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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룡 님의 서재입니다.

악인 사냥꾼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중룡
작품등록일 :
2024.05.08 11:00
최근연재일 :
2024.06.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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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5,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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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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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91. 인왕채

DUMMY

분타주인 포득상은 교주를 가까이 뵙게 돼서 영광이라며 호들갑까지 떨어댔다.


“대인! 살려주십시오.”


왈패들이 준하를 향해 엎드렸다.


“살려달라? 내가 너희를 살려주면 너희는 나에게 뭘 해 줄 건가?”

“시키는 일은 뭐든지 하겠습니다.”

“그래? 분타주! 이들이 다 나으면 청소라도 시켜봐, 제대로 못 하면 죽여버리고,”

“예, 교주님!”


포득상이 대답하는 사이 분타원들이 준하 앞에 도열했다.


“분타주! 이놈들의 조직 이름이 뭔가?”

“..그게 좀”


포득상이 대답하지 못하고 얼버무렸다.


“뭔데? 조직 이름이 내 이름인가?”

“그건 아닙니다. 교주님! 이들의 조직 이름은 장춘영웅문입니다.”

“이름으로 치면 천하 제패를 하고도 남겠어. 분타주! 우리 교도 중에 이들 조직을 대신할 사람이 있나?”

“예! 있습니다.”

“그럼 도독부에서 시전을 관여하지 않기로 했으니 그 교도를 불러 이들의 자리를 채우도록 해.”

“예, 교주님!”

“전서구 있지?”

“예! 가지고 오겠습니다.”


포득상이 전서구를 가지고 오자 준하는 양부충에게 서찰을 써서 전서구의 다리에 매달아 날렸다.


“호북성의 형주에서 흑금상단의 상단주가 올 거야, 내가 다시 올 테니 데리고 있어라. 이것도 보관하고,”


준하는 약초 보자기를 포득상에게 주었다.


“예, 교주님!”


준하는 왈패들에게 밥을 주라고 한 뒤 객잔으로 갔다.

아침이 되었다.

황왕상은 말을 마차에 연결하기 위해 객잔을 나왔다가 다시 들어왔다.


“주인 나리! 객잔 앞에 관병들이 있습니다.”


황왕상이 객잔 일 층의 주루에 앉아있는 준하에게 말했다.


“왕상아! 내 나이를 알았으니 이제 형님이라고 할 때가 되지 않았어?”

“혀..형님! 저기”

“나가 보자.”


객잔 앞에는 관병들이 두 줄로 도열 해 있었다.

“전하! 소관은 길림성 도독부의 도독 여청신이옵니다. 오늘에서야 전하께서 오신 것을 알게 되어 송구하옵니다.”


정일품의 붉은색 관복을 입은 도독이 준하를 향해 허리를 숙였다.


“여도독! 허울뿐인 왕이니 너무 신경 쓰지 마시오.”

“아니옵니다. 전하! 지금 도독부로 모시겠사옵니다.”

“여도독! 나는 모처럼 여행을 나왔소.”

“예? 예, 전하!”

“그만 가도 되겠소?”

“예, 전하! 그럼 전하의 장춘 방문을 기다리고 있겠사옵니다.”


준하가 마차에 오르자 마차가 출발했다.


“형님! 언제 왕이 되셨습니까?”

“나와 나를 따르는 무림인들이 두려운 영락제가 나를 무림 왕으로 책봉했다. 이유야 어찌 됐든 나 역시 홀가분하다!”

“예? 홀가분하다니요?”

“영락제가 가진 두려움의 대상에서 벗어났으니 말이다.”


마차는 송화강 변을 따라 백두산으로 향했다.


“푸-하-하-하! 형제들! 마차를 멈추시오.”


마차가 산길로 접어들자 예외 없이 산적들이 나타났다.

‘조선인들이다!’

마차에서 내린 준하는 전낭을 꺼내려다가 품속으로 손을 넣었다.


“누가 두령입니까?”


‘두령? 요즘은 채주를 두령이라고 부르나?’

준하를 따라 마차에서 내린 황왕상은 준하를 지켜보았다.


“내가 인왕채의 두령이오. 한족 같은데 두령이란 말은 어떻게 아시오?”

“아는 상단주에게 들었습니다. 이건 통행세로 내기에는 많은 금액이지만 금자 천 냥짜리 전표입니다.”


산적 두목은 놀란 눈으로 준하가 내민 천 냥짜리 전표를 쳐다보았다.

‘헉! 진짜 우리 전장의 천 냥짜리 전표다. 그런데 산적을 대하는 형님의 말투가 완전히 달라졌다!’

황왕상은 준하를 쳐다보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산적 한 명이 산적 두목의 귀에 무슨 말을 속삭였다.

산적의 말에 귀를 기울였던 산적 두목이 준하를 노려보았다.


“소형제! 주기 싫으면 말 것이지 지금 우리를 놀리는 것인가?”

“하하! 누가 천 냥짜리 전표를 써가며 상대를 놀리겠소.”


준하의 말에 산적 두목이 잠시 갈등했다.


“그게 정말 천 냥짜리 전표란 말이요?”

“그렇습니다. 현재 내가 가진 것은 은자 부스러기 외에 금자가 없어서 이 전표를 드리는 것이니 받으십시오.”

“은자 몇 닢이면 되니 그냥 은자로 주시오.”

“왜 전표를 받지 않으십니까?”

“우리 산채에서는 정해진 통행세만 받아 금자를 받은 적이 없었소. 많이 받으면 좋겠지만, 아패도 없는 우리가 어디서 전표를 금자로 바꾸겠소?”


아패는 신분증이다.


“음! 산채 식구들은 몇 명이나 되십니까?”

“관군이 아닌 것 같으니 말하겠소. 백 명이 넘소이다.”


산적 두목이 잠시 망설이다 대답했다.


“그럼 내가 전장으로 가서 금자로 바꿔 올 테니 잠시 기다리십시오. 왕상아! 너는 이곳에 있어라.”


준하의 몸이 흐릿하게 변하더니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어-어?”

“으-악! 귀신?”


산적들이 일제히 뒤로 물러났다.


“하하! 우리 형님은 귀신이 아니라 천하제일인이오.”


천하제일인의 동생!

황왕상은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신분인 것처럼 가슴을 펴고 수군거리는 산적들을 향해 말했다.

산적 두목은 두려운 얼굴로 황왕상에게 다가왔다.


“소문에 천하제일인은 마교의 교주라고 하던데 언제 천하제일인이 바뀌었소?”

“바뀐 것이 아니라 우리 형님은 현 마교의 교주이자 얼마 후 무림맹의 맹주에 등극할 분이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왜 우리 돈을 바치는 아니, 주는 것이오?”

“그건 형님이 오시면 여쭤보시오.”


산적 두목은 다시 산적들에게 갔다.


“방금 그 사람이 마교의 교주가 맞다.”

“형님! 마교 그 사람이 교주라면 여기서 있을 것이 아니라 국경을 넘어 조선으로 도망이라도 갑시다.”

“우리가 보는 눈앞에서 쓱싹 사라진 사람인데 도망간다고 잡히지 않겠냐?”


산적들의 입안은 바싹바싹 타들어 갔다.

팟!

작은 파공음과 함께 준하가 나타났다.


“장춘의 제일전장 지부를 다녀오느라 조금 늦었습니다.”


준하는 말하며 전낭 하나를 산적 두목에게 내밀었다.

산적 두목은 떨리는 손으로 전낭을 받아 안을 들여다보았다.


“헉! 금자다!”


금자를 본 산적 두목이 더 심하게 손을 떨었다.

투-두-둑!

전낭에서 금자가 쏟아졌다.


“지..진짜 금이다!”


금자 천 냥!

넉넉하지 않지만 백여 명의 산적들이 마을로 가서 정착할 수 있는 큰돈이다.


“저 우리 인왕채로 가서 목이라도 축이시지요?”


정신을 차린 산적 두목이 준하에게 물었다.


“그래도 되겠습니까?”

“예! 저를 따라오시지요.”


산적 두목은 앞서 걸으며 자꾸 뒤를 돌아보았다.

‘아까는 긴장하여 유심히 보지 못했는데 한족치고는 대단한 인물이다. 천하제일인이 무슨 이유로 우리 같은 산적에게 큰돈을 줄까? 무림인의 친절은 구밀복검(口蜜腹劍)이라고 했다. 웃으면서 사람을 죽인다고 하던데 이 사람을 산채로 데려가도 될까?’

산채가 가까워질수록 산적 두목의 불안감은 더 커졌다.


“제 본명은 김준하인데 성함이 어떻게 됩니까?”

“예? 뭐라고요?”


산적 두목의 귀에 들린 정확한 조선말,

산적 두목은 당황했다.

유창하지 않지만 분명 조선말이다.

아니 유창하기보다 약간 이상하지만 분명 조선말이다.


“호..혹시 조선인입니까?”

“조선인은 아니지만, 조선과는 불가분(不可分)의 관계입니다.”


불가분!

둘로 나눌 수 없다는 말이다.

‘조선인은 아니지만, 조선과 불가분의 관계라면 이 사람의 조상은 한족이 아니라 우리와 같은 청구(靑邱) 출신이다.’

내심 안도하는 산적 두목이다.


“검을 들고 통행세를 내놓으라고 한 사람이 할 말은 아니지만 그래서 처음 볼 때 친근감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정유규입니다.”


‘나를 믿지 못해 호흡이 거칠고 발걸음이 불규칙했었구나!’

산적 두목의 차분해진 말투에 준하 역시 안도했다.


“저도 상투를 튼 머리를 보고 조선인임을 알았습니다.”

“아! 그랬군요. 몸에 밴 습관이라 다소 불편해도 상투를 틀고 있었습니다.”


두세 걸음 뒤에서 따라오던 황왕상은 준하의 입에서 나온 조선말을 듣게 되었다.

‘조선인들을 직접 대면할 이유가 없는 형님은 왜 조선말을 익혔을까?’

마교에는 정보만을 취합하는 정마각이 있다.

정마각에서는 조선은 물론 멀리 왜에도 사람들을 파견하여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다.

그래서 마교에는 조선말을 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황왕상이 아는 마교에서 교주인 준하가 조선말을 배울 필요는 없는 것이다.

인왕채에 도착했다.

정유규가 인왕채 마당에 있던 사람들에게 뭔가 말했다.

그러자 사람들이 준하에게 다가왔다.


“우리와 같은 핏줄이라고 큰돈을 주었다고 들었소. 고맙소이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 사람이 준하에게 말했다.


“아닙니다. 적은 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인왕채 마당에 통나무로 만든 탁자와 의자가 놓였고 탁자에는 산에서 채취한 나물과 박주(薄酒)가 놓였다.

준하는 황왕상와 함께 정유규가 권하는 자리에 앉았다.

정유규가 술주전자를 들었다.


“목에 근근이 풀칠하며 사는 곳이라 술과 안주가 변변치 않습니다. 먼저 한잔 받으시오.”

“감사합니다.”


준하가 술잔을 든 순간,

‘내공을 가진 자들이 오고 있다.’

준하는 인왕채로 향하는 무인들의 기척을 느꼈다.

잠시 후,

삐-익!

망루에서 적의 침입을 알리는 각적 소리가 들렸다.

마당에 있던 산적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일었다.

‘저들은 내공을 지녔으니 관병은 아니다.’

준하는 자신들의 무기를 챙기는 산적들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나서야 조선인들의 희생이 생기지 않는다!’

준하는 만검을 들고 일어났다.


“정두령님! 내가 나가볼 테니 그냥 앉아 계십시오.”

“아닙니다. 저들은 제가 잘 압니다. 자! 우리는 인왕산의 소나무다.”


정유규가 산적들을 돌아보며 큰 소리로 말했다.


“와-아-아!


산적들도 무기를 높이 들고 함성을 질렀다.

침입자들과 한 번 부딪쳤다는 의미였다.


“잘 아시다니요?”

“저들은 녹림칠십이채의 산적들로 한 달 전 찾아와 우리에게 녹림칠십이채 밑으로 들어오라고 했습니다.”

“녹림칠십이채로 들어가면 더 낫지 않습니까? 보호는 물론 여러 정보도 얻을 수 있으니,”

“우리 인왕채가 녹림칠십이채의 소속이 되면 과도한 통행세로 인해 이곳 석림산을 지나가는 상단이나 상인들의 발길은 끊어질 것입니다.”


‘조선과 교역하는 관 무역은 물론 밀무역하는 상인들도 이곳 석림산을 통과해야 한다. 상단의 규모에 따라 통행세를 받으면 될 것을 다른 곳과 비교해 통행세를 적게 받아 금자를 받아본 적이 없다고 했었구나!’

정유규는 한족 출신의 산적들과 달리 우직하고 미련스러운 산적이었다.


“그럼 가서 인왕채의 뜻을 밝히십시오.”

“자! 우리는 그 어떤 외풍에도 흔들지 않은 인왕산의 소나무다.”


준하의 말에 검을 든 정유규가 큰소리로 외쳤다.


“와-아-아!”


인왕채의 산적들이 무기를 들고 함성을 질렀다.

준하는 산적들을 따라 인왕채의 입구로 갔다.

녹림칠십이채에서 나온 산적들의 수는 백여 명, 인왕채의 산적들보다 더 많았다.


“정채주! 나는 낭아산채의 채주 황염이다. 결정은 했나?”


깡마른 모습의 황염이 앞으로 나와 물었다.

‘수준은 일류, 이놈이 녹림칠십이채의 산적들을 이끌고 왔구나!’

준하는 팔짱을 끼고 녹림칠십이채의 산적들을 바라보았다.


“우리 인왕채의 뜻은 변함이 없소이다!”

“흐흐! 나는 부채주 굉적이다. 채주님! 그냥 쓸어 버리지요.”


정유규의 대답에 황염의 뒤에 서 있던 굉적이 나와 말했다.

‘굉적의 수준은 이류, 특수 효과를 내기에 적당한 수준이야!’

준하는 황염의 입을 쳐다보았다.


“마지막으로 묻겠다. 정채주! 산채 식구들을 모두 죽이겠나?”

“인왕산의 소나무는 그 어떤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소.”


정유규가 검을 들며 말했다.

채-앵!


“크-흐흐! 드디어 내 도가 뜨거운 피 맛을 보겠군!”


자신의 팔에 내공을 주입한 굉적이 도를 빼 들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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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102. 이별을 준비하다 24.06.26 2 0 12쪽
101 101. 연지소 24.06.26 6 0 12쪽
100 100. 태금산 24.06.25 8 0 11쪽
99 99. 만수충조 24.06.25 9 0 11쪽
98 98. 천철도 24.06.24 10 0 12쪽
97 97. 포달랍궁 24.06.24 14 0 11쪽
96 96. 무림 왕 2 24.06.23 13 0 12쪽
95 95. 취개 24.06.23 17 0 12쪽
94 94. 공동파 24.06.22 15 0 12쪽
93 93. 흑금상단 24.06.22 17 0 12쪽
92 92. 천지 24.06.21 18 0 12쪽
» 91. 인왕채 24.06.21 17 0 12쪽
90 90. 무림 왕 24.06.20 18 0 12쪽
89 89. 영락제 3 24.06.20 19 0 12쪽
88 88. 영락제 2 24.06.19 21 0 12쪽
87 87. 영락제 24.06.19 25 0 12쪽
86 86. 준하의 함정 24.06.18 25 0 12쪽
85 85. 요련화의 실종 24.06.18 23 0 12쪽
84 84. 사동척 24.06.17 26 0 12쪽
83 83. 하오문주 요련화 2 24.06.17 27 0 12쪽
82 82. 하오문주 요련화 24.06.16 28 0 12쪽
81 81. 공동파 24.06.16 29 0 11쪽
80 80. 혁련광의 죽음 24.06.15 31 0 12쪽
79 79. 이별 24.06.15 34 0 12쪽
78 78. 철마련의 련주 혁련광 24.06.14 29 0 11쪽
77 77. 북화영 2 24.06.14 29 0 12쪽
76 76. 북화영 24.06.13 2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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