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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님의 서재입니다.

초인의 세상에서 범인이 할 수 있는 것.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ITE
작품등록일 :
2020.05.19 20:08
최근연재일 :
2020.06.30 21:27
연재수 :
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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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5
글자수 :
343,503

작성
20.06.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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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범죄조직 (4)

DUMMY

순간 용광로처럼 달아올랐던 머리가 급속도로 냉각되니 자괴감이 밀려왔다.


'가만 있으라고 내 입으로 말해 놓고 내가 뭔 짓거리를...'


상황을 모면하겠다는 변명이랍시고 뱉은 말도 웃겼다. 초인부 소속?

초인부를 사칭하는 건 상당한 중죄다. 이거 들키면 골치좀 아파진다.

...일단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하고 보자.


나는 아직도 넘어진 채로 멍한 표정으로 올려다 보고 있는 초로의 여성을 흘끗 보았다.

초인 여성. 윤정민의 능력은 제법 강하다. 어디까지나 내 눈으로 봤을 때의 기준이지만 그 정도라면 초인부에서도 D등급은 쉽게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결코 낮은 등급은 아니다. 열이 뻗치면 조직 폭력배 따위는 우습게 회쳐 버릴 수 있다.

그러지 않았다는 것은, 계약조건이 생각보다 좋아 그럴 필요가 없거나, 아니면 약점이 잡혔거나겠지.

당연히 후자겠지?

이 초로의 여인, 윤정민의 어머니가 그녀의 약점인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멱살을 쥔 손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일반인보다는 훨씬 강력한 악력이 놈의 숨통을 쥐어간다.


"크윽...이 새끼가...!!"


발차기를 날리려 한다. 사전에 감지한 나는 무릎으로 놈의 복부를 걷어찼다.

커헉 숨을 토하는 조폭. 송혁진의 감지 능력을 가진 지금이라면 이 놈이 어떤 공격을 해도 능히 반격할 수 있으리라.

그때 예상 외의 사태가 일어났다. 감지는 했는데, 움직이긴 뭣한 상황.

윤정민의 노모가 벌떡 일어나더니 내게 매달렸던 것이다.


"아이구! 그만둬유!"


그 기세탓에 밀려서 조폭을 내려 놓고 말았다.

한창동안 켁켁대던 놈은 핏발선 눈으로 나를 노려보더니 방 안으로 후다닥 들어갔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노모를 보았다. 그녀가 왜 그러는지 알 것 같았다.

아마 반항하면 윤정민에게 몹쓸 일이 일어날 거라고 했겠지.

윤정민에겐 그 반대로 이야기했을 거고.

씁쓸함이 차올랐다.


"괜찮습니다 어머니. 저희가 해결할 수 있습니다."

"아이구~그러다가 우리 정민이 큰일나유!"


안절부절 못하던 시혁 씨가 노모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그녀를 다독였다.

그 사이, 방 안으로 뛰어 들어갔던 조폭이 다시 뛰쳐나왔고 노모와 시혁씨는 녀석을 보고 헛바람을 집어삼켰다

녀석의 손에는 한 눈에 보기에도 날카롭고 기다란 칼. 일명 사시미가 들려 있었던 것이다.

물론 감지능력으로 이미 알고 있었다. 저 정도로는 초인의 강인함을 가진 이 육체를 뚫기도 힘들 것이다.

적어도 허수진처럼 권총이라도 소유하고 있었어야지.

나는 놈보다는 이 건물에 또 다른 조직원이 없는지 살펴보았다. 우연인지 이 집의 맞은편, 옆의 이웃집엔 사람이 없었다.

아직까지 누군가가 여기로 달려오려는 낌새는 없었다.


"시혁씨. 그 분 모시고 차로 가 있으세요."

"네? 범인씨는 어쩌려고..."

"저놈한테 물어볼 게 있거든요."


빙긋 웃으며 스마트폰을 꺼내고 알람을 설정한다. 이쯤이면 적당할려나...


"하, 하지만..."


내가 걱정되는지 쉽사리 발걸음을 떼지 못하는 시혁씨.


"이 시발놈이 내가 호구로 보이냐? 엉?!"

"초인부는 호구로 보이고?"

"지랄. 뱃지 어딨는데 새끼야?"


어라. 뱃지의 존재도 알아?

초인부는 공무를 볼때 반드시 뱃지를 착용하는 게 규정이다. 모르는 사람 많은데...


"죽어!"



사람을 죽이려는 살기.

숱하게 받아온 것이다. 가렵지도 않다.

아직도 여유를 무너뜨리지 않은 내가 같잖았던 것일까. 녀석이 거친 호흡과 함께 칼을 내찔러 왔다.


텁.


"뭣...!!"


놈의 품속에 파고들어 손목을 잡아채자 경악하는 조폭. 나는 녀석의 팔을 거칠게 꺾었다.


"끄아아아...!!"


챙강.

칼이 땅에 떨어지고 조폭은 비틀린 자신의 팔을 잡고 나를 떨쳐내려고 애를 썼다. 놈의 안면에 펀치를 날리자 벽에 부딪힌 녀석이 이내 축 늘어졌다.

나를 보고 눈을 휘둥그레 뜬 시혁씨에게 나는 부드럽게 말했다.


"괜찮아요. 먼저 가 있어요."

"역시 범인씨...! 알겠습니다! 가시죠 어머니."

"당신들 누구여? 정민이 친구 아니제?"


당황하면서도 시혁씨에게 이끌려 멀어져 가는 노모를 보며 나는 현관문을 조용히 닫았다. 그런 내 귓가에 킥킥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킥...킥킥...븅신새끼...뭐 하는 놈이냐? 다른 조직 놈이야?"

"글쎄."

"킥킥킥...니가 뭐 하는 새낀지 몰라도 넌 좆됐어 이 새끼야. 너는 물론 니 가족 친구들 전...끄아아악!!"


하도 개소리를 지껄이길래 본보기로 팔목을 밟아 으스러뜨려 주었다.

생각 이상으로 고통스러워 하는 조폭.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며 괴로워하고 있다. 윗집이나 아랫집에 들리겠다.


"민폐잖아 자식아."


화장실에서 수건을 갖고 와 녀석에게 재갈을 물렸다. 이제 좀 조용하네.


"듣고 싶은 게 많아."

"으읍! 읍!!"

"그런데 넌 충성심이 강할 거잖아? 쉽게 이야기 하지 않을거지?"

"으읍!"

"그러니까 어차피 입 안 열거. 그냥 내 기분이나 풀자."


아직도 뒹구는 녀석의 뒷통수를 잡아 억지로 일으키고 뺨을 갈겼다.

놈의 이빨이 두개 나가는 것이 감지되었다. 시원하구만.

거기에 그치지 않고 정신 차리라는 의미에서 연속으로 뺨을 내리쳤다.


"으읍...읍..."


비명을 지를수록 더 많이 맞는다고 생각했는지 이제야 좀 조용해지는 조폭.

재갈을 풀고 이제 좀 물어볼까도 싶었지만, 아마 그랬다가는 다른 사람들 들으라고 살려달라 고래고래 소리 지르겠지.

마음을 꺾을 필요가 있다.

......진짜 하기 싫은데. 어쩔 수 없지.

녀석의 손을 잡고 녀석이 볼 수 있도록 들어 올렸다. 뭘 하려는 거냐는 듯 눈을 부릅뜨는 조폭. 속마음은 엿 같았지만 나는 놈을 보고 억지로 씨익 웃었다.

그리고 보란듯이 놈의 검지 손가락을 부러뜨렸다.


"끄읍?! 으으으읍?! 으으으으으으으으으-!!"


고통에 몸부림칠 수조차 없게 녀석을 꽉 붙잡고 정신 차리란 의미에서 또 뺨을 갈겼다.

고문. 정말 좋은 대화 수단이지.

나도 직접 겪었었다. 그래서 내가 남에게는 하기 싫었는데...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스킬이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그런 게 없으니 어쩔 수 있겠는가.

시간히 흐르자 간신히 진정되었는지 눈물 맺힌 눈으로 식식거리는 조폭. 나는 다시 녀석의 손을 들어올렸다. 그것만으로 고통스러운지 몸을 부르르 떠는 녀석.

이번엔 놈의 중지 손가락을 살살 쓰다듬었다.


"이렇게 해도 넌 말하지 않을 거야. 그렇지? 넌 의리 있잖아?"

"읍...으읍...!!"


간절한 눈빛으로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 녀석의 중지 손가락에 손가락을 하나씩 올리고, 이내 꽉 잡았다.


"읍! 으읍!!"

"하지말라고? 내가 왜?"

"으으읍...!!"

"사실 말이야, 난 윤정민이란 여자가 어찌 되든 상관없어."

"으읍...?!"

"그냥 너 같은 새끼들한테 당한 게 많아서, 너 같은 놈들만 보면 괴롭히고 싶어. 그냥 그게 다야."


사악한 웃음을 보이자 사시나무 떨듯이 떠는 조폭. 이런 상황, 꽤 많이 봤다.

그렇기에 이제 완전히 마음이 꺾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공포만으로는 부족하다. 여기서 더 압박을 가했다가는 자포자기할 지도 모른다.

조금의 희망이라도 있으면 더 고분고분해진다.

희망이란 어쩔 때는 지독한 독이다.

이제 슬슬 시간 안 됐나...연기하기도 지쳤는데,


"자, 이제 중지야. 걱정마. 손가락은 여덟개나 더 있잖아."

"으읍! 으으으으으으-!!"

"뭐? 말하고 싶다고?"


고개를 빠르게 끄덕거리는 조폭. 하지만 나는 에이 하고 손사래쳤다.


"의리남인 니가 그럴리가 없잖아? 그치?"

"으으...!!"


놈이 절망에 빠지려는 그 순간.


삐리리리리.


조용한 반에 선명하게 울리도록, 내 스마트폰이 울었다.

나는 매우 귀찮다는 표정으로 스마트 폰을 들고 문자를 확인하는 시늉을 했다.

그래. 시늉이다.

아까 설정했던 짧은 음의 알람이 지금 울었을 뿐이다.

하지만 지금의 놈에게 그걸 신경 쓸 겨를이 있을까?


"...에이씨. 이 양반이 진짜."

"......"


내 반응이 심상치 않다고 여겼는지 침묵하는 조폭. 나는 하아 한숨을 푹푹 쉬며 놈의 머리를 탁. 탁. 목탁처럼 두드렸다.


"우리 상사가 말이야. 오늘 뭐라도 꼭 좀 알아오라네?"


화색이 도는 녀석. 발목을 분지를까 싶었지만 고통에 기절하거나 제정신이 아니게 될지도 모르니 그건 관두기로 했다. 대신 나는 벽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쾅!


시멘트 벽이 사정없이 파여나가는 것을 보고 녀석의 눈이 떨렸다.


"도망가려고 하면 니 대가리를 이렇게 만들어 줄 거야. 알았니?"

"읍. 으읍."


고개를 끄덕이는 녀석의 재갈을 풀어주었다.

푸하. 숨을 내쉰 조폭이 내 눈치를 보면서 부들부들 떨었다. 어쩌면 고통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혀, 형님. 알고 싶은 게 뭡니까? 뭐든지 말하겠습니다..."

"그래 그래. 착하네."


놈의 까까머리를 쓰다듬으며 나는 질문을 생각하는 척 했다.


"너는 왜 아직도 이 집에 있는 거지?"

"네, 네?"

"윤정민 초인이 훅 찾아올지도 모르잖아? 그럴 땐 어떻게 감당하려고?"

"초, 초인은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습니다. 지정된 장소에서 저희 정예원 수십 명이 감시하고 있습니다. 빠져나가려는 모습을 조금이라도 보인 순간..."

"너희에게 연락이 간다? 그래도 나라면 만에 하나를 위해서라도 초인의 자택보단 훨씬 좋은 다른 장소로 이동했을 것 같은데?"


안전에 안전을 더해서 나쁠 것은 없으니까.


"그, 그건 초인부의 눈치를 봐서입니다."

"초인들의 눈치?"

"요즘 초인부가 낌새를 챘는지 초인부에 검사를 받으러 왔던 사람이 거주지를 옮기면 조사를 하러 나옵니다..."

"그래서 거주지는 그대로 했다...그렇구만."


고개를 끄덕끄덕 거리던 나는 녀석의 손을 다시 들어 올렸다. 녀석이 기겁했다.


"왜, 왜 그러십니까! 전 사실대로...!!"

"분명 사실이었지."

"그, 그런데 왜...!!"

"근데 말하지 않은 게 있잖아."

"......!!"


귀신이라도 본 것 같은 얼굴이 된 녀석. 나는 녀석의 부러진 검지를 꽉 쥐어 다시 일자로 만들었다. 다른 손으로는 놈의 입을 틀어막는 것도 잊지 않았다.


"끄으아아아아아아....!!"


놈의 고통에 멎을때쯤, 나는 음산하게 말했다.


"너도 내가 누군지는 대충 눈치 챘잖아?"

"......!!"

"나는 초인이다. 너희처럼 좀 불법적인 초인. 내 특기가 뭐일 것 같애?"


주르륵.

아 씨. 오줌 싸네. 너무 과했나.

하지만 이왕 시작한 거 끝까지 가기로 했다. 나는 히죽 웃으며 말했다.


"마음속은 못 읽어. 근데 거짓말 하는지 안 하는지는 알 수 있어. 겸사겸사 뭔가를 숨기고 있는 낌새도"

"으, 으으..."


실제로도 그렇다. 이 감지능력...역시 대박이라니까.



"이제 더 착하게 되겠지?"

"무,물론입니다 형님...!!"

"좋아 좋아. 그럼 이야기 하지 않은 건?"

"여길 관리하는 건 저 뿐만이 아닙니다...다른 일원들은 이 집 맞은편이란 옆집에 거주하는데 지금 시내로 놀러 나갔습니다..."

"허."


나도 모르게 실소가 나왔다.

조직이 알면 다 후드려 팰 일이다.

아무리 아무 일 안 일어나고 심심해도 그렇지 중요한 초인의 약점을 냅두고 놀러 나갔다고?


"아 됐어 됐어. 돌아오면 다 죽여버리면 되고, 너희들, 뭘 믿고 이렇게 나대는 거냐?"

"네?"


내가 화내는 거라 생각했는지 겁을 집어먹는 조폭. 나는 그게 아니라고 고개를 저었다.



"나름 조심한다고는 해도 초인부에 들키면 니들 다 죽음인데 뭘 믿고 이딴 아슬아슬한 짓거리를 하고 있냐고."

"그건..."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지, 진짜입니다!"

"거짓말하는지 아닌지는 안다니까. 계속해."


방금도 그럴 생각은 없어 보였지만 지금 발언에 절대로 거짓말을 하면 안 되겠다는 듯 표정을 굳힌다.


"제가 속한 조직은 점조직일 뿐입니다."

"초인중엔 그런 거 탐색하는 초인도 있어. 점조직으로 운영된다 해도..."

"네. 하지만 윗선은 초인부의 일원이 우리의 낌새를 채도 어지간히 높은 등급의 초인에게 들키는 게 아니면 괜찮을 거라고..."

"......"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나는 할 말을 잃었다가 물었다.


"난 다른 건 안 궁금해. 이게 진짜 질문이다"

"뭐, 뭡니까...?"

"윤정민을 비롯한 초인들, 어딨어."

"모, 모릅니다."

"그래. 그건 진짜군."


안도한 표정을 짓는 조폭. 미안하지만 그것도 잠시다.


"그럼 윤정민이 다음에 어디서 활동하는지는 알지? 너희가 약점도 관리할 정도면 점조직이든 뭐든 윤정민은 너희 손에서 움직이는 것 같은데."

".....!! 그, 그건...!"

"아네?"


부들부들 떨던 녀석이 장소와 일정을 실토했다.


"좋아. 대충 알았어."


내가 몸을 일으키가 녀석이 공포에 가득찬 눈으로 말했다.


"사, 살려주십시오."

"뭐?"

"형님이 왔다는 건 어디에도 말하지 않겠습니다. 죽이지 마십시오..."

"그런 몰골로 잘도 믿어주겠다?"

"그, 그건...!'


나는 경매장을 열고 관심물품으로 등록한 물건 하나를 샀다.


"얍. 망각의 포션."

"네?"


다음 순간 내 손에는 작은 유리병 하나가 들려 있었다. 이거 꽤나 비싼 건데...



"이거 마시면 너도 편해지고 나도 편해져."

"시, 싫습니...!!"

"나머지 일곱 개."

"......!!"


결국 놈은 내가 준 포션을 마실 수밖에 없었다. 끽해봤자 20분 정도의 기억을 잃게 하는거고 나중에 기억날 수도 있지만, 지금은 이걸로 충분하다.

녀석의 눈이 헤엄치는 동안 나는 집안을 빠져나와 주차장으로 갔다.

차량 안에서는 시혁씨의 머리를 쥐어뜯는 노모가 보였다.


"으아악! 어? 범인 씨!"

"어이구 이놈아!"


날 보고 역정을 내는 노모를 보며 나는 빙긋 웃어보였다.


"어머님."

"뭐여!"

"내일 정민씨를 만나게 해 드릴게요."





다음 날.

나는 회사에 출근했다.

어제는 연차를 내서 빠졌지만, 오늘은 볼일이 있었으니까.

내가 사무실로 들어서자마자 누군가가 우당탕탕 뛰어왔다. 누군지는 당연했다.


"범인씨! 어제는 왜 쉬었어?!"


거의 화를 내면서 말하는 그, 나의 사수, 아니, 사수였던 허수진.


"선배님."

"그래 범인씨. 오늘은 내가 더 좋은 곳에서 쏠 테니까..."

"잠시 저랑 이야기 좀 할까요?"



내 말을 어떻게 해석했는지 방긋방긋 웃으며 나를 쫒아오는 사수.

나는 누구도 오지 않을 만한 장소, 아예 건물을 나가 그늘지고 구석에 있는 장소까지 갔다. 허수진은 내가 왜 이런 곳까지 오는지 의아한 기색이었으나 이내 잘 됐다고 여겼는지 입을 열려고 했다.


"범인씨. 내가 아는 사람들이랑 이야기 해 봤는데 범인씨는 10억은 우습대. 그러니까..."

"선배님."

"응?"

오늘, 아니면 내일이라도 성명재씨를 만날 수 있겠습니까?"

"...명재씨는 왜?"


경계심이 짙어지는 허수진. 실소가 나왔다.

아마 나를 회유하라는 명령을 받아 급할텐데 조직에 대한 충성심인가? 아님 공포인가?

내가 어떻게 성명재가 조직의 일원이란 것을 눈치챘는지에 대해서도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겠지.


"계약에 대해서 논해야죠."

"어...오늘이랑 내일은 좀 곤란하고."

"그래요? 곤란해요?"


그 똘마니가 알던 정보가 정확했나 보다. 나는 말을 바꾸기로 했다.


"그럼 선배님."

"그래 범인씨! 내가 다른 날 잡아서 진짜 좋은 데에 데려갈 테니까...!!"

"윤정민이랑 성명재. 지금 어딨어요?"



할 말을 대번에 잃어버린 표정의 사수에게, 나는 다시 말했다.


"니가 고문하고 있는 그 사람들 어딨냐고. 시발 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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