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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룡 님의 서재입니다.

악인 사냥꾼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중룡
작품등록일 :
2024.05.08 11:00
최근연재일 :
2024.06.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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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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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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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위사륭과 두운경의 죽음

DUMMY

산적들은 숨을 쉴 수 없었다.

단 한 번도 수천 자루의 검에 둘러싸인 것 같은 가공할 살기와 접해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 석중광이 내뿜은 살기는 죽음의 공기,

산적들은 죽음과 마주 섰다고 생각했다.


“큭-큭-큭! 그래서 오늘 나는 너희들을 모두 죽일 것이다.”

“그..그냥 목을 빼고 죽지는 않겠소. 애들아! 무기를 뽑아라. 한번 죽지 두 번 죽냐?”

“맞소, 채주!”


채주가 대감도를 빼 들며 말하자 다른 산적들도 일제히 무기를 빼 들었다.


“그렇게 나와야 죽일 맛이 나지.”


말하는 석중광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위-이-이-잉!

석중광이 내공을 끌어올리자 공기가 진동했다.

팍-팍-팍!

그리고 산적들의 무기가 모두 터져버렸다.

털-썩!


“살려주십시오.”

“살려주십시오. 무신님!”


산적들이 모두 무릎을 꿇었다.

‘흠! 벌레 같은 놈들인데 굳이 죽일 필요는 없겠지? 차도살인지계! 이들을 내 칼로 써야겠어!’

마음을 바꾼 석중광은 채주 앞으로 갔다.


“산채에 술은 있나?”

“예, 무신님! 있습니다.”


벌떡 일어난 채주가 산적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모두 일어나 무신님을 산채로 모신다.”


석중광은 산적들을 따라 산채로 갔다.

채주는 석중광을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갔다.


“무신님! 지금 닭을 삶고 있으니 먼저 산채(山菜:산나물)에 드십시오.”

“앉아라!”


채주가 자신 앞에 앉자 석중광은 채주의 잔에 술을 따라주고 자신의 잔에 술을 따랐다.

값싼 화주 냄새가 실내에 가득 찼다.


“이곳도 녹림십팔채 소속인가?”

“예? 녹림십팔채라니요?”

“녹림십팔채 총채주 마등량을 몰라?”

“저는 마등량 총채주의 이름만 들어봤습니다.”


‘녹림십팔채 소속이 아니라면 내 칼로 써도 큰 뒤탈은 없겠어!’

석중광은 또다시 채주의 잔에 술을 따라주었다.

긴장한 채주는 눈알을 굴리며 석중광이 따라준 술을 마셨다.


“밖에 있는 여자들은 산중 호걸들의 아내인가?”

“산중 호걸들이란 호칭은 과분합니다만 우리 형제들의 내자가 맞습니다. 무신님! 술 따를 여인이 필요하다면 제가 얼른 마을로 내려가 여인 한 명을 납치 아니, 데리고 오겠습니다.”

“여인은 되었다.”


문이 열리고 산적의 가족으로 보이는 여자가 삶은 닭을 가지고 들어왔다.

구수한 냄새에 석중광은 침을 삼켰다.

여인은 닭을 먹기 좋은 크기로 찢은 뒤 석중광을 향해 허리를 숙인 뒤 밖으로 나갔다.


“자네 이름은 무엇인가?”

“원래 이름은 없었는데 산채의 형제들이 지어준 이름이 있습니다. 저는 왕일이라 합니다.”

“왕일?”

“예! 채주 중에서 첫 번째 왕이다, 라는 뜻을 가진 이름입니다.”

“그래 왕일! 태금리에 있는 만검문을 아나?”

“태금리의 만검문이라면 호떡 장사를 하는 위사륭을 말씀하십니까?”

“위사륭이 누군지 잘 모르겠고 성이 위씨라면 맞는 것 같군. 잘 아나?”

“위사륭 부부는 호떡 장사를 하기 위해 간혹 이곳 풍광재를 넘곤 합니다. 형제들에게 위사륭을 데리고 오라고 할까요?”


‘무지한 새끼가 누굴 데리고 온다는 거야? 데리고 오다가 염무상이라도 뒤에 붙으면 어떻게 하려고?’

염무상을 생각하자 목이 탔다.

석중광은 술병을 들고 술을 마셨다.


“왕일! 내가 시키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먼저 질문하지 마라.”

“아..알겠습니다. 무신님!”

“산채에 있는 형제들의 목숨과 위사륭의 목숨을 선택하라고 하면 누굴 선택하겠나?”

“예? 당연히 형제들의 목숨입니다.”

“그럼 위사륭 부부가 풍광재를 넘을 때 두 사람을 죽여라.”

“예? 무신님! 저희가 통행세를 받아 왔지만, 사람은 단 한 번도 죽여 본 적이 없습니다.”

“큭-큭! 형제들 목숨보다 위사륭의 목숨을 선택했다고 생각하면 되겠나?”

“아..아닙니다. 위사륭 부부를 죽이겠습니다.”

“그래! 그래야지. 지금 내가 한 말은 산채 형제들을 포함해 그 어떤 사람도 몰라야 한다.”

“그..그렇게 하겠습니다.”

“내가 지켜보겠다. 산채 식구들을 데리고 도망가거나 위사륭 부부가 멀리 도망가게 하면 그때도 모두 죽는다.”

“예, 예! 반드시 그들 부부를 죽이겠습니다.”

“그래! 최소한의 인원을 동원해 은밀하게 죽여야 한다. 그리고 네 부인에게 잘 먹었다고 전해 줘라.”


채주의 집을 나온 석중광은 마차를 끌고 산채를 나왔다.

왕일은 허리를 숙인 채 석중광이 떠나는 것을 지켜보았다.

‘아! 내가 전생을 무슨 죄를 지어서 저런 악마 놈이 우리 산채로 오게 했을까? 혹시 마교의 천마가 아닐까?’

천마가 떠오른 왕일은 얼른 산채 밖으로 나갔다.

석중광이 어디쯤 가는지 확인하려는 것이었다.


“어-어-어?”


털-썩!

마차를 모는 석중광의 모습을 본 왕일은 주저앉고 말았다.

마차는 길이 아닌 허공을 날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으-으! 위사륭 부부를 죽이는 수밖에 없어!’

자리에서 일어난 왕일이 산채로 들어가자 나뭇가지가 흔들거리며 한 사람이 나타났다.

바로 맹호대주 곽경승이었다.

‘내 기척을 눈치챌까 봐 가까이 가지 못했는데 맹주님은 산적과 무슨 거래를 했을까?’

종이에 서신을 쓴 곽경승은 품에서 전서구를 꺼내 하늘 높이 전서구를 날렸다.


섬서성 장안의 무림맹,

총관 황보숭은 매일매일 도착하는 곽경승의 서신에 연이어 경악했다.

‘석중광 맹주의 증조부이자 전 전대의 맹주였던 석지백 맹주! 병사했다고 알려졌지만, 우리 총관들만 볼 수 있는 총관비서(摠管秘書)를 보면 실제로는 사이한 무공을 익히다 주화입마에 걸려 자살한 것이다. 석지백 맹주의 증손자인 맹주님에게도 주화입마가 온 것일까?’

황보숭이 곽경승의 서신을 보고 석중광의 노망을 의심하는 내용이다.


-맹주님은 누군가를 보고 공포를 느낌, 개처럼 엎드려 뒷걸음치다가 어느 지점부터

내공을 사용하여 도주함.


‘맹주님이 공포심을 느꼈다? 그 누가 있어 맹주님께 공포심을 주었을까? 혹시 천마 염무상을 본 것일까? 아니다, 평소 의협심과 호승심이 강한 맹주님의 성격상 뒷걸음치기는커녕 오히려 검을 뽑아 천마를 죽이려고 했을 것이다.’

석중광이 살아왔던 가식적인 삶은 황보숭의 의심을 강하게 눌러버렸다.

다음날 곽경승이 보낸 서신을 본 황보숭은 석중광을 향한 자신의 의심을 유지하기로 했다.

‘맹주님의 기행을 어떻게 받아 드려야 할까? 산적들과 거래를 하다니? 아무래도 곽대주가 착각한 듯하니 이 부분은 기록에서 빼야겠어! 아니다. 훗날 맹주님께 확인을 한 후에 지워도 되니 내가 먼저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우리 황보세가의 제자들에게 공명정대함을 외쳤던 내가 아닌가?’

황보숭은 총관부의 가장 깊숙한 곳, 무림맹의 총관들만 드나들 수 있는 비밀 공간에 곽경승의 서신과 함께 자신이 판단하여 쓴 총관비서(摠管秘書)를 넣고 문을 잠갔다.


****


“겸아! 오늘은 산 너머 형주 시전으로 장사를 하러 가야 하니 저녁밥은 알아서 챙겨 먹어.”


장사 갈 준비를 마친 두운경이 준하에게 말했다.

위사륭과 두운경이 호떡 장사를 한 지 육 년이 지났다.


“엄마! 돈도 많이 벌었는데 호떡 장사는 그만둬도 되지 않아요?”

“놀면 뭐해? 아빠는 너에게 온전한 만검문을 물려주려면 돈을 더 벌어야 한다고 난리야,”

“온전한 만검문이라니요?”

“무공이 있는 만검문 말이야, 그래서 엄마, 아빠는 비급 살 돈을 버는 중이야.”

“그럴게요.”

“그리고 내일은 할아버지의 기일이니 오후가 되면 빨리 집으로 와야 한다.”

“예! 다녀오세요.”


준하가 태금산으로 가는 것을 본 위사륭과 두운경은 우마차를 끌고 만검문을 나섰다.


“겸이 엄마! 앞으로 몇 년만 더 고생하면 절세 무공은 아니더라도 우리 겸이를 구파일방의 속가 제자로 보낼 수 있는 돈을 마련하니 조금만 더 고생합시다.”

“예! 저는 이걸 고생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썩은 음식을 먹었던 때가 불과 몇 년 전인데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세가주의 부인 같은 삶을 살고 있잖아요. 이게 다 겸이 덕분이에요.”

“맞소! 우리 부부는 겸이로 인해 작은 가게도 마련하고 이렇게 끼니 걱정하지 않고 잘 먹고 잘살고 있잖소?”


두 부부는 준하를 화제로 이야기하며 형주로 가는 풍광재를 오르고 있었다.


그때 대바구니에 흙을 퍼 담은 준하는 바구니를 들었다.

‘엄마, 아빠다!’

멀리 우마차를 끌고 풍광재를 오르는 두 사람이 보였다.

‘이제껏 모은 사금을 팔아 작은 객잔이라도 살까? 그건 아빠가 허락하지 않을 거야!

하긴 검의 명가인 만검문의 후손이 객잔을 운영한다는 것이 가당키나 하는 일이야?’

준하는 묘주광의 내공을 받아 드린 뒤 몇 달이 지나자 아이들에게 일을 시키지 않고 직접하고 있었다.

내공을 사용하면 별로 힘들지도 않았고 또 진기의 운용을 익숙하게 자유자재로 할 수 있었기에 따지고 보면 일거양득이었다.

‘풍광재의 산적들 같은데 서로 아는 사이인가?’

멀리 보이는 위사륭과 두운경은 산적들과 인사를 하는 듯했다.

‘부지런히 일해서 빨리 비급 살 금자를 벌자.’

몸을 돌린 준하는 채집기에 흙을 부었다.

위사륭은 오늘따라 딱딱하게 굳은 왕일의 얼굴을 보고 구리 돈 한 푼을 더 손에 쥐었다.


“왕일 채주님! 여기 통행세 있습니다.”

“산채를 위해 잘 쓰겠소. 오늘은 한 푼이 더 많은 것 같소?”

“예!”


왕일에게 구리 돈 열 푼을 준 위사륭은 소의 고삐를 잡았다.

퍽!

왕일의 도끼가 위사륭의 머리에 박혔다.


“아악! 겸이 아빠!”


푹-푹!

쓰러지는 위사륭을 보며 비명을 지르는 두운경의 몸에 녹슨 철검이 박혔다.


“미리 파 놓은 구덩이로 옮기자.”

“예, 형님!”


왕일이 오늘 위사륭 부부를 죽이기 위해 은밀하게 데리고 온 사람은 산채의 부채주인 동팔이었다.

왕일과 동팔은 위사륭과 두운경의 다리를 붙잡고 숲속으로 질질 끌고 가 미리 파놓은 구덩이로 근처로 갔다.

‘내 아들 겸아!’

‘겸아! 미안해!’

두 부부는 눈물이 가득 고인 눈으로 준하가 있는 태금산 쪽을 바라보며 죽어가고 있었다.


“구덩이의 흔적이 남지 않도록 마무리는 네가 해라.”

“예, 채주님!”


왕일은 동팔에게 말한 뒤 얼른 구덩이를 떠났다.

태금 계곡,

점심때가 되자 준하는 보자기에 싼 밥을 꺼냈다.

‘나물만 들어간 주먹밥이지만 너무 맛있다!’

배가 고픈 준하는 주먹밥을 대충 씹고 삼켰다.

‘오후에는 내공을 뻗어 사금이 있는 곳을 찾아볼까?’

순식간에 점심을 먹은 준하는 눈을 감고 가부좌를 틀었다.

‘아! 금(金)의 기운이 느껴진다. 이게 진짜 금의 기운이라면 나는 일 년 안에 왕대박을 꼭 친다.’

준하는 금의 기운이 느껴지는 곳의 흙을 퍼 담아 채집기에 쏟았다.

정신없이 흙을 퍼 담아 쏟고 나니 오후가 되었다.

‘얼마나 나올까?’

준하는 마포에 쌓인 흙을 패닝 접시에 쏟았다.

‘와! 최소 두 돈(7.5g)이다. 오늘은 금을 많이 채집했으니 형주서점에 가서 밥이나 얻어먹어야겠어.’

준하는 묵직해진 가죽 주머니를 품속에 넣고 만검문으로 향했다.

형주 포목점의 문을 절반 정도 연 장춘은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누굴 기다리는 게냐?”


무료한 표정의 염무상이 가게로 들어오면서 물었다.


“예, 나리! 요즘 대룡회 왈패들이 보호비를 받으러 오지 않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놈들은 이제 오지 않을 것이다.”

“나리께서 없애 버렸습니까?”

“쯧-쯧-쯧! 천하의 천마가 할 짓이 없어서 시골 논두렁 왈패들의 생업에 손을 댔겠냐?”

“그럼 왈패들이 오지 않을 것을 어떻게 알고 있습니까?”

“아마 겸이 때문에 오지 않는 것이다.”

“아! 위작가가 왈패들을 주제로 하여 소설을 쓰기로 하고 우리 가게에서는 보호비를 받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습니까?”

“야, 인마 장춘! ‘천년 마인’의 주인공이 누군지 알지?”


장춘의 질문에 염무상의 표정이 일그러지며 되물었다.


“예, 나리!”

“그럼 왈패들과 나는 같은 주인공이니 동격이겠네?”

“.....,”

“이 새끼! 누가 너더러 건방진 질문을 하라고 했어? 본산으로 보내줄까?”


철-퍼-덕!

빌어야 산다고 생각한 장춘은 포목점 바닥으로 몸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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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46. 흑묘의 심사관이 되다 24.05.29 47 0 12쪽
45 45. 냉여은 2 24.05.29 47 0 12쪽
44 44. 사황 마영적 4 24.05.28 46 0 12쪽
43 43. 사황 마영적 3 24.05.28 48 0 12쪽
42 42. 사황 마영적 2 24.05.27 48 0 12쪽
41 41. 사황 마영적 24.05.27 48 0 12쪽
40 40. 성화 24.05.26 55 0 12쪽
39 39. 원나라 만호장 요탄양 24.05.26 64 0 12쪽
38 38. 다람쥐가 도토리를 숨기듯 24.05.25 57 0 12쪽
37 37. 황제 놀이 24.05.25 56 0 12쪽
36 36. 장강수로채 채주 당사도 24.05.24 64 0 12쪽
35 35. 대륙상단의 소상단주 24.05.24 63 0 12쪽
34 34. 상행 2 24.05.23 60 0 12쪽
33 33. 상행 24.05.23 68 0 11쪽
32 32. 쟁자수에 지원하다 24.05.22 69 0 11쪽
31 31. 대륙상단주 장돈 24.05.22 77 0 12쪽
30 30. 첫 번째 청부 24.05.21 76 0 12쪽
29 29. 지도 받다 24.05.21 78 0 12쪽
28 28. 마교 소교주 24.05.20 78 0 12쪽
27 27. 반전 24.05.20 84 0 12쪽
26 26. 응수 24.05.19 92 1 12쪽
25 25. 반역의 서막 24.05.19 95 0 13쪽
24 24. 어딜가도 있는 놈 24.05.18 99 0 12쪽
23 23. 살수 위준하 24.05.18 95 0 12쪽
22 22. 냉여은 24.05.17 97 0 12쪽
21 21. 살수 훈련 24.05.17 101 0 12쪽
20 20. 적랑대주 24.05.16 105 0 12쪽
19 19. 살수조직 흑묘 +2 24.05.16 115 1 12쪽
18 18. 복수 24.05.15 11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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