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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룡 님의 서재입니다.

악인 사냥꾼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중룡
작품등록일 :
2024.05.08 11:00
최근연재일 :
2024.07.02 06:00
연재수 :
10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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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7,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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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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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47. 훈계

DUMMY

며칠이 지나자 남창상단은 나건천의 개인 금고가 되고 말았다.


“내 딸아이의 시아버지는 죽이지 말고 다시는 우리 상단에 손을 내밀지 않도록만 해주십시오.”

“검토해 보고 다시 연락하겠습니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준하의 말에 장흠이 돌아갔다.

‘살수에게 죽이지는 말고 혼을 내 달라? 외면하자니 건실한 상단이 망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고 심사를 통과시키자니 말도 안 되는 청부다. 휴가를 신청하여 내가 직접 가봐야겠어.’


****


냉여은이 형주 포목점에서 일한 지 육 개월이 지났다.

처음 정보를 취합하느라 남자들만 득실대던 형주 포목점에 냉여은이 근무하게 되자 여자 손님들이 하나둘 드나들기 시작하더니 두 달이 지나자 포목점에는 많은 손님으로 북적였다.

급기야 육 개월이 지나자 형주 포목점은 태금리를 넘어 형주 전체에서 가장 유명한 포목점이 되었다.

중원 최고의 미녀가 주인이라는 소문과 함께.

명나라를 건국하여 황제에 등극한 주원장은 호북성 형주에 성의 군정을 총괄하는 도지휘사사를 설치했고 그 수장으로 도지휘사를 두었다.

‘형주 포목점에서 일하는 여자가 형주제일미라고 했지? 포목점으로 찾아가 내가 도지휘사의 아들이라고 하면 흐흐흐!’

도지휘사 주계륜의 아들 주종경은 호화롭게 치장한 말을 타고 형주 포목점으로 향했다.

‘천천히 가자니 마음이 급해서 안 되겠다.’

멀리 태금리의 시전이 보였다.


“이-랴!”


주종경은 말의 배를 찼다.

두-두-두-두!

말은 빠른 속도로 태금리의 시전을 달렸다.


****


‘태금리 포목점에 들러 냉소저의 얼굴을 보고 갈까? 아냐 빨리 다녀와서 좀 더 오붓한 시간을 보내자.’

휴가를 나온 준하는 흑매 앞에서 잠시 망설이다 강서성 남창으로 향했다.

육 개월 동안 미뤄둔 남창상단의 일을 해결해 주기 위해서였다.

남창에 도착한 준하는 도광문 근처에 있는 주루로 들어갔다.

주루에는 도광문의 무복을 입은 무인들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준하는 도광문의 무인들이 앉은 옆 탁자에 앉았다.

‘거의 삼류! 조장이라는 사람은 잘 쳐 주면 이류!’

준하는 도광문의 무인들을 통해 문주인 나건천의 무공 수위를 가늠해보았다.

다음 날 아침,

준하는 도광문으로 갔다.


“어디서 온 누구요?”


정문의 위사가 물었다.


“나는 폐관 수련을 마치고 중원을 주유하며 무명이 자자한 무인들과 비무를 하던 중 나건천 문주님의 협명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나건천 문주님과 비무를 하러 왔으니 안에 기별을 넣어 주십시오.”


준하의 말을 들은 위사는 준하의 모습을 훑어보았다.

‘명검은 아니나 그렇다고 값싼 철검도 아니다. 입고 있는 무복 또한 낭인들이나 입는 싸구려가 아니니 일단 문주님께 말씀은 올려야겠어!’


“잠깐 기다리시오.”


위사가 안으로 들어가자 준하는 도광문의 전각들을 둘러보았다.

‘진법에 따라 대오를 맞춰 지은 사황성의 전각에 비교하면 여기는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지은 누더기와도 같다!’

준하의 등 뒤로 발소리가 들렸다.


“나를 찾았다고?”


나건천이 물었다.


“예! 저는 가전 무공을 수련한 위준하라고 합니다. 평소 문주님의 협명을 듣고 존경하게 되어 한수 가르침을 받고자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가전 무공을 수련했다면 네 아비도 무인일 터 아비의 이름이 무엇이냐?”


‘겨우 일류에 발을 걸친 것 같은데 첫 질문부터 너무 건방지다!’

나건천의 질문에 준하의 검미가 휘어졌다.


“제가 선친의 이름을 알리고자 온 것이 아니니 비무가 끝나면 알려 드리겠습니다.”

“아비의 이름도 떳떳하게 밝히지 못할 정도라면 나와 비무할 자격이 없다.”“비무란 무공의 고하를 논하기 위해 하는 것, 오늘 비무를 피하면 나는 도광문의 문주를 눌러다고 남창을 돌아다니며 말하겠습니다. 그래도 되겠습니까?”

“허허허! 하지도 않은 비무 결과를 말하고 싶다면 비무에 응해 줘야겠지. 하나 내가 정한 비무의 결과는 죽음뿐이다. 그래도 응하겠느냐?”

“이기면 될 일, 결과 따위는 궁금하지 않습니다.”

“너는 가서 내 도를 가져오너라.”


나건천이 위사에게 말했다.


“저기 산으로 가시지요. 문주님이 원하는 결과를 얻으려면 아무래도 산이 더 낫겠지요. 깨끗한 이곳에 피를 흘리는 것보다,”


준하가 가리킨 산은 남창상단과 가까운 곳이었다.


“그게 낫겠군!”


위사가 나건천의 도를 가지고 왔다.


“나를 따라와라.”


화-라-락!

내공을 끌어올린 나건천이 허공으로 몸을 날렸다.

바람에 옷깃이 거칠게 나부꼈다.

‘허장성세(虛張聲勢)! 저러다가 산에 도착하면 내공이 고갈되어 바로 쓰러지는 것 아냐?’

몸을 날린 준하는 경공보다는 전각의 지붕과 나뭇가지를 차며 나건천의 뒤를 따랐다.

한참을 가던 나건천이 뒤를 돌아보았다.

준하의 예상대로 내공의 소모가 심했는지 나건천의 눈에는 핏발이 서 있었다.

그리고 곧 핏발 속에는 준하를 향한 경멸도 들어있었다.

조금 더 가자 나건천의 신형이 산으로 내려갔다.


“여기서 하지.”

“좋습니다.”


스-릉!

준하의 대답에 나건천이 도를 뽑았다.

그러자 준하가 내공을 끌어올렸다.

휘-이-잉!

준하의 내공에 그윽한 나무 향이 뒤틀리듯 소리를 내더니 낙엽과 함께 하늘로 솟았다.

놀란 나건천이 도를 늘어뜨렸다.


“최소한 초절정! 나와 비무를 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닌 것 같구려?”

“그래! 그대는 수하들을 거느린 일문의 문주! 얼굴을 들고 살 수 있게 하려고 이곳으로 왔소. 도를 넣고 나를 따르시오.”


도를 도집에 넣은 나건천은 준하를 바라보았다.

‘초절정을 넘어섰는가?’

준하는 무릎을 구부리지도 않고 허공을 미끄러지듯 남창상단으로 향하고 있었다.

심호흡한 나건천은 허공으로 몸을 띄웠다.

그리고 준하가 자신을 따를 때 하듯 나뭇가지를 차서 준하의 뒤를 따랐다.

준하의 멈춘 곳은 남창상단의 창고가 내려다보이는 지붕이었다.

나건천은 준하 옆에 섰다.


“무한불성(武汗不成)이라 했소. 땀 없이 이룰 수 있는 일이 없듯 여기 있는 기와 한 장에도 장흠 상단주의 땀이 스며있소.”


준하의 말에 나건천은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다.

‘사돈이란 작자가 나에게 주는 돈이 아까우면 못 주겠다고 하지, 왜 이런 고수를 불러 나를 겁박하게 만든 거야?’

나건천은 말없이 창고를 내려다보았다.

상행을 떠나려고 하는지 창고 앞에는 수레에 짐을 싣는 쟁자수들이 보였다.

툭-툭!

나건천의 복잡한 마음처럼 짙은 먹구름이 끼어있던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졌다.

그러자 준하는 하늘을 향해 손바닥을 올렸다가 다시 내렸다.

후-투-투-툭!

제법 많은 빗방울은 두 사람의 몸을 피해 기와에 떨어졌다.

이상한 생각이 든 나건천은 위를 올려다보았다.

머리 위에는 투명한 막이 보였다.

‘빗방울을 막은 것은 이 사람이 펼친 기막이다!’

놀란 나건천이 준하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준하의 손가락이 창고를 가리켰다.

언제 왔는지 장흠이 수레에 실린 짐을 다시 내려 창고로 넣고 있었다.

머리는 헝클어지고 평소 나건천이 부러워했던 장흠의 비단옷은 비에 흠뻑 젖어있었다.


“저게 바로 장흠 상단주의 본 모습이오. 아들을 상단에서 불러들이시오.”

“예? 예!”

“아들이 도광문으로 돌아온 후 다시 남창상단의 재물이 생각나면 사황 마영적의 죽음을 떠올리시오. 알았소?”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사황 마영적!

천하를 삼분하고 있는 절대 고수다!

‘사황 마영적의 사인을 아무도 모른다고 하던데 이 사람에 의해 죽었구나! 내가 한 마리 양이라면 이 사람은 초원의 늑대 아니, 설산의 생사를 관장하는 거대한 백호다!’

두려움을 느낀 나건천은 몸을 떨었다.


“오늘 나는 이곳에 오지도 않았고 나문주님을 만난 사실이 없으니 그리 알고 갑시다.”

“예!”


피-웅!

나건천이 대답하자 허공으로 떠오른 준하의 몸이 하나의 점이 됐다.

‘초절정이 아니라 최소한 화경의 끝자락에 도달한 사람이다! 사황을 죽인 사람이 나를 살려 둔 채 그냥 간 이유는 장흠 사돈의 부탁이 있었던 것 같다.’

도광문으로 돌아간 나건천 아들에게 돌아오라는 서신을 썼다.


****


형주 포목점 앞에 도착한 주종경은 말에서 내렸다.


“야! 가게 뒤에 말을 묶을 수 있는 곳이 있지?”


주종경은 나이가 들어 보이는 형주 포목점의 점원에게 물었다.

그러나 주종경이 점원으로 본 사람은 장춘이었다.

‘이런 싸가지 없는 놈을 봤나?’

의자에 앉은 장춘은 어이없는 눈빛으로 주종경을 쳐다보았다.


“야, 늙다리! 내 말 안 들려?”


‘소주모께서 무조건 친절 하라고 했으니 이놈을 죽여서는 안 되겠지?’

냉여은을 떠올린 장춘은 천천히 일어나 주종경이 내민 고삐를 잡았다.


“빨리 가서 묶어 놓고 주인 나오라고 해!”


주종경의 말에 장춘의 몸이 반사적으로 흠칫했다.

‘휴-우! 다행히 교주님이 안 계셔서 이놈은 살았다.’

염무상은 새로운 장로의 임명이 있어서 천산에 갔다.

장춘이 말을 매두고 오자 주종경은 비단으로 만든 옷들을 보고 있었다.


“늙다리! 주인은 어디 갔어?”

“주인이라면?”

“형주 제일미 말이야.”

“모시고 오겠소.”


장춘은 근처 가게에 옷 배달을 간 냉여은을 데리고 왔다.

‘황도에서도 이런 미인을 본 적이 없는데 형주 제일미가 아니라 중원 제일미다!’

냉여은을 본 주종경은 좋아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잘 생긴 공자님께서 오셨네요. 옷을 보고 있으면 얼른 가서 차를 가지고 올게요.”


냉여은이 웃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소저! 차는 여기 있는 늙다리가 가져올 것이니 잠시 앉아 나와 미래에 관해 논해 봅시다.”


주종경의 말투에 냉여은의 표정이 변했다.


“여기 계신 이분은 내 삼촌과 같은 분인데 말씀이 지나치시네요.”“늙다리 이놈은 소저의 종놈 아니었소?”


주종경은 검지로 장춘의 이마를 툭툭 치며 말했다.

그 모습을 본 냉여은의 손이 올라갔다.

짝!


“내가 분명히 내 삼촌과 같은 분이라고 했는데 왜 얼굴에 더러운 손을 대는 거야?”


냉여은이 주종경의 뺨을 후려치며 말했다.


“이런 개 같은 년을 봤나?”


퍽-캑!


“아-악!”


주종경이 휘두른 주먹에 턱을 맞은 냉여은이 비명과 함께 쓰러지고 말았다.


“내 이놈을?”


폭발한 장춘이 주종경을 번쩍 들고 가게 밖으로 던져버렸다.

휙-우당탕!

포목점에서 날아간 주종경의 몸은 길바닥에 처박혔다.

내공을 끌어올린 장춘이 포목점을 나갔다.

장춘은 띨띨해 보이는 포목점의 주인이기 전에 살벌하고 잔인하기로 소문난 은마대의 마인이었다.

장춘은 꿈틀거리는 주종경의 몸을 내려다보며 독을 잔뜩 발라 번들거리는 단검을 꺼냈다.


“안 돼요, 아저씨!”


냉여은의 목소리가 들렸다.

입술을 깨문 장춘이 단검을 넣었다.

안으로 들어간 냉여은이 말을 끌고 나왔다.

그러자 비틀거리며 일어난 주종경이 이를 갈면서 냉여은과 장춘을 노려보았다.


“나는 도지휘사의 아들 주종경이다. 도지휘사사로 가서 군사들을 이끌고 다시 올 테니 꼼짝 말고 기다려라. 늙다리! 넌 죽고 계집년은 내 첩이 될 거다.”


말을 탄 주종경이 멀어지자 두 사람은 포목점으로 들어왔다.


“아가씨! 나리에게는 비밀입니다.”

“예! 그럴게요. 그래도 잘하셨어요.”


냉여은은 치가 떨린 듯 주종경이 간 쪽을 노려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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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49. 흑사림 24.05.31 43 0 12쪽
48 48. 도지휘사 부자 24.05.30 42 0 12쪽
» 47. 훈계 24.05.30 46 0 11쪽
46 46. 흑묘의 심사관이 되다 24.05.29 48 0 12쪽
45 45. 냉여은 2 24.05.29 49 0 12쪽
44 44. 사황 마영적 4 24.05.28 48 0 12쪽
43 43. 사황 마영적 3 24.05.28 51 0 12쪽
42 42. 사황 마영적 2 24.05.27 51 0 12쪽
41 41. 사황 마영적 24.05.27 50 0 12쪽
40 40. 성화 24.05.26 57 0 12쪽
39 39. 원나라 만호장 요탄양 24.05.26 65 0 12쪽
38 38. 다람쥐가 도토리를 숨기듯 24.05.25 57 0 12쪽
37 37. 황제 놀이 24.05.25 56 0 12쪽
36 36. 장강수로채 채주 당사도 24.05.24 65 0 12쪽
35 35. 대륙상단의 소상단주 24.05.24 65 0 12쪽
34 34. 상행 2 24.05.23 60 0 12쪽
33 33. 상행 24.05.23 69 0 11쪽
32 32. 쟁자수에 지원하다 24.05.22 70 0 11쪽
31 31. 대륙상단주 장돈 24.05.22 78 0 12쪽
30 30. 첫 번째 청부 24.05.21 78 0 12쪽
29 29. 지도 받다 24.05.21 81 0 12쪽
28 28. 마교 소교주 24.05.20 80 0 12쪽
27 27. 반전 24.05.20 85 0 12쪽
26 26. 응수 24.05.19 93 1 12쪽
25 25. 반역의 서막 24.05.19 96 0 13쪽
24 24. 어딜가도 있는 놈 24.05.18 101 0 12쪽
23 23. 살수 위준하 24.05.18 97 0 12쪽
22 22. 냉여은 24.05.17 98 0 12쪽
21 21. 살수 훈련 24.05.17 103 0 12쪽
20 20. 적랑대주 24.05.16 10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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