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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룡 님의 서재입니다.

악인 사냥꾼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중룡
작품등록일 :
2024.05.08 11:00
최근연재일 :
2024.06.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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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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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55,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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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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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82. 하오문주 요련화

DUMMY

작은 전각에서 삼류 무인들의 고르지 않은 호흡이 전해왔다.

‘찾았다!’

가는 내공 줄기에서 황왕상의 비대하고 거친 맥박이 울려왔다.

‘여기 있는 무인들을 모두 죽일 수는 없지!’

삐-이-삐!

입술을 모은 준하의 입에서 밤새 울음소리가 나왔다.

‘조금만 기다릴까?’

준하는 황왕상이 갇힌 곳으로 생각되는 창고의 지붕으로 올라갔다.

‘전병 가게에 삼류 무인들이 모여 있다? 현판이 없는 것을 보면 정식 문파는 아닌데 같은데 뭐 하는 놈들일까?’

화-라-락!

멀리서 공기와 옷깃이 스치는 작은 파공음이 들렸다.

팍 슝!

준하의 손끝에서 작은 불꽃이 일어나 밤하늘로 솟아올랐다.


“주군! 저희 왔습니다.”


왕수량과 천마철혈대가 도착했다.


“한 명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라.”

“충!”


왕수량과 천마철혈대가 암흑 속으로 스며들자 준하는 황왕상이 갇힌 창고로 내려갔다.

끼-이-익 툭!

준하는 창고의 자물쇠를 비틀어 뜯어냈다.


“사..살려 주시오. 나는 마교 교주님을 모시는 몸종이오.”


몸이 묶인 채 누워있던 황왕상이 버둥거리며 말했다.


“황노! 걱정하지 마라.”

“흑-흑! 주인 나리!”


준하의 목소리를 들은 황왕상이 일어나려고 몸부림을 쳤다.

측은한 생각이 든 준하는 얼른 황왕상을 일으켜 세워 묶인 줄을 풀어주었다.


“주인 나리를 번거롭게 하는 큰 죄를 지었습니다. 흑-흑!”


황왕상이 엎드린 채 말했다.


“무슨 이유로 이곳에 묶여 있었는지 모르지만 묶인 것 자체는 죄가 아니니 어서 일어나.”

“예, 주인 나리! 흑-흑!”


황왕상은 솥뚜껑만큼 크고 두툼한 손으로 눈가를 훔쳤다.


“황노! 무슨 일로 이곳에 묶여 있는 것이냐?”

“이게 모두 제 식탐 때문입니다.”


황왕상의 후각은 경이로울 만큼 뛰어났다.

열 개가 넘은 당과를 먹은 황왕상의 콧속으로 전병의 고소한 냄새가 들어왔다.

전병 냄새에 홀린 황왕상이 정신을 차려보니 전병 가게 앞이었다.


“식탐 때문이라니?”

“당과에 만족해야 하는데 지칠 줄 모르는 제 식탐이 저를 이곳으로 이끌었습니다. 전병 몇 개를 먹고 나니 교주님이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전병 몇 개를 사서 계산하려고 하는데 교주님이 주신 은자 한 잎이 갑자기 없어진 것입니다.”

“당과 값은 무슨 돈으로 낸 것이냐?”

“당과 값은 제가 가지고 있던 철전으로 냈습니다.”

“철전을 꺼내면서 은자를 흘린 것 아냐?”

“아닙니다. 제가 전병을 먹기 전, 이곳에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황왕상은 자신의 허리춤을 꺼내 보였다.

천을 엉성하게 덧댄 작은 주머니가 나왔다.


“그럼 어디로 갔어?”

“주인 나리! 주인 나리의 말씀처럼 남을 함부로 의심해서는 안 되지만 제가 전병을 먹고 있는데 얼굴이 험악하게 생긴 사람이 제 몸을 부딪쳤습니다.”

“배수(소매치기)구나!”

“이곳에 갇힌 후 저도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까짓 전병 값이 없다고 하여 이곳에 갇힌 것이냐?”

“아닙니다. 제 상전이 객잔에 계시니 상전께 아뢰어 돈을 가져다준다고 하자 상전이 누구냐고 물었습니다.”

“그래서 뭐라고 대답했어?”

“그게....,”


황왕상이 당시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네놈의 상전이 누구인지 이름을 대라?”


황왕상의 몸을 부딪친 남자가 물었다.


“내 상전은 천하제일인이오.”

“짝귀형님! 이놈이 미친 것 같습니다.”

“산적아! 그런 것 같구나! 그냥 죽여 버려라.”


황왕상의 대답에 황왕상의 몸을 부딪친 짝귀가 산적에게 말했다.

챙!


“내가 죽일 테니 나머지는 짝귀형님이 알아서 하쇼.”


검을 뺀 짝귀가 황왕상을 향해 검을 들었다.


“내 상전은 교주님이오. 마교의 교주란 말이오.”

“뭐? 교주?”


황왕상을 향해 떨어지던 짝귀의 검이 반사적으로 멈췄다.


“짝귀형님! 들었소?”

“그래! 아무래도 양괴형님께 의논해야겠으니 양괴형님을 모시고 와라.”

“예!”


잠시 후 산적이 양괴를 데리고 왔다.


“야, 뚱땡이! 너 마교의 교주님의 몸종이라고 하던데 이곳 광주를 오기 전 어디를 들렸냐?”

“곤명의 철마련을 들러 모두 쓱 했소.”


황왕상이 자신의 손으로 목을 긋는 행동을 했다.


“그..그래? 너희 둘은 이놈을 묶어라.”


표정이 변한 양괴가 말하자 짝귀와 산적이 황왕상의 몸을 묶었다.


“다 묶었으면 창고로 데려가자.”

“양괴형님! 이놈의 말이 맞습니까?”


짝귀가 물었다.


“그래! 철마련은 교주와 마교의 천마철혈대에 의해 문을 닫았다.”

“그럼 이놈을 어떻게 해야 합니까?”

“어떻게 하긴? 죽인 다음 시체에 화골산을 부어 본문에 화가 미치지 않도록 해야지.”

“양귀형님! 그냥 이놈을 돌려보내고 교주에게 빌면 안 될까요?”


산적이 물었다.


“뭐? 네가 교주에게 가서 빌래?”

“헉! 곤명의 패자 철마련이 한 식경도 되지 않아 멸문지화를 당했다고 들었는데 제가 어떻게 교주를 만납니까?”

“그래서 죽이자는 것 아냐?”

“알겠습니다.”

“절대 본문의 문주님이 알아서는 안 된다.”


이렇게 해서 황왕상은 창고에 갇히게 되었다.

말을 마친 황왕상은 다시 흐느끼기 시작했다.


“어쨌든 수고했다. 그만 울고 이곳을 나가자.”

“예, 주인 나리!”


준하는 황왕상을 데리고 창고를 나왔다.


“왕대주! 황노를 보호해라.”

“예, 주군!”


왕수량이 어둠 속에서 튀어나왔다.


“우-웁!”

“황노! 왜 그래?”


입을 가린 황왕상이 헛구역질하는 소리를 내자 어디로 가려던 준하가 몸을 멈춘 채 물었다.

그러자 입을 가린 황왕상의 두꺼운 검지가 왕수량을 가리켰다.


“주군! 황노가 갑자기 튀어나온 저를 볼 때마다 놀라서 ‘이제 적응할 때도 되지 않았냐?’라고 했더니 그런 것 같습니다.”

“하하! 왕대주! 앞으로 허공에서 나올 때는 황노에게 ‘나 나간다.’라고 말한 뒤 나와라.”

“예, 주군! 눈치껏 하겠습니다.”


얼굴에서 미소를 거둔 준하는 삼류 무인들의 호흡이 전해온 전각으로 갔다.

꽝-꽝!

준하의 쌍장에서 나간 장력에 전각의 출입문을 박살 냈다.

안에서 자고 있던 무인들이 검을 빼 들고 밖으로 나왔다.


“제압하라!”

“추-웅!”


준하의 말에 천마철혈대가 무인들의 제압하여 꿇어 앉혔다.


“누가 이곳의 분타주냐?”


‘내공을 지닌 배수라면 절대 평범한 배수가 아니다. 혹시 이곳이 하오문의 분타가 아닐까?’

준하는 찔러 본다는 마음으로 물었다.


“.....,”


그 누구도 대답하지 않았다.


“하오문의 분타보다 우리 교의 분타가 훨씬 더 많다. 또한 분타주들은 모두 초절정의 고수들이지. 내가 하오문을 중원 무림에서 지우는 것은 손바닥을 뒤집는 것처럼 쉽다. 다시 묻는다. 누가 분타주야?”

“저..접니다.”


무인 한 명이 입을 열었다.


“이놈을 풀어줘라.”

“충!”


일어선 분타주가 머리를 숙이고 섰다.


“너는 지금 문주에게 전서구를 날려 이곳으로 오라고 해라. 한 시진 이내로 안 오면 하오문은 지워진다.”

“아..알겠습니다.”


하오문의 분타주가 지급으로 쓰는 전서구를 날렸다.


“내 사람을 납치한 세 놈은 앞으로 나와.”


세 사람이 겁먹은 얼굴로 준하 앞으로 나왔다.


“모두 꿇어라.”


후-다-닥!

세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재빨리 꿇었다.


“황노! 검을 줄 테니 세 명의 목을 잘라라.”


준하는 자신의 뒤에 있는 보며 황왕상을 보며 말하자 황왕상이 앞으로 나왔다.


“허공에 날리는 머리카락도 쉽게 베는 예리한 검이니 다치지 않으려면 검을 잘 쥐어라.”


준하는 만검을 황왕상에게 건넸다.

퍽-퍽-퍽!


“이 강도들아! 옛날의 나 같았으면 너희 세 놈의 목을 벴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주인 나리께 관용을 배웠다. 그만 일어나라.”


황왕상은 검면으로 세 사람의 등을 때린 뒤 큰 소리로 말했다.


“황노! 그냥 죽여버리지 그랬어?”

“주인 나리! 지금 죽이면 가슴은 후련할지 몰라도 내일이면 후회할 것 같아 참기로 했습니다.”

“잘 했다!”


준하는 웃으며 황왕상이 건넨 만검을 받으며 말했다.


“이게 모두 주인 나리의 가르침 때문입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황왕상의 인사를 받은 준하가 정색한 얼굴로 몸을 돌렸다.


“언제까지 지켜볼 셈이냐?”


준하의 말에 왕수량과 천마철혈대도 의아한 표정이 되었다.

화-라-락!

누군가가 지붕 위에서 떨어져 내렸다.


“제 기척을 알아채다니요? 역시 교주님답습니다.”


준하 앞으로 떨어져 내린 사람이 말했다.


“얼굴을 나타내지 않고 계속 나를 희롱하면 너부터 죽여 하오문의 멸문을 시작하겠다.”


준하의 말속에서 진득한 살기가 베어 나왔다.

찌-이-익!

상대가 자기 얼굴 가죽을 찢었다.

인피면구를 쓴 것이다.


“하오문의 문주 사월(死月) 요련화! 교주님께 인사드립니다.”

“하오문도들이 내 사람을 함부로 건드려 대단한 사람이 문주일 줄 알았는데 너였구나!”


‘사월 요련화가 하오문의 문주였었다니?’

준하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지만 내심 놀라고 말았다.

사월 요련화!

준하가 살수로 나타나기 전 십 대 후반부터 살수로 이름을 날린 살객이었다.

‘그래서 나와 천마철혈대가 저년의 기척을 눈치채지 못한 것이었군!’

요련화의 기척을 눈치채지 못했던 왕수량은 요련화의 이름을 듣고 굳었던 얼굴이 펴졌다.


“예, 교주님! 저는 교주님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어요. 괜찮으시면 제가 술 한잔 대접하고 싶은데 함께 자리해 주실래요?”

“죽고 싶나?”


준하의 몸에서 피어나온 살기가 요련화의 몸을 옥죄자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은 요련화는 몸을 비틀었다.


“아-악! 교주님! 제게 무슨 잘못이 있나요?”

“하오문 감히 따위가 내 발걸음을 붙잡았다.”


드-드-드!

준하의 기세에 하오문의 전각들이 흔들렸다.


“죄..죄송합니다. 교주님!”


요련화는 얼른 한쪽 무릎을 꿇었다.


“네 죄는 하오문으로 가서 묻겠다.”

“소..소녀가 안내하겠습니다.”

“앞장서라.”


준하의 말에 요련화는 앞장서서 걸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국가는 물론 단체나 기업이 성공하려면 정보가 최우선이야!’

뒷짐을 지고 걷던 준하는 자신의 뒤를 따르는 황왕상을 보았다.

넙데데한 얼굴은 공포로 가득했다.


“황노! 넌 네 사람이다! 나는 내 등에 검을 꼽지 않은 한 내 사람을 최우선으로 하니 겁먹지 마라.”

“예, 주인 나리!”


준하의 미소 띤 얼굴에 황왕상도 미소를 보이며 대답했다.

‘내가 이 사람이라면 나는 몸종을 위해 번거로운 일을 하려고 할까? 마교의 교주이자 천하제일인인 이 사람과 제일전장의 소전주인 내 신분과 비교하면 명월과 반딧불의 차이다! 이 사람이 나를 사람으로 만든다고 했던 의미를 이제야 알겠다!’

준하의 뒤 모습을 보며 걷던 황왕상은 고개를 끄덕였다.

요련화는 거대한 전각들이 있는 대문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걸음을 멈춘 준하는 위를 올려다보았다.

‘광동상단? 천하의 하오문이 상단으로 위장하고 있었군!’


“이곳이 하오문인가?”

“예, 교주님!”


준하의 질문에 요련화는 어색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우리 하오문이 생긴 이래 본문이 타인에게 노출된 것은 처음이다. 교주를 하오문도로 만들어야 해!’

잠깐 생각하는 동안 준하의 시선을 느낀 요련화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교주님! 누추하지만 안으로 드시지요.”

“후-후! 처음 볼 때 동지섣달 찬 서리 같아 분노가 더 치밀었는데 문주의 미소를 보니 내 마음이 한결 누그러진 기분이다!”


‘아! 남자가 이런 아름다운 미소를 띠다니? 이 남자를 우리 문도로 만들 것이 아니라 내 남자로 만들어야겠어!’

요련화의 입이 벌어지며 새하얀 치아가 달빛에 빛났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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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102. 이별을 준비하다 24.06.26 3 0 12쪽
101 101. 연지소 24.06.26 7 0 12쪽
100 100. 태금산 24.06.25 8 0 11쪽
99 99. 만수충조 24.06.25 10 0 11쪽
98 98. 천철도 24.06.24 11 0 12쪽
97 97. 포달랍궁 24.06.24 14 0 11쪽
96 96. 무림 왕 2 24.06.23 13 0 12쪽
95 95. 취개 24.06.23 18 0 12쪽
94 94. 공동파 24.06.22 16 0 12쪽
93 93. 흑금상단 24.06.22 18 0 12쪽
92 92. 천지 24.06.21 19 0 12쪽
91 91. 인왕채 24.06.21 17 0 12쪽
90 90. 무림 왕 24.06.20 19 0 12쪽
89 89. 영락제 3 24.06.20 19 0 12쪽
88 88. 영락제 2 24.06.19 22 0 12쪽
87 87. 영락제 24.06.19 26 0 12쪽
86 86. 준하의 함정 24.06.18 25 0 12쪽
85 85. 요련화의 실종 24.06.18 24 0 12쪽
84 84. 사동척 24.06.17 26 0 12쪽
83 83. 하오문주 요련화 2 24.06.17 27 0 12쪽
» 82. 하오문주 요련화 24.06.16 29 0 12쪽
81 81. 공동파 24.06.16 30 0 11쪽
80 80. 혁련광의 죽음 24.06.15 32 0 12쪽
79 79. 이별 24.06.15 35 0 12쪽
78 78. 철마련의 련주 혁련광 24.06.14 30 0 11쪽
77 77. 북화영 2 24.06.14 30 0 12쪽
76 76. 북화영 24.06.13 3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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