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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룡 님의 서재입니다.

악인 사냥꾼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중룡
작품등록일 :
2024.05.08 11:00
최근연재일 :
2024.06.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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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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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90. 무림 왕

DUMMY

과거 영락제의 연왕 시절,

연왕부의 외곽을 돌고 온 황보장휘는 담장의 보수를 위해 영락제에게 보고하러 갔다.


“전하! 무슨 책을 보고 계시옵니까?”

“허허! 위겸이란 작가가 쓴 소설인데 ‘천년 검객’과 ‘천년 마인’이라는 두 편의 소설이다. ‘천년 검객’을 읽어 보면 주인공인 석중광은 과인에게 겁을 먹은 윤문(건문제) 같고 ‘천년 마인’의 주인공인 염무상은 거침없이 행동하는 것이 꼭 과인 같아! 꽤 볼만한 소설인 것 같으니 너도 한번 읽어봐라.”


그때 영락제는 황보장휘에게 두 편의 소설책을 주었었다.

‘폐하의 기억력은 그 어떤 신하보다 더 좋다! 그런데 폐하께서 교주의 소설을 모른다고 한 것은 교주를 정복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계신 것 같다. 허나 폐하께서도 동창의 보고를 받아 이미 알고 계실 것이다. 우리 대명을 비롯해 그 어떤 왕조도 중원의 주인으로 살아남으려면 마교의 교주와 절대 척을 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황보장휘의 눈에 보인 영락제는 물가에 놓인 아기?

아니다.

예리한 검을 들고 자기보다 더 잘난 옆집 아이의 얼굴을 향해 검을 휘두를 것만 같은 치기 가득한 어린아이로 보였다.


“폐하! 이제 곧 자시(23:00~01:00)가 되옵니다.”

“좌시랑! 벌써 그리되었나?”

“예, 폐하!”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던 영락제가 준하를 보고 다시 앉았다.

‘폐하는 기세 싸움을 다시 하려는 것이 아니라 저 표정은 협상하려는 것이다.’

영락제의 오른팔이 되어 수많은 전쟁을 치러온 황보장휘는 그 누구보다 영락제를 더 잘 알았다.


“장로님, 황대인! 폐하께서 교주께 하실 말씀이 있으니 그만 일어나지요.”


황보장휘가 두 사람을 데리고 후원을 나갔다.


“위맹주! 짐은 위맹주를 믿소이다.”

“정수불범하수(井水不犯河水)! 우물물이 강물과 섞이지 않듯 무림인은 깊은 산속에서 사는 맹수와 같은 존재입니다. 화살만 날리지 않으면 절대 산속을 나오지 않을 것이니 심려를 내려놓으시지요.”

“허허! 짐의 마음을 이해해 주어 고맙소이다.”

“예, 폐하! 무림맹의 결성식이 있으면 그때 연통을 넣겠습니다.”


‘염무상이 담금질이 끝나 잘 벼른 검이라면 위맹주는 로(爐)에서 막 나온 검이다. 그만큼 변화를 종잡을 수 없다는 뜻이다. 윤문은 짐에게 혁명의 구실을 만들어 주었다. 짐은 불필요한 근심을 갖고 사느니 위맹주를 품에 안아 아예 반란의 구실을 없애 버려야겠어!’

영락제는 준하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다 입을 열었다.


“위맹주! 조만간 소식 하나 전하리다.”


이 말을 끝으로 영락제는 금의위에 둘러싸여 자금성으로 돌아갔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준하도 몸을 돌리자 황왕상이 뒤를 따랐다.


“주인 나리! 소인의 체면을 살려주어 감사합니다.”

“그게 어디 감사할 일이냐? 나는 그저 있는 그대로 말한 것뿐이다. 주유가 끝나면 돌아갈 준비나 해라.”

“예!”

황왕상은 대답하며 준하의 옆 모습을 보았다.


“왕상아! 내 나이 지천명(知天命:50세)이 넘었다. 그래서 너에게 반말하는 것이니 그런 눈으로 빤히 보지 마라.”


황왕상을 ‘왕상아’라고 부른 준하의 목소리에는 형이 동생을 부르듯 정이 가득했다.


“아..아닙니다. 주인 나리!”


‘하는 행동을 보면 나이에 비해 애늙은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구나! 전장에 복귀하여 주인 나리를 다시 만나면 그때는 형님으로 불러도 될까?’

황왕상의 입가에 미소가 생겼다.


****


장춘이 가까워지자 관도 옆에는 인가가 보였고 구수한 밥 냄새가 흘러나왔다.

밥 냄새에 황왕상은 배가 고파졌다.

휘-익 짝!


“왕상아! 저 고개만 넘으면 길림성의 장춘이니 그만 때려라.”

“주인 나리! 소인처럼 말들은 먹는 거에 비해 너무 편해 살쪘습니다.”


준하의 말을 들었는지 말들은 관도의 있는 풀들을 뜯으며 천천히 장춘을 향해 걸어갔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분명 한국말이다!’

마차가 장춘에 도착하자 조선인으로 보이는 약초꾼들이 뭔가를 팔고 있었다.

객잔에서 식사를 마친 준하는 조선인들이 장사하는 곳으로 갔다.

‘전문 약초꾼이 백두산에서 채취한 약성이 뛰어난 약초들이다.’

준하의 코로 강한 약 향이 들어왔다.

과거 준하는 노가대를 하기 전 몇 달간 약초꾼을 따라다닌 적이 있었다.

그래서 약초를 볼 줄 알았다.


“나리! 찾으시는 것이 있습니까?”


사람들 사이에서 준하를 발견한 약초꾼이 일어나며 물었다.

준하는 장춘에서 보기 드문 미남으로 육 척(180cm)의 키에 눈이 부시도록 비싼 비단으로 만든 무복을 입고 있었다.

‘손등이 얼어 갈라졌어!’

준하는 안쓰러운 눈으로 약초꾼을 바라보았다.

약초꾼의 얼굴에는 백두산의 칼바람이 훑고 지나간 고단한 삶이 그려져 있었다.


“아까 언뜻 가격을 들었는데 왜 이렇게 싸게 파십니까?”

“지난가을에 채취한 약초들인데 봄 약초가 나오면 버려야 하니까 그럽니다.”

“여기 있는 것을 모두 살 테니 나하고 술 한잔할까요?”

“그게 정말입니까?”


준하의 만검을 바라보는 약초꾼의 눈빛에는 두려움과 의심이 가득했다.


“모두 얼마입니까?”


준하가 아무렇지 않게 물었다.


“은자로 한 냥입니다.”

“그럼 제가 금자로 한 냥을 드리겠습니다.”

“예?”


준하는 미리 잘라놓은 작은 금 조각 하나를 내밀었다.

약초꾼의 갈라진 손이 준하의 손에 들린 금 조각을 낚아채듯 가져갔다.

꿀-꺽!

약초꾼은 금 조각을 입안에 넣고 그대로 삼켜버렸다.


“왜..?”


준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장춘의 왈패들로 보이는 사람들의 손이 품속을 들어갔다 나왔다.

단검을 꺼냈다가 금 조각이 약초꾼의 목으로 넘어가자 다시 넣은 것이다.

퍽-퍽!

금 조각을 삼킨 약초꾼이 자신의 배를 두드렸다.

금을 가져가고 싶으면 내 배를 가르라는 것처럼,

준하를 보고 한번 웃어 보인 약초꾼이 좌판에 펼쳐진 약초를 싸기 시작했다.


“나리! 어디로 가면 됩니까?”


약초꾼은 약초를 싼 보자기를 들었다.


“드시고 싶은 요리가 있습니까?”

“저희 같은 사람들이야 뜨끈한 국물에 밥을 듬뿍 만 국밥 한 그릇과 화주면 충분합니다.”

“그럼 주루로 가시죠.”


준하는 약초꾼을 데리고 주루로 향했다.

‘그동안 조선인들을 괴롭혔던 대가를 내놓겠다고 하면 나야 좋지!’

조금 전 단검을 꺼냈던 세 명의 왈패들이 준하와 약초꾼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휘-익!

준하는 입술을 모아 바람을 불었다.

뭉쳐진 바람은 지풍이 되어 날아갔다.

삐-익!

바람이 소리를 내며 흩어진 곳은 마교의 장춘 분타였다.


“뒤에 따라오는 왈패들은 조선인들입니까?”


준하가 물었다.


“아닙니다. 나리! 저놈들은 때놈(중국인)들입니다.”

“그럼 잠깐 제 뒤에 계십시오.”


준하가 몸을 돌렸다.

맨 앞에 따라오던 왈패 두목이 단검을 꺼냈다.


“아까 네가 가진 전낭을 보았다. 내놓고 가면 살려주겠다.”

“말조차 섞기 역겨운 놈들이군!”


준하는 말이 끝남과 동시에 만검이 알아서 검집을 나왔다.


“형님! 저잣거리에서 곤강(崑腔:전통 연극)이나 하는 놈인 것 같은데 그냥 죽어 버립시다.”


왈패는 이기어검으로 허공에 떠 있는 만검을 곤강의 특수 효과쯤으로 판단했다.

팍!

만검이 사라졌다.


“그래! 죽여버리고 전낭을 뺏어야겠다!”


왈패 두목이 단검 날을 혀로 핥으며 말했다.

휙-휙 써-걱 써-걱!

만검이 날아다니며 왈패들의 다리를 벴다.


“아-악!”

“커-억!”


왈패들이 모두 쓰러졌다.

만검이 벤 곳은 아킬레스건이라고 불리는 발뒤꿈치의 힘 줄이었다.

파-라-락 착-착!

허공에서 사람들이 떨어져 내렸다.


“교주님! 장춘 분타주 포득상과 삼십 명의 분타원입니다.”


포득상과 분타원들이 부복했다.


“이놈들을 데리고 분타로 가라.”

“충!”


포득상과 분타원들은 왈패들을 메고 다시 허공으로 사라졌다.


“나..나리!”


준하가 자신을 보자 약초꾼은 어쩔 줄 몰라 했다.


“놀라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아..아닙니다.”


준하는 약초꾼과 함께 주루로 갔다.


“나리! 나리는 높은 한족 같은데 왜 소인에게 잘 해주시는지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술과 요리, 국밥이 탁자에 놓이자 약초꾼이 물었다.


“저도 엄밀히 따지면 조선인입니다.”

“그럼 그래서?”

“예! 저는 이곳 장춘을 거쳐 백두산을 오르려고 왔습니다.”

“예! 저희 같은 약초꾼은 백두산이 삶의 터전이지만 계절에 따라 백두산은 항상 새롭습니다.”

“예! 시장하실 텐데 드시지요.”

“인사가 늦었습니다. 소인의 이름은 김봉출입니다. 잘 먹겠습니다. 나리!”

“김준하라고 합니다. 어서 드십시오.”


준하는 김봉출의 잔에 술을 따라주었다.

두 사람이 술잔을 드는 순간 주루 문이 열리고 관병들이 들어왔다.

준하에게 다가온 관병들의 창끝은 준하를 에워쌌다.


“본관은 길림성 도독부의 종칠품의 도사다. 아패(牙牌:신분증)를 내놓아라.”

“무슨 일이오?”

“네가 사람을 헤쳤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준하는 아패를 꺼내 도사에게 주었다.

준하의 아패를 받아든 도사는 아패와 준하를 번갈아 보았다.


“저-어 혹시 이곳으로 오기 전 북경을 들렀습니까?”

“그렇소.”

“천세천세 천천세! 무림왕 전하를 뵙습니다.”


‘사극 찍는 것도 아니고 뭐래?’

갑자기 엎드린 도사를 보며 준하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천세천세 천천세!”

도사의 모습에 잠시 쭈뼛거리던 병사들도 엎드리기 시작했다.


“도사! 왜 나에게 무림 왕이라고 하는지 일어나서 말 하시오.”

“얼마 전 폐하께서 전하를 무림 왕으로 임명한다는 교지가 중원의 전 관청에 도착했습니다.”


‘나와 헤어지기 전 영락제가 전한다는 소식이 바로 이것이었나?’

준하는 영락제의 마지막 눈빛이 신경 쓰였었다.


“도사! 앞으로 장춘의 모든 시전은 우리 마교의 교도들이 관리 할 것이니 관인들은 시전에 얼쩡거리지 마라.”

“예, 무림왕 전하!”


준하를 향해 군례를 올린 도사가 관병들을 데리고 나갔다.


“제가 아는 상단주를 장춘으로 오게 할 테니 앞으로는 헐값에 약초를 팔지 말고 상단과 거래하십시오.”


준하는 양부충을 부르기로 했다.


“나리! 저 말고 다른 사람이 팔아도 되겠습니까?”


김봉출이 어렵게 물었다.


“그야 당연하지요. 식겠습니다. 이제 드시지요.”

“감사합니다. 나리! 나리의 말을 전해주면 다들 좋아하겠습니다.”


아직 술을 마시기도 전인데 김봉출은 얼굴에 홍조를 띠었다.

식사가 시작되었다.

게눈 감치듯 국밥을 비운 김봉출은 술과 요리를 먹으며 입가에는 미소를 띠고 있었다.

‘지금 사람은 녹초가 되도록 일한 뒤 국밥에 소주를 마신 한국에서의 내 모습과 너무 흡사하다.’

준하는 요리 그릇을 김봉출 앞으로 밀어주었다.

식사를 마친 준하는 약초 보자기를 들고 마교의 장춘 분타로 갔다.


“허-헉!”

“큭!”


지혈한 채 의자에 앉아 있던 왈패들은 준하가 나타나자 벌떡 일어났다.

걷는 것 또한 쉽지 않은 몸이지만 살고자 한 본능이 몸을 일으켜 세운 것이다.

돈 많은 학사,

준하를 처음 본 왈패들의 생각이다.

훤칠한 키에 잘 생긴 외모, 비단 무복에 비싸 보이는 검,

과거에 번번이 떨어진 서생으로 전낭을 뺏어도 크게 뒤탈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은 너무 달랐다.

빼어난 외모를 가지고 태어난 놈이 무시무시한 신분까지 가지고 있었다.

-검을 날린 인간은 천하제일인으로 마교의 교주이자 현 무림 맹주

왈패들이 분타원들 말을 듣고 내린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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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103. 회귀 24.06.27 5 0 12쪽
102 102. 이별을 준비하다 24.06.26 3 0 12쪽
101 101. 연지소 24.06.26 7 0 12쪽
100 100. 태금산 24.06.25 8 0 11쪽
99 99. 만수충조 24.06.25 9 0 11쪽
98 98. 천철도 24.06.24 11 0 12쪽
97 97. 포달랍궁 24.06.24 14 0 11쪽
96 96. 무림 왕 2 24.06.23 13 0 12쪽
95 95. 취개 24.06.23 18 0 12쪽
94 94. 공동파 24.06.22 15 0 12쪽
93 93. 흑금상단 24.06.22 18 0 12쪽
92 92. 천지 24.06.21 18 0 12쪽
91 91. 인왕채 24.06.21 17 0 12쪽
» 90. 무림 왕 24.06.20 19 0 12쪽
89 89. 영락제 3 24.06.20 19 0 12쪽
88 88. 영락제 2 24.06.19 22 0 12쪽
87 87. 영락제 24.06.19 26 0 12쪽
86 86. 준하의 함정 24.06.18 25 0 12쪽
85 85. 요련화의 실종 24.06.18 24 0 12쪽
84 84. 사동척 24.06.17 26 0 12쪽
83 83. 하오문주 요련화 2 24.06.17 27 0 12쪽
82 82. 하오문주 요련화 24.06.16 28 0 12쪽
81 81. 공동파 24.06.16 30 0 11쪽
80 80. 혁련광의 죽음 24.06.15 31 0 12쪽
79 79. 이별 24.06.15 35 0 12쪽
78 78. 철마련의 련주 혁련광 24.06.14 30 0 11쪽
77 77. 북화영 2 24.06.14 30 0 12쪽
76 76. 북화영 24.06.13 2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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