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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룡 님의 서재입니다.

악인 사냥꾼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중룡
작품등록일 :
2024.05.08 11:00
최근연재일 :
2024.06.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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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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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66,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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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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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98. 천철도

DUMMY

바람 빠지는 소리는 바로 내공 빠지는 소리였다.

풀-썩!

헉헉대던 초곤등은 그대로 주저앉았다.


“헉-헉! 그만 죽여라.”

“초궁주! 나는 소준흠을 구하러 왔을 뿐이오, 그만 일어나시오.”

“나를 죽이러 오지 않았나?”

“나와 은원관계도 없는 초궁주를 왜 죽이겠소?”

“나도 처음 위맹주가 나를 죽이러 온다는 말을 듣고 의아하게 생각했었소. 잠시 운공 좀 하겠소.”


초곤등은 눈을 감았다.

준하는 초곤등을 얼굴을 자세히 보았다.


‘헐! 부푼 얼굴이나 빠진 얼굴이나 별 차이가 없네!’

준하는 몸을 돌려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천산처럼 맑고 선명한 별들이다. 서울로 가면 다시 볼 수 없는 밤하늘이겠지?’

준하가 넋을 잃고 별을 보는 사이 운공을 마친 초곤등이 눈을 떴다.


“승자의 요구를 들어주기로 했으니 궁으로 가서 소준흠을 풀어주겠소. 궁으로 갑시다.”

“그러지요.”


준하는 초곤등을 따라 포달랍궁으로 갔다.


“저를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포달랍궁을 나온 소준흠에겐 예전의 거친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소준흠! 나 모르겠어?”

“저를 풀어준 무승이 말하길 귀하는 무림 맹주님이라고 하던데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네가 잃어버린 장창을 찾아 줬는데 나를 모르겠어?”


준하의 질문에 뭔가 생각난 듯 소준흠은 준하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아! 너는 그때 그”


반가운 표정의 소준흠은 준하의 신분이 생각난 듯 말을 마치지 못했다.


“소준흠! 네 일행이 보낸 서찰에는 내가 너를 구해주면 내 부탁을 들어준다고 했다.”

“말해 보시오.”

“옛날처럼 말부터 까자.”

“예?”

“말 놓자고,”

“그..그래!”

“서장 밀교의 첨량을 만나야 하는데 그가 있는 곳을 알고 있어?”

“첨량은 서장 밀교의 내분으로 죽었는데.”

“정말이야?”

“그래! 늑대에게 뜯어먹히던 첨량의 시신을 내가 묻었으니 확실하다.”

“그럼 서장 밀교로 가야 하나?”


준하가 혼자 말을 했다.


“서장 밀교는 내분으로 없어졌다고 들었다.”


소준흠이 말했다.


“그래?”


‘첨량이 죽었으니 약속이 없어졌잖아! 그냥 돌아갈까?’

준하가 말이 없자 소준흠은 준하를 바라보고 있었다.


-“다시 말해 천철도는 이 세상의 정화가 모였다고 볼 수 있다.”


준하는 묘주광의 말이 생각났다.

‘바쁜 일도 없는데 병중락의 늑대 바위 밑으로 가서 천철도나 손에 넣자. 묘주광 장로가 천철도를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걸었으니 어쩌면 천철도는 천고의 보물일지도 몰라?’

준하는 천철도를 갖기로 했다.


“그럼 나를 병중락의 늑대 바위로 데려다주겠어?”

“그럴게.”

“얼마나 걸릴까?”

“내일 아침이면 도착할 거야.”

“가자.”


두 사람은 포달랍궁에서 준 낙타를 탔다.

타닥-타닥!

준하의 채찍질에 낙타는 죽어라 달렸다.

‘하품이 나올 정도야!’

여의이어의 빠른 이동에 익숙해진 준하는 낙타의 달리는 속도에 짜증이 났다.

저녁 무렵이 되자 준하와 소준흠은 물웅덩이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낙타에서 내린 준하는 건량을 꺼냈다.


“이거라도 먹고 가자.”


준하의 말에 소준흠은 준하의 옆에 앉았다.

준하는 물에 탄 건량을 소준흠에게 건넸다.


“소준흠! 도적질은 왜 하는 거냐?”

“네가 보다시피 사막에는 모래 이외에 아무것도 없다. 도적질이라도 하지 않으면 뭘 먹고 살아?”

“그동안 모아 둔 금자는 없어?”

“어..없다. 배부른 날보다 배고픈 날이 더 많아서,”


‘내가 소설을 쓰던 시절하고 똑같구나!’

준하는 마음이 짠했다.


“이거 얼마 안 되지만 이것으로 장사라도 시작해라.”


준하는 금자 천 냥짜리 전표를 소준흠에게 내밀었다.

전표를 받으려던 소준흠이 멈칫했다.


“병중락의 늑대 바위로 안내해 주는 일 외에 더 시킬 일은 없냐?”

“더 부탁할 일이 있으면 다음에 부탁할게.”

“고맙다! 네 말대로 장사해 볼게.”


소준흠이 전표를 받았다.

전표를 받는 소준흠의 볼이 반짝거렸다.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린 것이다.

그걸 본 준하는 자리에서 일어나 낙타가 있는 곳으로 왔다.

소준흠의 긴 한 숨소리가 들렸다.

한 숨소리에는 도움에 대한 감사함과 도움을 주지 않았던 세상에 대한 원망이 섞여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소준흠은 준하에게 다가와 장창을 내밀었다.


“장사하려면 필요 없을 것 같아서,”

“내 무기는 여기 있어. 그리고 장사하러 돌아다니다 보면 너희 같은 도적들을 만날 수도 있잖아?”

“그..그러네.”


소준흠이 쑥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장창을 등에 멨다.

두 사람은 밤새 낙타를 타고 달렸다.

덥고 습한 날씨가 시작되었다.

준하와 달리 내공이 약한 소준흠은 땀을 흘리며 힘들어했다.

새벽, 여명이 트기 전 준하는 병중락의 늑대 바위 근처에 도착했다.

병중락은 산이 아니라 강을 끼고 있는 삼각지 형태의 땅이었다.


“저기 보이는 바위가 늑대 바위다.”


소준흠이 손가락으로 바위를 가리켰다.


“소준흠! 이제 낙타를 데리고 가도 된다.”

“정말 그래도 돼?”

“그래! 나는 낙타보다 내 다리로 움직이는 것이 더 좋아.”

“그럼 간다. 다음에 대막으로 꼭 놀러 와라.”


소준흠이 떠나자 준하는 늑대 바위로 갔다.

‘늑대 바위는 퇴적암인데 이건 화강암 같다. 그리고 이 주위에는 다른 화강암이 보이지 않아!’

준하는 늑대 바위 밑에서 화강암을 보았다.

‘누군가 이곳을 단단한 화강암으로 막은 것 같다.’

화강암의 크기는 내공을 지닌 무인이 아니면 들 수 없을 정도로 컸다.

화강암 밑으로 손을 넣은 준하는 화강암을 끄집어냈다.

그러자 그 속에는 쇠로 만든 철 상자가 들어있었다.

철 상자를 열었다.

‘헉! 운석이다.’

철 상자 안에 든 것은 누군가가 자른 듯한 운석이었다.

준하는 묵직한 운석을 들고 살펴보았다.

‘에-이! 천철도는 지도처럼 보이는데 옥(玉)의 티도 아니고 이게 뭐야?’

운석 절단면에는 어지러운 실선이 있었고 실선 사이에는 구멍이 뚫려있었다.

‘구멍을 뚫었던 다른 조각도 같이 넣어 두었을까?’

준하는 철 상자를 들고 흔든 다음 철판을 뜯어 보았다.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하긴 이 시대 사람들이 운석이 비싸다는 것을 알기나 했겠어?’

준하는 천철도를 품속에 넣었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십억은 받고 팔아야겠다.’

늑대 바위 위로 올라간 준하는 여의이어를 펼치기 위해 내공을 끌어 올렸다.

준하가 도착한 곳은 맹주실이었다.

‘쩝! 별로 할 일도 없는데 어디로 놀러 갈까?’

준하의 눈에 낚싯대가 보였다.

준하는 낚싯대를 들고 여의이어를 펼쳐 동성으로 갔다.

‘내 수발들 시녀라도 데리고 올 것을 괜히 혼자 왔어!’

입질이 없자 준하는 심심해졌다.

준하는 시전으로 가서 술과 안주를 사 왔다.

화주를 마신 준하는 갯바위에 누웠다.

‘오늘부터 며칠간 일탈이라는 것을 해보자.’

동성에서 사흘을 보낸 준하는 무림맹으로 와서 전음으로 왕수량을 불렀다.


“왕대주! 다른 사람들에게는 내가 돌아왔다고 말하지 말고 서고 안으로 식사 좀 넣어줘.”

“예, 주군! 그런데 수련하시려고 그럽니까?”

“아니, 책 좀 보려고,”

“알겠습니다.”


준하는 맹주만 들어갈 수 있는 맹주 서고로 들어갔다.

‘와! 언제 이곳으로 옮겼을까?’

맹주 서고에 있는 책들은 섬서성 장안의 무림맹에 있던 책들로 황보숭이 황보세가에 보관하고 있다가 다시 가져온 것이었다.

‘화타? 화타라면 중국의 후한 말 사람으로 전설적인 의원으로 알려진 사람이지?’

화타가 썼다는 청낭서(靑囊書)를 비롯해 수많은 의서가 비치되어 있었다.

‘내가 무공을 배우기 전에 의서를 보았다면 아마 나는 의원이 됐겠어! 산외유산 산부진(山外有山 山不盡)이라고 하더니 배움에는 끝이 없구나!’

-산 밖에 산이 있어 산은 끝이 없다.

거의 한 달 동안 맹주 서고에 틀어박혀 책을 보던 준하는 더 볼 책이 없자 서고를 나와 왕수량을 불렀다.


“주군! 중원의 악인들이 모두 잠적해 버렸습니다.”

“응? 무슨 이유로?”

“소문에는 주군 때문이라 합니다.”

“내 소설이 역주행이라도 한 거야?”

“예? 역주행이 무슨 말씀입니까?”

“내 소설을 보느라 모두 방안에 틀어박혀 있는 것 아니냐는 뜻이야.”

“그게 아니고 주군이 명실상부 천하제일인에 등극했기 때문입니다.”

“왜 내가 갑자기 천하제일인에 등극한 거냐?”

“주군께서 포달랍궁의 궁주 초곤등을 깼다는 소문과 부맹주인 황보숭의 소설 때문입니다.”

“부맹주가 무슨 소설을 썼는데?”

“주군을 주제로 한 ‘대살수’라는 소설입니다.”

“그게 악인들이 잠적한 이유야?”

“그게 직접적인 이유는 아닙니다.”

“그럼?”

“천하제일인인 주군께서 살수가 되어 악인들을 모두 처단한다는 소문 때문입니다.”

“풉! 아주 좋은 현상이다. 부맹주의 소설은 샀냐?”

“예! 그렇지 않아도 주군이 부르신다는 말을 듣고 가져왔습니다.”


준하는 왕수량이 건넨 ‘대살수’를 읽었다.

‘이런 내용이라 악인들이 모두 잠적했어!’

소설 속 준하는 상대가 악인이라고 판단되면 자비가 없이 무조건 죽였다.

‘앞으로 몇 년간 악인들의 준동은 없을 것 같은데 이젠 한국으로 돌아갈 방법이나 찾아볼까?’

준하는 제갈세가를 비롯해 진법에 능한 무가를 찾아다녔다.

‘회귀는 요원한 일일까? 아예 불가능한 일일까?’

준하는 실망한 얼굴로 진법의 시원(始原)으로 알려진 전진파를 나왔다.

‘며칠이 지나면 내 임기가 끝나니 천산으로 가서 승상을 지도해야겠어!’

며칠이 지나자 준하는 천산으로 이동했다.

천산에 도착한 준하는 염무상의 묘옥인 태상 교주전으로 갔다.


“사부님! 저 돌아왔습니다. 그동안 안부 인사를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아니다. 수고했다! 그렇지 않아도 화주 생각이 났는데 이따 교주전으로 가겠다.”

“예, 사부님! 저는 승상을 보러 가야겠습니다.”


태상 교주전을 나온 준하는 원로 원주실로 갔다.


“사부님! 오셨습니까?”


준하를 발견한 양승상이 달려왔다.


“많이 컸구나!”

“모두가 사부님의 은혜입니다.”


교주의 제자라 하여 잘 먹였는지 양승상의 머리는 준하의 어깨높이와 비슷할 정도로 부쩍 자라 있었다.


“원로 원주님은 계시냐?”

“예, 사부님!”


준하가 마교에 온 지 석 달이 지났다.

준하가 마교에서 하는 일은 잡다한 결재를 마치고 나서 양승상에게 취개의 만년금구의 내단을 먹였다.

이후 준하는 결재가 끝나면 양승상을 지도했다.


천산의 중턱,


“승상아! 너는 교도가 아니니 마교의 무공을 가르칠 수 없다.”

“예, 사부님!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 방금 내가 펼친 월영검법을 펼쳐봐라.”

“예!”


준하는 월영검법의 약점을 보완하여 완벽한 살수 검법을 창안했었다.

지금 그 월영검법을 양승상에게 가르치는 것이다.

‘늑대들도 회의를 하나?’

준하의 눈에 서로 머리를 맞댄 늑대들이 보였다.


“사부가 올 때까지 연습하고 있어라.”


몸을 날린 준하는 늑대들이 있는 곳의 바위 위로 갔다.

‘내 몸에 인간의 투기가 남아있으면 늑대들은 이빨을 드러낼 것이다.’

준하는 천산의 자연 기를 흡수했다.

그리고 공기 중에 흩어져 있는 늑대들의 체취를 모공으로 빨아당겼다.

‘웁! 강한 늑대의 체취다!’

고개를 숙여 가슴에 밴 늑대의 냄새를 맡아본 준하는 늑대들을 쳐다보았다.

‘없다!’

준하가 한눈파는 사이 늑대들은 흩어져 달리고 있었다.

‘세 마리는 위쪽으로, 나머지 열 마리는 아래를 향해 달리고 있어. 도대체 뭘 하려고 저럴까?’

준하는 늑대들을 지켜보았다.

‘위쪽에 있는 세 마리의 늑대가 쫓고 있는 것은 몽골 들소다!’

두두두두!

세 마리의 늑대에게 쫓긴 몽골 들소는 열 마리가 숨어있는 곳으로 달리고 있었다.

‘아! 사냥하기 위해 서로 머리를 맛 덴 것이었구나!’

준하는 몸을 날려 열 마리 늑대들이 은신하고 있는 근처로 가서 아래를 향해 달려 내려오는 들소를 관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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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104. 배상철과 변명근 24.06.28 11 0 11쪽
103 103. 회귀 24.06.27 13 0 12쪽
102 102. 회귀를 준비하다 24.06.26 13 0 12쪽
101 101. 연지소 24.06.26 13 0 12쪽
100 100. 태금산 24.06.25 14 0 11쪽
99 99. 만수충조 24.06.25 14 0 11쪽
» 98. 천철도 24.06.24 16 0 12쪽
97 97. 포달랍궁 24.06.24 18 0 11쪽
96 96. 무림 왕 2 24.06.23 17 0 12쪽
95 95. 취개 24.06.23 21 0 12쪽
94 94. 공동파 24.06.22 20 0 12쪽
93 93. 흑금상단 24.06.22 21 0 12쪽
92 92. 천지 24.06.21 22 0 12쪽
91 91. 인왕채 24.06.21 20 0 12쪽
90 90. 무림 왕 24.06.20 23 0 12쪽
89 89. 영락제 3 24.06.20 26 0 12쪽
88 88. 영락제 2 24.06.19 27 0 12쪽
87 87. 영락제 24.06.19 29 0 12쪽
86 86. 준하의 함정 24.06.18 28 0 12쪽
85 85. 요련화의 실종 24.06.18 29 0 12쪽
84 84. 사동척 24.06.17 30 0 12쪽
83 83. 하오문주 요련화 2 24.06.17 31 0 12쪽
82 82. 하오문주 요련화 24.06.16 3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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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80. 혁련광의 죽음 24.06.15 35 0 12쪽
79 79. 이별 24.06.15 38 0 12쪽
78 78. 철마련의 련주 혁련광 24.06.14 3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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