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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룡 님의 서재입니다.

악인 사냥꾼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중룡
작품등록일 :
2024.05.08 11:00
최근연재일 :
2024.06.30 06:00
연재수 :
10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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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66,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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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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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01. 연지소

DUMMY

쟁자수로 보이는 노인은 귀가 어두운지 표사의 말을 듣지 못하고 소면을 먹고 있었다.

퍽-퍽!


“야! 대표두께서 식사를 시작한 후에 처먹으라고 했지?”


표사의 손은 머리가 하얀 쟁자수의 뒤통수를 쳤다.


“죄송합니다. 표사님! 빨리 먹고 밖에 있는 표물을 지키려 하다 보니 제가 잘못을 했습니다.”


퉤!


“이 새꺄! 소면 그릇을 가지고 나가서 처먹으면 되잖아?”


표사가 쟁자수의 소면 그릇에 침을 뱉었다.


“거기! 조용히 좀 못해?”


양승상 앞에서 차마 욕하지 못한 준하가 나직하게 말했다.


“크-흐흐! 넌 디졌다.”


준하의 목소리를 들은 표사는 자신의 자리로 갔다.

검을 가지러 간 것이다.

쓰-윽!

앉은 상태의 준하는 표사에게 갔다.

이형환위를 펼친 것이다.


“으-헉!”


검을 뽑으려는 표사는 놀라 주저앉고 말았다.


“빌어라.”


주저앉은 표사는 얼른 엎드렸다.


“죄..죄송합니다. 소인이 눈이 없어 대협을 몰라뵈었습니다.”

“나 말고 노인장께,”

“예? 예!”


표사가 노인에게 가자 준하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소란을 느꼈는지 식사하던 표두가 고개를 들었다.

불쾌한 듯 인상을 쓰는 표두의 나이는 대략 사십 대,

그때 노인에게 사과한 표사가 준하에게 다가갔다.


“대협! 용서를 구했습니다.”

“알았소.”


표사가 자기 자리로 갔다.


“누군데 감히 우리 명문표국의 일에 나서느냐?”


일어선 표두가 자신의 검을 들고 말했다.


“승상아! 저런 걸 두고 상행하효(上行下效)라고 한다. 윗사람이 하는 행동을 아랫사람이 그대로 따라 한다는 말이다. 넌 앞으로 그렇게 하면 안 되겠지?”

“예, 사부님!”


준하가 양승상에게 말하자 표두는 준하가 자신의 말을 씹었다고 생각했다.

채-앵!

표두가 검을 뽑았다.

그러나 준하는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사부님! 검을 뽑았어요.”

“승상아! 네가 명심할 것은 옳은 일에는 절대 두려움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준하의 말이 표두의 귀에 들렸다.


“크-허허! 검을 멋으로 들고 다니는 세상 물정 모르는 학사 놈이구나! 내 오늘 너에게 허세를 부리면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알려주마.”


표두의 검이 준하의 목에 얹어졌다.

새하얀 무복 깃에 빨간 핏물이 비췄다.

검을 잡은 표두의 손이 떨고 있어서 살짝 상처가 난 것이다.


“한 번도 사람을 베보지 못한 어설픈 검이구나! 표두라고 검을 들고 거들먹거리지만, 막상 눈앞에 산적들이 나타나면 통행세나 바치며 허리를 굽히는 유약한 놈이군!”


준하의 목소리는 표두의 귀에만 들렸다.


“오..오늘 네 목을 자르고 혀를 뽑아 개에게 던져 주겠다.”


표두는 말하며 검을 쥔 손에 힘을 더 주었다.


“척맹린처럼 지워버려야 하나 원하진인처럼 터뜨려 버려야 하나?”


준하가 혼자 말했다.

주루 안에서 준하의 말을 듣는 사람은 표두뿐이었다.

덜-컹!

주루의 문이 거칠게 열렸다.

문이 열리자 표두가 검이 거뒀다.


“위맹주! 내가 다행히 늦지 않았구려! 교주 전용 마차가 이곳에 있다고 하여 본산에서부터 얼마나 달렸는지 모르겠소? 섬서성까지 오셔서 연락도 않으시다니? 섭섭하오이다.”


들어와 숨도 쉬지 않고 말한 사람은 화산파의 장문인 청무였다.


“갈 길이 바빠 연락하지 못했습니다.”

“위맹주! 아니 위교주! 본 장문인은 너무 섭섭합니다. 빨리 우리 화산으로 갑시다.”

“그러지 마시고 이쪽에 앉으시지요.”


준하의 손이 표두의 몸을 밀었다.

표두는 엉겁결에 검을 든 채 자리를 비켰다.

아니 넋이 나갔다.

‘내..내가 무림맹의 맹주이자 마교 교주의 목에 검을 얹었다고? 정녕 미친 거야!’

몸이 떨렸다.

그런데 한쪽 몸만 떨렸다.

교주의 손이 닿은 쪽은 떨림은커녕 저릿저릿 통증이 몰려왔다.

표두는 왼쪽 다리를 끌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준하가 청무와 말하는 사이 표사에게 맞았던 노인이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장문인! 잠깐만 실례하겠습니다.”


밖으로 나온 준하는 노인을 불렀다.


“노인장! 나하고 술 한잔하시지요?”

“예? 소인에게 하신 말씀입니까?”

“예!”


노인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표두에게 말했으니 괜찮을 것입니다.”

“그렇습니까? 감사합니다. 나리!”


노인은 입맛을 다시며 준하를 따라 주루로 들어왔다.

‘아! 내가 경황이 없어 장문인께 인사하라는 말을 하지 못했구나!’

준하의 염려와 달리 양승상과 청무는 웃으며 이야기하고 있었다.

붙임성 좋은 양승상이 청무에게 인사한 것이다.

노인이 준하를 따라 들어오자 표사들은 표두를 쳐다보았다.

표두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장문인! 이 사람은 장문인과 비슷한 연배 같은데 합석해도 되지요?”

“위교주의 손님이라면 나는 언제든지 대환영이오. 어서 앉으시오.”


준하는 주인에게 가서 술과 요리를 준비한 후 표두에게 갔다.


“조금 전 노인이 널 살려달라고 해서 나는 널 살려줄 생각이다.”“가..감사합니다. 교주님!”

“그러나 넌 왼쪽이 마비인 채 평생을 살아야 할 것이다.”“용서해주십시오.”

“용서는 저 노인에게 빌어라. 노인이 용서하면 내 제자가 풀어줄지도 모르니.”

“예!”


표두는 준하를 따라 노인에게 다가왔다.


“나를 용서해 주시오.”


마비가 안 된 한쪽 다리로 겨우 무릎을 꿇은 표두가 노인에게 용서를 빌었다.


“용서라니요? 어서 일어나십시오. 표두님!”


영문을 모르는 청무가 준하는 보았다.

준하는 그저 미소만 지었다.

‘성격이 불같은 교주에게 표두가 무슨 큰 실수를 저지른 모양이군!’

일어난 표두가 양승상을 바라보았다.


“승상아! 이 사람을 용서해주겠냐?”

“사부님! 제가 사부님과 같이 다니면서 이런 호로자식은 처음 보았어요. 표두아저씨! 그만 가세요.”


준하의 질문에 양승상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허허! 양소협! 호로자식이란 말은 누구에게 배웠나? 입에 착 달라붙는 것이 본 장문인보다 차져!”


청무가 웃음을 참으며 물었다.


“그래요? 저희 아빠께요. 원래는 개 호로자식인데 제가 개를 좋아해서 ‘개’자는 뺏어요.”

“푸-허허허! 그런가?”


청무가 큰 소리로 웃었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쓰지도 못하니 노인장에게 주자.’

양승상과 청무가 말하는 동안 준하는 자신의 품에 있는 전표를 확인했다.

천 냥짜리 전표가 한 장 들어있었다.

시간이 지나자 청무는 준하에게 화산으로 가자고 했다.

준하는 청무를 설득해 돌려보냈다.


“노인장! 집이 어딥니까?”

“호북성 십언입니다.”

“저는 형주로 가는 길입니다. 가다가 내려드릴 테니 같이 가시지요.”

“예? 나리! 저는 돈을 벌어야 합니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놈이 다리를 다쳐서 저라도 돈을 벌어 치료비로 써야 합니다.”

노인이 놀란 얼굴로 말했다.


“돈은 제가 드릴 것이니 염려하지 마십시오.”


준하는 노인에게 천 냥짜리 전표를 꺼내 보여 주었다.


“그걸 저에게 주신단 말씀입니까?”

“예!”

“그럼 나리를 따라가겠습니다.”

“승상아! 노인장을 모시고 객잔으로 올라가거라.”

“예, 사부님!”


양승상이 노인을 데리고 위로 올라가자 준하는 표두에게 갔다.


“아까 화산의 청무 장문인이 오지 않았다면 너는 검을 잡은 손에 힘을 주어 내 목을 베려고 했을 것이다.”

“용서해주십시오.”

“아까처럼 검을 뽑아라. 뽑지 않으면 너는 물론 네가 자랑하는 명문표국도 중원에서 지워버릴 것이니,”


표두가 손을 떨면서 검을 뽑았다.

그러자 준하는 손가락으로 검을 가리켰다.

푸-시-식!

검에서 강철의 청아한 소리 대신 이질적인 소리가 났다.

표두는 자신의 검을 보았다.

검에는 거미줄 같은 균열이 보였다.


“이후 약자들에게 화를 내고 싶으면 이 검을 봐라.”

“명심하겠습니다.”


툭!

준하가 표두의 왼쪽 어깨를 쳤다.


“노인의 선량한 마음이 널 용서한 것이다.”


준하가 몸을 돌리자 표두는 살짝 자신의 왼쪽을 움직여 보았다.

정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표두님! 괜찮습니까?”


표사 한 명이 물었다.


“그래! 죽음과 같은 공포를 겪고 나니 새로 태어난 기분이네. 자네는 밖에 있는 쟁자수들을 불러 객잔에서 재우게.”

“그럼 표물은 누가 지킵니까?”

“내가 지킬 것이네. 오늘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네.”


표두는 균열로 가득한 자신의 검을 보며 밖으로 나갔다.


****


준하가 몬 마차는 쟁자수 노인의 집이 있는 십언에 도착했다.

준하는 노인이 알려준 대로 마차를 몰아 노인의 집으로 갔다.

‘안전하게 집에 도착했으니 그만 가야겠어!’

준하는 이곳으로 오면서 제일전장의 십언 지부에 들러 전표를 금자로 교환했었다.

노인은 금자가 보자기를 안고 마차에서 내렸다.


“노인장! 노인장의 집에 도착했으니 이만 가보겠습니다.”


노인이 마차를 가로막았다.


“아닙니다. 나리! 결초보은하지 못할망정 우리 집까지 오신 나리를 그냥 보낼 수는 없습니다. 들어가셔서 식사라도 하고 가시지요.”

“그럼 그럴까요?”


소란스러움을 느꼈는지 초가의 문이 열리고 노파가 나왔다.


“누가 오셨소?”

“할멈! 이걸 봐요.”


노인이 마루에 금자가 든 보자기를 풀었다.


“에구머니! 여..영감! 어디서 난 거요?”


마루에 주저앉은 노파가 물었다.


“저기 계신 나리가 우리 사정을 듣고 주신 것이오.”

“예?”


노파가 마루에서 내려왔다.


“우리 영감의 말이 사실이라면 정말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할멈! 이 나리는 바쁘신 분이니 얼른 밥을 차리시오.”

“예? 영감! 우리 집에 밥이 어딨어요?”

“그..그래? 그럼 얼른 시전으로 가서 쌀과 고기를 사 오시오.”


노인이 노파에게 은자를 주었다.

‘그냥 간다고 하면 섭섭해하겠지?’

노파가 집을 나갔다.


“나리! 누추하지만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그럼 폐를 끼치겠습니다.”


준하는 양승상을 데리고 노인을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지소야! 손님이 오셨다. 인사를 드려라.”


노인의 말에 어두운 골방에서 아들로 보이는 사람이 벽을 의지해 나왔다.

준하와 비슷한 나이였다.


“연지소입니다.”


연지소가 벽에 몸을 기댄 채 인사했다.


“위겸입니다.”


인사가 끝나자 준하의 눈은 연지소의 다리로 향했다.

‘검에 잘린 것만 아니라면 고칠 수 있을 것 같은데 한번 보자고 할까?’

준하의 눈치를 보고 있던 노인은 준하가 아들의 다리를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무림의 고수들은 신선이라고 하던데 지소의 다리를 봐 달라고 할까? 휴! 금자까지 주시며 우리 가족을 살려주셨는데..!’

갈등하는 노인은 안절부절 어쩔 줄 몰라 했다.


“노인장! 내가 아들의 다리를 봐도 되겠습니까?”

“예? 정말 그렇게 해주시겠습니까?”

“예!”


두 사람의 말을 들은 연지소가 몸을 움직여 준하에게 다가왔다.


“내가 만져서 아프면 아프다고 하시오.”“예!”


준하는 조심스럽게 부목을 뗀 뒤 연지소의 바지를 걷어보았다.

‘종아리에 나무가 박힌 것 같은데 맞나?’

다리가 불룩했다.


“내가 보니 근육에 뭐가 박힌 것 같은데 맞소?”

“그건 잘 모르겠고 십여 년 전에 절벽에서 굴러떨어졌습니다.”


‘종아리 근육에 나무가 박혀 파열된 것 같다. 수술하면 가능할 것 같은데 수술을 응할까?’

준하는 바지를 내렸다.


“나리! 제 아들놈의 다리를 고쳐주십시오.”

“완쾌한다는 보장은 없는데 그래도 해 볼까요?”

“예! 만약 이 아이의 다리가 낫지 않으면 우리 부부는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합니다. 그러니 한 번만 봐주십시오.”

“이제 곧 밤이 되니 내일 시도해보겠습니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이놈아! 얼른 나리께 감사하다고 말씀드려라.”“나리! 고맙습니다.”

“최선을 다해 보겠소.”


잠시 후,

초가의 작은 마당에는 밥 익은 냄새로 가득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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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104. 배상철과 변명근 24.06.28 11 0 11쪽
103 103. 회귀 24.06.27 13 0 12쪽
102 102. 회귀를 준비하다 24.06.26 14 0 12쪽
» 101. 연지소 24.06.26 14 0 12쪽
100 100. 태금산 24.06.25 15 0 11쪽
99 99. 만수충조 24.06.25 15 0 11쪽
98 98. 천철도 24.06.24 16 0 12쪽
97 97. 포달랍궁 24.06.24 19 0 11쪽
96 96. 무림 왕 2 24.06.23 17 0 12쪽
95 95. 취개 24.06.23 21 0 12쪽
94 94. 공동파 24.06.22 20 0 12쪽
93 93. 흑금상단 24.06.22 21 0 12쪽
92 92. 천지 24.06.21 23 0 12쪽
91 91. 인왕채 24.06.21 21 0 12쪽
90 90. 무림 왕 24.06.20 23 0 12쪽
89 89. 영락제 3 24.06.20 26 0 12쪽
88 88. 영락제 2 24.06.19 27 0 12쪽
87 87. 영락제 24.06.19 29 0 12쪽
86 86. 준하의 함정 24.06.18 28 0 12쪽
85 85. 요련화의 실종 24.06.18 29 0 12쪽
84 84. 사동척 24.06.17 30 0 12쪽
83 83. 하오문주 요련화 2 24.06.17 31 0 12쪽
82 82. 하오문주 요련화 24.06.16 32 0 12쪽
81 81. 공동파 24.06.16 33 0 11쪽
80 80. 혁련광의 죽음 24.06.15 35 0 12쪽
79 79. 이별 24.06.15 38 0 12쪽
78 78. 철마련의 련주 혁련광 24.06.14 3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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