싼 대가라서~"


제길. 능구렁이같은 양반.

별 수 없나. 이국수 국장의 대한 정보를 풀거나, 아니면 미래에 일어날 정보를 풀거나, 어느 쪽이든 위험도가 높아서 꺼렸지만 수단 방법을 가릴때가...


"실패하면 제가 대장님 직속으로 들어가겠슴다."


난데없이 울린 목소리에 에르츠 대장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잠시 후, 그가 기쁨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유진하씨. 당신이? 정말로?"

"저는 한 입으로 두말하지 않슴다."


에르츠 대장의 얼굴이 환희에 가득찼다.


"...에르츠 대장?"


이국수 국장의 불안한 듯한 목소리에, 대장이 그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짝!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인 대장이 말했다.


"제 얼굴을 봐서라도, 한 번만 안 될까요~?"

"......!!"


발작하듯 뭐라고 하려는 그에게 에르츠 대장이 덧붙였다.


"저에게 들키지 않고 싶은것도 있는 것 같은데."

"......!!"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 해진 이국수 국장이 이내 싱긋 웃었다. 허나 지금까지의 여유로운 웃음과는 달리, 마치 나찰같은 웃음이었다.


"좋습니다. 대신 결과를 내지 못했을 때...김범인씨의 처분은 제게 주십시오. 그게 조건입니다."


아이고. 단단히 미운털 박혔네.


"하긴 제가 맡으면 징계를 내릴 수 있을리가 없으니 그게 공평하겠네요. 괜찮지? 범인."


아니, 그렇게 냉큼 버리기냐. 기가 막혔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럼, 기간은 일주일. 그 안에 SSS급 초인임을 증명한다. 모두 동의하시죠?"


이국수와 내가 동시에 끄덕였다.

그 순간 허리를 콕 찔리는 느낌이 났다. 고개를 돌려보니 유진하씨가 헤헤 웃고 있었다.


"잘 부탁드리는 검다. 제 운명은 김범인씨한테 달려 있슴다."


누가 격왕 휘하 아니랄까봐 희생정신이 뛰어나다. 오늘 처음 만난 양반이 뭘 믿고 이런 도박을 한대? 거 부담스럽게 시리.




...물론 자신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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