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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룡 님의 서재입니다.

악인 사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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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룡
작품등록일 :
2024.05.08 11:00
최근연재일 :
2024.06.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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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5,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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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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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87. 영락제

DUMMY

마교의 남녕분타,

준하는 영락제의 반응을 기다리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영락제의 방문이 붙던 날,


“주군! 큰 주군께 살려달라고 애걸복걸했던 주체가 이렇게 나올지 몰랐습니다. 당장 교에 연락하여 십만 무인을 부르십시오.”


방문을 본 왕수량이 말했다.


“왕대주! 황조가 바뀌면 누가 힘들겠어?”

“그야 주체의 목을 따는 주군께서 힘들겠지요.”

“일대일 비무라면 그렇겠지! 그러나 영락제의 명을 따르는 황군들은 모두 백성들이다.”

“그럼 백성들이라는 말씀입니까?”

“그래! 이건 내가 예를 들어 말하는데 옛날 환란에 닥친 어떤 나라의 황제가 그랬다. ‘백성들에게 희생만 강요해서 정말 죄송하다!’ 그리고 ‘이 고비만 넘기면 우리나라는 분명히 일어설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백성들은 자신들이 가진 금붙이를 모두 내놓고 나라가 일어서길 절실히 바랐지.”

“그래서 일어섰습니까?”

“그래!”

“정말 훌륭한 황제였군요?”

“풉! 황제는 다른 황제들이 그랬듯 나라가 안정되자 백성들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고 권문 세력과 큰 상단의 상단주들을 불러 술잔을 부딪치며 백성들이 낸 금붙이를 서로 나눠 가지며 새로운 부귀영화를 누렸지!”

“주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습니까?”


왕수량의 얼굴에 분노가 가득했다.


“그래! 그럴 수는 없는 일이지. 그런데 말이야, 참는 것에 이골이 난 백성들은 또다시 한 마디 불평도 없이 묵묵히 살아가더라고, 자신들을 희생시킨 황제에게 따지지도 못하고 말이야!”

“주군! 주군께서 직접 겪으신 일입니까?”

“겪었지만 그때 내 나이는 일곱 살이었다. 그래서 희생당한 어른들이 술 마시는 것을 보며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얼마 전 악위진의 횡포에 신음한 백성들을 직접 보니 그때 참아야 했던 어른들의 울분이 얼마나 컸는지 이제야 조금 이해가 간다.”


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남녕의 백성들이 돌 던지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악위진에게 납치되어 첩이 된 여인들의 피를 토하는 절규도, 그런데 왜 남의 나라 이야기에 눈물이 나는 거야? 주군 앞에서 감히 화를 낼 수 없어서인가?’


왕수량은 긴 한숨과 눈물로 자신의 답답한 심경을 누르고 있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황왕상 또한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잠시 침묵이 흐르는 동안 하오문에서 당개개가 왔다.


“교주님! 지급으로 제갈세가에서 전서응이 왔습니다.”


준하는 제갈세가에서 보낸 서찰을 읽었다.

‘하하하! 사부님께 부채가 있다고 하더니 황제는 이런 식으로 내 가려운 곳을 긁어 빚을 갚으려고 하네! 영락제의 방문(榜文)으로 인해 무림이 힘을 합치게 되었고 나는 초대 맹주가 되었어. 더는 번거롭게 무림을 통합하러 돌아다닐 필요가 없게 됐어!’

준하의 표정이 변하자 왕수량의 눈에 호기심이 가득했다.


“궁금하면 읽어봐라.”


서찰을 읽는 왕수량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주군! 정도에서 주군을 무림 맹주로 추대하다니요? 이걸 창상지변(滄桑之變)이라고 해야 합니까?”


창상지변은 푸른 바다가 변해 뽕밭이 되었다는 뜻으로 심한 변화가 일어났다는 뜻이다.

두 사람의 눈치를 보던 황왕상은 탁자 위에 있는 서찰을 읽어 보았다.

‘당연한 조치다! 내가 본 주인 나리는 그 어떤 사람보다 훨씬 고매한 인품을 지냈으니 말이야!’

탁자 위에 있는 서찰을 내려놓은 황왕상은 자신의 뛰는 가슴을 눌렀다.

준하가 무림 맹주에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왕수량처럼 본능적으로 뛰는 가슴은 어쩔 수 없었다.

‘영락제가 무림맹의 결성을 알게 되면 또 다른 조치를 취해 정국을 흔들려고 할 것이다. 그 전에 기를 꺾는 경고 정도는 해야겠지!’

준하는 자금성을 방문하기로 마음먹었다.


****


북경의 자금성

‘허허! 무지한 신하들 같으니라고! 내 세 치 혀에 놀아나다니? 중원 무림이 마교와 구파일방에 의해 이끌어 가는 것도 모르고 말이야!’

영락제는 ‘망극하옵니다’를 외치던 신하들이 자신의 눈치를 보자 조카 건문제와의 사 년 전쟁에서 승리했던 것보다 더 통쾌했다.

영락제는 신하들을 위로한답시고 보화전에서 연회를 열어 자신이 연왕 시절 썼던 검을 들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로다. 차후 짐은 짐의 권위에 도전하는 무리가 있으면 망설이지 않고 검을 들어 피를 볼 것을 천명하노라!”


피의 폭군이라고 불린 영락제는 공포정치를 선언하며 몸을 떠는 신하들을 보며 두 번째 승리감에 도취했다.

침궁인 건청궁으로 온 영락제는 궁녀의 수발을 받으며 용포를 벗고 침상에 누웠다.

‘날마다 오늘 같은 기분이었으면 좋겠어!’

좀처럼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영락제는 건청궁의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대들보에 단청이 있었나? 단청을 보자마자 잠이 오는 것이 저 단청을 칠한 화공을 불러 상을 내려야겠어!’

영락제의 눈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스르르 감겼다.

잠시 후 영락제의 숨소리가 고르자 영락제가 올려다보았던 대들보에서 한 사람이 떨어져 내렸다.

바로 준하였다.

채-앵!

잘 벼른 만검이 검집에서 나와 영락제의 목젖에 닿았다.

‘왕대주의 말대로 영락제의 목을 베고 황제가 되어 원 없이 살아볼까?’

영락제의 목에 핏방울이 맺혔다.

‘피를 갈구하는 내 본능은 그렇다 해도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내가 굳이 영락제의 목까지 벨 필요는 없지!’

만검을 검집에 넣은 준하는 영락제의 수혈을 짚고 어깨에 들쳐 멨다.

‘당분간 피를 보지 말아야겠어!’

준하는 내공을 끌어올려 이동할 준비를 했다.

잠시 후 준하가 도착한 곳은 주원장이 황도로 선포했던 남경의 황궁 터였다.

누렇게 시든 잡초 사이로 반쯤 남은 호화로운 벽과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기와 파편들이 과거 이곳이 황궁이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영락제의 추종자들이 주원장의 흔적을 다 파괴해 버렸군!’

철-퍼-덕!

준하는 영락제의 몸을 기와 파편이 없는 곳에 던져놓았다.

‘영락제! 이제 비몽사몽의 상태로 나와 대면해야지?’

탁-탁!

준하는 영락제의 머리를 건드렸다.

그러자 영락제가 눈을 떴다.

놀랍게도 영락제의 눈은 정광이 사라진 흐리멍덩한 눈빛이었다.

염무상이 알려준 섭혼탈백술을 펼친 것이다.

추위를 느꼈는지 영락제가 몸을 떨었다.


“영락제! 나를 따라 오르시오.”


준하는 속삭이듯 말했다.

그러자 누운 영락제가 팔과 다리를 휘저었다.

마치 걷는 것처럼,

영락제가 준하를 따라 올라간 곳은 까마득히 북경이 내려다보이는 창공이었다.


“주체! 그만 폭주를 멈추시오.”

“보아하니 대명의 백성 같은데 감히 짐에게 주체라니?”

“주체! 나는 한족도 대명의 백성도 아니오.”“그럼 어느 나라의 백성이냐?”

“나는 한국의 백성이오.”

“한국? 한국이 어디에 있는 나라냐?”

“당신이 지금 서 있는 곳이 한국이오.”


준하의 말에 영락제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끝도 보이지 않은 드넓은 곳에 자금성을 능가하는 고루거각들이 서 있었고 자금성의 남문인 오문 앞 광장을 능가하는 넓은 도로가 길게 뻗어있었다.


“여기가 한국이란 말이냐?”

“그렇소! 한국의 백성들은 당신이 사는 자금성을 매일 밟으며 살 것이오.”

“.....,”


준하의 말에 영락제는 아래를 내려다보고 침울한 표정을 지으며 준하의 얼굴을 찬찬히 보았다.

‘얼굴을 보니 이곳이 천상이 틀림없구나! 가히 천상의 미남이다!’


“영락제! 이곳을 기억하고 항상 피 묻은 검을 멀리하시오.”

“명심하겠소.”


준하의 말에 영락제는 허리를 숙이며 대답했다.


“이제 남경의 황궁 터를 들러 자금성으로 돌아가시오.”

“호..혼자 어떻게 여길 내려간단 말이오?”

“눈을 감았다가 뜨면 남경의 황궁 터에 도착해 있을 것이오.”


영락제는 눈썹을 떨며 눈을 감았다.

‘아! 부황 폐하의 궁터다!’

영락제의 눈에 폐허가 된 남경의 황궁 터가 보였다.


“에-취!”


몸을 떨던 영락제가 재채기했다.


“그만 돌아갑시다. 이 망초는 영락제가 본 것을 꿈속이라 여길 것으로 생각해서 주는 것이요.”


준하는 누렇게 변한 망초 군락지에서 망초를 꺾어 영락제에게 건넸다.


“아니요, 나는 매일 그대와 한국을 생각하며 검을 멀리하겠소.”


말을 마친 영락제가 망초를 손에 쥔 채 눈을 감았다.

영락제를 어깨에 멘 준하는 영락제는 침전이 있는 건청궁으로 갔다.

영락제를 침상에 내려놓은 준하는 망설이지 않고 남녕으로 향했다.

새벽이 되자 영락제는 눈을 떴다.


“이게 정녕 꿈이 아니었단 말인가?”


영락제는 자신의 손에 있는 망초를 보고 놀라 벌떡 일어났다.


“남경의 황궁 터에 망초가 있는지 확인하라.”


영락제는 밖을 향해 큰 소리로 말했다.


“예, 폐하!”


대답한 환관의 종종걸음 소리가 들리자 영락제의 눈은 다시 망초로 향했다.


-“그만 돌아갑시다. 이 망초는 영락제가 본 것을 꿈속이라 여길 것으로 생각해서

주는 거요.”


‘그자의 말처럼 짐이 보고 느낀 것은 꿈이 아니야! 손에 쥐고 있는 망초뿐 아니라 짐의 옷 여기저기에 마른 망초 잎이 붙어있지 않은가?’

준하의 말이 생각나자 자기 몸을 살펴본 영락제는 오한을 든 것처럼 몸이 떨려왔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짐이 그놈에게 속은 것이 아닐까? 하룻밤 사이에 남경의 황궁을 갖다 왔다고 하면 누가 믿겠어? 신하들은 내 말을 짐의 희언(戲言:농담)으로 생각할 거야! 날이 밝으면 황보장휘를 불러 물어보면 되겠지!’

영락제!

야심이 큰 사내로 친조카를 죽여 자신의 야심을 채웠다.

그러나 어젯밤 꿈속에서는 자신보다 훨씬 더 잘난 사내를 만났다.

지금 영락제가 고심하는 의심의 본질은 확인이 아니라 불신이었다.

중원에서 가장 잘난 사내는 자기여야 했고 자기보다 더 잘난 사내가 있다면 죽여버리고 싶은 하나의 질투였다.

수라를 들고 나자 정난공신으로 병부의 정3품 좌시랑에 임명된 황보장휘가 건청궁 영락제의 침전으로 들어왔다.


“폐하! 찾으셨사옵니까?”

“그래!”


영락제는 황보장휘를 향해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다.


“듣는 귀를 뒤로 물려라.”

“예, 폐하!”


보화전 입구에 있던 환관들의 발소리가 멀어졌다.


“좌시랑! 이게 뭔지 알겠냐?”

“예, 폐하! 이건 망초가 아니 옵니까?”

“맞다. 어젯밤 해시(21:00~23:00)에 잠들어 오늘 새벽 인시(03:00~05:00)에 깨보니 이게 짐의 손에 들려있었다.”

“..예!”


황보장휘는 침전을 둘러보았다.

‘헉! 저..저것은?’

놀란 황보장휘의 시선이 멈춘 곳은 바로 대들보였다.


“뭐가 보이느냐?”


영락제의 눈은 놀란 황보장휘의 시선을 따라갔다.

‘가만, 어젯밤 보았을 때는 분명 화려한 단청이 있었거늘?’

영락제는 복잡한 것을 싫어했다.

그래서 대들보에는 화려한 단청보다 금박이 입혀져 있었다.


“폐하! 어젯밤 외인을 불러사옵니까?”

“왜? 외인의 흔적이 느껴지느냐?”

“송구하옵게도 확언할 수 없으나 저 대들보에서 외인이 머물렀던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천상의 나라도, 남경의 황궁도 꿈이 아니란 말인가?”


영락제가 중얼거렸다.

‘천상의 나라와 남경의 황궁?’

황보장휘의 머릿속에는 강한 호기심으로 가득 찼다.


“폐하! 소신에게 외인의 흔적을 찾을 수 있도록 윤허하여 주시옵소서.”

“윤허하겠다.”


대답한 영락제가 대들보 밑을 벗어났다.

휙 착!

황보장휘는 대들보 위로 올라갔다.

‘무인이 머문 흔적이다! 그것도 가공할 내공의 소유자가, 중원에 이런 무인이 있었을까?’대들보 위에 쌓인 먼지들은 한 푼 정도 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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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103. 회귀 24.06.27 4 0 12쪽
102 102. 이별을 준비하다 24.06.26 2 0 12쪽
101 101. 연지소 24.06.26 6 0 12쪽
100 100. 태금산 24.06.25 8 0 11쪽
99 99. 만수충조 24.06.25 9 0 11쪽
98 98. 천철도 24.06.24 10 0 12쪽
97 97. 포달랍궁 24.06.24 14 0 11쪽
96 96. 무림 왕 2 24.06.23 13 0 12쪽
95 95. 취개 24.06.23 17 0 12쪽
94 94. 공동파 24.06.22 15 0 12쪽
93 93. 흑금상단 24.06.22 17 0 12쪽
92 92. 천지 24.06.21 18 0 12쪽
91 91. 인왕채 24.06.21 17 0 12쪽
90 90. 무림 왕 24.06.20 18 0 12쪽
89 89. 영락제 3 24.06.20 19 0 12쪽
88 88. 영락제 2 24.06.19 21 0 12쪽
» 87. 영락제 24.06.19 26 0 12쪽
86 86. 준하의 함정 24.06.18 25 0 12쪽
85 85. 요련화의 실종 24.06.18 23 0 12쪽
84 84. 사동척 24.06.17 26 0 12쪽
83 83. 하오문주 요련화 2 24.06.17 27 0 12쪽
82 82. 하오문주 요련화 24.06.16 28 0 12쪽
81 81. 공동파 24.06.16 29 0 11쪽
80 80. 혁련광의 죽음 24.06.15 31 0 12쪽
79 79. 이별 24.06.15 34 0 12쪽
78 78. 철마련의 련주 혁련광 24.06.14 29 0 11쪽
77 77. 북화영 2 24.06.14 29 0 12쪽
76 76. 북화영 24.06.13 2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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