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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룡 님의 서재입니다.

악인 사냥꾼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중룡
작품등록일 :
2024.05.08 11:00
최근연재일 :
2024.06.30 06:00
연재수 :
106 회
조회수 :
7,735
추천수 :
23
글자수 :
566,324

작성
24.05.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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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3. 상행

DUMMY

그걸 본 다른 쟁자수들의 눈빛이 변하자 준하는 서둘러 짐을 실었다.


“이보게, 내가 사다리에 있을 테니 나에게 짐을 주게,”


수레의 짐이 높아지자 쟁자수 중 나이가 많은 노인이 준하에게 말했다.


“어르신! 사다리가 넘어져 다칠지 모르니 그냥 계십시오. 제가 알아서 쌓을게요.”

“그래? 그럼 그렇게 해보게. 내 이름은 정기라고 하는데 자네 이름은 뭔가”

“위준하입니다.”


준하와 인사를 마친 노인이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사다리를 치우자 준하는 마차 위로 짐을 던졌다.

착-착!

준하가 던진 짐은 마치 사람이 마차 위로 올라가 쌓듯 차곡차곡 쌓였다.


“와-아! 힘이 대단해!”

“호리호리한 몸에서 저런 힘이 나오다니 정말 놀랍네!”


노인은 물론 모든 쟁자수는 준하의 짐 쌓는 것을 구경했다.

준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짐 쌓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식당으로 들어가던 보표들도 준하의 짐 쌓는 것을 구경하다가 들어갔다.

식당 문이 열리고 우면적이 나와 준하의 짐 쌓는 것을 보더니 준하에게 다가왔다.


“자네 이름이 뭐야?”

“위준하입니다.”

“나는 대륙상단의 행수 중 막내 행수다. 그래서 내가 이끄는 상행에는 아직 수석 쟁자수가 없는데 오늘부터 자네를 수석 쟁자수에 임명할 테니 열심히 해주게.”

“감사합니다, 행수님!”

“서기에게 말해 방도 독방으로 배정해 주겠네.”


우면적이 다시 식당으로 들어갔다.


“위준하! 너 이 자식, 쉬엄쉬엄하다가 갑자기 열심히 한 계획이 다 있었구나!”


분노한 얼굴의 양한징이 준하를 노려보며 말했다.

아침을 먹고 나자 상행이 시작되었다.

수레를 따라가는 쟁자수들이 하는 일은 수레가 고개를 올라가거나 고개를 내려갈 때 수레를 밀거나 당기는 일이었다.

그리고 간혹 고르지 못한 관도에 수레바퀴가 빠지면 바퀴를 빼내는 일도 했다.

준하는 선두에 서서 수레를 따라갔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고 간다.”


우면적의 말에 선두에 선 마차부터 멈춰섰다.

마차들이 전부 멈추자 쟁자수 한 명이 쟁자수들에게 주먹밥을 나눠주었다.


“몸이 녹초가 되도록 힘을 썼는데 고작 주먹밥이 뭐야?”


양한징의 불평이 시작되자 쟁자수들은 양한징과 떨어져 앉았다.


“준하야! 같이 먹을까?”


양한징은 입을 삐죽거리며 준하에게 다가왔다.


“예, 형님! 앉으세요.”


준하 곁에 앉은 양한징이 준하의 주먹밥을 유심히 보았다.


“왜요?”

“나는 네가 수석 쟁자수라 내 주먹밥과 다른지 본 것이다.”


밥을 먹고 나자 마차가 출발했다.


“어르신! 저녁밥은 어디서 먹습니까?”


준하는 자신의 뒤를 따라오는 정기에게 물었다.


“제일 뒤에 오는 마차에 식량이 실려있네, 이따 식사 때가 되면 우리 쟁자수들은 상단 전체가 먹을 밥도 준비해야 한다네.”

“예!”


대륙상단의 상행은 노숙과 취사의 연속이었다.

늦은 오후가 되어 객잔이 있는 큰 마을 근처에 도착해도 객잔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마차는 호북성을 지나 호남성에 도착했다.

무더운 날씨로 인해 공기는 습했고 잠을 자려고 하면 각종 곤충이 날아들었다.

그러나 쟁자수들이 곤충보다 더 기피 하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쉼 없이 놀리는 양한징의 입이었다.

‘우면적이 아니었다면 내 고막은 양한징의 입으로 인해 찢어지고 남았을 것이야!’

며칠 전,

평소처럼 양한징은 식사준비를 하는 준하의 곁으로 와서 쉼 없이 주절거렸다.

우면적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야! 누가 수석 쟁자수에게 반말하라고 했어? 아무리 형제 같은 사이라 해도 상행 중에는 반말하지 마, 알았어?”


양한징의 목소리가 커져서 우면적의 귀에 들린 모양이었다.


“예!”

“한 번만 더 반말하다 걸리면 그때는 집으로 가야 할 거야.”


우면적의 호통에 양한징이 허리를 숙여 보이고 쟁자수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가버렸다.

우면적의 호통으로 인해 주위가 조용해지자 준하는 길을 걸으며 머릿속으로는 가상의 상대와 생사 투를 벌였다.

뿌-우-우!

준하의 생사 투가 절정으로 다다르는 순간 각적(뿔피리) 소리가 들렸다.


“녹림이다. 보표들은 앞으로 나서라.”


맨 앞으로 나가 손을 든 우면적이 외쳤다.

뒤에서 따라오던 보표들이 앞으로 나왔다.

앞으로 나온 엄광조가 준하를 향해 손을 들어 보였다.


“우-해-해-해! 대륙상단의 상단주 장돈이 내 생일이 되면 큰 선물을 보낸다고 하더니 드디어 도착했군! 마차는 이곳에 두고 모두 돌아가라. 돌아가면 장돈에게 내가 고마워하더라고 전하고,”


산적들 틈에서 대감도를 든 산적이 나와 말했다.


“무슨 헛소리요? 나는 대륙상단의 행수 우면적이오. 통행세를 낼 테니 그만 비켜주시오.”

“어린놈이 죽고 싶은 모양이구나?”


붕-붕!

산적이 대감도를 돌리자 공기 가르는 소리가 메아리쳤다.

‘최소 삼십 년의 내공을 가진 무인이다.’

준하는 마차에 끼워져있는 철봉을 뺐다.

철봉은 마차 바퀴가 구덩이에 빠지면 지렛대 원리를 이용하여 마차의 바퀴를 뺄 때 사용하던 것이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엄광조의 부상은 막아줘야겠어!’

준하는 아무도 모르게 철봉에 내공을 주입했다.

챙!


“보표들은 전열을 정비해라!”


우면적이 검을 뽑았다.

‘내공의 흔적이 느껴지더니 역시 무인이었구나!’

준하는 철봉에 주입한 내공을 회수했다.


“쏴-라!”


슉-슉-슉!

산적들이 상단을 향해 화살을 날렸다.

앞에선 보표들이 검을 휘둘러 화살을 쳐냈다.

그러나 모든 화살을 다 쳐낼 수는 없었다.

철봉에 내공을 주입한 준하는 철봉을 돌렸다.

탁-탁!

보표들 사이로 날아온 화살은 준하가 돌린 철봉에 맞고 튕겨 멀리 날아갔다.

잠깐의 소강상태가 되자 준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노인 정기를 비롯해 다른 쟁자수들은 마차 밑으로 들어가 엎드리고 있었다.


“돌격!”

“와-아 죽여라!”


산적 두목이 외치자 무기를 빼든 산적들이 소리를 지르며 보표들에게 달려들었다.

몇 걸음 뒤로 물러난 준하의 눈은 엄광조를 향했다.

‘엄광조가 위험에 빠지면 이거라도 던져야겠어!’

준하는 돌멩이 몇 개를 들었다.

캉-캉-캉!

산적들의 무기와 대륙상단 보표들이 들고 있는 검이 부딪치자 불꽃이 튀었다.

‘틀렸어!’

싸움이 일상인 산적들과 달리 통행세를 주고 싸움을 피해 온 대륙상단의 보표들은 싸움에 임하는 자세부터가 달랐다.

애당초 한쪽은 죽고 사는 생계가 달렸고 한쪽은 지면 물러나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와-아!

준하가 잠깐 생각하는 동안 뒤쪽에서 함성이 들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산적들이었다.

‘포위된 상태다. 일각만 지나면 모두 전멸이야!’

휙-퍽 휙-퍽!

준하의 손에 들린 돌멩이는 준하의 손을 떠나 산적들의 급소를 맞췄다.

산길 바닥에는 돌멩이가 널리고 널렸다.

휙-퍽 휙-퍽!

약간의 내공이 실린 돌멩이는 어김없이 산적들을 쓰러뜨렸다.

준하의 돌멩이로 인해 전방의 산적들은 몇 명 남지 않았다.


“준하야! 내가 돌멩이를 주워줄게.”


뒤쪽에 숨어있던 양한징은 전방의 산적들이 뒤쪽의 산적들보다 훨씬 더 적게 남자 얼른 앞으로 와서 준하 옆에 섰다.


“준하야! 여기 많이 있다.”


허리 숙이는 시간도 아깝다고 생각한 준하는 양한징의 손에서 돌멩이를 받아 바로 던졌다.


“형님! 몇 명 남지 않았으니 우리 뒤로 가요.”


전면에는 서너 명의 산적들 밖에 남았다.


“그냥 다 죽이고 전진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양한징이 돌멩이를 내밀며 물었다.


“저기 보표들이 밀리고 있어요.”

“그럼 나는 여기서 저놈들을 다 죽이고 뒤로 갈게.”


양한징은 뒤쪽을 확인조차 하지 않고 말했다.

‘가자고 한 내가 잘못이다.’

준하는 뒤로 갔다.

‘싸우는 척이라도 해야겠다. 무거우니 우선 이것부터 던지자.’

양한징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돌멩이 중에서 제일 큰 것을 전방을 향해 던졌다.

양한징의 손을 떠난 큰 돌멩이는 완만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갔다.


“죽-어-랏!”


전방에 혼자남은 산적 두목이 대감도를 휘둘렀다.

산적 두목의 대감도는 검을 놓친 우면적의 정수리를 향하고 있었다.

‘죽었다!’

우면적은 눈을 감고 말았다.

퍽-쿵!

둔탁한 소리에 우면적은 살며시 눈을 떴다.

매주 덩이 크기의 돌멩이를 맞은 산적이 입에서 피거품을 뿜고 있었다.


“헉! 누가?”


우면적이 뒤를 돌아보니 돌멩이를 안고 있는 양한징이 또 다른 돌멩이를 던지려고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허허허! 지금 보니 숨은 고수셨구려?”


양한징이 자신의 생명의 은인이라고 생각한 우면적은 양한징에게 달려와 말했다.


“나는 숨은 고수가 아니라 은거고수라고 볼 수 있지요.”


양한징이 거들먹거리며 대답했다.


“맞소이다. 은거고수!”


평소 같으면 양한징을 상단에서 내쫓았을 것이지만 오늘은 사정이 달랐다.

양한징은 바로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다.

아니, 상단 전체의 목숨과 물품을 지켜준 것이다.


“오! 이깟 돌멩이로 저 많은 산적을 쓰러뜨리다니 진정한 고수시오.”

“하하! 뭐 그렇지요.”


양한징은 대답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뒤쪽에 있던 산적들도 모두 쓰러져 있었다.

‘준하가 입만 다물면 바로 보표가 될 텐데.’

다행히 준하는 산적들의 무기를 수거하고 있었다.


“청이 있는데 들어주시겠소?”

“부 행수가 되라는 말만 아니면 다 들어드리겠습니다.”

“그럼 안심하고 말하겠소. 오늘부터 보표가 돼주시오.”

“제 일신의 절륜한 무공을 들켜버렸으니 청을 들어드리겠습니다.”


우면적이 흙투성이인 양한징의 손을 잡았다.


“정말 고맙소.”

“별말씀을요? 견마지로를 다하겠습니다.”


양한징은 우면적을 향해 포권을 해 보였다.

마차 밑에서 숨어있던 쟁자수들이 모두 나와 두 사람의 대화를 듣다가 표정들이 변했다.


“양보표님! 감축드립니다.”

“축하드립니다, 보표님!”


평소 양한징이 입을 열면 피해 다니던 쟁자수들이었다.

‘소가 뒷걸음치다가 쥐를 잡았는데 앞으로 얼마나 거들먹거리며 쟁자수들을 복날 개 잡듯 잡을까?’

뒤쪽으로 갔던 준하는 양한징과 엄광조의 안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돌멩이를 던지며 앞쪽을 한 번씩 보고 있었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길을 막고 있는 시신을 모두 치워라.”


마차 위로 올라간 우면적이 큰 소리로 말하자 보표와 쟁자수들은 길을 막고 있는 시신을 숲속으로 던졌다.

‘그냥 놔두면 어차피 죽는다.’

준하는 길 가운데 누워있는 산적 두목을 한쪽으로 옮겼다.


“크-헉!”


산적 두목이 낮은 신음을 내며 축 늘어졌다.

‘산삼이라도 먹었나?’

준하는 좌측 장심을 산적 두목의 기해혈에 밀착하여 내공을 뽑아냈다.


“자, 출발!”

“행수님! 떠벌이 아니, 신임 보표가 안 보입니다.”


쟁자수 한 명이 우면적에게 말했다.


“빨리 찾아라.”

“제가 찾아오겠습니다.”


준하는 조금 전 양한징이 들어갔던 숲속으로 들어갔다.


“형님! 뭐해요?”

“으-헉! 인기척이라도 해라. 놀랐잖아!”


양한징은 산적들의 몸에서 돈을 훔치고 있었다.


“준하야! 이따 사람들이 보지 않을 때 나눠줄 테니 못 본 척해라.”


말하는 양한징의 가슴이 불룩했다.

준하는 양한징의 가슴을 유심히 보았다.

미처 가슴 깊숙이 넣지 못한 전표 뭉치가 삐죽 나와 있었다.

‘양한징처럼 뒷주머니를 찬 산적들이 많았었나?’

허리를 숙이고 있던 양한징이 몸을 세웠다.


“그만 나가자.”


양한징이 말하자 준하는 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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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47. 훈계 24.05.30 44 0 11쪽
46 46. 흑묘의 심사관이 되다 24.05.29 47 0 12쪽
45 45. 냉여은 2 24.05.29 48 0 12쪽
44 44. 사황 마영적 4 24.05.28 47 0 12쪽
43 43. 사황 마영적 3 24.05.28 49 0 12쪽
42 42. 사황 마영적 2 24.05.27 49 0 12쪽
41 41. 사황 마영적 24.05.27 48 0 12쪽
40 40. 성화 24.05.26 56 0 12쪽
39 39. 원나라 만호장 요탄양 24.05.26 64 0 12쪽
38 38. 다람쥐가 도토리를 숨기듯 24.05.25 57 0 12쪽
37 37. 황제 놀이 24.05.25 56 0 12쪽
36 36. 장강수로채 채주 당사도 24.05.24 64 0 12쪽
35 35. 대륙상단의 소상단주 24.05.24 64 0 12쪽
34 34. 상행 2 24.05.23 60 0 12쪽
» 33. 상행 24.05.23 69 0 11쪽
32 32. 쟁자수에 지원하다 24.05.22 69 0 11쪽
31 31. 대륙상단주 장돈 24.05.22 77 0 12쪽
30 30. 첫 번째 청부 24.05.21 76 0 12쪽
29 29. 지도 받다 24.05.21 79 0 12쪽
28 28. 마교 소교주 24.05.20 79 0 12쪽
27 27. 반전 24.05.20 84 0 12쪽
26 26. 응수 24.05.19 92 1 12쪽
25 25. 반역의 서막 24.05.19 95 0 13쪽
24 24. 어딜가도 있는 놈 24.05.18 99 0 12쪽
23 23. 살수 위준하 24.05.18 96 0 12쪽
22 22. 냉여은 24.05.17 97 0 12쪽
21 21. 살수 훈련 24.05.17 101 0 12쪽
20 20. 적랑대주 24.05.16 105 0 12쪽
19 19. 살수조직 흑묘 +2 24.05.16 115 1 12쪽
18 18. 복수 24.05.15 11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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