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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룡 님의 서재입니다.

악인 사냥꾼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중룡
작품등록일 :
2024.05.08 11:00
최근연재일 :
2024.06.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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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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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55,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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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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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천지

DUMMY

휘-이-이!

낭아산채의 산적들 머리 위로 찬바람이 불었다.

‘이건 나보다 한참 윗줄에 있는 절대 무인의 기세로 인해 생긴 냉기다!’

표정이 변한 황염은 한 손을 들고 주위를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우리는 녹림칠십이채의 조륭강 총채주님의 명을 이행하러 온 사람들이오. 고인께서는 모습을 드러내시오.”

“좃만한 조륭강 따위가 뭐라고 조륭강을 들먹이는 건가?”


준하가 정유규의 옆에 서며 말했다.


“흐흐! 아주 잘 생긴 놈이군! 넌 본좌의 맘에 들었으니 맨 나중에 죽이겠다.”


굉적의 도가 준하를 가리켰다.


“본좌? 웹 소설에서도 쓰지 않은 낡고 진부한 표현을 쓰는군!”


준하가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쩌-저-쩡!

굉적의 도에서 얼음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균열이 생겼다.

이상함을 느낀 굉적이 자신의 도를 들여다보았다.


“어-어-어?”


굉적은 자신의 몸이 허공으로 솟구치자 나직한 비명을 냈다.

굉적을 올려다보던 황염은 준하는 보았다.

준하의 손가락은 굉적을 가리키고 있었다.

퍼-벅-펑!

굉적의 몸이 터졌다.

후-두-툭!

조각조각 터진 굉적의 몸은 여름 장마철 장대비처럼 낭아산채의 산적들의 머리와 어깨 위로 떨어졌다.

몸이 얼어붙은 낭아산채의 산적들, 입이 얼어붙은 인왕채의 산적들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이..잔인한!”


넋이 나간 얼굴의 황염이 혼자 말을 했다.


“황염! 내가 굉적의 몸을 흔적도 없이 날려버렸다면 너희들은 무기를 들고 나에게 달려들었을 거야!”

“마..맞습니다.”


준하의 말에 황염은 금방 현실로 돌아왔다.


“황염! 살려줄 테니 조륭강에게 전해라.”

“예? 예!”


놀란 황염은 자신도 모르게 허리를 숙였다.


“조륭강은 삼대 천마이자 마교의 교주인 내 즉위식에도 오지 않은 채 쓰레기들을 보내 흥취를 깼다. 내가 만족할 만한 사죄문과 함께 예물을 보내지 않으면 녹림칠십이채 전체를 몰살해 버리겠다.”

“소..소인이 가서 총채주께 말하겠습니다.”

“그래야지. 그래야 조륭강과 녹림칠십이채가 살 수 있다. 예물과 사죄문은 산동성 제남의 무림맹으로 보내라고 해라.”

“왜 무림맹으로 보내라고 하신 지요?”

“내가 곧 중원 무림, 무림 맹주는 내 자리다.”

“그..그대로 전하겠습니다.”


황염이 얼른 몸을 돌렸다.


“황염! 내 말이 끝나면 가야지?”

“예, 옙!”

“녹림칠십이채에 있어서 이곳 인왕채는 엎드려 받들어야 할 산채들의 성지(聖地)다. 아무 때에나 오는 곳이 아니란 말이지. 알았어?”

“예, 교주님 아니, 맹주님!”


대답한 황염이 몇 발자국 뗐다.


“졸개들은 안 데리고 가냐?”

“허-헉! 예, 예!”


처음과 달리 황염은 허둥대며 석림산을 나갔다.


“풉-쿡-큭!”


인왕채의 산적 한 명의 입에서 웃음 참는 소리가 나왔다.


“와-하하하!”

“허허허!”


석림산 전체에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뿌-우-우!

뒤이어 승리의 각적 소리가 인왕채에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알렸다.


****


준하의 경고는 낭아산채의 산적들이 인왕채를 다녀간 지 하루도 되지 않아 중원 전체에 퍼졌다.

새벽,

석림산의 계곡에서 피어오른 새벽 안개가 산허리를 두르고 있었다.

백두산으로 향하는 석림산의 입구,


“하루만 더 계시다 가면 안 되겠습니까?”


홀로 배웅 나온 정유규가 아쉬운 얼굴로 말했다.


“다음에 시간이 되면 들리겠습니다.”

“다들 알게 되면 그냥 떠나게 했다고 많이 섭섭하게 생각할 것인데..!”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준하가 탄 마차가 떠나자 정유규는 마차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그 자리에서 떠나지 못했다.

‘우리 산채 식구들의 목숨을 살려줘서 고맙소!’

정유규는 백두산 쪽을 향해 큰절을 올렸다.

따각-따각!

마차는 천천히 백두산의 산길을 올라갔다.


“크-아-앙!”


어디선가 분노한 맹수의 포효가 들렸다.


“왕상아! 여기서 기다려라.”


휘-익!

마부석에서 몸을 솟구친 준하는 맹수의 포효가 들린 곳으로 갔다.

준하가 내려선 곳에는 사냥꾼으로 보이는 사람이 배가 갈라진 채 쓰러져 있었고 그 옆에는 부러진 창과 활이 있었다.

‘맥이 뛰는 것으로 보아 아직 죽지 않았다.’

크-르-릉!

거품을 입에 문 곰은 몸을 세우고 충혈된 눈으로 준하를 노려보며 포효했다.

‘감히 곰 따위가?’

슝 퍽!

준하의 손끝에서 발출한 천마지가 곰의 정수리에 구멍을 냈다.

털-썩!

곰은 비명도 내지 못하고 그대로 절명했다.

탁-탁!

‘당장 꿰매지 않으면 죽는데 어떡한다?’

준하는 출혈이 심한 사냥꾼의 혈도를 눌러 지혈한 뒤 사냥꾼을 안고 마차가 있는 곳으로 갔다.

준하는 자신의 무복을 찢어 실을 뽑았다.


“왕상아! 내 옷에서 명주실을 뽑아라.”

“예, 형님!”


사냥꾼을 마차에 눕힌 준하는 명주실에 내공을 주입했다.

명주실이 솔잎처럼 빳빳해졌다.

쓰-윽!

준하가 손을 휘젓자 명주실은 사냥꾼의 상처에 박힌 후 다시 나왔다.

그러기를 몇 차례,

사냥꾼의 상처로 들어간 명주실은 너무 짧아졌다.


“왕상아! 길게 실을 뽑아라.”

“예, 여기요.”


황왕상에게 명주실을 받은 준하는 최대한 빠르게 사냥꾼의 몸을 꿰맸다.

‘큰 상처로 인한 출혈 때문에 쇼크가 왔다!’

봉합한 상처에 금창약을 바른 준하는 사냥꾼의 완맥을 잡고 내공을 불어넣었다.

한 식경이 지나자 자연경의 경지에 들어선 준하의 이마에서 땀이 떨어졌다.

준하가 땀을 흘린 것은 땀이 아니라 사냥꾼의 죽음과 싸운 투쟁이었다.

‘헉! 조선인도 아니고 하찮은 한족 출신을 살리기 위해 땀까지 흘리다니?’

준하의 행동을 지켜본 황왕상은 이해할 수 없었다.


“휴-우!”


긴 한숨 소리를 끝으로 준하는 사냥꾼의 완맥을 놓았다.


“형님! 괜찮습니까?”


황왕상이 물었다.


“내공으로 자극하여 모든 신경을 깨웠으니 잠시 후면 깨어날 것 같다.”

“사냥꾼 말고요,”


준하는 황왕상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걱정하지 말고 가까운 의원이나 찾아라.”

“형님! 의원보다..,”

“왕상아! 어떤 생명이 됐든 소중하지 않은 생명은 없다.”

“잘 알겠습니다. 형님!”


황왕상이 마차 밖으로 나가자 준하는 사냥꾼의 상체를 안았다.

흔들리는 마차 때문에 상처가 벌어질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형님 성격상 장백산에 올라가기는 틀렸다! 내색하지 않았지만, 장백산의 정상을 무척이나 보고 싶던 눈치던데..!’

황왕상은 마부석에 앉아 조심스럽게 마차를 몰면서 마차에 귀를 기울였다.

마을에 도착한 마차는 의원 앞에 멈췄다.

준하는 조심스럽게 사냥꾼을 안아 의원으로 옮겼다.


“어-헉! 무슨 상처가 이럽니까?”


사냥꾼의 봉합한 상처를 본 의원이 기겁했다.


“상처가 벌어져 있어 장기를 보호하려고 꿰맸으니 조금만 보신하면 나을 것이오. 깨어나면 몸에 좋은 보약을 먹이시오.”

“혹시 나리께서 상처를 꿰맨 것입니까?”

“그렇소.”

“오! 이런 방법이 있었구나!”


의원은 사냥꾼의 봉합한 상처를 유심히 보았다.


“왕상아! 나는 산에 다녀올 테니 사냥꾼을 돌보고 있어라.”

“산에는 왜 가십니까?”

“곰을 가지러 간다.”

“죽은 곰을 어디에 쓰시려고요?”

“사냥꾼이 깨어나면 주려고 그런다.”

“예? 형님! 사냥꾼 주려고 찢어진 옷을 입고 가신다고요?”

“왕상아! 이 사냥꾼에게 곰은 삶의 전부였을 것이다. 아니, 사냥으로 잡은 곰을 팔아 가족들을 부양하는 것이 유일한 행복이자 낙이었을 것이다. 우리 잣대로 판단하여 상대가 소중히 여기는 것을 하찮게 보면 안 되는 것이다.”

“예!”


실을 빼느라 찢어진 옷을 입은 준하가 의원을 나가자 황왕상은 주먹으로 머리를 맞은 듯 충격을 받았다.

‘형님에게 왕은 선량한 모든 사람이었어! 휴-우! 앞으로 나도 사람들을 왕으로 생각하자.’

황왕상은 의원에게 깨끗한 천을 달라고 하여 사냥꾼의 상처를 정성스럽게 닦았다.

‘나라면 몰라도 형님에게는 지척의 거리일 텐데 왜 이렇게 늦으실까?’

준하가 의원을 나간 지 두 시진이 지났다.

황왕상은 사냥꾼이 깨어나자 의원을 나왔다.


“형님!”


멀리서 준하가 걸어왔다.


“왜 나와 있는 것이냐?”

“형님이 안 오셔서요.”

“이걸 처리하느라 늦었다. 사냥꾼은?”

“방금 깨어났습니다.”

“들어가자.”


준하와 황왕상이 의원으로 들어가자 사냥꾼은 힘겹게 옷을 입고 있었다.


“지금 움직이면 상처가 터질 수 있으니 다시 누우시오.”


준하가 손에 든 것을 놓고 사냥꾼의 손을 잡았다.


“나리! 나리께서 저를 구해주셨다고 들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괜찮으니 얼른 누우시오.”

“나리! 제가 누워있으면 우리 가족은 굶어야 합니다.”


사냥꾼의 말에 준하는 옆에 놓아둔 것을 들고 폈다.


얇게 무두질을 하여 잘 말린 곰 가죽이었다.


“자, 이건 곰 가죽이고 이 돈은 곰 고기를 판 값이오.”


준하는 사냥꾼에게 곰 가죽과 은자 몇 닢을 내밀었다.


“제가 듣기로는 오늘 오전에 곰을 죽였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말린 것입니까?”


이십 년을 넘게 사냥을 해온 사냥꾼은 거대한 곰을 죽인 것도 궁금했지만 짧은 시간에 가죽을 말린 것이 더 궁금했다.

사냥꾼의 질문에 황왕상이 사냥꾼에게 눈짓했다.


“나리! 소인이 너무 궁금하여 예를 차리지 못했습니다. 목숨을 살려주시고 가죽까지 말려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니요, 나는 아무나 할 수 없는 특별한 방법으로 가죽을 말렸으니 알려고 하지 마시오.”

“예!”


준하의 대답을 들은 사냥꾼은 다시 옷을 입으려고 했다.


“집을 알려주면 내 동생에게 가족들을 데리고 오라고 할 테니 같이 밥을 먹읍시다.”

“알겠습니다. 나리! 제가 소면이라도 사겠습니다.”


사냥꾼이 자신의 손에 있는 은자를 보며 말했다.


“왕상아! 나는 가서 돈을 내고 올 테니 이 사람을 마차에 태워라.”

“예, 형님!”


사냥꾼 가족을 불러 식사를 마친 준하는 사냥꾼의 가족을 데려다준 뒤 객잔으로 왔다.


“왕상아! 자고 있어라.”

“또 어딜 가십니까?”

“백두산엘 다녀오겠다.”

“이 밤중에요?”

“그래! 내일 아침이면 호북성 형주로 가야 하니 시간이 별로 없다.”

“알겠습니다.”


객잔을 나온 준하는 허공으로 솟구쳤다.

‘천지의 정확한 위치를 알면 여의이어로 이동하면 좋은데!’

팍!

허공에 뜬 준하의 몸이 사라졌다.

천지 상공,


“에-라! 모르겠다!”


풍-덩!

준하는 천지를 향해 다이빙하듯 떨어졌다.


“하하하! 내가 천지에서 수영하는 것을 알면 환경단체들이 난리를 치겠지?”


첨벙-첨벙!

준하는 일부러 물장구를 치며 천지 중앙으로 갔다.

‘아! 맞다. 천지에 괴물이 산다고 했는데 정말 괴물이 살까?’

내공을 끌어올린 준하는 천근추를 펼쳤다.

‘헉! 천 장(3000m) 정도 내려온 것 같은데 수압 때문에 더는 안 되겠다.’

슝!

수면으로 올라온 준하는 몸을 날려 장군봉으로 올라갔다.


“내 인생에 천지가 뭐라고?”


천지에서 몸까지 담근 준하는 허탈한 마음이 들었다.

한참 노가대를 하던 시절 준하는 TV에 나온 천지를 보게 되었다.

‘다음에 돈을 벌어 결혼하면 와이프와 함께 꼭 저길 가봐야겠어!’

준하의 머릿속에는 한동안 천지 생각으로 가득했었다.

삼매진화를 일으켜 옷을 말린 준하는 조선 쪽을 바라보았다.


“아 씨발! 졸라 가고 싶다! 서울!!”


털-썩!

땅에 주저앉은 준하는 장군봉 정상의 바위에 몸을 기댔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서울로 돌아간다. 돌아가다가 디진 한이 있더라도.’

휘-이-이!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에 잔설이 날렸다.

‘그래! 몸에 찌든 피 냄새부터 지우고 꼭 돌아가자.’

준하는 황왕상이 있는 객잔으로 몸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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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104. 배상철과 변명근 NEW 5시간 전 1 0 11쪽
103 103. 회귀 24.06.27 5 0 12쪽
102 102. 이별을 준비하다 24.06.26 3 0 12쪽
101 101. 연지소 24.06.26 7 0 12쪽
100 100. 태금산 24.06.25 8 0 11쪽
99 99. 만수충조 24.06.25 10 0 11쪽
98 98. 천철도 24.06.24 11 0 12쪽
97 97. 포달랍궁 24.06.24 14 0 11쪽
96 96. 무림 왕 2 24.06.23 13 0 12쪽
95 95. 취개 24.06.23 18 0 12쪽
94 94. 공동파 24.06.22 15 0 12쪽
93 93. 흑금상단 24.06.22 18 0 12쪽
» 92. 천지 24.06.21 19 0 12쪽
91 91. 인왕채 24.06.21 17 0 12쪽
90 90. 무림 왕 24.06.20 19 0 12쪽
89 89. 영락제 3 24.06.20 19 0 12쪽
88 88. 영락제 2 24.06.19 22 0 12쪽
87 87. 영락제 24.06.19 26 0 12쪽
86 86. 준하의 함정 24.06.18 25 0 12쪽
85 85. 요련화의 실종 24.06.18 24 0 12쪽
84 84. 사동척 24.06.17 26 0 12쪽
83 83. 하오문주 요련화 2 24.06.17 27 0 12쪽
82 82. 하오문주 요련화 24.06.16 28 0 12쪽
81 81. 공동파 24.06.16 30 0 11쪽
80 80. 혁련광의 죽음 24.06.15 31 0 12쪽
79 79. 이별 24.06.15 35 0 12쪽
78 78. 철마련의 련주 혁련광 24.06.14 30 0 11쪽
77 77. 북화영 2 24.06.14 30 0 12쪽
76 76. 북화영 24.06.13 3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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