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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룡 님의 서재입니다.

악인 사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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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룡
작품등록일 :
2024.05.08 11:00
최근연재일 :
2024.06.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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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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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6. 북화영

DUMMY

준하의 몸에서 한기를 느낀 염겸명은 허리를 들지 못했다.


“염총관! 몸종 한 명만 데리고 교를 나가 운남성부터 감찰할 것이니 그리 알도록.”

“알겠습니다. 교주님!”


총관부를 나온 준하는 천산으로 향했다.

‘옛날 TV에서 천산에 사는 원주민들이 동충하초(冬蟲夏草)를 채취한 것을 본 것 같으니 한번 올라가 보자.’

동충하초란 곤충의 몸에 버섯의 자실체가 기생하다가 여름에 발아하는 것을 말한다.


“큼-큼!”


준하는 눈에 덮인 천산을 오르면서 동충하초의 냄새를 찾기 위해 후각에 신경을 집중했다.

‘원단에 동충하초와 산삼을 넣은 삼계탕을 사부님께 드리려고 하는데 바람이 너무 거세 냄새를 맡을 수 없네!’

여름에 마교도들이 모두 채취했는지 준하는 동충하초의 냄새를 찾을 수가 없었다.

뽀드득-뽀드득!

눈 속을 얼마나 걸었을까?

준하의 후각에 약초 냄새가 느껴졌다.

동충하초를 찾아 산등성이를 도는 순간 희뿌연 그림자가 보였다.

선객이 있었다.

‘동충하초의 냄새를 쫓느라 내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구나!’

선객은 허리를 숙여 쌓인 눈 속으로 손을 넣어 동충하초를 뽑아냈다.


“커-흠!”

“누..누구냐?”


준하의 헛기침 소리에 선객의 입에서 여인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나왔다.


“놀라게 했으면 미안하오. 나는 동충하초의 냄새를 따라온 것이오.”


준하의 말에 얼굴을 감싼 여인의 눈이 준하의 위아래를 훑어보았다.


“혹시 교주님이세요?”

“맞소.”

“소녀 북화영! 교주님을 뵙습니다.”


여인이 눈 위로 부복했다.


“그만 일어나시오.”


준하의 말에 여인은 고개를 숙인 채 눈 위에서 일어났다.


“북소저! 어디로 가면 동충하초를 찾을 수 있소?”

“교..교주님! 소녀에게 북소저라니요?”

“그럼 뭐라고 부르면 되겠소?”

“교주님은 배분이나 직책으로 따져도 수석 장로인 우리 할아버지보다 더 위이시니 그냥 이름을 부르셔도 됩니다.”

“아! 그대가 수석 장로의 손녀시오?”

“예, 교주님!”

“화영아! 어디로 가면 동충하초를 찾을 수 있어?”

“어멋!”


준하의 질문에 북화영은 비명 같은 소리를 냈다.

‘내가 실수한 것일까?’

준하는 북화영의 숙인 정수리를 보았다.


“알려주기 싫으면 그냥 가겠다.”


준하가 몸을 돌리는 순간,


“교주님! 이걸 드릴게요.”


북화영이 준하에게 주머니를 내밀었다.

동충하초가 든 주머니였다.


“나에게 다 주면 너는?”

“소녀는 다음에 또 채취하면 됩니다.”

“하하! 교주가 교도가 힘들게 채취한 것을 그냥 받으면 되겠어?”


준하가 웃으며 동충하초가 든 주머니를 북화영 쪽으로 밀었다.

순간 고개를 든 북화영이 준하의 눈을 올려다보았다.


“흐-흑!”

“왜?”


북화영이 몸을 휘청거리자 준하는 북화영의 손을 잡았다.

‘차갑고 여린 손이다!’

천산을 헤맸는지 북화영의 손은 만년빙보다 더 차가웠다.

고개를 숙인 북화영이 몸을 떨기 시작했다.


“빨리 내려가야지, 안 되겠다.”


준하는 내공으로 북화영의 몸을 감싸 허공으로 몸을 날렸다.

그러자 북화영의 몸도 허공으로 떠올라 준하와 함께 이동했다.

‘내공이 거의 없는 것 같은데 벌써 맥을 조절하는 경지에 이르렀는가?’

준하는 북화영의 몸을 감싼 내공을 통해 북화영의 몸 상태를 느끼고 있었다.

‘아니다. 맥을 조절하는 정도의 경지라면 한서불침은 아니더라도 추위 정도는 못 느껴야 한다.’

이상한 생각이 든 준하는 북화영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먼저 눈에 띈 것은 파랗게 변한 북화영의 입술이었다.

‘위험하다!’

준하는 북화영의 차갑게 변한 몸을 안고 천약당을 떠올렸다.

찰나의 순간, 북화영을 안은 준하는 천산에서 삼십 리 정도 떨어진 천약당 입구에 있었다.

먼 거리를 이동하는 이형환위의 일종인 여의이어(如意移馭)가 발현된 것이다.

천약당,

마의로 알려진 곽양전이 당주로 있는 곳이다.


“곽당주! 빨리 이 아이의 몸을 진맥해 보라.”


천약당의 당주실로 들어간 준하는 곽양전에게 말했다.


“예, 교주님!”


곽양전이 침상에 눕힌 북화영에게 다가왔다.


“이 아이는?”

“왜? 아는 아이인가?”

“예! 이 아이는 구음절맥보다 더 무서운 천음절맥을 앓고 있습니다.”

“천음절맥이 무엇인가?”

“구음절맥은 아홉 개의 맥이 끊어진 것을 말하는데 거기에 세맥의 절반이 끊어진 상태를 천음절맥이라고 합니다.”

“치료방법은?”

“아직 치료방법이 없습니다.”

“세워서 몸을 잡아라.”

“예, 교주님!”


곽양전이 북화영의 몸을 세우자 준하는 북화영의 등에 쌍장을 댔다.

그리고 북화영의 몸에 만년설삼을 녹여 만든 진기를 불어넣었다.

일다경이 지나자 창백했던 북화영의 얼굴이 원래 상태로 돌아왔다.


“교주님!”


준하를 부른 곽양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만해도 된다는 의미였다.


“곽당주! 더 많이 불어넣으면 낫지 않을까?”

“그건 아닙니다. 교주님! 방금 교주님이 이 아이의 몸에 내공을 불어넣은 것은 아사 직전의 사람에게 약간의 물을 먹인 것과 같습니다.”

“결론은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말이군!”

“그렇습니다. 교주님! 내공을 더 불어넣었다가는 무공을 익히지 않은 이 아이는 교주님의 가공할 내공을 견디지 못하고 심맥이 터져 죽을 수도 있습니다.”


곽양전이 북화영을 눕히며 말했다.


“고치기 불가능한 천형이라는 말이군!”


‘현대 의학에서도 절맥이라는 것이 있었나?’

준하는 치료법을 찾기 위해 과거 한국을 생각했다.

‘내 기억 속에는 절맥과 비슷한 질병은 없다.’

준하가 생각하는 동안 북화영이 눈을 떴다.


“교주님! 따뜻하고 좋았어요.”


북화영이 손을 뻗어 준하의 손을 잡고 눈을 감았다.

눈을 감은 북화영의 긴 눈썹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북화영은 자신이 혼절한 동안 내가 내공을 넣어 준 것을 모르고 있다. 내가 마음에 든 것일까?’

준하가 내려다본 북화영의 얼굴에는 행복이 가득 차 있었다.

색혼미안(色魂美眼)!

준하는 자신의 색혼미안으로 인해 북화영이 사랑에 빠졌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헉! 감히 교주님의 손을 대다니? 제발 교주님이 진노하지 않아야 할 텐데.’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던 곽양전은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마교의 교주,

마교에서는 신과 같은 신성한 존재로 교주의 허락이 있기 전에는 그 어떤 사람도 절대 교주의 몸에 손을 대서는 안 된다.

그런데 북화영은 일방적으로 준하의 손을 잡고 행복한 표정으로 누워있었다.

그리고 손이 잡힌 준하 역시 부드러운 눈빛으로 북화영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과거 한국에서 내가 좋아했던 태민지 배우와 많이 닮은 얼굴이다! 그때는 그 배우를 홀로 짝사랑했던 것조차 이래도 되나 하고 미안하게 생각했는데 그 배우와 꼭 닮은 소녀가 나를 좋아한 것 같으니 나쁘지 않은 기분이야!’

준하는 자신의 엄지손가락으로 북화영의 검지를 쓰다듬었다.

그 감촉을 느꼈는지 북화영의 얼굴은 더 붉어졌다.

‘현 교주님은 염무상 교주님을 포함해 선대 교주님들과는 전혀 다른 존재라고 하더니 그 말이 사실인 것 같구나!’

곽양전의 우려와 달리 준하는 북화영의 천음절맥이 낫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당주실의 문이 열리고 놀란 표정의 북뢰가 들어왔다.


“화..화영아! 괜찮은 것이냐?”

“쉿! 방금 잠들었소.”


북뢰의 말에 준하는 입에 검지를 붙이고 말했다.

-교주님께서 손녀의 몸에 내공을 불어 넣어 주셨습니다.

북뢰에게 고개를 숙인 곽양전은 종이에 쓴 글씨를 써서 북뢰에게 주었다.


“손녀 때문에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합니다. 교주님!”


말하는 북뢰의 얼굴을 쳐다본 준하는 조심스럽게 북화영의 손을 뗐다.

천약당에 있는 객실,


“수석장로! 손녀의 신체가 천음절맥이라고 하던데 정말 치료방법이 없소?”

“예, 교주님! 안타깝게도 치료방법이 없습니다.”

“하늘은 왜 착하고 예쁜 아이에게 그런 형벌을 내렸는지..?”


준하가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말하자 북뢰는 몸을 돌려 눈물을 훔쳤다.


“수석장로! 이걸 받으시오.”


준하는 북뢰에게 동충하초가 든 주머니를 주었다.


“이것이 무엇입니까?”

“수석장로의 손녀가 천산에서 채집한 동충하초요.”

“제 손녀가 천산에 갔었습니까?”

“내가 바람을 쐴 겸 해서 천산을 올랐는데.....,”


준하는 북화영과의 만난 순간부터 이야기했다.


“교주님! 이건 별거 아니지만 제 손녀가 교주님께 드리는 것입니다.”


준하의 이야기를 들은 북뢰가 말했다.


“여리고 아픈 몸으로 채취한 귀한 것을 내가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소.”


준하는 동충하초가 든 주머니를 품속에 넣었다.

‘원단이 되면 나에게 동충하초 차를 끓여준다고 하더니 그 몸을 하고 천산을 올랐구나!’

북뢰는 북화영이 누워있는 당주실 쪽을 보며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교주님! 저는 우리 손녀를 깨워 집으로 데려가야겠습니다.”

“그러시오.”


북뢰가 객실을 나가자 곽양전이 준하에게 다가왔다.


“교주님! 북화영은 정월을 넘기지 못할 것입니다.”

“시한부의 삶을 살고 있는가?”

“예, 교주님! 만약 북화영이 일반교도의 딸로 태어났으면 진작 죽어도 이상할 것이 없는 몸입니다. 내일이면 스무 살인데 정말 안타까운 아이입니다.”

“가족은 수석장로뿐인가?”

“예, 교주님! 북화영의 모친은 북화영을 낳다가 죽었고, 부친은 북화영이 세 살 때 북화영에게 먹일 영약을 구하러 다니다가 사고로 죽었다고 합니다.”

“북화영의 부친이 구하러 다녔다는 영약은 무엇인가?”


자신이 영약을 구해야겠다고 생각한 준하가 물었다.


“무엇인지는 알 수 없으나 현재 북화영의 몸은 백약무효(百藥無效)입니다.”

“내가 자연경의 경지에 들어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뜻이군! 수명은 인간의 의술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신의 영역인가?”


준하는 자조 섞인 말을 하며 객실을 나왔다.

원단이 되었다.

새벽에 눈을 뜬 준하는 교주전의 침전에서 내공을 끌어올렸다.

그러자 준하의 몸은 천산의 계곡에 도착했다.

바로 여의이어(如意移馭: 뜻하는 대로 움직임)를 발휘한 것이다.

‘금우설조(金羽雪鳥)의 기척을 이 근처에서 느낀 것 같았는데 저 바위 뒤로 숨었나?’

계곡을 헤매던 준하는 눈이 쌓이지 않은 바위를 발견했다.

금우설조(金羽雪鳥)!

영단을 능가하는 뛰어난 약효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영조다.

기척을 숨긴 준하는 날리는 눈송이처럼 바람에 몸을 맡겨 바위로 날아갔다.

‘거위 크기에 은빛 털만 아니면 생김새는 한국의 고유종인 토종닭과 거의 비슷한 생김새다.’

세 마리의 금우설조를 발견한 준하는 날리는 내공을 실어 금우설조를 향해 튕겼다.

슈-슈-슈 퍽-퍽-퍽!

거의 동시에 세 마리의 금우설조가 바위에 머리를 박았다.

절명한 것이다.

‘온몸은 물론 눈동자까지 은빛이라 발견하기가 힘들겠어! 이곳은 지기(地氣)가 뭉쳐진 곳이라 따뜻한가? 금우설조는 따뜻한 지기를 흡수하려고 바위 근처에 모여 있었어!’

금우설조가 머리를 박은 바위는 손끝으로 느낄 만큼 따뜻했다.

금우설조를 자루에 담은 준하는 천산에 자생하는 설삼을 찾기 위해 몸을 날렸다.


“큼-큼! 희미하지만 분명 삼 냄새다!”


준하는 어디선가 풍겨온 설삼 향의 진원지를 찾아 후각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퍽-퍽!

침입자인가?’

낯선 소리에 준하는 허공으로 몸을 솟구쳤다.

‘사향소잖아!’

높은 곳에서 소리의 정체를 확인한 지상으로 내려왔다.

‘눈이 쌓인 곳에서 뭘 찾을까?’

온몸이 긴 털로 덮인 사향소는 앞발을 이용해 눈을 헤집어 뭔가를 뜯어먹고 있었다.

‘저것은 설삼의 줄기다.’

두-두-두!

설삼 줄기를 뜯어먹은 사향소는 설표의 기척을 느꼈는지 정상 쪽으로 달려가 버렸다.

준하는 사향소가 설삼 줄기를 뜯어먹은 곳으로 왔다.

‘이건 내 몫인가?’

내공을 주입한 손으로 땅을 파보니 다섯 뿌리의 설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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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100. 태금산 24.06.25 8 0 11쪽
99 99. 만수충조 24.06.25 10 0 11쪽
98 98. 천철도 24.06.24 11 0 12쪽
97 97. 포달랍궁 24.06.24 14 0 11쪽
96 96. 무림 왕 2 24.06.23 13 0 12쪽
95 95. 취개 24.06.23 18 0 12쪽
94 94. 공동파 24.06.22 15 0 12쪽
93 93. 흑금상단 24.06.22 18 0 12쪽
92 92. 천지 24.06.21 18 0 12쪽
91 91. 인왕채 24.06.21 17 0 12쪽
90 90. 무림 왕 24.06.20 19 0 12쪽
89 89. 영락제 3 24.06.20 19 0 12쪽
88 88. 영락제 2 24.06.19 22 0 12쪽
87 87. 영락제 24.06.19 26 0 12쪽
86 86. 준하의 함정 24.06.18 2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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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84. 사동척 24.06.17 26 0 12쪽
83 83. 하오문주 요련화 2 24.06.17 27 0 12쪽
82 82. 하오문주 요련화 24.06.16 28 0 12쪽
81 81. 공동파 24.06.16 30 0 11쪽
80 80. 혁련광의 죽음 24.06.15 31 0 12쪽
79 79. 이별 24.06.15 35 0 12쪽
78 78. 철마련의 련주 혁련광 24.06.14 30 0 11쪽
77 77. 북화영 2 24.06.14 30 0 12쪽
» 76. 북화영 24.06.13 3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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