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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룡 님의 서재입니다.

악인 사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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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룡
작품등록일 :
2024.05.08 11:00
최근연재일 :
2024.06.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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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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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1. 제일 전장

DUMMY

배첩은 마교에서 온 것으로 소교주의 즉위식에 참석하라는 것이었다.

‘무인도 아닌 나에게 마교에서 배첩을 보냈다는 것은 중원에서 내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이다. 즉위식 선물로 뭐가 좋을까?’

황금만은 자신의 의자 뒤에 장식용으로 걸어놓은 검을 내렸다.

챙!


“크-허-허! 마교에서 보낸 배첩을 받고 나니 내가 꼭 고수가 된 기분이다!”


헉-헉!

호기롭게 검을 휘두른 황금만은 호흡이 거칠어지자 책상 위에 검을 내려놓았다.

‘나를 천박한 장사치라고 무시하며 돈을 뜯어간 무림맹 놈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붉은 꽃이 십 일을 넘기지 못하고, 권불십년(權不十年), 권력은 십 년을 넘기지 못하니, 너희들이 가진 권력은 내가 검을 휘두른 순간만큼 짧은 것이었다. 하나 내 재물은 천 년 만 년을 넘어 영원히 번창할 것이니 내 자손들은 자자손손 큰 영화를 누릴 것이다.’

챙 퍽!

다시 검을 든 황금만은 한쪽 벽을 내리쳤다.

찌-이-익!

벽에 붙은 종이를 찢자 그 안에는 개기름으로 번들거리는 석중광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었다.


“사위지기자사(士爲知己者死)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죽고, 여위열기자용(女爲悅己者容) 여자는 자기를 기쁘게 하는 사람을 위해 화장을 한다고 했다. 오늘부터 나와 내 자손들은 나에게 배첩을 보낸 사람은 물론 그 자손들과 함께 큰 영화를 누릴 것이다. 영원히 말이야!”


말을 끝낸 황금만은 검을 초상화의 이마에 꽂았다.

땡-땡-땡!

황금만은 비상시에만 치는 종을 쳤다.

그러자 제일 전장의 호위 무인들은 전장주실을 감쌌고 황금만의 유일한 아들인 황왕상과 제일 전장의 수뇌들이 전장주실로 모여들었다.

휙-휙 탁-탁-탁!


“아버님! 무슨 일입니까?”

“모두 이걸 보아라.”


황왕상의 질문에 황금만은 마교에서 보낸 배첩을 건네주었다.


-우리 교의 경사스러운 날을 맞아 중원경제를 위해 분골쇄신하신 황금만님을

초청하고자 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오랜 세월 공석이었던 소교주 자리에 위대한 천마님의 유일한

전인인 위겸 공자님이 즉위하게 되었습니다.

부디 왕림하시어 소교주의 즉위식을 빛내 주시길 바라나이다.


‘우리 같은 상인에게 너무 과한 표현이다. 배첩을 보낸 것도 수상하지만 배첩에 쓰인 문구 또한 수상하다. 이건 틀림없는 함정이야!’

인상을 찌푸린 황왕상은 배첩을 총관에게 주었다.

배첩은 돌고 돌아 다시 황금만에게 돌아왔다.


“왕상아! 배첩을 소감이 어떠하냐?”


약간 상기된 표정의 황금만이 황왕상에게 물었다.


“아버님! 이건 함정 같습니다.”

“함정이라니? 뭐가 함정이란 말이냐?”

“마교에서 아버님을 납치하여 우리 제일 전장의 재물을 빼앗으려는 수작입니다.”

황왕상의 대답에 황금만의 표정이 변했다.


“담총관의 소감은?”


황금만은 총관인 담우직에게 물었다.


“전장주님! 제 판단에는 가셔도 될 것 같습니다. 천하제일인인 천마 염무상이 없는 마교라면 모를까 천마가 있는 한 마교에서는 절대 얄팍한 수작을 부리지 않습니다.”

“옳거니! 또 다른 의견은 없어?”

“담총관! 당신 혹시 마교와 내통하는 것 아냐?”


담우직을 제외한 다른 수뇌들이 황왕상의 눈치를 보는 가운데 황왕상이 담우직을 보며 따지듯 물었다.


“소전장주님! 제가 마교와 내통하다니요? 저는 열 살 무렵에 선대 전장주님께 생명의 은혜를 입어 지금까지 전장을 벗어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짧은 시간 전장주실에 정적이 흘렀다.

“왕상아! 우리 내기를 하자.”


황금만이 입을 열어 정적을 깼다.


“어떻게 말입니까?”

“마교에서 나에게 털끝만큼의 위해라도 가한다면 나는 전장주직은 물론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내려놓고 우리 전장을 떠날 것이다. 그러나 내가 아무런 일 없이 돌아온다면 너 또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우리 전장을 떠나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겠느냐?”

“아버님! 우리 전장을 물려받을 사람은 저밖에 없는데 그 내기가 가당하다고 생각하십니까?”

“허허! 왕상아! 전장의 미래가 걸린 중차대한 일이다. 내가 아무런 생각 없이 내기를 제안했다고 생각하느냐? 빨리 내기의 가부를 결정해라.”


‘설마 나를 아무것도 주지 않고 전장 밖으로 내치기라도 하겠어?’

황왕상은 마교에 대한 분석보다 황금만의 부정(父情)을 믿었다.


“알겠습니다. 아버님! 저는 제 냉철한 판단과 분석을 믿습니다.”

“모두 들었으니 번복할 수 없는 일이 되었다. 그만 나가들 봐라.”


황왕상이 일어나자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난 수뇌들이 전장주실을 나갔다.


“전장주님! 내일이 되면 전장주님의 말씀처럼 번복할 수 없는 일이 되었습니다. 그냥 물리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침통한 표정으로 황금만의 눈치를 보던 담우직이 물었다.


“갈! 우리 제일 전장의 전장주 자리와 소전장주 자리가 그렇게 가벼운 자리던가? 나는 마교로 떠나기 전 새로운 소전장주를 잉태할 여자를 알아볼 것이야. 그러니 불필요한 이야기는 그만두게.”

“소전장주님을 제대로 보필하지 못해 송구합니다. 전장주님!”


자리에서 일어난 담우직이 황금만을 향해 허리를 숙인 후 밖으로 나갔다.

‘이제 망하고 없지만 영림전장에서도 그 후계자를 잘못 선택하여 결국 문을 닫게 되었다. 전거복철(前車覆轍)이라고 앞서간 마차의 뒤집힌 바퀴 자국을 본보기로 삼으라고 해서 너를 시험했는데, 왕상아! 너는 내 마지막 시험에서 떨어져 우리 부자의 인연도 여기까지구나.’

황금만은 한쪽에 놓여있는 화주 병을 들었다.

원래 황금만은 술을 즐겨 하지 않았지만, 언제가 가슴이 답답하여 술을 한 모금하고 나서 가슴이 후련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 이후 황금만은 간혹 가슴이 답답한 일이 생길 때면 화주를 한 모금하는 버릇이 생겼다.

술병을 들고 화주를 마시려는 순간 전장주실이 열렸다.


“왜 다시 온 것이냐?”


들어온 사람은 바로 황왕상이었다.


“마교에는 언제 출발하실 생각입니까?”

“내기가 걸려있는 일인데 미룰 필요 있겠냐? 내일 출발할 생각이다.”

“그럼 저도 내일 같이 가겠습니다.”

“왜? 이 아비가 걱정이라도 된 것이냐?”

“풉! 죄송합니다. 그런 점도 있지만 제 눈으로 결과를 직접 확인하려는 것입니다.”


황왕상이 웃음을 참으며 대답했다.


“나를 따라왔다가 나는 물론 너까지 억류되면 어쩌려고?”

“하하! 아버님! 저는 제일 전장의 후계자 신분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아버님의 수행원 자격으로 갈 것입니다.”

“크-흠! 알았으니 가서 준비하고 있거라.”

“예! 내일 아침에 뵙겠습니다.”


황왕상이 나가자 황금만의 수심은 더 깊어졌다.

‘우리 황씨가문에서 어떻게 저런 얄팍한 놈이 태어났을까? 떠나긴 전 담총관에게 씨받이를 알아보라고 해야겠어.’

황금만의 손은 다시 술병을 잡았다.


****


“겸아! 형주 분타를 맡기로 한 흑점의 애들도 데리고 올 것이냐?”

“예, 사부님! 한 달 후에 뵐게요.”

“그래! 먼저 출발할 테니 천천히 오거라.”


염무상이 마차에 오르자 왕수량이 마차의 문을 닫았다.


“주군! 한 달 후에 뵙겠습니다.”


왕수량은 준하를 향해 군례를 올렸다.


“그래! 사부님을 잘 모셔야 한다.”

“예, 주군!”


마차가 멀어지자 준하는 흑점으로 갔다.


“여분타주! 배첩을 보낸 문파들의 움직임은 파악되었소?”


준하는 마교의 형주 분타주가 된 여숭량을 불러 물었다.


“예, 소교주님! 마도 계열의 문파는 영광스럽게 생각하는 반면 정도 계열의 문파들은 참석에 반대하는 장로들이 있었지만 다들 천산으로 떠날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내가 개인적으로 보낸 제일 전장은요?”

“전장주 황금만은 자신의 위상이 높아졌다고 좋아하는데 그의 아들 황왕상은 소교주님의 호의를 받아드리지 않고 의심하고 있다고 합니다.”

“금수저로 태어난 놈들이 다 그렇지요.”

“예? 소교주님! 금수저가 무슨 말씀입니까?”

“부잣집에서 태어난 놈이라 금수저로 밥을 먹는다는 뜻입니다. 황금만이 언제 출발하는지 알아요?”

“전서응의 서신에는 내일 출발한다고 합니다.”

“그럼 우리도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합시다.”

“예, 소교주님! 마차를 준비하여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흑점, 즉 마교의 형주 분타를 나온 준하는 태금리로 향했다.

‘제일 전장에 내 전 재산을 맡겨놓은 만큼 황금만을 천산으로 불러 마교의 소교주인 내 존재를 각인시켜 놓을 필요가 있어!’

준하는 이왕 마교의 소교주가 되기로 한 이상 마교의 위상을 충분히 이용하기로 했다.


다음 날,

준하는 양승상과 함께 여숭량이 모는 마차를 탔으며 그 뒤로는 말을 탄 흑점의 살수들이 따르고 있었다.


“여분타주! 속도를 더 올리시오.”

“예, 소교주님!”


두-두-두-두!

준하가 탄 마차가 속도를 올리자 뒤따르던 살수들도 말의 배를 차서 속도를 올렸다.


섬서성 천수가 내려다보이는 고개의 정상,

준하는 지친 말들을 위해 잠시 휴식을 하게 했다.

휙-휙-휙!

허공에 검은 점이 나타나더니 점은 금방 사람으로 변해 준하와 형주 분타의 무인들에게 날아왔다.

챙-챙-챙!

튕기듯 자리에서 일어난 형주 분타의 무인들이 검을 뽑아 들고 준하를 감쌌다.


“검을 거두도록, 저들은 우리 형제들이다.”


준하의 말에 형주 분타의 무인들이 검을 거뒀다.

그러자 십 인의 무인들이 허공에서 떨어져 내렸다.


“추-웅! 주군! 속하들은 천마대원 중 왕수량 대주가 뽑은 최정예로 천마철혈대(天魔鐵血隊)입니다.”

준하에게 군례를 올린 십 인의 무인들은 무복은 물론 혁화와 철립까지 온통 검은색이었다.


“천마철혈대를 급조한 이유는 무엇이야?”


준하가 물었다.


“주군을 호위하기 위해섭니다.”

“호위라? 나에게 호위가 필요하던가?”

“.....,”


준하의 말에 침묵이 흘렀다.


“좋다! 호위를 허락한다. 단, 오늘처럼 내 명령 없이는 함부로 나서지 마라.”

“추-웅!”

“제일 전장의 전장주 황금만에 대한 소식은?”

“방금 천수에 도착하여 천수객잔으로 들어갔습니다.”

“알았다. 이제 너희들의 자리로 돌아가라.”

“충!”


스-스-슥!

준하의 말이 끝나자 십 인의 천마철혈대는 흔적도 없이 허공으로 녹아들었다.

툭-툭!


“사부님! 모두 죽었어요?”


천마철혈대의 살벌한 모습에 얼어붙어 있던 양승상이 준하의 손을 치며 물었다.


“죽긴? 이 근처에서 우리를 지키고 있을 거다.”

“예!”


준하의 대답에 양승상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분타주! 나는 황금만을 만나 천산으로 갈 테니 여기서 헤어집시다.”

“예, 소교주님! 그럼 천산에서 뵙겠습니다.”


두-두-두!

여숭량과 형주 분타의 무인들이 고개를 내려가자 양승상을 마부석에 태운 준하는 천천히 마차를 몰았다.

천수객잔에 도착한 준하는 점소이에게 말고삐를 주고 객잔 안으로 들어갔다.

천수에서 제일 큰 규모에 속한 천수객잔의 일 층은 술과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주루였으며 이 층은 잠을 잘 수 있는 객잔이었다.


“승상아! 배고프지?”

“예, 사부님!”

“우리 고기 먹을까?”

“예! 집에서는 맨날 국수만 먹어서 오늘은 고기를 먹고 싶어요.”


‘양부충에게 돈을 아끼라고 했더니 아들에게도 전혀 고기를 먹이지 않았구나!’

준하는 양승상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주인장! 돼지고기 볶음과 삶은 닭 두 마리, 그리고 화주 한 병을 주시오.”

“예, 손님!”

“헤헤! 사부님! 닭이 두 마리면 한 마리는 제 몫인가요?”


준하의 주문을 들은 양승상이 물었다.


“그래! 부족하면 더 주문해 줄 테니 많이 먹어라.”

“예!”


양승상은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젓가락을 입안에 넣고 주방을 쳐다보았다.

‘어렸을 때 중국집에 간 내 모습을 본 것 같다! 이렇게 좋아할 줄 알았으면 진작 고기를 사주는 건데.’

준하가 양승상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는데 이 층에서 사람들이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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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98. 천철도 24.06.24 10 0 12쪽
97 97. 포달랍궁 24.06.24 14 0 11쪽
96 96. 무림 왕 2 24.06.23 13 0 12쪽
95 95. 취개 24.06.23 18 0 12쪽
94 94. 공동파 24.06.22 15 0 12쪽
93 93. 흑금상단 24.06.22 17 0 12쪽
92 92. 천지 24.06.21 18 0 12쪽
91 91. 인왕채 24.06.21 17 0 12쪽
90 90. 무림 왕 24.06.20 18 0 12쪽
89 89. 영락제 3 24.06.20 19 0 12쪽
88 88. 영락제 2 24.06.19 22 0 12쪽
87 87. 영락제 24.06.19 26 0 12쪽
86 86. 준하의 함정 24.06.18 25 0 12쪽
85 85. 요련화의 실종 24.06.18 23 0 12쪽
84 84. 사동척 24.06.17 26 0 12쪽
83 83. 하오문주 요련화 2 24.06.17 27 0 12쪽
82 82. 하오문주 요련화 24.06.16 28 0 12쪽
81 81. 공동파 24.06.16 30 0 11쪽
80 80. 혁련광의 죽음 24.06.15 31 0 12쪽
79 79. 이별 24.06.15 35 0 12쪽
78 78. 철마련의 련주 혁련광 24.06.14 30 0 11쪽
77 77. 북화영 2 24.06.14 30 0 12쪽
76 76. 북화영 24.06.13 2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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