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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룡 님의 서재입니다.

악인 사냥꾼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중룡
작품등록일 :
2024.05.08 11:00
최근연재일 :
2024.06.30 06:00
연재수 :
10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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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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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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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9. 지도 받다

DUMMY

놀란 준하는 말을 끌고 마당으로 왔다.


“조금만 더 늦었으면 큰일 날 뻔했어요.”

“내일부터는 걱정하지 말아라. 우리 포목점 뒤에 마방이 있으니 마방에 맡긴 뒤 장춘에게 관리하라고 하겠다.”


만검문을 나온 준하는 시전에 있는 상가들을 보았다.

‘사흘 전과 달리 오늘은 초저녁이구나! 그러고 보니 술값도 내지 않았어.’

시간을 확인한 준하는 형주 포목점을 향해 빠르게 걷는 염무상의 뒤를 따랐다.


“장춘 아저씨! 오랜만이네요.”

“예! 어서 오십시오.”


장춘이 준하를 향해 허리를 굽혔다.

‘의자에 앉아 졸고 있더니 아직 잠이 덜 깼나?’

장춘의 존대에 준하가 의아한 표정을 짓자 염무상이 다가왔다.


“겸아! 내가 며칠 전 이놈에게 고객들에게 친절 하라고 했더니 너를 잠재 고객으로 생각한 것 같다. 그만 가자.”

“그래요. 장춘 아저씨! 같이 가실래요?”

“아닙니다. 저라도 가게에 남아야지요.”


양손을 배꼽 아래 모은 장춘이 공손하게 대답했다.


“나중에 딴소리하면 안 돼요.”


준하와 염무상이 멀어지자 장춘은 한숨과 함께 쓰러지듯 의자에 앉았다.

‘왜 하필 소교주가 이곳에 살아서 내가 정말 죽을 맛이다!’

지난날을 생각한 장춘은 몸서리를 쳤다.

이 년 전 준하가 사라지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염무상은 천산을 다녀왔다.

그리고 두 달 정도 지니자 장춘은 말도 안 되는 소문을 들었다.

태금리에 비단을 가지고 온 다른 지역 분타주의 말에 의하면 염무상이 세 명의 장로들을 죽였다는 것이다.

천마수 여지량!

장춘이 본산에 있었을 때 한번 본 사람이다.

장춘은 연무장에서 여지량이 자신의 독문 무공을 펼치는 것을 보고 무신으로 착각할 만큼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안 되겠다. 내가 직접 확인해야겠어.’

장춘은 염무상 모르게 천산으로 전서구를 날렸다.

며칠이 지나자 천산에서 날린 전서구가 도착했다.

전서구의 서신에는 세 명의 장로들이 죽은 과정과 염무상이 소교주 때문에 태금리에 머물고 있다는 내용이 상세히 적혀있었다.

그날부터 장춘은 태금리를 벗어날 궁리만 했다.

‘돈이야 다시 벌면 되지만 목숨은 한번 잃으면 그날로 끝이다.’

장춘은 자신의 전 재산을 황금 백 냥에 처분했다.

그리고 아무도 모르게 황금 백 냥을 마교의 감찰부에 근무하는 간부에게 보냈다.

한 달 정도 지나자 감찰부의 간부가 보낸 사람이 염무상이 없는 야밤에 형주 포목점으로 왔다.


“전해 줬으니 나는 가겠소.”


마교에서 온 사람은 장춘에게 상자 하나를 건넨 후 형주 포목점을 나가 어둠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장춘 분타주님! 제발 살려주시오.

연로한 노모와 아이들을 부양하고....,


상자 안에는 감찰부 간부의 구구절절한 서신과 함께 황금 백이십 냥이 들어있었다.

‘큭-큭-큭! 씨발 돈 벌기 더럽게 싶네! ’

장춘은 자포자기하는 심정이 되었다.

준하와 염무상이 멀어지자 장춘의 얼굴은 안쪽으로 향했다.


“문 닫을 준비 해라.”

“예, 분타주님!”


한편 준하는 염무상을 데리고 주루로 갔다.


“겸아! 노점에서 마시나 주루에서 마시나 나가는 돈은 같다고 해서 주루로 오자고 한 것이냐?”

“나 때문에 삼 일을 굶으셨다면서요? 돈 몇 푼 아끼자고 국수를 먹으면 되겠어요?”

“허허! 맞는 말이다. 내 몸 상태를 단적으로 표현하면 피골상접(皮骨相接)이다.”

“예? 뼈와 가죽이 붙었다고요? 그건 아닌 것 같은데요.”

“말이 그렇다는 말이다. 암튼 오늘은 고기 위주로 먹어보자.”


염무상의 바람처럼 준하는 고기로 만든 요리를 넉넉히 주문했다.

다음날 새벽이 되자 준하는 방에서 나왔다.

‘엄마, 아빠를 만나고 오면서 아저씨가 먹을 국밥을 사 와야겠다.’

어제 거나하게 취한 염무상은 준하가 오기 전처럼 준하의 부모님 방에서 잠을 잤다.


“어디 가려고?”

“으-헉, 깜짝이야!”


조용히 방문을 열고 묻는 염무상의 목소리에 대문으로 향하던 준하는 주저앉고 말았다.


“쯧-쯧! 그렇게 겁이 많아서 어떻게 살수 짓을 한다고 그러냐?”

“예? 그걸 어떻게 알아요?”

“이따 말해줄게. 그런데 어디 가냐?”

“엄마, 아빠의 산소에 다려오려고요. 오면서 시전에 들러 국밥을 사 올 테니 아저씨는 집에 있어요.”

“그래? 이왕 사 오려면 나는 건더기가 많은 특대로 사 와라.”

“그럴게요.”


준하가 만검문을 나가자 염무상은 방문을 닫았다.

‘또 어디로 가버리는 줄 알았네! 저놈을 주저앉힐 방법이 없을까?’

침상에 등을 기댄 염무상은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산소를 다녀온 준하는 염무상과 식사를 마치고 염무상이 형주 포목점으로 가길 기다렸다.


“겸아! 아까 네가 물었던 것을 대답해 주마.”

“제가 살수 훈련을 받은 것이요.”

“그래! 네 손바닥의 군살을 보면 누가 봐도 살수들이 익힌 검법임을 알 수 있다. 내가 봐줄 테니 한번 펼쳐봐라.”


준하는 만검을 잡았다.

휙-휙 슉-슉!


“그만, 그만 되었다.”


‘흑묘의 월영검법이로군! 형백강, 그 어린놈이 지금까지 묘주 짓을 하고 있는지 몰라도 아직도 검법을 보완하지 않았다니? 그래서 흑매 놈들에게 끌려다니는 거야!’

실망한 표정의 염무상이 큰 소리로 제지했다.


“왜요?”

“네가 펼친 검법은 네 목숨을 도외시하고 오로지 상대를 죽이기 위한 위험한 검법이다.”

“그걸 어떻게 알아요?”

“살아오는 동안 나에게도 천여 번의 습격이 있었다. 그래서 살수 검에 대해 잘 아는 것이다.”

“원래 살수란 상대를 죽여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야 그렇지! 하나 상대를 죽이면서 내 팔이나 다리를 내준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 꼭 죽여야 할 철천지원수도 아니고,”


‘아, 맞다! 막염 교두님만 봐도 살행 중 두 다리를 잘려 지금은 살수를 못 하고 있잖아?’

막염이 생각난 준하는 잠시 머릿속을 정리했다.


“그럼 나보다 월등한 상대를 만나면 피하는 것이 상책인가요?”

“너보다 더 윗줄의 고수에게는 네가 익힌 살수검 따위는 통하지 않는다. 대신 고수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은밀하게 삼 백 육 십 방위를 점하면 이길 수도 있다.”

“질 수도 있다는 말이네요.”

“무림에는 수많은 술수가 난무한다. 아무리 절대 고수라 할지라도 살수의 습격에는 당할 수가 있지. 만약 기습에 실패하여 정면 대결이 이뤄지면 내공을 부풀려 상대로 하여 본래의 내공보다 더 크게 느끼게 하여 심리적 우위를 점해야 한다. 그리고 상대의 눈에 두려움이 떠오르면 그때 재차 기습하는 것이다. 일검필살(一劍必殺)! 일 초식의 검에 전 내력을 심어 초식을 전개하면 상대는 대항하지 못하고 몸을 빼내려고 할 것이다.”


염무상의 지도가 시작되었다.

마교의 무공이 아닌 염무상이 습격을 당했을 때 살수가 펼쳤던 검법을,

준하는 살수 검이 아닌 방어 검을 펼치는 염무상의 동작을 하나하나 머릿속에 새겼다.

준하가 염무상의 지도를 받은 지 열흘이 지났다.


“겸아! 오늘은 나하고 비무를 해보자.”


아침을 먹고 태금산을 몇 바퀴 돌고 온 준하에게 염무상이 말했다.


“검이 한 자루밖에 없는데요.”

“검을 대신할 뭐가 없나?”


염무상이 담장 밑으로 갔다.


“나는 이거면 됐다.”


염무상이 손에 든 것은 대나무 빗자루에서 빼낸 가는 대나무 가지였다.


“내 검은 다마스쿠스 검 아니, 강철 검인데 그걸로 되겠어요?”

“허허! 고수에게 검의 재질은 중요하지 않다. 비무가 아닌 생사결이라면 실 한 가닥만 있어도 천하 명검처럼 휘두를 수 있지만, 이건 네 검법을 확인하는 비무니 대나무만 있어도 충분하다.”


웅-웅!

염무상이 대나무 가지에 내력을 주입하자 벌들이 날 때 나는 소리가 나며 대나무에 뿌연 안개 같은 것이 맺혔다.

‘겸이를 한계상황까지 밀어붙여 마령봉혈대법을 깨우면 알아서 우리 교로 갈까?’

염무상은 준하가 전문적인 살수가 되기 전에 마교로 보내버리고 싶었다.

‘살행을 하다 보면 단기간에 무공의 진전을 볼 수도 있지만 나 같은 초 극강의 고수를 만나면 십 중 십, 목숨을 잃게 된다.’

캉-캉!

염무상의 생각을 모르는 준하는 만검을 휘두르며 염무상이 점한 삼 백 육 십 방위에 만검을 찔러댔다.

만검과 대나무가 부딪치자 푸른 불꽃이 튀었다.


“자..잠깐만요.”


준하는 만검을 살펴보았다.

‘헉! 날이 나갔다.’

만검의 날이 군데군데 깨져있었다.


“아저씨! 비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왜 그만하려고?”

“예! 조금만 더 하면 만검이 남아나지 않겠어요.”


‘휴-우! 겸이 말대로 여기서 멈추는 것이 낫겠어! 나도 모르게 호승심 때문에 살초를 휘두를 뻔했다!’

염무상은 대나무 가지를 한쪽에 세워놓고 준하가 사다 놓은 술병을 들고 계단에 앉았다.

‘뭐 하려고 저러지?’

준하는 염무상이 세워놓은 대나무 가지를 들고 있었다.

술병을 입으로 가져간 염무상은 술을 마시면서 눈을 준하를 향하고 있었다.

웅-웅!

준하가 든 대나무에서 내공이 소용돌이치는 소리가 났다.

‘서..설마?’

놀란 염무상은 일어나면서 술병을 입에서 뗐다.

기울어진 술병에서 술이 나와 염무상의 가슴을 적셨다.

자연경의 경지에 든 천하제일의 고수 염무상!

술이 자신의 가슴을 적시는 것을 모르고 오로지 준하에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휘-익 휙-휙!

‘저건 천마삼검이다. 혹시 마령봉혈대법이 풀린 것일까?’

천마삼검은 염무상의 독문 검법으로 눈을 감고도 검이 공기를 가르는 소리만 들어도 알 정도로 익숙한 검법이었다.

준하의 대나무가 계속 허공을 갈랐다.

그것도 내공이 주입된 채,

갈증을 느낀 염무상은 자신의 가슴을 적시고 있는 술병을 찾았다.

벌-컥!

밑바닥에 남은 술을 모두 마신 염무상은 입가와 가슴을 닦았다.

준하의 움직임이 멈췄다.


“겸아! 스스로 푼 것이냐?”


마령봉혈대법을 떠올린 염무상이 물었다.


“예? 풀다니요? 뭘 풀어요?”


‘아닌가?’

준하의 되물음에 염무상은 대나무를 쥔 준하의 손을 보았다.


“겸아! 대나무에 내공 주입하는 것은 어떻게 안 것이냐?”


염무상은 대답 대신 다시 물었다.


“아까 아저씨가 보여 줬잖아요?”

“혹시 내 몸속에서 움직이는 내공을 본 것이냐?”

“투시 아니, 내가 몸속에 있는 내공을 어떻게 보겠어요? 그냥 감각으로 느꼈지요.”

-“허! 무인이 될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것인가?”


놀란 염무상이 혼자 중얼거렸다.


“예?”

“아니다. 오늘부터 방금 네가 느낀 감각을 절대 잊지 않도록 감각 훈련만 하도록 해라.”

“예!”


땀을 흘린 준하가 씻기 위해 우물가로 가자 염무상은 아쉬운 눈빛으로 준하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마령봉혈대법이 풀린 줄 알았는데 허탈하구나!’

다음날 준하는 자신 앞에 서서 내공을 움직이는 염무상을 보며 감각을 익혔다.


“겸아! 네가 몸담은 살수 단체가 어딘지 몰라도 이왕 살수가 되었으니 그 단체의 최고 위치에는 올라봐야지?”


잠깐 쉬는 휴식 시간이 되자 염무상이 물었다.


“무림 자체를 없애버리려고 살수가 되기로 했는데 저는 별로 하고 싶지 않아요.”

“네가 만약 무림 황제가 되어 무공 전수를 금지하면 무림은 자연히 없어질 것이다. 네 생각은 어떠냐?”

“그 방법이 좋긴 한데 저는 무림 황제의 그릇이 아니에요.”

“그릇이란 키우면 될 일, 오늘부터 그릇을 키워보자.”

“제가 알기로 무림 황제가 되려면 그에 걸맞은 자질을 가지고 태어나야 한다고 하던데요,”

“누가 그래? 나만 해도 그래, 우리 마교도가 아닌 내가 교주가 될 줄은 누가 알았겠냐? 다 마음먹고 노력하기에 달렸다.”

“그럼 노력해 볼게요.”


준하의 대답에 염무상의 교육은 밤에도 계속됐다.

‘왕수량과 천마대를 불러 겸아를 보호하라고 해야 할까?’

준하의 휴가가 끝나갈 때가 되었다고 알고 있는 염무상은 준하가 잠을 자러 방으로 들어가자 마당을 거닐면서 고민했다.

‘휴-우! 마음은 간절하지만 나와 사제지연을 맺은 것도 아니니 겸아의 운명을 믿어 보자. 쉬운 길을 선택했다면 예전에 나와 사제지연을 맺고 교의 교주가 되려고 했을 것이다!’

계단에 앉은 염무상은 준하가 들어간 방을 바라보며 술병을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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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47. 훈계 24.05.30 44 0 11쪽
46 46. 흑묘의 심사관이 되다 24.05.29 47 0 12쪽
45 45. 냉여은 2 24.05.29 47 0 12쪽
44 44. 사황 마영적 4 24.05.28 46 0 12쪽
43 43. 사황 마영적 3 24.05.28 48 0 12쪽
42 42. 사황 마영적 2 24.05.27 48 0 12쪽
41 41. 사황 마영적 24.05.27 48 0 12쪽
40 40. 성화 24.05.26 55 0 12쪽
39 39. 원나라 만호장 요탄양 24.05.26 64 0 12쪽
38 38. 다람쥐가 도토리를 숨기듯 24.05.25 57 0 12쪽
37 37. 황제 놀이 24.05.25 56 0 12쪽
36 36. 장강수로채 채주 당사도 24.05.24 64 0 12쪽
35 35. 대륙상단의 소상단주 24.05.24 63 0 12쪽
34 34. 상행 2 24.05.23 60 0 12쪽
33 33. 상행 24.05.23 68 0 11쪽
32 32. 쟁자수에 지원하다 24.05.22 69 0 11쪽
31 31. 대륙상단주 장돈 24.05.22 77 0 12쪽
30 30. 첫 번째 청부 24.05.21 76 0 12쪽
» 29. 지도 받다 24.05.21 79 0 12쪽
28 28. 마교 소교주 24.05.20 78 0 12쪽
27 27. 반전 24.05.20 84 0 12쪽
26 26. 응수 24.05.19 92 1 12쪽
25 25. 반역의 서막 24.05.19 95 0 13쪽
24 24. 어딜가도 있는 놈 24.05.18 99 0 12쪽
23 23. 살수 위준하 24.05.18 95 0 12쪽
22 22. 냉여은 24.05.17 97 0 12쪽
21 21. 살수 훈련 24.05.17 101 0 12쪽
20 20. 적랑대주 24.05.16 105 0 12쪽
19 19. 살수조직 흑묘 +2 24.05.16 115 1 12쪽
18 18. 복수 24.05.15 11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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