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중룡 님의 서재입니다.

악인 사냥꾼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중룡
작품등록일 :
2024.05.08 11:00
최근연재일 :
2024.06.28 06:00
연재수 :
104 회
조회수 :
7,043
추천수 :
23
글자수 :
555,294

작성
24.06.12 20:00
조회
31
추천
0
글자
12쪽

74. 천하제일인

DUMMY

마교의 천마전 입구,

‘저게 말로만 듣던 만년설인가?’

사인교에서 내린 준하는 천산을 올려다보았다.

천산의 정상을 덮고 있는 만년설은 구름과 맞닿아 신비롭게 느껴졌다.

준하가 천산을 바라보는 사이 천마전의 문이 열렸고 안에서 염무상이 나왔다.


“사부님! 저 왔습니다.”

“어서 오너라. 오느라 고생했다.”

염무상이 준하를 반겼다.


“어디 가시는 길입니까?”

“구파일방과 정도 문파에서 온 하객들이 귀빈전의 연회실에 있다고 해서 가는 길이다.”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

“그래! 가자.”


귀빈전 근처에 도착하자 연회실 안에서 말소리와 함께 웃음소리가 들렸다.

‘언젠가 들어본 목소린데?’

귀에 익은 소리가 들리자 준하는 목소리의 주인을 생각했다.

연회실의 문이 열리고 준하와 염무상이 들어서자 백여 명의 무인들은 반사적으로 일어났다.

천하제일인, 아니 영세 제일인일지도 모르는 염무상은 마도는 물론 정도 고수들에게도 존경과 흠모의 대상이었다.

‘무림맹 해체 이후 정마의 구분이 사라진 것 같다!’

준하는 정도인들의 숙인 허리에서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황보숭은 무림맹 해체의 당위성을 설명하기 위해 해체 직전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에 서신을 보냈었다.

서신의 내용은 무림 맹주 석중광의 만행에 관한 것이었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하나의 소문이 은밀하게 나돌았다.


-“석중광 맹주의 만행 중 하나는 염무상이 머문 객잔의 우물에 실혼단을

풀게 하여 염무상이 폭주하게 하였다. 이는 공공연한 비밀로 염무상도

알게 되었다. 분노한 염무상은 머지않아 십만마도를 이끌고 중원에 있는

정도 문파들을 차례로 방문하여 정도인들을 모두 몰살할 것이다.”


이 내용은 정도의 한 문파에서 하오문에 의뢰하여 하오문이 작성한 문건으로

하오문은 마교의 정세를 세밀히 살피고 나서 이 문건을 작성했다.

소문을 접한 문파들은 자파의 비급과 보물을 비처(秘處)로 옮기고 몸이 약한 아녀자들과 어린아이들을 깊은 산속으로 피신시켰다.

의연한 척하던 대문파도 마차 가지였다.

십 년 같은 하루하루가 지나갔다.


-“피를 말리며 하루하루를 보내느니 차라리 우리가 정도 연맹을 결성하여 마교를

칩시다.”


정도 문파들 사이에 전서구가 오고 갔다.

하오문에서 문건이 나온 지 한 달 정도 지나자 드디어 정도맹이란 이름의 정도연합체 결성을 하루 앞두게 되었다.

각 문파에서 정도맹으로 파견할 고수를 뽑는 사이 마교에서 하나의 배첩이 당도했다.

구파일방이 배첩을 앞에 두고 고민하는 사이 하오문에서 발표가 있었다.

예전 구파일방을 들썩이게 했던 문건은 자신들과 아무 관계가 없는 문건으로 새외 무림에서 중원 무림의 분열을 조장하기 위한 문건이라는 것이다.

‘우리 정도인들의 가슴속에는 언제부터인가 천마 염무상과 마교에 대한 두려움이 자리하고 있었어! 그 두려움은 사실을 확인하지 못하도록 정도인들의 눈과 귀를 막아버렸고,’

정도인들의 공통된 느낌이었다.


“모두 오셨는가?”


자신을 향해 허리를 숙이고 있는 정도인들을 향해 염무상이 뱉은 자연스러운 하대였다.


“교주님! 제자분의 소교주 즉위를 축하드립니다.”


앞으로 나선 화산파의 장문인 청무가 말했다.


“고맙네! 내 제자를 소개하지. 소교주에 즉위할 내 제자 위겸이라네.”


준하를 바라보는 청무의 눈이 커졌다.


“혹시?”

“맞습니다. 장문인! 오랜만에 뵙습니다.”

“우-허허허! 위소협! 이게 얼마 만이오?”

청무가 준하의 손을 잡았다.


“자, 자! 요리가 오고 있으니 모두 자리에 앉게나.”


염무상이 자리에 앉으며 말하자 사람들은 염무상 주위로 몰려들었다.

연회가 시작되었다.


“자! 당대 천하제일인인 염선배님의 건승을 위해 모두 건배합시다.”


잔을 든 채 일어난 당가의 가주 당왕백이 말했다.


“가주! 내가 왜 천하제일인이라고 생각하나?”

“외람된 말씀이나 선배님을 포함해 절대 삼강(三强) 중 천리현검 석중광과 사황 마영적이 죽었으니 당연히 선배님이 천하제일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왕백이 단언하듯 말했다.


“허허허! 석중광과 마영적이 누구에게 죽은 줄 아는가?”

“그야 선배님의 손에.....,”

“그 두 사람은 내 제자가 죽였네.”

“예?”


염무상의 말에 중인들의 시선은 모두 준하에게 향했다.


“설마?”

“소교주는 이제 막 약관에 이른 것 같은데.....,”


준하를 바라보는 중인들의 눈빛은 불신으로 가득 찼다.


“염선배님의 말씀이 맞소이다. 마영적의 사인은 알 수 없으나 석맹주는 소교주의 손에 죽었소. 그렇지 않소? 소교주!”


자리에서 일어난 황보숭은 말끝에 준하를 보며 물었다.


“황보가주님! 오셨습니까?”


자리에서 일어난 준하는 황보숭을 향해 포권을 해 보였다.


“황보가주! 소교주가 왜 석맹주를 죽인 것이오?”

“맞소! 소교주가 석맹주와 무슨 원한이 있다고 석맹주를 죽였단 말이오?”


중인들은 황보숭이 염무상의 부탁을 받아 염무상의 손에 죽은 석중광을 준하가 죽였다며 거짓으로 말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중인들의 불신도 오래가지 않았다.


“맞지요? 위겸 작가!”


염무상과 멀리 떨어진 자리에서 누군가가 뛰어나오며 물었다.

제갈세가의 가주 제갈룡이었다.


“맞습니다. 제갈가주님!”

“허허허! 이게 얼마 만이오? 그렇지 않아도 보고 싶었는데 여기서 만날 줄은 몰랐소?”


두 사람의 대화에 연회장 안의 중인들은 두 사람의 입을 주시했다.


“제갈가주! 소교주에게 왜 작가라고 하는 것이오?”


남궁세가의 가주 남궁백이 물었다.


“여기 있는 위겸 소협은 소교주가 되기 이전 ‘대 제갈세가’를 비롯해 ‘천년 검객’과 ‘천년 마인’을 쓴 위대한 작가요.”


제갈룡의 대답에 황보숭이 다시 일어났다.


“‘천년 검객’은 읽은 석맹주는 소교주에게 앙심을 품고 산적들을 사주하여 소교주의 친부모를 살해하게 한 것이오. 그래서 그걸 알게 된 소교주는 무림맹에 잠입하여 석맹주와의 생사투 끝에 석맹주를 죽이게 된 것이오.”

“이제야 이해가 갔소이다. 소교주! 정도를 대신해 사죄드리오.”


남궁백이 준하를 향해 살짝 허리를 숙였다.


“무림맹주가 그런 지저분한 인간이었다니?”

“잘 죽었군! 무공 하나 믿고 구파일방을 무시하더니 천벌을 받은 거야!”


한마디씩 하며 준하를 바라보는 중인들의 눈빛은 처음 염무상을 바라봤던 그 눈빛으로 모두 바뀌었다.

황보숭이 자리에 앉자 황보숭 주위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황보가주! 혹시 소교주의 암습으로 석맹주가 죽은 것 아니오?”


형산파의 장로 동은명이 물었다.


“그건 아니요, 소교주는 석맹주와 생사투를 벌이기 전 이미 현경의 끝자락에 다다른 절대 무인! 생사투가 끝나자 큰 깨달음을 얻은 소교주는 두 번의 환골탈태를 한 뒤 곧바로 자연경의 경지에 접어들었소.”

“두 번의 환골탈태라니? 그게 있을 수 있는 일이오?”

“동장로! 내 말을 못 믿겠으면 지금 소교주의 외모를 보시오. 무인처럼 보이시오?”

“마교의 소교주라고 하니 무인으로 보일 뿐이오. 그래서 내가 더 못 믿는 것이오.”

“두 번째 환골탈태가 끝났을 때 반박귀진의 경지로 접어들어 바로 저 모습으로 변했소. 그리고 정 내 말을 못 믿겠으면 무림맹의 맹주전을 떠올려보시오. 자연경의 경지에 접어든 무인이 아니라면 어떻게 인간의 힘으로 맹주전을 끌어올려 허공으로 날려 버렸겠소?”

“그러고 보니 황보가주의 말이 맞는 것 같소. 소교주의 헌앙한 모습을 보니 내 손녀가 생각나는군! 손서(손녀사위)로 삼고 싶소!”


준하를 바라보는 동은명의 눈에는 탐욕이 일었다.

다른 사람들의 눈빛도 동은명의 눈빛처럼 변해가자 준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세상에서 가장 간사한 것이 바로 인간의 마음이야! 자연경이라고 하니 다들 내가 욕심난 모양이다.’

준하는 염무상을 향해 허리를 숙인 다음 연회실을 나왔다.


****


‘즉위식이 끝나면 만마방과 같은 곳은 정리해 마도 통합을 이루어야겠어!’

준하는 양승상을 찾아 원로원으로 갔다.


“연회는 끝났나?”


사마강이 물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허허! 정도의 늙은이들하고 같이 있기가 불편했던 모양이군!”

“예! 조금요,”

“소교주의 제자는 지금 자고 있네. 데리러 왔나?”

“그건 아니고 부탁 좀 드리러 왔습니다.”

“말해보게, 내 힘은 없지만 소교주의 부탁쯤은 얼마든지 들어주겠네.”

“제가 중원을 주유하는 동안 제 제자를 맡아주십시오.”

“중원을 주유하다니? 여행을 떠나려는 건가?”

“아닙니다. 교로 오는 도중 만마방이라는 집단을 만났습니다. 우리 교의 하부 조직이라고 하며.....,”


준하는 만마방과 만난 과정을 사마강에게 말했다.


“만마방과 같은 방파를 모두 없애 버리려는 생각인가?”

“아닙니다. 먼저 백성들에게 피해 끼치는 행위를 금지하는 포고령을 선포한 뒤 개전의 여지가 없는 방파들을 모두 없애 버릴 생각입니다.”

“옮거니! 그게 바로 진정한 포교활동이로군! 소교주! 제자 걱정은 하지 말게, 내 소교주의 제자를 진정한 마인으로 키워 낼 테니.”

“원로원주님! 저는 그 아이를 마인으로 키울 생각이 없습니다. 그저 강한 무인이면 됩니다.”“흠! 우리 교의 무공은 가르치지 말아라?”

“예!”“알겠네. 소교주의 제자에게 듣자 하니 부모가 상단을 운영한다고 하더군. 나중에 상단을 물려받아 운영하려면 아무래도 마인보다는 중립적인 무인이 더 낫겠지.”

“제 부탁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엄밀히 따지면 부탁이 아니라 명령이라고 해야겠지?”

“예? 명령이라니요?”

“아니야. 늙어서 말이 헛나왔네.”


사마강이 말을 얼버무렸다.

잠든 양승상을 안은 준하는 자신의 숙소가 있는 소마전(小魔殿)으로 왔다.

다음 날 오전,

‘오늘 즉위식에 입을 예복을 가지고 온다고 하더니 왜 이리 늦어?’

소교주 침소을 나온 준하는 소마전에 배속된 시비를 불렀다.


“내 즉위식에 입을 예복은 누가 가져오기로 했어?”

“소교주님! 즉위식에 관한 모든 절차는 교주전에서 주관하고 있어서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럼 내가 교주전으로 가볼까?”

“그냥 계시면 제가 갔다 오겠습니다.”


시비가 교주전으로 가자 준하는 다시 침소로 들어왔다.

와-아-아!

‘예행연습이라도 하는 거야 뭐야?’

멀리서 함성이 들렸다.


한 식경이 지났다.


“소교주님! 교주전에서 예복이 당도했습니다.”


침소 밖에서 시비의 목소리가 들렸다.


“들어와.”

“여기 있습니다. 소교주님! 지금 입고 있는 무복을 벗으시면 제가 예복을 입혀 드리겠습니다.”


시비가 탁자 위에 향나무로 만든 궤를 내려놓았다.


“아..아니, 내가 그냥 입을게.”


준하는 자신과 비슷한 나이의 시비가 말하자 말을 더듬고 말았다.


“옷을 다 입은 후 뒤에서 끈을 묶어야 해서 혼자는 입을 수 없습니다.”

“그럼 내가 부를 테니 그때 다시 들어와.”

“예, 소교주님!”


시비가 나가자 준하는 궤의 뚜껑을 열어보았다.

‘풉! 내가 황제에 즉위하는 것도 아닌데 익선관에 용포라니? 역시 마교답다!’

익선관과 용포를 집어 든 준하는 몸이 굳고 말았다.

‘헉! 천마신검과 천마령을 왜 나에게 가져왔을까?’

용포 밑에는 고색창연한 천마신검과 희귀한 경옥으로 만든 천마령이 있었다.

‘누군가가 나를 이용해 반역을 획책하는 것일까?’

준하는 익선관과 용포를 궤 안에 넣고 뚜껑을 닫았다.

궤 뚜껑을 닫는 순간 밖이 소란스러웠다.

수많은 사람의 발소리였다.

‘큰 함성을 지른 사람들이 나에게 몰려온 것을 보면 확실하구나! 반역의 주동자가 누군지 모르지만, 오늘 너는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

입술을 깨문 준하는 만검을 빼 들고 내공을 끌어올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악인 사냥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24.06.26 6 0 -
104 104. 배상철과 변명근 NEW 5시간 전 1 0 11쪽
103 103. 회귀 24.06.27 5 0 12쪽
102 102. 이별을 준비하다 24.06.26 3 0 12쪽
101 101. 연지소 24.06.26 7 0 12쪽
100 100. 태금산 24.06.25 8 0 11쪽
99 99. 만수충조 24.06.25 10 0 11쪽
98 98. 천철도 24.06.24 11 0 12쪽
97 97. 포달랍궁 24.06.24 14 0 11쪽
96 96. 무림 왕 2 24.06.23 13 0 12쪽
95 95. 취개 24.06.23 18 0 12쪽
94 94. 공동파 24.06.22 16 0 12쪽
93 93. 흑금상단 24.06.22 18 0 12쪽
92 92. 천지 24.06.21 19 0 12쪽
91 91. 인왕채 24.06.21 17 0 12쪽
90 90. 무림 왕 24.06.20 19 0 12쪽
89 89. 영락제 3 24.06.20 19 0 12쪽
88 88. 영락제 2 24.06.19 22 0 12쪽
87 87. 영락제 24.06.19 26 0 12쪽
86 86. 준하의 함정 24.06.18 25 0 12쪽
85 85. 요련화의 실종 24.06.18 24 0 12쪽
84 84. 사동척 24.06.17 26 0 12쪽
83 83. 하오문주 요련화 2 24.06.17 27 0 12쪽
82 82. 하오문주 요련화 24.06.16 29 0 12쪽
81 81. 공동파 24.06.16 30 0 11쪽
80 80. 혁련광의 죽음 24.06.15 32 0 12쪽
79 79. 이별 24.06.15 35 0 12쪽
78 78. 철마련의 련주 혁련광 24.06.14 30 0 11쪽
77 77. 북화영 2 24.06.14 30 0 12쪽
76 76. 북화영 24.06.13 30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