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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룡 님의 서재입니다.

악인 사냥꾼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중룡
작품등록일 :
2024.05.08 11:00
최근연재일 :
2024.06.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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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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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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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0. 성화

DUMMY

스-릉!

준하는 조용히 만검을 뺐다.

‘두 놈을 구하는 것만 아니라면 절정의 고수인 요탄양과 정식으로 한 번 겨뤄보는 것인데!’

발소리가 가까워지자 준하는 내공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며 누군가가 들어와 침상에 앉았다.

준하의 눈에 요탄양의 오금이 보였다.

오금에는 마혈의 하나인 위중혈(委中穴)이 있는 곳이다.

검지에 내공을 주입한 준하는 요탄양의 위중혈을 점혈했다.

‘이겼다!’

요탄양의 몸이 빳빳해진 것을 확인한 준하는 침상 밑을 나왔다.

‘뭐야?’

비록 마혈이 제압됐다고 하지만 준하를 바라보는 요탄양의 눈빛이 너무 담담했다.

‘태연한 척하는 것인가?’

요탄양이 준하를 보며 눈을 깜박거렸다.

‘나에게 할 말이 있나?’

요탄양의 목에 만검을 올린 준하는 요탄양의 마혈을 풀어주었다.


“살려주려고 혈도를 풀어준 것은 아니니 경거망동하지 마시오.”

“허허! 경거망동이라니요? 세상의 어떤 이가 마교의 주인이 될 사람 앞에서 경거망동하겠소? 나는 그저 처분만 바랄 뿐이오.”

“내가 마교와 관련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소?”

“허허! 내가 게르로 들어온 순간 게르 안에는 푸른 빛으로 가득 했소. 인간이 만든 푸른 빛이라면 마교의 성화밖에 더 있겠소?”


‘아! 성화를 시도 때도 없이 피워 대다니? 빨리 숨기는 방법부터 알아야겠다.’

요탄양의 질문에 준하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내가 죽으면 귀교에서 우리 몽골인들을 놓아 줄 것이오?”

“어디로 갑니까?”

“어디긴요? 원래 우리가 태어나고 자랐던 초원으로 가지요.”

“가면 되는데 사람들은 왜 납치한 것입니까?”

“반란군들의 추격을 막기 위함이오.”

“내가 이곳을 나가면 함거 안의 사람들을 모두 데려갈 것인데 그렇게 해주겠습니까?”

“달리 대항할 방법이 없으니 그렇게라도 해야지요.”


체념한 요탄양의 얼굴을 본 준하가 입을 열었다.


“내가 사람들을 데리고 간다고 해도 장군이 살아있으면 또 다른 사람이 몽골인들을 추격할 것입니다.”

“방법이 없겠소?”

“팔이 있으면 그 팔을 장군의 팔이라고 하여 추격을 막아 볼 수는 있겠습니다만.”


휙 팍!

준하의 말에 요탄양이 검으로 자신의 왼팔을 잘랐다.


“죽은 시신의 팔을 가지고 가면 되는데 왜 팔을 자른 것이오?”

“우리 몽골인들의 수많은 목숨을 구하는 일인데 이깟 팔이 무슨 대수란 말이오.”


준하는 요탄양 팔에 있는 혈도를 눌러 지혈부터 했다.

‘만호장이 될 만한 위대한 장군이다!’

자리에서 일어난 준하는 요탄양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


“장군을 존경합니다. 불편하겠지만 밖에 있는 부하들에게 사람들을 석방하라고 해주십시오. 다른 사람의 추격이 없도록 제가 팔을 가지고 가서 장군이 죽은 것으로 하겠습니다.”

“세월이 조금만 지나면 알게 되겠지만 너무 궁금하여 그러니 성함을 알려주시오.”

“위준하입니다.”

“위대인! 이 시간 이후 우리 몽골인들은 위대인을 은인으로 생각할 것입니다.”


준하는 향해 군례를 올린 요탄양이 게르를 나갔다.

한족들을 구해 호북성으로 돌아가는 길,

네 명의 선임 살수들이 준하에게 다가왔다.


“요탄양을 죽이고 우리를 구하다니? 정말 대단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받은 지령서에는 요탄양이 절정의 고수라고 했지만, 실제 요탄양의 무위는 화경의 경지였소. 더욱이 요탄양이 펼친 무공은 중원의 무공이 아닌 몽골의 무공이라 우리가 느낀 압박감은 화경을 훨씬 상회 했습니다. 정보만 제대로 주었어도 우리가 쉽게 당하지는 않았을 것인데 말입니다.”


두 사람이 말하자 나머지 두 사람은 머리를 끄덕였다.

네 사람은 산전수전 다 겪은 살수들로 교두인 막염과 같은 시기에 활동을 시작했었다.

네 명은 은연중에 살기를 풍겼다.

그런 탓에 양한징과 엄광조는 준하의 곁으로 다가오지 못하고 멀리 떨어져 왔다.


“그러고 보니 은인께 제대로 인사를 드리지 못한 것 같습니다. 저는 황평이고 여기 이 친구는 형광유, 그 옆에는 차례로 여숭량과 곽계승입니다. 자, 은인께 인사드리세”

“은인께 인사 올립니다.”

“운 좋게 선배들을 구하게 돼서 다행입니다. 그런데 계속 은인이라고 부르실 겁니까?”


준하는 네 사람의 인사가 과하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관군에게 붙잡히는 과정에서 관군 몇 놈을 죽이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그걸 본 요탄양은 황하를 건너면 우릴 죽이려는 마음을 먹고 쇠창살로 된 함거에 가둔 것입니다. 은인만 아니었으면 지금쯤 황하를 건넌 관군의 칼날에 우리 목은 떨어졌을 것입니다.”


‘요탄양은 네 사람을 방패로 쓰려고 했는데 이들의 저항으로 자기 동포가 죽는 것을 보고 이들을 죽여야겠다고 마음먹었구나! 하긴 동포의 목숨을 살리려고 자기 팔을 가차 없이 자른 사람인데 이들의 목을 베는 것쯤이야 망설일 필요가 있었겠어!’

잠시 생각하는 준하의 콧속으로 음식 냄새가 들어왔다.

멀리 주루와 시전이 있는 마을이 보였다.

.

.

흑묘에 도착한 지 하루가 지나자 묘주 형백강이 준하를 호출했다.

‘휴가를 보내주려는 것은 아닌 것 같고 무슨 일로 묘주가 직접 부를까?’

준하는 묘주실로 갔다.


“처음 뵙겠습니다. 묘주님! 위준하입니다.”

“허허! 어서 오게,”


준하가 자리에 앉자 흑묘의 여살수로 보이는 사람이 차를 가지고 왔다.


“마시게.”

“예!”


준하가 차를 마시는 동안 형백강은 문서를 봤다.


“이 문서는 자네가 구한 네 사람의 보고서네. 살행도 성공하고 네 사람의 목숨을 구했으니 거기에 맞은 조치를 하려고 하네.”

“..예!”

“자네도 알다시피 우리 흑묘에는 십이간지를 따서 만든 열두 개의 살행조가 있네. 그런데 우리 흑묘의 살행조들을 거의 이끌다시피 한 자조(子組)가 와해 되고 말았네.”

“예!”

“그래서 나는 자조를 구성하기 위해 자네를 불렀다. 내일부터 자네가 자조를 맡아주게.”

“예? 경험도 일천한 제가 어떻게 첫 번째 조를 맡을 수 있겠습니까?”

“경험이야 쌓으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조원은 비조의 두 사람입니까?”

“그 두 사람은 자조의 조원이 될 수 없네. 자네의 조원은 자네가 구한 네 사람이네. 경험으로 치면 우리 흑묘에서 나와 부묘주를 제외하고 제일 많다고 할 수 있지.”


‘자조의 위치상 살행의 대상은 중원에서 비중 있는 사람들로 이뤄지겠지만 멍청한 두 사람과 다니는 것보다 경험 많은 네 사람이 훨씬 더 안전하겠어! 그러다 보면 내공을 빨아 먹을 고수들도 더 많아질 것이고,’

잠깐 생각한 준하는 고개를 들었다.


“막중한 직책에 임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묘주님!”

“그래! 자네와 네 사람의 자리를 정하느라 휴가를 보내주지 못했네. 휴가는 한 달이니 다녀오게.”

“예, 묘주님!”

“그리고 이건 내가 주는 휴가비네.”


형백강이 작은 주머니 한 개를 내밀었다.


“감사합니다. 묘주님! 잘 다녀오겠습니다.”


준하가 묘주실을 나오자 지령서를 전달했던 총관부의 무인이 기다리고 있었다.


“일조장! 아까 방으로 갔더니 묘주님의 호출이 있어서 이곳으로 오셨다고 하여 기다리고 있었소. 이건 휴가증과 휴가비요.”


총관부의 무인이 휴가증과 휴가비를 내밀었다.


“감사합니다.”


휴가증과 휴가비를 받은 준하는 방에 들러 만검을 챙겨 흑묘를 나왔다.

‘빨리 가서 염무상 아저씨를 만나야겠다.’

준하가 염무상을 빨리 만나려는 이유는 시도 때도 없이 나오는 성화 때문에 두 번이나 신분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


오늘도 염무상과 장춘은 형주 포목점에서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장춘의 눈에 멀리 걸어오는 준하가 보였다.


“나..나리! 저기 오십 아니, 옵니다.”

“고얀 놈! 이제야 오는구나!”


반가운 표정의 염무상과 달리 장춘의 얼굴은 창백하게 변했다.

‘아이고! 교주님만 해도 힘든데 소교주까지? 불행 끝 지옥 시작이다!’

준하를 보고 말까지 더듬었던 장춘은 염무상이 의자에서 일어나자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겸아! 이제 오느냐?”

“예, 아저씨! 잘 지냈어요?”

“이 나이에 잘 지낼 것이 뭐 있겠냐? 그저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었지!”


염무상의 얼굴이 갑자기 시무룩하게 변했다.


“장춘 아저씨! 잘 있었어요?”

“예, 예!”


장춘과 인사한 준하는 시무룩해진 염무상의 얼굴을 보았다.


“술을 사드리려고 했는데 건강이 나빠서 어떡해요?”

“내가 건강 때문에 술을 못 마시려면 백 년 후에나 될 것 같다. 빨리 가자.”


표정이 바뀐 염무상이 형주 포목점을 나섰다.


“장춘 아저씨도 같이 가요.”

“저..저는 그냥 가게에 있겠습니다.”


준하의 말에 장춘의 창백한 얼굴에서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상명하복 몰라?”


형주 포목점에서 몇 걸음 나섰던 염무상이 말했다.

장춘은 마지못한 표정으로 형주 포목점을 나섰다.


-“이놈아! 겸이가 교주가 되면 너를 총관에 임명할지도 모르잖아?”


염무상의 전음에 장춘의 얼굴은 단번에 바꿨다.

‘맞다! 내가 내 미래를 생각하지 않았어!’

두 사람과 함께 주루에 도착한 준하는 술과 안주를 넉넉히 주문했다.

술과 안주가 도착했다.

준하는 두 사람 앞에 안주 접시를 놓고 술을 따랐다.


“염무상 아저씨! 부족하면 더 시킬 테니 많이 드세요.”


준하가 술을 따르고 있는데 낯익은 얼굴이 주루 안으로 들어왔다.

바로 보호비를 받으러 온 태금맹의 맹도였다.

준하의 눈은 태금맹의 맹도를 따라 계산대로 향했다.


“이봐 주인! 왜 다섯 푼뿐이야?”


태금맹의 맹도는 가슴에서 삐져나온 단검의 손잡이를 만지작거리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다섯 푼뿐이라니요? 원래 우리 가게의 보호비는 다섯 푼이오.”

“우리 맹주님께서 오늘부터 열 푼으로 올린다고 했잖아?”

“나는 그 말을 믿을 수 없으니 맹주에게 직접 오라고 하시오.”

“좋아! 오늘은 다섯 푼만 받아갈 테니 내일은 열다섯 푼이야. 만약 내일도 오늘처럼 나오면 이 주루는 없어질 거야, 알았어?”


태금맹의 맹도가 구리 돈을 받아 주루를 나갔다.

‘양부충이 내 허락 없이 보호비를 올린 것이야? 아니면 저 새끼가 장난한 것이야? 오늘은 염무상 아저씨에게 배울 것도 많아 바쁜데!’

준하의 표정이 갑자기 바뀌자 염무상의 술 마시는 속도가 빨라졌다.

준하가 들었던 맹도의 협박을 염무상이라고 못 들었을 리 없기 때문이다.


-“빨리 마셔라.”


염무상은 준하를 바라보는 장춘의 입술이 씰룩거리자 비로 전음을 보냈다.

장춘이 입술을 씰룩거리는 것은 긴말을 늘어놓기 전 하는 예비 동작이었다.


-“왜요?”

-“딱 보면 모르겠냐?”

-“예!”

-“오늘 애 하나 잡을 표정이다.”

-“교주님이 죄 없는 나에게 하듯이요?”

-“겸이가 애 하나 잡을 때 나도 싸가지 없는 놈을 잡아야겠다.”


염무상의 전음에 장춘이 일어났다.


“나리! 제가 한잔 올리겠습니다.”

“나는 됐고 겸이나 따라줘라.”


딱!


염무상이 술잔을 엎어버렸다.


“..예!”


장춘이 따라준 술을 마신 준하는 술자리를 빨리 끝냈다.

준하는 옛 대룡회의 태금지부였던 태금맹의 건물로 갔다.


“양부충 있지?”


준하는 입구에 있던 왈패에게 물었다.


“..누구?”

“너! 나 몰라?”

“예!”

“나 태금맹의 맹주야.”

“헉! 제가 안으로 모시겠습니다.”


준하는 왈패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큼-큼! 무슨 냄새일까?’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낯선 냄새에 준하는 코를 벌렁거렸다.


“매..맹주님! 오셨습니까?”


양부충은 침상에 비스듬히 누워 뭔가를 뻐끔거리다가 안으로 들어선 준하를 발견하고 벌떡 일어났다.


“부맹주! 뒤에 숨긴 것 내놔.”

“이..이거요?”


준하는 양부충의 손에 있는 것을 뺏었다.


“이거 앵속(아편)이지?”


딱!

준하는 곰방대로 양부충의 이마를 때리며 물었다.


“예, 맹주님! 조금 드릴까요?”

“어디서 난 것이냐?”

“시전에 가면 얼마든지 살 수 있습니다.”

“앵속을 사기 위해 보호비를 두 배로 올린 것이냐?”

“보호비를 올리다니요? 맹주님의 허락이 없는데 제가 어떻게 보호비를 올립니까?”

“앞으로 한 번 만 더 앵속을 흡입하면 나에게 디진다. 알았어?”

“예, 맹주님!”


준하는 곰방대를 움켜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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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 사냥꾼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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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47. 훈계 24.05.30 44 0 11쪽
46 46. 흑묘의 심사관이 되다 24.05.29 47 0 12쪽
45 45. 냉여은 2 24.05.29 47 0 12쪽
44 44. 사황 마영적 4 24.05.28 46 0 12쪽
43 43. 사황 마영적 3 24.05.28 49 0 12쪽
42 42. 사황 마영적 2 24.05.27 48 0 12쪽
41 41. 사황 마영적 24.05.27 48 0 12쪽
» 40. 성화 24.05.26 56 0 12쪽
39 39. 원나라 만호장 요탄양 24.05.26 64 0 12쪽
38 38. 다람쥐가 도토리를 숨기듯 24.05.25 57 0 12쪽
37 37. 황제 놀이 24.05.25 56 0 12쪽
36 36. 장강수로채 채주 당사도 24.05.24 64 0 12쪽
35 35. 대륙상단의 소상단주 24.05.24 63 0 12쪽
34 34. 상행 2 24.05.23 60 0 12쪽
33 33. 상행 24.05.23 68 0 11쪽
32 32. 쟁자수에 지원하다 24.05.22 69 0 11쪽
31 31. 대륙상단주 장돈 24.05.22 77 0 12쪽
30 30. 첫 번째 청부 24.05.21 76 0 12쪽
29 29. 지도 받다 24.05.21 79 0 12쪽
28 28. 마교 소교주 24.05.20 78 0 12쪽
27 27. 반전 24.05.20 84 0 12쪽
26 26. 응수 24.05.19 92 1 12쪽
25 25. 반역의 서막 24.05.19 95 0 13쪽
24 24. 어딜가도 있는 놈 24.05.18 99 0 12쪽
23 23. 살수 위준하 24.05.18 95 0 12쪽
22 22. 냉여은 24.05.17 97 0 12쪽
21 21. 살수 훈련 24.05.17 101 0 12쪽
20 20. 적랑대주 24.05.16 105 0 12쪽
19 19. 살수조직 흑묘 +2 24.05.16 115 1 12쪽
18 18. 복수 24.05.15 11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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