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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룡 님의 서재입니다.

악인 사냥꾼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중룡
작품등록일 :
2024.05.08 11:00
최근연재일 :
2024.06.30 06:00
연재수 :
10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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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66,324

작성
24.05.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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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4. 상행 2

DUMMY

두 사람이 숲을 나왔다.


“양보표! 늦었소이다?”


우면적이 마차에서 내려오며 물었다.


“혹시 몰라 확인하느라 늦었습니다. 쓰-윽!”


양한징은 자신의 손날로 목을 긋는 동작을 해 보였다.

다시 상행이 재개되었다.


“말에게 채찍을 가해라.”


산적들로 인해 지체된 시간을 만회하려고 하는지 우면적은 길을 재촉했다.

얼마 가지 않아 날이 저물었다.

저녁을 먹고 나자 양한징이 준하를 불렀다.


“준하야! 받아라. 산적들 몸에서 나온 것은 전표가 아니라 대부분 춘화더라.”


양한징은 금자 열 냥짜리 전표 한 장을 내밀었다.

‘염무상 아저씨에게 술과 요리를 사주려면 이거라도 받아야지.’

준하는 말 없이 전표를 받았다.


“광조에게는 비밀이다.”

“그럴게요.”


이른 새벽,

운공을 마친 준하는 누군가의 움직임에 눈을 떴다.


“모두 일어나라.”


우면적이 큰소리로 외쳤다.

‘두 시진 전부터 한 숨소리가 들리더니 우면적이 낸 거였어! 대륙상단의 행수 자리도 가볍지만은 않아!’

보표와 행수들이 서둘러 일어났다.


“오늘 아침은 길을 가면서 건량을 먹는다.”


큰 소리로 말한 우면적은 맨 앞에 있는 마차를 손수 끌고 길을 출발했다.

우면적이 서두르는 바람에 죽어나는 사람은 바로 쟁자수들이었다.

준하는 두 번째 마차를 몰았다.


“준하야! 어제 산적 두목과 싸우다가 허리를 다친 것 같다.”


‘웬 미친 개소리야? 돌멩이 하나 던진 것이 전부였으면서,’

어이없어진 준하는 양한징의 얼굴을 보았다.

잠이 덜 깬 얼굴이었다.


“산속이라 치료할 곳이 없는데 어떻게 할까요?”

“저기.”


양한징이 마차 위를 가리켰다.


“마치 위는 왜요?”

“걷지 않으면 허리에 충격이 덜 가서 아프지 않을 것 같은데 타도 될까?”

“형님은 보표니 알아서 하세요.”

“그럼 올라갈 테니 잠깐만 서라, 그리고 요철이 있는 거친 곳은 피해서 가면 좋겠다.”


양한징은 앞서가는 우면적의 뒷모습을 보며 재빠르게 마차 위로 올라갔다.

양한징이 올라간 마차 위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마차를 덮는 천속으로 들어가는 소리였다.

그때 첫 번째 마차의 고삐를 잡고 가던 우면적이 뒤를 돌아보다가 다시 길 가장자리로 나와 고개를 빼고 뒤를 보았다.

마지막 마차가 잘 따라오는지 확인하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본 준하는 마차 위로 올라간 양한징보다 더 놀란 가슴이 되었다.

준하는 첫 번째 마차와 조금 떨어져 거리를 두었다.

드-르-릉 푸-우!

어느 정도 거리가 떨어진 순간 마차 위에서 코 고는 소리가 났다.

‘휴-우! 미친놈이 아닌가 싶다! 하긴 어느 시대나 이런 새끼들은 꼭 존재했었지!’

준하는 막노동을 했던 전생을 떠올렸다.

오야지(감독)의 조카라고 했던 사람은 양한징처럼 작업이 시작되면 현장 구석진 곳으로 가서 잠을 자다가 점심때가 되면 기어 나오곤 했었다.


“경사가 심한 내리막길이니 쟁자수들은 모두 마차를 당겨라.”


긴장한 우면적의 목소리가 크게 메아리쳤다.

말 고삐를 정기에게 준 준하는 마차에 뒤에 붙어 마차를 잡아당겼다.

강행군으로 인해 사람들 못지않게 말들도 지쳐있었다.

그로 인해 급경사를 내려가는 말들의 걸음이 빨라졌다.

‘내공을 끌어 올릴까?’

준하는 뒤쪽을 돌아보았다.

뒤쪽의 말들도 빠르게 급경사를 내려오고 있었다.

‘이 마차가 천천히 가면 뒤에 따라오는 마차와 엉켜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준하는 뒤에 오는 마차와 간격을 유지하며 빨리 걸었다.

두-두-두!

중력을 이기지 못한 첫 번째 마차의 말들이 달리기 시작하자 준하가 잡은 두 번째 마차의 말들도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뒤를 따라오던 마차의 말들도 달리기 시작했다.

휘-익 쿵!

준하의 마차 위에서 뭔가가 날아가 산 밑에 처박혔다.

바로 양한징이었다.

얼마를 내려가자 말들은 거친 숨을 내쉬며 걸음을 멈췄다.

오르막길이 나타난 것이다.


“모두 이 자리에서 잠깐 쉰다.”


길 가장자리로 나온 우면적이 말했다.

그러자 쟁자수들은 그릇을 가지고 계곡으로 가서 물을 떠왔다.

말들을 위한 것이었다.


“나를 두고 가면 어떡해?”


멀리 고개 정상 부근에서 양한징의 목소리가 들렸다.


“수석 쟁자수! 양보표는 왜 저기에 있는가?”


우면적이 물었다.


“마차를 당기고 내려오다가 산밑으로 굴러떨어진 것 같습니다.”

“허-어! 무인이 굴러떨어지다니? 종잡을 수 없는 인간이군!”


우면적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한쪽에 앉았다.


“풉!”


준하는 가까이 온 양한징의 얼굴을 보고 웃음을 참았다.

산을 구르면서 풀잎에 얼굴이 씻겼는지 피부가 까져있었다.

‘보면 불수록 오야지의 조카와 똑 닮았어!’

오야지의 조카는 술을 마시고 넘어졌는지 아니면 누구랑 싸웠는지 간혹 얼굴이 까진 채 현장으로 나오곤 했었다.


-“내 얼굴이 이상하냐?”

-“조금요.”


양한징이 속삭이듯 묻자 준하도 조용히 대답했다.


“상행이 끝나면 전표를 가지고 기루나 가려고 했는데 얼굴이 이 모양이라 다 틀렸어!”


양한징이 혼잣말하듯 중얼거리자 준하는 양한징에게 물병을 주었다.


“출발!”


우면적의 말과 함께 첫 번째 마차가 출발했다.

짝!


“이놈의 날벌레 때문에 미치겠다!”


양한징이 자기 뺨을 때리며 중얼거렸다.

까진 피부에서 피 냄새를 맡은 날벌레들이 떼로 달라붙었기 때문이다.

우면적이 이끈 상행은 우여곡절 끝에 광동성을 무사히 다녀왔다.

대륙상단의 상단주 장돈은 산적들을 물리치고 물품을 지킨 보표와 쟁자수들에게 하루 치 일당을 더 지급했다.

우면적의 조치로 독방을 배정받은 준하는 산적 두목에게 뺏은 내공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이후 준하는 하남성 근처의 성으로 여러 번 상행을 다녀왔다.

상행은 매우 순조로웠다.

대륙상단이 산적들을 몰살했다는 소문 때문인지 다른 산의 산적들은 통행세를 받고 순순히 물러나 주었다.

‘어-휴! 어린 애랑 뭘 하는지 모르겠어?’

양한징은 시간만 나면 상단주의 아들 장극명과 놀고 있었다.

장극명의 나이는 올해 열다섯 살로 양한징의 현란한 혀에 반한 눈치였다.

양한징은 처음 옛날이야기로 시작했다가 장극명이 웃으며 반응하자 곧바로 음담패설을 이야기했다.

‘소상단주인 장극명에게 잘 보여 아예 이곳에 눌러앉으려고 저럴까?’

고개를 흔든 준하는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모두 모여봐.”


상행을 다녀온 지 이틀이 지나자 우면적이 쟁자수와 보표들을 소집했다.


“이번 상행은 마차로 호북성 의창까지 간 다음 의창에서 다시 장강의 배를 타고 사천성 의빈까지 가야 하니 모두 준비를 단단히 해라. 출발은 모래다.”


준하는 쟁자수와 보표들의 웅성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방으로 들어왔다.

‘최소 두 달은 걸리는 거리다. 단검이라도 준비하자.’

대륙상단을 나온 준하는 대장간에서 열다섯 자루의 단검을 샀다.

사천성 의빈으로 상행을 떠나는 날 새벽,

운공을 마친 준하는 단검이 꼽힌 요대를 허리에 두르고 그 위로 옷을 한 겹 더 입었다.

아침이 되자 쟁자수들은 사천성 의빈으로 가지고 가야 할 물품을 마차에 실었다.


“이건 상단주님께서 사천성의 만호장에게 보내는 선물이니 내가 직접 싣겠소.”


양한징은 상단주가 준 것이라며 궤짝을 가져와 마차에 실었다.

‘아무리 상단주가 시킨 것이라고 해도 힘쓰는 일만 생기면 아무도 모르게 어디로 숨던데 왜 쟁자수들을 시키지 않고 직접 실을까? 하남성의 특산물인 배가 사천성에서 비싸게 팔린다고 하더니 대륙상단 모르게 배를 팔려고 저러나?’

준하는 양한징이 실은 궤짝을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유심히 바라보았다.


“자, 출발!”


우면적의 신호에 따라 물품을 실은 마차들은 대륙상단을 나왔다.

‘휴-우! 흑묘를 나온 지 일 년이 돼가는데 상단주의 목은 따지 못하고 상단의 물품이나 호송하고 있는데 저 인간은 뭐가 좋아 저렇게 싱글벙글할까?’

무거운 발걸음으로 걷는 준하의 눈에 쟁자수들과 웃으며 이야기하는 양한징의 모습이 보였다.

점심때가 되었다.

밥은 주로 준하가 준비했다.

우면적은 몇 달 전 준하가 밥하는 것을 우연히 보았었다.


“오늘 이후 수석 쟁자수인 자네가 밥이나 요리를 하게.”“저는 요리를 잘하지 못합니다.”

“그래도 자네가 하게, 다른 쟁자수들이 한 음식은 지저분하게 해서 못 먹겠어. 요리야 자주 하면 늘지 않겠는가?”


준하도 간혹 쟁자수들이 요리하는 것을 보고 비위가 상해 끼니를 거른 적이 있었다.


“예!”

“요리하는 대가는 내가 따로 챙겨주겠네.”


그날 이후 준하는 매일 식사준비를 했다.


“준하야! 배가 너무 고픈데 이인분을 주면 안 되겠냐?”


밥을 푸고 있는 준하에게 양한징이 부탁했다.


“그럴게요.”


준하는 다른 사람들이 먹는 양의 두 배를 떠서 양한징에게 주었다.


“밥 먹는 동안 산적들의 습격이 있을지 모르니 마차에 올라가서 먹을게.”


양한징의 말에 준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산 아래 관청이 보이는데 무슨 산적이야? 이 인간은 왜 간혹 미친 말을 할까?’


“알았어요.”


준하는 제일 마지막으로 밥과 반찬을 떠서 한쪽으로 갔다.

준하가 막 밥을 먹으려고 하는데 양한징이 다가왔다.


“준하야! 네 식기를 씻을 때 같이 씻어라.”

“형님! 자기가 먹은 그릇은 자기가 씻는 것이 원칙이잖아요?”


원래 대륙상단에서는 그릇 씻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식기는 각자가 씻었다.


“나도 알아!”


행수인 우면적에게도 예외가 없었는데 양한징은 준하 옆에 자기가 먹은 식기를 두고 갔다.

‘식기로 대가리를 쳐버렸으면 좋겠어!’

준하는 살집이 두둑한 양한징의 뒤 목을 보자 화가 치밀었다.

‘큭! 내가 마신 소주잔이 모니터에 박혔을 때가 생각나네.’

준하는 전생을 생각하며 화를 가라앉혔다.

이날 이후 양한징은 자신의 식기를 직접 씻었다.

밥은 두 배로 먹었지만,

‘마차 위에서 혼자 뭐라는 거야?’

마차 위에서 엎드린 양한징은 우면적의 눈을 피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혼자 중얼거렸다.

준하의 호기심이 짙어진 만큼 양한징의 시끄러운 혀에서 벗어난 쟁자수들의 귀는 매일 평화로웠다.

한 달 정도 지나자 마차는 호북성 의창에 도착했다.

마차가 선착장에 도착하자 쟁자수들은 발판을 만들어 화물선에 말과 마차를 실었다.


“마차가 흔들거려 안에 든 것이 깨질지 모르니 이 궤짝은 내가 직접 들고 올라가야겠어.”


양한징은 자신이 실었던 궤짝을 들고 배로 올라갔다.

‘배는 아닌 것 같다! 만약 궤짝 안에 든 것이 하남성의 특산물인 배였다면 벌써 썩었을 것인데 도대체 뭘까?’

거의 날아서 배로 올라간 양한징은 마차 위에 궤짝을 올리고 있었다.

‘드디어 출발인가?’

선수로 간 준하를 배를 둘러보았다.

마차가 화물선으로 이동하자 힘들게 걸었던 쟁자수들은 갑판에 앉아 편하게 쉬고 있었다.

‘반찬도 변변찮은데 낚시를 하면 물고기가 잡힐까?’

준하는 고요한 강물을 보면서 낚시를 떠올렸다.

오후가 되자 배는 항해를 멈췄다.

배에 탄 사람들이 선실로 들어가 잠을 자자 준하는 낚시 준비를 했다.

‘장강에는 백연어가 많다고 했지!’

준하가 미끼로 쓰려는 것은 만두였다.

선미(船尾)로 간 준하는 낚싯바늘에 만두를 끼워 물속으로 던졌다.

속닥-속닥!

어디선가 소곤대는 소리가 들렸다.

‘저 새끼! 미친 것일까? 귀신이 씌운 것일까?’

준하가 말소리의 진원지를 찾아보니 마차 위에서 잔줄 알았던 양한징이 혼자 중얼거리고 있었다.

쏴-아-아!

마차 위를 바라보고 있는 준하는 물살 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 수면을 보았다.

‘혹시 백연어 일까? 보는 사람도 없으니 이걸 던져도 되겠지!’

준하는 갑판 위에 있던 대나무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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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46. 흑묘의 심사관이 되다 24.05.29 47 0 12쪽
45 45. 냉여은 2 24.05.29 47 0 12쪽
44 44. 사황 마영적 4 24.05.28 46 0 12쪽
43 43. 사황 마영적 3 24.05.28 48 0 12쪽
42 42. 사황 마영적 2 24.05.27 48 0 12쪽
41 41. 사황 마영적 24.05.27 48 0 12쪽
40 40. 성화 24.05.26 55 0 12쪽
39 39. 원나라 만호장 요탄양 24.05.26 64 0 12쪽
38 38. 다람쥐가 도토리를 숨기듯 24.05.25 57 0 12쪽
37 37. 황제 놀이 24.05.25 56 0 12쪽
36 36. 장강수로채 채주 당사도 24.05.24 64 0 12쪽
35 35. 대륙상단의 소상단주 24.05.24 62 0 12쪽
» 34. 상행 2 24.05.23 60 0 12쪽
33 33. 상행 24.05.23 68 0 11쪽
32 32. 쟁자수에 지원하다 24.05.22 69 0 11쪽
31 31. 대륙상단주 장돈 24.05.22 76 0 12쪽
30 30. 첫 번째 청부 24.05.21 76 0 12쪽
29 29. 지도 받다 24.05.21 78 0 12쪽
28 28. 마교 소교주 24.05.20 78 0 12쪽
27 27. 반전 24.05.20 84 0 12쪽
26 26. 응수 24.05.19 92 1 12쪽
25 25. 반역의 서막 24.05.19 95 0 13쪽
24 24. 어딜가도 있는 놈 24.05.18 99 0 12쪽
23 23. 살수 위준하 24.05.18 95 0 12쪽
22 22. 냉여은 24.05.17 96 0 12쪽
21 21. 살수 훈련 24.05.17 101 0 12쪽
20 20. 적랑대주 24.05.16 105 0 12쪽
19 19. 살수조직 흑묘 +2 24.05.16 115 1 12쪽
18 18. 복수 24.05.15 11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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