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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님의 서재입니다.

초인의 세상에서 범인이 할 수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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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작품등록일 :
2020.05.19 20:08
최근연재일 :
2020.06.30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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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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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3,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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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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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몬스터 게이트 (4)

DUMMY

몬스터 게이트가 활성화되기 30분 전.


"으음..."


초인 전담 기자, 한유나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초인부의 대기실에 앉아 있었다.

언제나 특종이 없을까 해서 이곳을 기웃거리지만 이렇다 할 건수를 잡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뭐 들은 거 없냐?"


볼펜으로 머리를 긁으며 묻는데 대답이 들려오지 않는다.

옆을 보니 같이 온 후배는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순간 열이 받쳐 머리라도 쥐어박을까 싶었던 그때, 저 너머에서 부산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곧 부산을 떨던 사람들이 나타났고 그 일원을 본 한유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초인부 행동 실장 에르츠와 그의 대원들.

대대적인 인터뷰 때나 나오지 보통은 최상층에서 움직이지 않는 그들이 1층까지 이동한 것이었다.



"대장님. 뱁새가 또 이상한 말을 지껄이는 것 뿐입니다."

"그럴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나도 마음에 걸리는 점이 있었어. 확인하고 싶을 뿐이야."


묘하게 특종의 냄새가 난다.

그렇게 판단한 한유나는 몰래 그들의 뒤를 밟으며 대화를 엿들었다.



"실적이 없는 친구들을 보내는 거라면 모를까 피로해진 우리 팀의 대원을 파견한 것은 잘못되었다 봅니다. 고작 뱁새의 말에..."

"그만해 천웅. 대장님이 다 생각이 있어서 하시는 일이지."


곰만한 덩치의 사내에게 쏘아붙인 키작은 중년의 사내, 하지만 내심 그도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때.

에르츠가 우뚝 멈춰섰다. 그의 눈은 휴대폰 화면에 못박혀 있었다.


"...그래?"

"무슨 일입니까 대장님?"


의이한 듯이 묻는 천웅에게 에르츠가 빙긋 웃었다.


"이제 뱁새라 부르면 안 되겠군."

"네?"

"당장 초인부의 전 병력을 집결시켜. 몬스터 게이트, 그것도 높은 등급이라고 추측되는 게이트가 나타났다."


잠시 벙쪘던 대원들은 이내 복명한 뒤 신속한 움직임으로 흩어져 자신들의 일을 하러 나갔다. 한유나는 어벙벙 했다.

몬스터 게이트라면 불과 며칠 전에 일어났던 재앙 아닌가?

생각에 잠기느라 그녀는 에르츠가 자신에게 다가온 줄도 모르고 있었다.


"어? 꺅!!"

"방송국 관계자 되시지요?"

"네? 네..."

"방금 들으셨겠지만, 몬스터 게이트가 나타났습니다. 협조 좀 부탁드립니다."


초인들이 일반인이 미행을 붙은 것을 모를리가 없었다. 일부러 대화를 들려준 것이라고 깨달은 한유나는 빙긋 미소지었다.


"당연하죠. 그런데 행동 실장님. 조금 정도의 정보는 주실 수 있는거죠?"

"물론이죠."


신속한 보도로 얻은 보상은 몬스터 게이트가 일어나는 현장에 들어갈 수 있는 권리였다.

협조하는 경찰과 비슷한 속도로 현장의 안전지대에 도착한 한유나는 특종을 잡았다고 좋아서 어쩔 줄 몰라했다.


"자, 들어가자!"

"선배 미쳤어요? 광검 에르츠한테 들었잖아요! 저기 들어갔다가 결계가 쳐지면 죽는다고요? 경찰들도 막고 있고요!"

"멍청아! 이런 기회가 흔히 오는 줄 알아? 좋은 영상을 찍어야 할 거 아냐!"


하지만 경찰들도 기자들을 예의주시하고 있었고 결국 바리케이트 앞에서 촬영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래도 다른 방송국보다 한 발 빨리 온 메리트가 있던 한유나는 상공에 펼쳐진 몬스터 게이트를 찍거나 물밀듯이 도망치는 시민들을 촬영했다.

경찰이나 막 빠져나온 시민을 인터뷰하여 자료를 모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지금 막 아이가 저 안에 있다고 울부짖는 여성을 찍은 한유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한 방이 부족해.'


하지만 이걸로는 뭔가 부족하다고 느낀 한유나.

그런 그녀에게 후배가 뭔가를 내밀었다.


"이게 뭔데?"

"시민이 제보한 건데요. 이 토끼탈. 어디서 보지 않았어요?"

"토끼탈?'


무슨 소리냐는 듯 후배가 내민 폰을 받아들고 동영상을 확인한다.

영상엔 토끼탈을 쓴 남자가 곧 몬스터 게이트가 열릴 거라며 시민들에게 대피하라고 호소하고 있었다.

시민들이 웃어넘기자 이윽고 폭력적인 행위로 위협까지 해댄다.


"어디서 봤다고? 어디였더라..."


한유나도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다. 잠시 후. 그녀는 손가락을 튕기며 외쳤다.


"격왕의 재판!"

"아아! 맞아! 그때였었죠!"

"격왕을 변호했던 의인이 이번엔 시민들을 대피시킨다...확실히 화제가 되겠네. 이것부터 보도하라고 해."

"넵! 그런데 말이죠."

"왜? 한시가 급한데."

"이 사람은 몬스터 게이트가 나타나는 걸 어찌 알았을까요?"

"그걸 우리가 어떻게 알아? 작가진이 알아서 생각하라고 하고 빨리 영상이나 보.."




그때였다.

저 멀리서 남자 한 명이 헐레벌떡 뛰어오는 갈 발견한 것은.

한유나는 문득 하늘 위를 올려다보았다.

투명했던 유리막이 보랏빛으로 물들어가며 스르르 실체화하고 있었다.


'결계라고 했지.'


지금 실체화되고 있는 속도를 보건대 저 남자 정도만이 아슬하게 이 결계를 빠져나갈 수 있으리라.

한유나는 내심 남자가 지쳐서 멈추기를 바랬다.

속절없이 갇힌 사람의 절박한 모습은 그림이 될 것이 분명하니까.

하지만 남자는 지쳐보였어도 달리기는 걸 멈출 기색은 없어 보였다.

내심 실망한 한유나가 말했다.


"그 영상 보내고 인터뷰 준비..."


그 때였다. 별안간 남자가 옆으로 빠지는 게 아닌가?

모두 의아하게 쳐다보는 가운데 남자가 다시 튀어나왔다.

아까와 다른점이 있다면 여자아이를 안아들고 있다는 점.

그리고 녹색의 괴물이 미친듯이 쫒아오고 있다는 점이었다.


"아아! 미진아!"


아까 울부짖었던 여성이 마주 달려가려는 것을 경찰들이 간신히 제지했다.

아무래도 저 여성의 아이인 것 같았다.


"야 찍어!"

"네?"

"아 씨. 비켜봐!"


카메라맨에게서 카메라를 빼앗은 한유나는 남자의 모습을 찍었다.

이거야말로 특종감이라고 중얼거리면서.



'아아...좀만 더 욕심을 부리자면...하느님!'


한유나가 무언가를 빈 그 순간.


타앙-!


별안간 하늘을 찢는 굉음이 들린다.


"초, 총?!"


후배가 비명을 지르듯 외쳤다.

어떻게 총을 가지고 있던 걸까? 하지만 지금 그건 중요치 않았다.

총은 빗나가고 커다란 소리는 오크를 더욱 흥분시켰을 뿐이다.

이대로면 따라잡힌다.


'아저씨, 당신이 누군지 몰라도요. 진짜 의인이라면 더 그림이 될만한 장면을 뽑아낼 수 있잖아요?'


한유나의 생각이 끝나기도 전.

남자는 아이를 내려놓더니 자신은 남았다.

무릎을 꿇고 자세를 잡은 남자가 총을 쏘았다.

발포. 한 발, 두 발. 그리고 세 발째가 되서야 오크가 쓰러졌다.

그와 거의 동시에 아슬하게 아이가 어머니의 품에 안겼고, 연보랏빛의 결계가 촤르르륵 내려오고 있었다.

남자는 뒤를 돌아보았지만 이미 늦었다.

그가 돌아봤을 때는 결계가 지상까지 닿기까지 2m도 남지 않았으니까.

이윽고 결계가, 닫혔다.



'...나이스으!!!!! 하느님! 감사합니다!'


후배가 보여준 영상은 확실히 쓸만했지만 다른 방송국도 이미 알고 보도할 것임에 분명했다. 그런 와중에 민간인이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아이를 구한 그림은 새로운 느낌이 들 것임이 분명했다.

그녀의 신은 비극적 장면을 연출해 준 것이다.

만족한 한유나는 카메라를 끄려고 했다. 이제 더 바라는 것이 있다면 저 남자가 결계 가까이 다가와 안절부절 못하는 안타까운 모습을 자세히 찍는 것 뿐 이었다.

그리고 그때였다.


콰릉! 콰르릉!


"마른 하늘에 웬 날벼락이 치고 난리야..."


남자를 멍하니 지켜보고 있던 후배의 말대로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벼락이 치고 있었다. 그러다가 한유나는 깨달았다.

이 번개가 몬스터 게이트에서 나오고 있다는 것을.

카메라를 끄려던 손이 멈췄다. 그건 직감이었다.

한유나가 다시 남자를 포착한 바로 그 순간, 천둥번개가 남자와 그다지 떨어지지 않은 곳에 내리쳤다.

번개는 부피를 늘려간다. 있을 수 없는 현상에 사람들이 멍하니 지켜보고 있는 와중에도 점점 거대해진 푸른 번개는 이내 검은색으로 바뀌었고, 번개가 아닌 다른 형태를 취했다.

거대한 말을 타고 있는 검은 갑주의 무언가.

얼핏 신성해보이기까지 한 그것이 등장하자 대지가 울렸다.

편안했던 공기가 찌릿찌릿하게 뒤바뀌었다.



"...몬스터다."


그것도 분명 매우 높은 등급의 몬스터!

하지만 지금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한유나에게 중요한 것은 남자의 행방!

그녀가 침을 꿀꺽 삼켰다.


"피해요!!"


결계가 쳐져 있다지만 저 몬스터가 부술 가능성도 있었기에 경찰이 비명을 지르듯 외쳤고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철수하기 시작했다.


"선배! 도망가요!"

"아! 닥쳐 봐! 지금 중요한 장면이니까!"


모두가 도망치는 가운데 한유나의 카메라는 남자를, 김범인을 계속해서 포착했다.










검은 마창의 레벨리온.

사람들이 나눈 몬스터의 계급 여섯 개 중 세 번째 순위에 위치한 제(帝)급 괴물.

세 번째라고 하니 별 거 아니라고 느껴질 수도 있는데, 몬스터들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인간들에게 피해를 제일 많이 주는 것이 저 녀석들이며 그 강함도 전투 계열 S급 초인 정도가 아니면 상대도 할 수 없을 만큼 강하다.

더군다나 레벨리온은 말이 제급이지 재(災)급에 가까운 괴물이었고 격왕에게 죽기 직전엔 실제로 재급으로 등급을 올릴지 말지 논의되었다고 한다.

역사에 기록될 정도로 네임드 몬스터란 거다.

그에 반해 지금 나는 모방 스킬 하나 변변하게 쓰지 못하는 상태다.

모방 스킬은 나와 친밀하거나 내가 그 사람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수록 위력이 올라가는데 그나마 나와 친근할 격왕이나 최혁, 진하씨는 이미 써먹었다.


'친밀함이라면 련하. 기술에 대해 잘 안다면 에르츠 대장이 있지만...'


어느쪽을 사용해도 상대가 되지 않을 것 같다. 그런 직감이 들었다.

나에게 관심이 없을 이 때. 빨리 도망치는 게 좋겠지.

라고 생각한 그 순간이었다.

스윽 몸을 조금 돌린 레벨리온.

투구에 뚫린 눈 부분에서 시퍼런 안광이 활활 타올랐다.

나도 모르게 멍하니 눈을 쳐다보는데 그 눈이 나를 직시했다.


...눈 마주쳤다.

신, 이 양반...아니 이 개...

어쩌지? 지금이라도 모방 스킬을 쓰고 필사적으로 튈까?

온갖 고민이 스쳐 지나가는 가운데, 레벨리온이 움직였다


"......!!"


나와는 반대 방향을 향해서.


쿵-. 쿵-.


대지를 울리며 걸어가는 레벨리온은 내게 조금의 관심도 없어 보였다.

나를 인식하지 못한 게 아니다.

제급 정도의 몬스터라면 크기는 엄청나더라도 나보다도 훨씬 작은, 이를테면 모기도 인식할 정도로 인식 범위가 넓은 녀석들이다.

나를 보았음에도 그냥 가는 이유. 동정심이 들어서? 몬스터가 그럴 리가!

그저 죽일 필요도 없었을 뿐이다. 벌레, 아니면 그 이하의 취급.


"......감사합니다 신님."


내가 전투광 캐릭터였다면 이럴 때, 하...하하. 나를 무시했단 말이지? 죽일 가치도 없다고? ......죽여주겠어. 하고 전의를 불태울테지만 쫄보인 나로선 그저 안심할 뿐이다. 기분이 나쁘고도 뭣도 없다. 애초에 내 상대가 아니니까.

아니, 근데 신한테 감사할 필요 없네? 이럴거면 왜 바로 내 옆에 등장시키고 난리야.

하지만 안심하기엔 이른 것 같았다.

몬스터 게이트에서 본격적으로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결계 근처에 진을 치다가 초인들이 와서 결계를 부수면 나갈까도 생각해봤지만, 저 정도 군세라면 숨기는 글렀다.

나는 재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지금 내가 가장 필수불가결한 것은, 무기의 존재니까.

탄포점...있으려나...





모든 것을 찍고 있던 한유나는 만족스러운 한숨을 내뱉으며 카메라를 내렸다.


"선배. 저 괴물 녀석 가버리네요...저 사람. 다행이에요."

"지금 당장 지금 찍은 거, 방송국에 가서 작가진에게 보여줘."

"네?"

"포장할 수 있을만큼 포장하라고 해. 아 그리고 마지막 저 강력한 몬스터가 나왔을 때를 기점으로 영상을 끊어버려, 생사가 궁금해지도록. 뭐 해? 빨리 안 움직여?!"


서슬퍼런 한유나의 말에 네! 대답한 후배가 카메라를 들고 헐레벌떡 움직였다.




"누군지 모르는 아저씨. 내가 스타로 만들어 줄게."


그러니까 다시 찍을 때까지 죽지 말라고, 한유나는 씨익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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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범죄조직 (5) +4 20.06.26 101 6 20쪽
41 범죄조직 (4) +2 20.06.25 131 6 16쪽
40 범죄조직 (3) +2 20.06.24 100 6 15쪽
39 범죄조직 (2) +8 20.06.23 107 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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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몬스터 게이트 (11) +2 20.06.19 125 7 18쪽
35 몬스터 게이트 (10) 20.06.18 129 8 15쪽
34 몬스터 게이트 (9) +2 20.06.17 133 7 16쪽
33 몬스터 게이트 (8) +4 20.06.16 141 12 20쪽
32 몬스터 게이트 (7) +4 20.06.15 150 9 16쪽
31 몬스터 게이트 (6) +4 20.06.14 152 7 15쪽
30 몬스터 게이트 (5) +2 20.06.13 164 8 20쪽
» 몬스터 게이트 (4) +6 20.06.12 165 8 12쪽
28 몬스터 게이트 (3) +5 20.06.11 166 9 21쪽
27 몬스터 게이트 (2) +2 20.06.10 187 8 15쪽
26 몬스터 게이트 (1) +4 20.06.09 202 12 12쪽
25 홍의 마녀 (12) 20.06.08 202 9 12쪽
24 홍의 마녀 (11) 20.06.07 203 10 21쪽
23 홍의 마녀 (10) 20.06.06 208 8 14쪽
22 홍의 마녀 (9) +2 20.06.05 195 8 13쪽
21 홍의 마녀 (8) +2 20.06.04 210 11 12쪽
20 홍의 마녀 (7) +2 20.06.03 207 10 18쪽
19 홍의 마녀 (6) +2 20.06.02 209 12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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