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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룡 님의 서재입니다.

악인 사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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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새글

중룡
작품등록일 :
2024.05.08 11:00
최근연재일 :
2024.06.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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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5,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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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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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89. 영락제 3

DUMMY

황보장휘는 점소이에게 황보숭을 데려오라고 한 뒤 자리에 앉았다.

‘폐하께서 어딜 보고 계실까?’

영락제는 한곳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 채 바라보고 있었다.

황보장휘는 영락제의 시선을 따라갔다.


“장휘야! 사람의 몸치고 좀 과하지 않느냐? 보통 사람의 세 배는 됨직하다.”

“주종관계(主從關係)인 것 같은데 주인이 잘 살펴줘서 살찐 것 같습니다.”

“주인이라면 등을 보이고 앉아 있는 사람이 주인이라는 것이냐?”

“예, 형님! 등을 보인 사람은 값비싼 비단옷을 입었고 맞은편에 앉은 사람은 값싼 마포로 된 옷을 입은 것으로 보아 종으로 보입니다.”


황보장휘는 영락제의 명에 따라 영락제를 형님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종과 겸상한 주인이라? 허허! 참으로 보기 좋구나!”


영락제의 말에 황보장휘가 무슨 말을 하려는 순간 주루의 문이 열리고 황보숭이 들어왔다.


“장로님! 쉬셔야 하는데 번거롭게 오시라고 해서 송구합니다.”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술 생각이 나던 참이었다.”


말하는 황보숭의 눈은 영락제에게 가 있었다.


“형님! 우리 집안의 어른입니다. 장로님! 제가 대명에서 제일 존경하고 받드는 형님입니다.”


황보장휘가 자신과의 관계를 말했다.


“그래? 우리 장휘가 존경하는 형님을 만나게 돼서 영광이외다. 나는 황보숭이오.”

“반갑습니다. 나는 주일체입니다. 앉으시지요.”


황보숭이 자리에 앉았다.

영락제는 술병을 들고 황보숭의 잔에 술을 따라 주었다.


“장로님! 제가 평소 무림인들을 동경하여 장로님을 만나게 해달라고 했습니다. 괜찮으면 알려지지 않은 무림인들의 재미있는 일화를 이야기해주십시오.”

“허허! 무림인의 일화라? 이건 나 혼자 봤던 장면인데 어떤 고수가 했던 두 번의 환골탈태 과정을 숨어서 지켜본 적이 있소.”

“환골탈태라면?”


환골탈태를 모르는 영락제가 물었다.


“원래 환골탈태란 뼈를 바꾸고 태를 바꾸어 쓴다는 말로 피부가 벗겨져 새 살이 돋고 머리카락이 빠져 새 머리카락이 나는 현상으로 모든 무림인이 꿈에서도 바라는 일이라오.”

“오! 역시 무림의 일은 신비하군요. 그런데 그 무림인이 누굽니까?”


영락제의 질문에 황보숭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디서 본듯한 뒷모습이군!’

비단옷을 입은 사람의 뒷모습에서 잠깐 머문 시선을 돌린 황보숭은 허리를 숙였다.

그러자 영락제와 황보장휘 역시 몸을 숙였다.


-“그 사람은 현재 마교의 교주요.”


황보숭은 두 사람만 들을 수 있도록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마교의 교주라면 그 늙은이의 제자로군!’

영락제의 표정이 변했다.

‘아! 또다시 폐하의 채근이 시작되겠군!’

좌불안석!

황보장휘의 몸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장로님! 저에게 마교의 교주를 만나게 해 줄 수 없겠습니까?”


속삭이던 황보숭의 목소리와 달리 흥분한 영락제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러자 멀리 영락제의 건너편에 앉아 있던 뚱뚱한 사람이 영락제를 쳐다보았다.

영락제와 눈이 마주친 뚱뚱한 사람이 얼른 고개를 숙였다.


“주인 나리!”

“나도 들었다. 그냥 놔둬라.”


주인과 종, 두 사람은 바로 준하와 황왕상이었다.

‘황보숭! 그렇게 안 봤는데 술을 마시니 입의 가볍기가 새의 깃털과 같은 사람이구나!’

새로운 요리가 나오자 준하는 황왕상의 접시에 요리를 덜어주었다.


“많이 먹어라.”

“예, 주인 나리! 요즘 들어 제 입이 너무 호강한 것 같습니다.”

“전장으로 복귀하면 매일 이런 요리만 먹을 것 아니냐?”

“아닙니다. 주인 나리와 함께 다니면서 저도 모르게 검소함이 몸에 뱄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최소한의 요리를 먹으면서 식대를 아낀 돈으로 남을 도울까 합니다.”

“그래! 내가 삼재권법을 알려 줄 테니 전장에 복귀하면 익히도록 해라. 익히다 보면 살도 빠질 것이다.”

“예, 주인 나리!”


두 사람은 뒤에서 들려오는 이야기에 신경 쓰지 않고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장로님! 어렵겠습니까?”


황보숭을 위해 후아주와 여아홍을 주문한 영락제가 술을 따르며 물었다.


“나와 교주는 서로 돈독한 사이니 우연히라도 뒷모습을 보면 부탁해 볼 수 있는데 현재 중원을 주유 중이라..,”


답답한 황보숭은 비싼 후아주가 가득 찬 술잔을 들었다.


“역시 좋구나!”


후아주를 마신 황보숭은 입술에 묻은 후아주를 핥으며 주루를 둘러보았다.

‘엇! 저 사람은?’

황보숭의 눈에 준하의 옆모습이 보였다.


“잠깐 실례하겠소.”


자리에서 일어난 황보숭은 준하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영락제와 황보장휘의 시선 또한 준하의 뒷모습에 고정됐다.


“장휘야! 아는 사람 같냐?”


영락제는 황보숭이 자신의 청을 거절하기 위해 자리를 피했다고 생각했다.


“장로님은 무림맹의 총관 출신이라 중원에 아는 무림인들이 꽤 많습니다.”

“그래?”

힘없이 술잔을 잡았던 영락제는 잔을 떨어뜨릴 뻔했다.

바로 황보숭의 큰 목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교주님! 설마 했는데 교주님이셨군요.”


황보숭은 영락제가 들을 수 있도록 큰 소리로 말했다.


“어쩌다 보니 이곳에서 만났네요. 앉으시지요.”

“그럼 실례 좀 하겠소이다.”


황보숭은 영락제와 눈을 마주친 뒤 황왕상의 곁에 앉았다.


“교주님! 아니 정식으로 취임하지 않았지만, 맹주님이라 해야겠소이다. 맹주님! 저기 뒤에 앉아 있는 두 사람은 나와 친분이 있는 사람으로 합석하면 어떻겠소?”

“합석이라? 지켜보는 눈들이 많으니 후원으로 가시지요.”

“예? 지켜보는 눈들이 많다니요?”


준하가 일어서며 말하자 황보숭도 일어서며 주루 안을 둘러보았다.

손님이라야 황보장휘와 황보장휘가 존경하는 형,

그리고 멀리 입구 쪽에 앉아 자기 이야기를 하느라 떠드는 세 사람이 전부였다.


“주인 나리! 소인이 가서 주루의 주인에게 말하고 오겠습니다.”


황왕상의 말을 들은 주인은 후원으로 가는 문을 열었다.


“새로운 요리와 술을 주문하셨으니 후원의 정자에 계시면 얼른 올리겠습니다.”


준하와 황왕상이 후원으로 나가자 황보숭은 영락제와 황보장휘를 데리고 후원의 정자로 왔다.

‘놈이다! 꿈속에서 짐을 희롱했던 바로 그놈이야!’

준하를 본 영락제가 경악한 얼굴로 발걸음을 멈췄다.


“그..그대는?”

“폐하! 또 만나게 되었군요.”

“.....,”

“저기 연못이 있으니 걸으시지요.”

“그..그럽시다.”


화-라-락!

준하가 정자에서 내려오자 주루의 지붕에서 무인들이 떨어져 내렸다.


“장휘야! 폐하는 뭐고 또 저 무인들은 누구냐?”

“예, 장로님! 장로님을 속여 죄송합니다. 저분은 폐하시고 저 사람들은 폐하는 호위하는 금의위들입니다.”

“그래서 위맹주가 보는 눈이 많다고 그랬군!”

“예?”

“아니다. 그나저나 위맹주와 폐하가 부딪치지 않아야 할 텐데.”


두 사람은 불안한 눈으로 준하와 영락제를 지켜보았다.


“폐하가 나에게 할 말이 있는 것 같으니 그대들은 물러가라.”


준하가 기세를 올리고 말했다.

몇 명의 금의위들이 몸을 휘청거렸다.

챙-챙!

살기에 놀란 금의위들이 검을 뽑았다.


“물러가라.”

“충!”


영락제의 말에 금의위들이 십 장 밖으로 물러났다.


“나를 만나게 해달라고 했다고 들었습니다. 폐하! 이제 이곳에는 듣는 귀가 없으니 말씀하시지요.”

“허허, 교주! 교주는 건청궁에 침입한 사람과 동일인인데 무슨 할 말이 있겠소.”

“피아(彼我)의 구분이 분명해졌으면 건청궁에 침입한 사람은 죽었겠군요?”

“피아(彼我)의 구분이 분명해졌으면 그 반대가 될 수도 있소. 건청궁에 침입한 사람이 더 강하면 말이오.”


준하는 영락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턱밑의 수염은 미세하게 떨고 있었고 애써 힘을 준 목소리에는 두려움이 배어 있었다.


“폐하! 나와 폐하는 간과 쓸개의 사이가 될 수 없으니 이만 가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간담상조(肝膽相照)라? 교주! 두 가지만 묻겠소?”


간담상조란 서로 마음을 터놓고 지내는 사이를 말한다.


“성심껏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교주가 짐에게 보여 준 나라는 실제 존재하는 나라요?”

“예! 내 기억 속에 있는 나라니 엄연히 존재하는 나라입니다.”

“..음! 교주는 짐이 차지한 옥좌에 관심이 없소?”

“폐하! 관심이 있다고 쉽게 차지할 수 있는 자리입니까? 그리고 명나라 백성이 선택한 사람은 바로 폐하입니다. 다시 말해 폐하보다 명나라를 더 잘 다스릴 군주는 없다는 것이지요.”

“허허! 그건 교주의 생각일 뿐 다른 무림인들은 그리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소.”


‘쫌생이 새끼! 내 속마음을 들은 황제의 두려움은 이제 사부님과 우리 마교로 옮겨갔어! 한배에서 나온 개새끼들처럼 닮아도 너무 닮았어!’

영락제의 말을 들은 준하는 한국의 일부 정치인이 생각났다.

여전히 두려움에 떨고 있는 영락제의 수염과 애써 권위를 실은 작위적인 목소리!

말을 받아줘야 하는 준하는 슬슬 짜증이 났다.


“치대국약팽소선(治大國若烹小鮮)!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익히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지요. 나도 마찬가지지만 내가 아는 사부님은 약팽소선보다 천산의 만년빙이 녹아 흘러내린 한 모금의 물을 더 귀하게 여기고 있지요.”

“허허! 어릴 적부터 제왕학을 공부한 짐이 졸지에 생선 장수가 된 기분이오. 언제 한 번 진짜 교주의 나라에 갈 볼 수 있겠소?”

“우리나라를 가려면 자연경의 경지에 든 무인이 목숨을 걸어야 할 만큼 위험한 일입니다.”

“교주! 이도 저도 안 되니 정자로 가서 술이나 마십시다.”


‘아직도 나를 붙잡고 내 마음의 끝을 확인하고 싶은가 보구나!’

영락제로 인해 마시다 멈춘 술자리, 준하도 술 생각이 간절했다.


“그러지요.”


정자의 탁자에는 황왕상이 주문한 술과 요리들이 도착해 있었다.

준하와 함께 정자로 오른 영락제가 준하에게 손짓했다.

먼저 좌정(坐定)하라는 뜻이었다.

쓴웃음을 지은 준하는 영락제에게 상석을 양보했다.

상석에 앉은 영락제의 좌우로 준하와 황왕상이, 그 맞은편에 황보숭과 황보장휘가 앉았다.

그러자 영락제의 눈이 황왕상에게 향했다.


“황노! 인사드려라. 폐하시다.”


준하의 말에 황왕상이 얼른 엎드렸다.


“제일전장의 장자 황왕상이 폐하를 봬옵니다.”

“제일전장? 제일전장이라면 짐도 들어본 것 같은데 너는 왜 교주의 종복이 된 것이냐?”

“.....,”


영락제의 질문에 황왕상은 준하를 쳐다보았다.


“폐하! 황노는 내가 본 최고의 상재(商材)입니다. 그래서 황금만 전장주에게 말해 몸종으로 부린다고 하여 같이 있는 것입니다.”

“눈에 정기가 가득한 것을 보니 그렇게 보이오. 몸도 실하고 말이야!”


‘실하다는 말은 가축에게나 쓰는 표현인데 그것도 모르나?’

준하는 화제를 돌리기 위해 술병을 들었다.

꽤 많은 빈 병들이 쌓였다.

술이 들어간 영락제는 준하에게 주로 질문했다.

의심이 가득한 눈초리로,

그러나 준하의 대답은 막힘이 없었다.


“맹주! 그런 공부는 언제 한 것입니까?”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황보숭이 물었다.


“소설을 쓰기 위해 공부한 것입니다.”

“그렇구려, 하긴 위맹주는 한때 중원 최고의 작가였으니.”

“작가라니요? 교주께서 글을 쓰셨단 말이오?”


영락제가 물었다.


“그렇습니다, 폐하! 중원을 진동한 위맹주의 대표적인 소설로 ‘천년 검객’과 ‘천년 마인’이 있습니다.”

“오! 그런 소설도 있었소?”


영락제의 반문에 황보장휘는 의아한 눈으로 영락제을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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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103. 회귀 24.06.27 5 0 12쪽
102 102. 이별을 준비하다 24.06.26 3 0 12쪽
101 101. 연지소 24.06.26 7 0 12쪽
100 100. 태금산 24.06.25 8 0 11쪽
99 99. 만수충조 24.06.25 10 0 11쪽
98 98. 천철도 24.06.24 11 0 12쪽
97 97. 포달랍궁 24.06.24 14 0 11쪽
96 96. 무림 왕 2 24.06.23 13 0 12쪽
95 95. 취개 24.06.23 18 0 12쪽
94 94. 공동파 24.06.22 16 0 12쪽
93 93. 흑금상단 24.06.22 18 0 12쪽
92 92. 천지 24.06.21 19 0 12쪽
91 91. 인왕채 24.06.21 17 0 12쪽
90 90. 무림 왕 24.06.20 19 0 12쪽
» 89. 영락제 3 24.06.20 20 0 12쪽
88 88. 영락제 2 24.06.19 22 0 12쪽
87 87. 영락제 24.06.19 26 0 12쪽
86 86. 준하의 함정 24.06.18 25 0 12쪽
85 85. 요련화의 실종 24.06.18 24 0 12쪽
84 84. 사동척 24.06.17 27 0 12쪽
83 83. 하오문주 요련화 2 24.06.17 27 0 12쪽
82 82. 하오문주 요련화 24.06.16 29 0 12쪽
81 81. 공동파 24.06.16 30 0 11쪽
80 80. 혁련광의 죽음 24.06.15 32 0 12쪽
79 79. 이별 24.06.15 35 0 12쪽
78 78. 철마련의 련주 혁련광 24.06.14 30 0 11쪽
77 77. 북화영 2 24.06.14 30 0 12쪽
76 76. 북화영 24.06.13 3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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