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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님의 서재입니다.

초인의 세상에서 범인이 할 수 있는 것.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ITE
작품등록일 :
2020.05.19 20:08
최근연재일 :
2020.06.30 21:27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9,678
추천수 :
485
글자수 :
343,503

작성
20.06.13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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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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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0쪽

몬스터 게이트 (5)

DUMMY

초인부의 회의실.

온 채널에서 몬스터 게이트에 대해 떠들어 댔다.

얼마 전과 달리 사망자가 다수 나올 것이라는 말이 돌아 분위기는 심각했다.



"그러니까 오빠가 저 안에 있다는 거잖아요?!"


쾅!


테이블을 세게 내려친 련하가 눈앞의 남자. 에르츠를 노려보았다.

옆에 서 있던 그의 대원들이 눈을 치켜떴지만 련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련하양. 심정은 이해합니다만..."

"아니. 모를걸요 실장님은. 그러니까 이렇게 태연히 계실 수 있는 거구요."


에르츠는 쓴웃음을 지었다.

어디서 듣고 왔는지는 몰라도 김범인이 몬스터 게이트의 출현에 대해 제보했으며 그 본인이 아직 저 안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 당장 출동하게 해 달라고 그를 찾아온 것이다.

결국 그는 몇 번이고 말했던 말을 다시 반복하는 수밖에 없었다.


"말씀 드렸지만, 상부에서 허가가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놈의 상부! 대체 왜 허가를 안 해주는 건데요? 이러는 와중에도 안에 갇힌 사람들은 죽어가는데?"


알게 된 지 며칠 지나지 않았지만 세간의 압도적인 기대와 평가에도 불구하고 오만한 모습 없이 의젓하고 겸손한 모습만 보여주던 련하였다.

그랬던 그녀가 막무가내로 나오자 누구도 말릴 수가 없었다. 옆에 서 있던 이천웅이 슬며시 말했다.


"저기 련하양...우리도 출동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그럼 출동하면 되잖아요?! 상부가 별 거에요?"

"그럼 별 거지. 우리 월급 챙겨주는 사람들인데."


작달만한 사내가 빈정거리듯 말했다.


"아니면 아가씨. 우리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이 있긴 한데 해볼 텐가?"

"그게 뭔데요?"



이천웅이 하지 말라는 듯 고개를 저었으나 심기가 뒤틀려 있던 사내는 씨익 웃고는 말했다.


"초인부를 그만두고 민간으로 움직이는 걸세. 뭐...그 경우 벌금은 무는 건 어쩔 수 없겠지만."

"......"



련하가 침묵했다. 사내는 제깟 게 어쩔 거냐는 듯 코로 웃었으나. 그건 잘못된 생각이었다.


"그거 좋은 방법이네요. 그럼 오늘부로 그만두겠습니다."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성큼성큼 걸어가는 련하.

처음엔 허세겠거니 하던 대원들도 점점 안절부절 못했다. 걸어가는 기세가 그냥 해 보는 말이 아닌 것 같았다.

얼마 전 드디어 초인부에도 SSS급 초인이 생겼다며 대대적으로 광고한 게 언젠데 이렇게 되면 곤란했다.



"아니 저 녀석이 진짜! 지가 SSS급 초인이면 다야!"



어느새 련하 앞을 가로막은 작달만한 사내가 으르렁거렸다.


"가만히 있어. 경고..."


쿠구구구.


말은 이어지지 않았다.

련하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압도적인 기세와 붉은 기운이 짓눌렸기 때문이다.


"......!!"


모두 할 말을 잃었다.

SSS급 판정을 받았다고는 하나 어디 까지나 잠재력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건 흡사 에르츠나 최혁같은 베테랑 초인들이 뿜어낼 법한 기세였다.


"막으실거면, 저도 실력 행사를 하겠어요."

"크윽..."


그 순간, 에르츠가 나섰다.


"이형."

"대장님..."

"고마운데, 지금은 가만히 있어."


빙긋 웃고 있었지만 그에게서 발출되는 기세가 범상치 않았기에 이형은 입을 꾹 다물었다. 련하를 달래기 위해 에르츠가 한 걸음 옮겼을 때였다.

방문을 연 초인부 소속의 남자가 다급하게 말했다.


"실장님. 지금 손님이 오셨습니다."

"손님...?"


누구냐고 물으려던 에르츠는 그만두었다.

이토록 정갈하게 갈무리된 기세, 그 중에서도 유독 거대한 힘은 한 사람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익숙하기도 한 기척이고 말이지.'


잠시 후. 입구에서 세 명의 인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에르츠는 허리를 90도로 숙였다.

초인을 좋아하는 에르츠라고는 하지만 행동 실장이 남들 눈 앞에서 보이기에는 과한 행동일 것이다.

하지만 눈앞의 남자에겐 전혀 과한 것이 아니었다.

에르츠는 존경심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서오십시오. 격왕."


격왕 이수희가 초인부에 나타난 것이다.

그는 초인부와 사이가 좋지 않아 협력을 요청하기 위해 초인부에서 그를 찾아갈 때에도 웬만하면 산하 제자들을 내보낼 정도였다.

그런 그가 본인쪽에서 초인부를 방문한 것도 모자라 직접 왕래한 것은 특이한 일이었다.


"무슨 일로 친히 오셨습니까? 말씀해주셨으면 차량을 보냈을 텐데."

"몬스터 게이트 때문에 찾아왔네."

"그렇군요. 규모가 규모이니만큼. 저희와 협력하여 신중히 사태를 해결하실 생각이신가 보군요."

"비슷하네."


격왕의 대답에 회의실에서 오오.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SSS급 초인의 합류는 그만큼 든든한 것이었다.

이형이 이때라는 듯 련하에게 말했다.


"봤지? 오랫동안 SSS급 초인으로 활동해 격왕도 함부로 경거망동 하지 않는데 이제 막 초인이 된 네가 그러면 쓰겠나?"

"저랑 무슨 상관이에요?"


련하는 표독스럽게 쏘아붙이더니 유진하를 바라보았다.



"언니. 도와달라니까 이게 다 뭐에요?"


진하는 말없이 어깨를 으쓱였다.

설마 격왕 일행을 련하가 불렀단 말인가? 모두 의아스럽게 격왕과 련하를 번갈아보는 가운데, 그걸 지켜보던 격왕이 조용히 말했다.


"상황은 어떻게 되었소?"

"그렇지 않아도 말씀드리려 했습니..."


하지만 이수희가 에르츠의 말을 가로막고는 말했다.


"왜 출동하지 않는 것이오?"

"......"


비난하는 듯한 말에 장내가 얼어붙었다.

격왕은 항상 이해심이 높았으며 허허 웃는 사람이었다. 이렇게 비난하듯 말한 것은 단연코 처음이었다.


"그건..."

"당신에게도 사전에 경고해준 남자가 있지 않았소?"


에르츠가 두 눈동자를 크게 떴다.

사전에 경고해 주었던 남자라면 단연 하나밖에 없었다. 게다가 당신에게도 라고?

설마 격왕이 김범인과 아는 사이란 말인가?



'그가 위기에 처해서 찾아온 건가...?'


드물디 드문 격왕의 초인부 방문이 일반인 한 명 때문에 이루어지다니. 에르츠는 살짝 어이가 없었다.

그리고 동시에 생각했다.


'이거, 안 좋은데...'


SSS급 초인이 한 명도 아니고 두 명 모두가 상부의 말을 무시하고 돌입할 기세다.

이대로 가다간, 이국수 국장과은 물론 정부와의 충돌은 필연일 것이다.



'아직 아니야...아직...'


이국수를 설득할까? 하지만 그 손익에 민감한 남자가 순순히 협조할까.



"...국장은 어디에 있소?"

".....!!"


격왕의 조용한, 그러나 떨리는 목소리를 듣고 에르츠는 자책했다. 사태를 너무 가볍게 보고 있었다.

격왕 이수희는 지금 크게 분노하고 있었다.

이국수 따위를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격왕님, 잠시 제 말 좀..."


그때, 누군가가 아앗 소리를 냈다.

분위기 파악도 못하는 머저리가 누구냐고 모두가 시선을 주목했다. 그는 바로 이천웅이었다.



"무슨 일이야? 천웅?"

"아, 아니 그게..."


이천웅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것은 TV였다.


"지금 상황에 뉴스가 뭐가 중요하다고...어?"


쏘아붙이던 련하도 움직임을 정지했다.

왜냐면, 지금 뉴스에 그녀가 그토록 찾던 사람이 나오고 있었으니까.



[몬스터 게이트로 국민들의 불안이 확산되는 가운데, 끔찍한 현장에도 의협심을 발휘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오빠?!"


바깥을 향해 달리는 김범인의 모습.


화면 속의 김범인은 결계 밖을 향해 달리다가 갑자기 골목길로 빠지더니 웬 어린 아이를 들고 뛰고 있었다. 리포터의 말은 이제 장식이었고 모두 영상에 집중했다.


뒤에서는 오크가 엄청난 속도로 쫒아오고 있었다.

결국 범인은 아이를 먼저 보내고 자신이 남아 오크를 상대했다. 어디서 났는지는 몰라도 총으로 오크를 사살한 그였으나 결계는 이미 닫힌 뒤였다.



"빨리 도망치라니까 저 때까지 대피나 돕고 앉아있었나..."


최혁이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 목소리엔 어쩔 수 없는 안타까움이 깃들어 있었다. 련하가 발작하려는 그 순간.

화면이 번쩍 빛나더니 그것이 나타났다.


검은 마창의 레벨리온.


크기가 웬만한 건물보다 훨씬 거대한 데다가 놈의 몸체 주위가 어마어마한 마력에 왜곡되어 일렁거렸다.

사람들의 본능. 공포심을 저절로 이끌어내는 무언가가 놈에겐 있었다.

모습부터 지금까지의 몬스터와는 급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녀석을 보며 장내의 사람들을 할 말을 잃었다.

더욱 기가 막히는 것은, 거기서 부터 영상이 끊겼다는 점이었다.


[몬스터 때문인지 영상은 여기서 끊겼습니다. 과연 이 의인이 어떻게 되었는지 걱정스럽기만 합니다. 초인부는 뭘 하고 있는 걸까요?]


련하는 말없이 방을 나가려 했다. 심지어는 격왕도 그녀의 뒤를 조용히 따라가려는 것 같았다. 평소라면 격왕을 말렸을 최혁마저 묵묵히 그의 등을 쫒았다.


"잠깐!"


에르츠가 외쳤다.


"왜 그러는가?"


인자한 목소리였지만 방해하면 어떻게 나올지 모를 위태함이 있었다. 하지만 에르츠는 빙긋 웃었다.

누군지 몰라도 저 영상으로 인해 윗선들의 발등에 등불이 떨어졌을 것이다.


'드디어, 안에 있던 사람들이 위기에 빠지는 장면이 나왔어.'


지금까진 거진 말로만 위험하다고 하지 실질적으로 어떻게 되어가는지 아무도 몰랐는데 처음으로 나온 영상에 거대한 위협이 나온 것이다.

이국수도 이걸 초인부와 자신의 명성을 드높일 기회로 여길 것이다.


"십 분만 기다려 주십시오. 그때가 지나도 상부와 담판을 짓지 못한다면 제 직위를 걸고 초인부의 인원을 동원하겠습니다."

"기다릴게요. 그 동안 초인부에 한 사람만 데려와도 되죠?"


련하의 말에 모두 그녀를 바라보았다.


"누구를?"

"지금 오빠의 동향을 파악하고 있을 유일한 사람이요."







그 시각.

김범인의 회사 동료들은 어떻게든 결계 밖으로 나와 초인부와 경찰측이 마련한 대피소에 집합해 있었다.


"그런데 범인씨가 안 보이지 않아...?"

"설마 갇혔다던가..."


모습이 보이지 않는 김범인을 걱정하는 가운데 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녀석이라면 우리들을 내버려두고 먼저 도망갔습니다."

"뭐라구요?"

"정말이야?"


여직원과 부장이 이야기를 꺼낸 남자에게 물었고 남자는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그럼 여기 어딘가에 있어야 하는데 안 보이잖아?"

"창피해서 우리 얼굴을 어떻게 보겠습니까? 몰래 도망갔을 겁니다."



그는 바로 김범인의 사수였다.



'빌어먹을 자식. 날 협박해? 네놈 말 따윈 누구도 믿지 않게 만들어 주지.'


이 참에 김범인의 평가를 하락시키고 그가 자신을 위협하지 못하도록, 그것까진 아니더라도 회사 생활이 힘들도록 하려는 사수에게 누군가가 소리쳤다.


"범인씬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아 시혁씨."


차시혁이 씩씩대며 사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시혁씨야 친하니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거죠."

"아니...범인씨는...!!"


시혁은 뭔가를 말하려다가 답답해 죽겠다는 듯 가슴을 쿵쿵 두드렸다.

그의 태도가 수상했던지라 직원들은 김범인을 의심하고 성토했다.


"범인 씨 그렇게 안 봤는데..."

"아니 말이나 좀 해주고 갔으면 얼마나 좋아?"

'흐흐흐. 좋아 좋아.'


계획대로 되어가고 있는 그 순간, 차시혁이 핸드폰이 울렸다.


"네...네...헉?! 격와...!!"


자신의 손으로 입을 틀어막은 시혁은 잠시 주위의 눈치를 보았다가 조그맣게 말했다.


"아, 아닙니다! 지금 당장 가야죠!"

"시혁씨. 김범인 찾으면 꼭 좀 여기로 오라고 해 주십쇼!"


시혁은 사수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달려가 버렸고 사수는 그를 비웃었다.


'병신 새끼가 뭐 바쁘다고. 쯧.'


그때였다.


"어?! 저기 좀 봐요!"


그때 여직원이 외치며 대피소 강당에 설치된 스크린을 가리켰다.

뉴스를 실시간으로 방송하고 있었는데 거기에 익숙한 얼굴이 나오고 있었다.


"범인 씨잖아!"

"뭐야. 탈출했다며?"


[놀랍게도 이 남성은 몬스터 게이트가 열리고 있음을 알고 있음에도 사람들의 대피를 돕고 있습니다. 심지어 아이를 구하려다 자신이 갇혔습니다...]


"뭐야? 진수 씨! 이야기가 다른데?"

"범인 씨 아직 저기에 있잖아?"


하지만 사수는 그들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김범인이 오크에게 쏘고 있는 권총에 눈이 못 박힌 것이다.



'왜, 왜 저 놈이...내...총을?!'


찾아봐도 안 보인다 싶었던 무기가 놈의 손에 넘어가 있었다.

사수는 벌벌 떨었다.


'아, 안 돼...!! 저것까지 들켰다가는 난 정말 끝장이야...!!'











탄포점. 없더라고.

그래서 울며 겨자먹기로 온 곳은 직장이었다.

나는 사수의 자리를 꼼꼼히 뒤지는 중이었다. 소음기는 발견했는데 탄약은 보이지 않는다.


'왜 이 녀석이 총을 갖고 있었는지는 몰라도 여분의 탄약도 비축하고 있었으면 좋겠구만.'


책상 위의 선반이나 필통들을 쓸어버리고 서랍들을 뒤졌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남은 것은 맨 아래 잠긴 서랍 뿐인데...

잠겨 있었지만 재질이 그리 좋지 못해서 몇 번 밀고 당기자 의외로 쉽게 열렸다.

하지만 서류밖에 없었고 총알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에이..."


김샜다.

사무실을 조심스럽게 나오며 좌우를 살핀다. 소형 몬스터들이 벌써 돌아다니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조용한 복도에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제야 안심하고 나온 나는 어디에 숨을까 생각했다.


'천장에 숨어 있을까...아니야. 열감지로 찾아내는 놈들도 있고...초인부의 느린 발을 생각하면 구조가 오려면 아무리 빨라도 몇 시간은 걸려. 민간 초인들은 어떠려나?'


이리저리 걷던 내 눈에 문득 사물함이 보였다. 맞다. 혹시 사물함에 숨겨두지 않았을까? 밑져야 본전이라고 생각한 나는 사수의 사물함을 찾았다. 자물쇠가 걸려 있었지만 경첩 부분을 당기면 그만이다.

...라고 생각했지만 내 힘은 약했다.


"쳇..."


하는 수 없이 총구를 겨누었다. 제발 탄환 낭비가 아니기를. 그리고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기를.


퓩! 콰앙!


큰 소리가 복도에 울리고, 작은 자물쇠는 여지 없이 파괴되어 있었다.

사물함 문을 연 나는 빙그레 웃었다.

빙고!

여분의 탄약이 상자째로 있는 게 아닌가.


'들고 갈 수 있을만큼만 들고 가자.'


전부 가져가봤자 움직임에 제약만 생길 뿐이다. 탄약을 챙긴 나는 이번엔 옥상으로 향했다. 지금 거리가 어떻게 되어있는지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옥상으로 올라간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여기저기서 피어오른 검은 연기들은 몬스터들이 약탈을 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위험한데...얼마 후면 여기까지 오겠어.'


혹시 비행형 몬스터가 있을까? 주위를 빙그르 둘러보았지만 아직까지 비행형 몬스터는 보이지 않았다.


"이봐요!"


목소리? 놀라서 돌아보니 옆 건물 옥상에 열 명쯤 되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이쪽으로 와요! 힘을 합칩시다!"


나는 그들의 면면을 살펴보았다.

직장인으로 보이는 양복쟁이들이 다수...산책을 나온듯한 아주머니와 사복 차림의 배불뚝이 아저씨. 그리고 금발 양아치와 그 여자친구로 추정되는 사람.

......음.

합류할 메리트가 없군.

차라리 혼자서 움직이는 게 훨씬 나을 것 같았다.

들리지 않는 척 건물 안으로 다시 들어가야겠다.


"여기엔 초인도 있어요!"


뭐? 초인?

멈칫하고 아저씨를 쳐다보았다. 눈이 마주쳤으니 이젠 못 봤다는 변명도 못 하겠지.

그런데 뭐지. 저 초록색 꼬물거리는 것들은...

...고블린이네?


"꺄악?!"

"이것들 뭐야!"


어느새 등장한 고블린들이 그들을 포위하고 있었다.

아마 저쪽 인구밀도가 높아서 발각당한 걸 테지만. 어쩌면 이 건물에도 침입했을지도 모르겠다.


'어쩐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간 뒤, 옆 건물로 이동해 엘리베이터를 탔다.


'초인이 있다니까 고블린들 쯤이야 정리했겠지.'



마음 편하게 먹고 옥상으로 올라가자.

그리고 문을 연 내가 본 것은 열 마리 정도의 고블린들이 휘두르는 칼에 히익거리며 물러서는 사람들이었다.


...아직 처리 못했어?

고블린인데?

아니, 그야 생각할 줄 알아서 무기를 들면 나름 강하긴 하지만 어린애 수준의 근력을 가졌는데? 숫자도 비슷한데? 초인 있다며?

그러던 와중 지팡이를 들고 있는 고블린 놈이 보였다. 그 앞에 대치하고 있는 까까머리의 남자. 딱 봐도 알겠다. 저 자가 초인이다.

그리도 대치하는 고블린은. 아마 샤먼이다. 고블린 중에서는 제법 성가신 놈이다.

하지만...샤먼이 섞여 있다고 해도 초인이 고블린을 해치우지 못해?

잠깐 생각한 나는 결론을 내렸다.

나는 우선 총을 들고 샤먼을 겨누었다. 그제야 나를 발견한 사람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더니 총을 보고 깜짝 놀랐다.


퓻.


"꺽!"


샤먼이 외마디 비명을 지르더니 털썩 쓰러졌다.

구심점을 잃은 녀석들이 순간 당황하며 샤먼을 쳐다보았다.


"이 때입니다! 후려쳐요!"


물론 일반인들이 말한다고 바로 움직일 수 있을리도 없어서 몸소 시범을 보였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놈에게 싸커킥을 날리자 볼품 없이 날아가 버렸다.


"에, 에잇!"


금발 양아치를 시작해서 남자들이 놈들을 걷어찼고 샤먼과 대치중이던 초인이 합류하자 상황은 금방 정리되었다.

숨을 몰아쉬는 사람들, 지금 그럴 때가 아닌데.


"칼 있는 사람 있어요?"

"어? 있긴 한데..."


금발 양아치가 말했다. 음...이렇게 말하긴 뭐 하지만 생긴대로 논다.


"그보다 아저씨. 그거 진짜 총이지? 어디서 구했어?"

"비밀입니다."


내 말에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얼굴을 일그러뜨리는 양아치. 니가 그렇게 눈뜨면 뭐 어쩔건데?

그때 초인이 내게 다가왔다.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요. 별 말씀을."

"갑자기 죄송하지만, 저희의 계획을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계획이요?"

"아마 지원이 오려면 하루는 걸릴 겁니다. 그때까지 버틸 자신은 없으시겠죠?"


아니...나름 자신 있는데.

하지만 겉으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근처에 값비싼 아이템을 수집하는 부호의 저택이 있습니다. 그곳에 결계를 해체할 수 있는 아이템이 있지요."

"그 말씀은?"

"아이템을 구해 결계 밖으로 빠져나갑시다."

"......"


결계를 부수는 아이템의 존재. 아티팩트 급일까? 이 시기에 그런 걸 수집하고 있는 사람이 다 있다니. 역시 사람은 다양하다.

그런데 말이다.

그런 작전을 세웠는데, 왜 여지껏 움직이지 않았을까?


"해서, 여자분들은 남고, 우리들이 움직여서 아이템을 빼오..."

"아니 그럴 필요가 뭐 있어?"


끼어든 것은 금발 양아치였다. 놈은 턱수염을 만지며 이죽거렸다.


"총 있는 사람이 갔다 오는 게 제일 낫지."

"마, 맞아! 우린 무기가 없다고!"


배불뚝이 아저씨가 동감하듯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사람들도 말은 안 했지만 동조하는 분위기였다.


"아니...이런 상황에 혼자 돌아다니면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내 말에 가만히 앉아있던 아줌마가 벌떡 일어났다.


"다수결로 정하죠! 저 사람이 다녀오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


놀랍게도 초인을 빼고 모두가 손을 들었다.


"이제 됐죠? 정해졌어요."


한 건 해결했다는 듯 보란듯한 표정인 아줌마.

......흐음.

이거 어쩔까.

말 듣는 척 하고 나가서 그대로 사라져도 되지만, 건져놨더니 보따리 내놓으라 이 말이지.

열 받네.


"...죄송합니다. 위치는 제가 알고 있으니, 저와 둘이서라도 행동해주실 수 없겠습니..."

"당신. 전투형 초인 아니죠?"

"......!!"

"내가 총 있는 거 알고 날 부른 거죠? 그럼 탐지계?"


초인의 입이 쩌억 벌어졌다.

그때 고개를 숙이고 있던 양아치의 여친이 째지는 목소리로 외쳤다.


"짜증나게 뭘 지껄여! 빨리 갔다오란 말이야 아저씨!"

"그래. 아니면 총 내놓던가."

"다수가 정했잖아요? 우린 갑이고. 당신은 을이에요."



아주머니. 개소리 잘 하시네요.

나는 천천히 일어섰다.

그러자 초인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나중에 반드시 보답하겠습니다."

"아니. 그럴 필요 없어."

"네?"


예의는 지금껏 충분히 지켰다.

나는 총을 꺼내고, 소음기를 제거했다.

그리고 발포.


타앙!!


고막을 찢는듯한 소리가 울려 퍼지고 바닥에 구멍이 뚫렸다. 양아치의 바로 옆 바닥에.


"어...어? 으아아!"


뒤늦게 사태 파악을 한 양아치가 엉덩방아를 찧었다.


"다, 당신 무슨 짓을!!"


항변하는 감지계열 초인을 보고 나는 히죽 웃었다.


"무슨 짓이긴. 주제 파악을 시켜주는 거지."


나는 히죽 웃었다.

자, 이제 누가 갑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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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몬스터 게이트 (10) 20.06.18 128 8 15쪽
34 몬스터 게이트 (9) +2 20.06.17 133 7 16쪽
33 몬스터 게이트 (8) +4 20.06.16 141 12 20쪽
32 몬스터 게이트 (7) +4 20.06.15 150 9 16쪽
31 몬스터 게이트 (6) +4 20.06.14 152 7 15쪽
» 몬스터 게이트 (5) +2 20.06.13 164 8 20쪽
29 몬스터 게이트 (4) +6 20.06.12 164 8 12쪽
28 몬스터 게이트 (3) +5 20.06.11 165 9 21쪽
27 몬스터 게이트 (2) +2 20.06.10 187 8 15쪽
26 몬스터 게이트 (1) +4 20.06.09 201 12 12쪽
25 홍의 마녀 (12) 20.06.08 202 9 12쪽
24 홍의 마녀 (11) 20.06.07 203 10 21쪽
23 홍의 마녀 (10) 20.06.06 208 8 14쪽
22 홍의 마녀 (9) +2 20.06.05 195 8 13쪽
21 홍의 마녀 (8) +2 20.06.04 209 11 12쪽
20 홍의 마녀 (7) +2 20.06.03 207 10 18쪽
19 홍의 마녀 (6) +2 20.06.02 209 12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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