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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룡 님의 서재입니다.

악인 사냥꾼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중룡
작품등록일 :
2024.05.08 11:00
최근연재일 :
2024.06.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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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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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이별

DUMMY

탈명문의 부문주인 마한휘는 혁련광의 비위를 맞추며 탈명문에 남아 나중에 철마련의 부련주가 된다.


“알겠습니다. 문주님! 그런데 염무상이 누굽니까?”

“염무상을 몰라?”

“예!”

“천마 말이야.”

“예? 어..언제 천마를 만났습니까?”

“그래! 우리 탈명문의 개파식이 있던 날 천마가 왔었다.”

“문주님! 제가 그날 연회실에 있었던 사람들의 얼굴들을 모두 기억하는데 그날 천마로 보이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저쪽에 쓰러진 오동나무 봤지?”

“예! 그 나무를 천마가 부러뜨린 것입니까?”

“크-흐흐! 이 손을 날려버렸다.”

“그럼 천마는 그냥 갔습니까?”


마한휘는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자기가 부르면 오라고 하며 하늘로 날아가 버렸다.”

“아! 그래서 그날 문주님은 호랑이를 만난 개새 아니, 조금 긴장한 얼굴이셨군요.”

“나는 내일 새벽 연공실로 들어갈 테니 너는 곤명의 전장과 상인들에게 보호비를 받아 모아 두어라.”

“예, 문주님!”


폐관에 들어간 혁련광은 벽곡단만 먹으며 두문불출, 절치부심하며 수련에 매진했다.

.

.

삼 년이 지났다.

‘도저히 절정의 경지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게 나와 천마의 차이인가?’

몇 번의 주화입마에 빠질 위험에서 벗어난 혁련광은 수련을 포기하고 연공실을 나서게 되었다.

‘그래도 절정의 초입에서 완숙의 단계에 이르렀으니 성과가 전혀 없는 것이 아니야. 염무상도 자연경의 경지에 들기 위해 나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노력을 한 것 같았다. 이제 운남과 묘강의 패자가 됐으니 무인연합체를 만들어야겠어. 무공의 진전이야 염무상처럼 우연히 이룰 수도 있으니 말이야.’

연공실에서 나온 혁련광은 마도와 정도를 막론하고 운남과 묘강의 문파들을 협박하여 철마련이란 무인연합체를 만들어 초대 련주에 올랐다.

련주에 오른 혁련광은 일 년이 지나자 세 명의 부인과 네 명의 첩을 맞아드렸다.


“나는 십 삼 년 동안 홀로 수련의 고통과 견디기 힘든 고독감을 느끼며 살았었다. 그래서 많은 여인을 거느려도 십 삼 년간 홀로 해야 했던 외로움은 채워지지 않는다. 총관은 곤명상단의 상단주에게 말해 둘째 딸을 보내라고 해라.”

“예, 문주님!”


철마련의 총관 요진뇌는 무인연합체의 총관이 아니라 혁련광의 개인 채홍사(採紅使)였다.


“마원방의 방주가 백여 년 전의 고수 양광의 도를 구했다고 하니 철마광대의 대주 채정륜는 마원방의 방주에게 가서 양광의 도를 나에게 바치라고 해라.”

“예, 문주님!”


혁련광은 갖은 패악질과 노략질을 일삼아 운남과 묘강에게 인심을 잃어갔다.


****


‘내 피를 먹이면 좀 나아질까?’

정월 말이 되자 북화영의 얼굴은 몰라보게 수척해졌다.

자신의 검지를 칼로 깊이 자른 준하는 피가 솟자 북화영의 입에 댔다.

‘옛날 조선 시대에 이렇게 해서 사람을 살렸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만년설삼이 녹아든 내 피가 제발 효과가 나타냈으면 좋겠다.’

준하의 착각인지 모르지만 북화영의 얼굴에 약간의 화색이 돌았다.

‘영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야! 매일 이렇게 피를 먹이면 나을지도 모르겠어?’

자연경의 고수인 준하는 요행을 바라며 북화영에게 기적이 일어나길 기다렸다.


“흠! 안에 있느냐?”


교주전 입구에서 염무상의 목소리가 들렸다.


“예, 사부님!”


검지의 혈도를 눌러 지혈한 준하는 얼른 문을 열었다.


“북뢰의 손녀를 돌보고 있었느냐?”


못마땅한 표정의 염무상이 물었다.


“예, 사부님! 조금만 더 돌보면 금방 일어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구나! 내 중한 말이 있어 온 것이니 잠시 나가자꾸나.”

“예, 사부님!”


준하는 염무상을 따라 교주전 뒤에 있는 인공산을 걸었다.


“에-효! 저기 보이는 천산도 아닌데 이젠 이 작은 인공산마저 오르는 것이 버겁구나!”


염무상이 인공산의 바위에 앉으며 말했다.


“사부님! 외람된 말씀이지만 현재 사부님은 원로 원주보다 훨씬 더 젊습니다.”

“그야 당연한 것 아니냐? 천성이 게으른 사마강 그놈은 수련을 게을리하여 아직 한 번도 반로환동을 하지 못했는데 나는 무려 다섯 번의 반로환동을 겪었다. 그건 그렇고 너는 북뢰의 손녀에게 마음을 준 것이냐?”


온화함이 사라진 정색한 표정의 염무상이 물었다.


“예!”

“뭐하러? 그 아이는 화타나 편작이 다시 살아 돌아온다고 해도 정상인의 몸이 될 수 없는 아이다. 빨리 마음을 추스르고 다른 처자를 만나도록 해라.”

“사부님! 제가 어떻게 다른 낭자를 마음에 두겠습니까?”

“못난 소리! 마교의 교주란 자가 어찌 사사로이 함부로 정을 준단 말이냐?”

“예? 사부님! 사부님은 왜 저에게 정을 주셨습니까? 정이 내공처럼 주고 싶다고 주고 거둬드리고 싶다고 해서 거둬 드릴 수 있는 것입니까?”

“그래! 네 말이 맞아. 나는 단지 부모를 잃고 아물지 않은 네 상처가 북뢰의 손녀로 인해 크게 덧날 것 같아 한 말이다. 인명은 재천이라고 했으니 북뢰의 손녀가 네 곁을 떠나더라도 크게 상심하지는 말아라.”

“예, 사부님! 저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야지. 나는 네가 북뢰의 손녀를 잃고 상심에 잠겨 크게 잘못될까 걱정하고 있었다. 이제 네 마음을 확인했으니 주루로 가서 화주나 한잔하자.”

“예, 사부님! 시비에게 북뢰의 손녀를 부탁하고 주루로 가겠습니다.”

“그래! 먼저가 있으마.”


바위에서 일어난 염무상이 주루로 향해 걸었다.

‘아! 사부님의 어깨와 등이 왜 노인의 어깨와 등으로 변했을까?’

주루로 향하는 염무상의 뒤에 대고 허리를 숙였던 준하는 염무상의 뒤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사부님! 사은난망(師恩難忘:스승의 은혜를 잊지 않음)을 가슴속에 간직한 채 살아가도록 하겠습니다.’

며칠이 지났다.

‘아직 중춘(仲春)인데 웬 아지랑이야?’

북화영이 일어나길 기다리던 준하는 창문 틈으로 밖을 내다보다가 땅에서 올라오는 아지랑이에 창문을 활짝 열었다.


“교주 오빠! 꼭 봄날 같아요!”


창문 여는 소리에 잠이 깬 북화영이 준하의 등 뒤로 와서 밖을 보며 말했다.


“아지랑이 맞지? 나는 내가 잘못 본 줄 알았다.”

“이럴 때 걸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우리 나갈까?”


북화영의 말에 준하가 물었다.


“나가고 싶은데 내가 못 걷잖아요?”

“내가 업으면 돼.”

“제가 교주 오빠의 등에 업혔다가는 장로원은 물론 원로원까지 난리가 날 거예요.”

“걱정하지 마, 다 방법이 있으니까.”


북화영에게 솜옷을 입힌 준하는 북화영의 몸을 이불로 감싸 등에 업었다.

‘화영은 내 곁을 떠나기 위해 벌써 날개가 된 것인가? 솜옷과 이불의 무게가 없으면 날개를 업었다고 느끼겠어!’

창문을 통해 하늘로 날아오른 준하는 햇볕이 잘든 작은 산으로 갔다.

뽀-드-득!

‘나와 화영을 불러내기 위한 아지랑이는 신기루 같은 것인가?’

땅바닥에는 흙을 둘러쓴 땅 고드름이 준하의 발에 깔리자 요란한 소리를 내며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그만 내려줄까?”

“.....,”

“왜? 싫어?”

“.....,”


북화영이 대답이 없자 준하는 고개를 돌려 이불 밖으로 나와 있는 북화영의 얼굴을 보았다.

준하는 등을 살짝 흔들며 물었다.


“화영아! 간다는 말도 없이 떠나면 어떡해?”


핏기없는 파리한 안색이었지만 북화영의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걸려있었다.


-“마지막으로 오빠의 목을 안고 싶었는데 두 팔이 이불에 묶였네요. 그냥 갈게요.”


표정이 굳기 전 희미한 미소가 준하에게 말하는 것 같았다.

‘생자필멸(生者必滅)이라고 하더니 너 역시 내 곁은 떠났구나! 네 모습을 가슴에 담았으니 슬퍼하거나 울지 않을게.’

북화영을 안은 준하는 북뢰가 있는 장로원으로 갔다.


“허허허! 교주님! 고맙소이다.”


북뢰의 입에서 공허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뭐가 고맙습니까?”

“죽은 제 손녀의 입가에 미소가 걸려있지 않소이까?”

“장례는 어떻게 치르겠습니까?”

“장례라니요? 교주님의 성혈이나 축냈던 녀석이니 저기 양지바른 곳에 그냥 묻어야지요. 생전에 추위를 못 탔으니 이 할아비 원망은 안 할 갭니다.”


입술을 깨문 북뢰의 입가로 가는 핏줄기가 비쳤다.


“수석 장로님! 그럼 나는 미루고 있던 일을 처리하러 떠나야겠습니다.”

“그동안 송구하고 감사했소이다. 교주님!”


장로원을 나온 준하는 태상 교주전으로 갔다.


“사부님! 날도 풀리고 했으니 마도일통을 위해 교를 나가야겠습니다.”

“몸 성히 돌아오너라. 북화영은 내가 꽃상여로 감싸 배웅해 주겠다.”

“예, 사부님! 돌아올 때까지 강녕하십시오.”


염무상에게 절을 올린 준하는 사마강에게 들러 양승상의 지도를 부탁하고 황왕상을 불렀다.


“가자.”

“어..어디로 가면 됩니까?”


마부석에 앉은 황왕상이 겁먹은 얼굴로 물었다.

채-앵!


“이놈이 악인의 피를 마시고 싶다고 하니 청해성을 거쳐 운남성으로 가자.”


만검을 빼든 준하가 말했다.


“예, 주인 나리!”


황왕상이 사두마차의 고삐를 잡았다.


“이-럇!”


휘-익 짝!

황왕상이 휘두른 채찍이 말들의 등에 떨어졌다.

두-두-두-두!

마차가 마교를 나왔다.


“주군의 첫 마도행(魔道行)이다. 자! 출발이다.”


두-두-두-두!

말을 탄 왕수량의 뒤로 십 인의 천마철혈대가 따랐다.

십 층 누각으로 된 교의 정은각(情隱閣)


“태상 교주님! 교주님의 첫 마도행을 전 교도가 배웅해야 하는데 제 손녀로 인해 환송식을 하지 못해 송구합니다.”


자신의 손녀 북화영을 꽃상여에 안장한 북뢰가 복잡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다. 수석 장로! 너 못지않게 교주의 상심도 클 것이다. 그나마 여의이어로 가지 않고 뒤 모습을 보여 주고 있으니 저 마차를 보며 위안 삼도록 하자.”

“예, 태상 교주님!”


염무상을 비롯해 마교 수뇌부 눈에 멀리 천산을 내려가는 준하의 마차가 보였다.

‘중원에 악인들의 혈향이 난무할 것 같구나!’

염무상 역시 준하와 마찬가지로 총관 염겸명에게 마도 계열의 문파들이 저지른 악행을 보고 받았었다.

‘이게 우리 교에 입교를 거부한 채 패악질과 노략질을 일삼는 마도 계열의 명단인가 보군! 이들을 제거하면 우리 교는 중원의 민심을 얻게 된다.’

염무상의 마지막 바람은 준하가 마도 일통에 그치지 않고 중원 전체를 일통하길 바라고 있었다.


“자, 그만 내려가 교주가 아꼈던 수석 장로의 손녀를 보내주도록 해야겠어. 이게 교에 남은 우리에게 교주가 바란 마지막 청일 것이야!”


****


혁련광은 기름진 요리와 술을 마시면서 총관 요진뇌의 보고를 받고 있었다.


“련주님! 공동파의 장문인 척맹린이 내일 본련을 방문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공동파는 감숙성의 공동산에 있는 문파로 구파일방에 속하지만, 장로 원하진인처럼 곽가상단의 아들 곽량진에게 돈을 받고 제자 받아 드리듯 정사지간의 문파였다.


“총관! 본련이 공동파와 교류가 있었나?”

“아직 없었습니다.”

“그럼 오지 말라고 해.”

“련주님! 제 생각에는 구파일방의 하나인 공동파와 이번 기회에 교류를 트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중원에 알려진 척맹린의 무공은 어느 정도야?”

“초절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초절정이라?”


‘나보다 두 단계나 위군! 대화하다 보면 절정을 벗어날 실마리를 얻을지도 모르니 만나봐야겠어!’

요진뇌의 얼굴을 보며 잠시 생각하던 혁련광은 고심한 척했다.


“총관의 말대로 이번 기회에 대외적인 교류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그럼 오라고 하겠습니다.”

“그래! 오라고 하는 대신 본련의 재정이 어렵다고 표현하여 여비를 기대하지 않도록 해!”

“예, 련주님!”


‘본련이 꽤 알려진 모양이야! 구파일방의 하나인 공동파에서 먼저 손을 내민 것을 보면 말이야! 아니지, 본련보다는 련주인 내 명성이 알려진 까닭이지!’

혁련광은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련주실에 걸린 여인들의 초상화를 보았다.

‘기분도 좋은데 오늘은 누구와 잠자리를 같이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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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102. 이별을 준비하다 24.06.26 2 0 12쪽
101 101. 연지소 24.06.26 6 0 12쪽
100 100. 태금산 24.06.25 8 0 11쪽
99 99. 만수충조 24.06.25 9 0 11쪽
98 98. 천철도 24.06.24 10 0 12쪽
97 97. 포달랍궁 24.06.24 14 0 11쪽
96 96. 무림 왕 2 24.06.23 13 0 12쪽
95 95. 취개 24.06.23 17 0 12쪽
94 94. 공동파 24.06.22 15 0 12쪽
93 93. 흑금상단 24.06.22 17 0 12쪽
92 92. 천지 24.06.21 18 0 12쪽
91 91. 인왕채 24.06.21 17 0 12쪽
90 90. 무림 왕 24.06.20 18 0 12쪽
89 89. 영락제 3 24.06.20 19 0 12쪽
88 88. 영락제 2 24.06.19 22 0 12쪽
87 87. 영락제 24.06.19 26 0 12쪽
86 86. 준하의 함정 24.06.18 25 0 12쪽
85 85. 요련화의 실종 24.06.18 23 0 12쪽
84 84. 사동척 24.06.17 26 0 12쪽
83 83. 하오문주 요련화 2 24.06.17 27 0 12쪽
82 82. 하오문주 요련화 24.06.16 28 0 12쪽
81 81. 공동파 24.06.16 29 0 11쪽
80 80. 혁련광의 죽음 24.06.15 31 0 12쪽
» 79. 이별 24.06.15 35 0 12쪽
78 78. 철마련의 련주 혁련광 24.06.14 29 0 11쪽
77 77. 북화영 2 24.06.14 30 0 12쪽
76 76. 북화영 24.06.13 2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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