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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룡 님의 서재입니다.

악인 사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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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새글

중룡
작품등록일 :
2024.05.08 11:00
최근연재일 :
2024.06.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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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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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55,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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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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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0. 계수배를 올리다

DUMMY

거리를 초월한 준하의 이형환위,

생각하는 순간 준하의 몸은 흑금맹의 연무장 한쪽에 도착했다.

‘무골지체에 두뇌 또한 좋던데 부맹주를 닮아 게으를까?’

연무장의 단상 아래에 앉은 양승상은 수련하는 아이들을 보며 연신 하품하고 있었다.


“승상아! 너는 왜 앉아 있어?”

“사부님! 안녕하세요?”


자리에서 일어난 양승상은 대답 대신 준하에게 인사부터 했다.


“사부님? 왜 나에게 사부라고 하는 것이야?”

“아빠가 알려줬어요.”


‘불치하문(不恥下問)이라 하더니 내가 이 아이에게 배웠어! 다음에 만나면 염무상 아저씨를 사부님이라 불러야겠다.’

불치하문은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팔십 먹은 노인도 세 살 먹은 아이에게 배울 것이 있다는 속담과 같은 말이다.


“승상아! 나를 사부로 여긴다면 다른 아이들보다 더 열심히 수련해야 하는데 왜 놀고 있어?”

“무영비급에 나온 것은 모두 익혔어요.”

“그래? 그럼 무영검법과 무영권법을 펼쳐봐라.”

“예!”


자리에서 일어난 양승상이 목검을 잡았다.

휙-휙 촤-아!

‘벌써 검기를 내뿜다니?’

무영검법을 펼치는 양승상의 목검에서 아지랑이 같은 것이 어른거렸다.

‘내가 노력형이라면 이 아이는 천재다!’

슝-슝!

무영검법을 모두 펼친 양승상이 무영권법을 펼치자 주먹과 발에서 강한 압력과 함께 권풍이 일었다.

‘더 가르치고 싶지만 내 마음대로 천마의 무공을 전수할 수 없으니 저녁에 사부님을 만나 허락부터 받아야겠어.’


“승상아! 잘 했다!”

“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부님!”


오후가 되자 흑금상단이 도착했다.


“맹주님! 무사히 상행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부맹주! 수고했어. 피곤할 테니 가서 쉬어,”

“예, 맹주님!”


조사전에서 양부충의 귀환 보고를 받은 준하는 맹도 한 명을 불렀다.


“형주루로 가서 오늘 밤 후원을 통째로 빌린다고 해라.”


형주루는 형주에 있는 주루 중 가장 화려하고 비싼 곳이었다.

맹도가 조사전을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양부충이 춤추듯 덩실거리며 들어왔다.


“맹주님! 오랜 상행에 지친 저를 위로하기 위해 형주루를 예약하신 것입니까?”

“딱히 너를 위로하기 위해 예약한 것은 아니지만 꼭 오늘 위로받아야겠다면 참석해도 좋다.”

“그럼 누굴 만나려고 예약하신 것입니까?”

“염무상!”

“염무상? 생소한 이름인데 뭐 하는 놈 아니, 뭐 하는 사람입니까?”

“종교인! 종교인이라고 하면 너는 잘 모르겠구나! 교주야.”

“교주라면?”

“마교의 천마!”

“커-허-헉! 처..천마님!”


여유를 부리던 양부충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그래, 천마님! 내 사부님께 위로받고 싶다면 같이 가자.”

“사..사제가 만나는 자리에 어찌 제가 끼겠습니까? 잘 다녀오십시오.”

“그래? 내가 노파심에 물어보는데 사부님이 널 찾으면 뭐라고 할까?”

“합비에서 아직 안 돌아왔다고 말씀드려 주십시오. 저는 그만 가보겠습니다.”


양부충은 들어올 때와 달리 도망치듯 조사전을 나갔다.

‘저런 놈이 어떻게 영특한 승상이를 낳았을까?’

생각할수록 이해 안 가는 준하였다.


형주루의 후원,

형주의 포목점으로 간 준하는 염무상, 왕수량과 함께 형주루로 왔다.

인공 암석과 소나무, 그리고 화초를 적절하게 배치한 정원을 지나자 아담하게 지은 정자가 나타났다.

준하와 염무상이 정자에 오르자 왕수량은 후원으로 들어오는 문을 막아섰다.


“사부님! 절 받으십시오.”


염무상이 자리에 앉자 준하는 염무상을 향해 절을 올리기 시작했다.

일배, 이배, 삼배.....

준하는 사제지연을 의미하는 구배지례, 즉 계수배(稽首拜)를 올렸다.


“허허! 겸아! 드디어 네가 내 제자가 되었구나!”

“사부님께 받은 은혜가 하해와 같은데 고집불통의 제가 너무 불민하여 이제야 예를 올리게 되었습니다.”

“시기가 중요하더냐? 내 제자가 돼 줘서 고맙구나.”

“아닙니다. 사부님! 예로부터 군사부일체라 했으니 지금부터라고 사부님을 어버이처럼 따르고 모시겠습니다.”

“주..주군!”


준하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후원의 문을 열고 귀를 기울이던 왕수량은 정자로 뛰어왔다.


“무슨 일인데 천마대주라는 작자가 이렇게 경망스러운 것이냐?”

“송구합니다, 주군!”

“그래! 무슨 일이냐?”

“서..석중광이 죽고 무림맹을 해체한다고 합니다.”

“이놈아! 그게 그렇게 놀랄 일이야?”

“예? 주군께서는 이미 알고 계셨습니까?””

“그래! 제자가 한 일을 모르는 사부도 있다더냐?”

“그럼?”


왕수량의 놀란 눈은 준하에게 향했다.


“수량아! 오늘부터 너는 내 제자를 주군으로 모셔라.”

“주군! 주군의 제자시면 제에게는 당연히 소군(小君)이십니다. 그런데 왜 주군으로 모시라고 하십니까?”

“사부님! 어딜 가세요?”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준하가 물었다.


“이제 등선이나 해야겠다.”

“이제 막 제가 제자가 되었는데 갑자기 등선은 왜 해요?

“왜긴? 석가 놈이 염부(閻府)로 가기 전, 놈을 만나 싸대기라도 올려야 내 분이 풀릴 것 같아서 그런다.”

“그럼 무공 전수는요?”

“이미 해 줬지 않느냐?”

“언제요?”

“나는 네가 마령봉혈대법를 깨고 그 안에 든 모든 무공을 다 내 것으로 만들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사부님! 제가 매일 화주 사드릴게요.”

“생각해 보마. 그건 그렇고 겸아! 이제 술 마실 때가 되지 않았냐?”

“주군! 제가 가서 주문하고 오겠습니다.”


왕수량이 준하를 향해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술이든 안주든 제일 좋은 것으로 주문해.”

“예, 주군!”


잠시 후,

왕수량이 주문한 술과 안주가 도착하자 준하는 염무상의 잔에 술을 따랐다.


“사부님! 제가 가르치는 아이가 한 명 있는데 그 아이에게 교의 무공을 가리켜도 될까요?”

“겸아! 공식적인 결정은 네가 소교주에 즉위해야 가능하겠지만 나는 네가 오늘부터 우리 교의 주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그런 문제는 네가 알아서 해라.”

“예! 알겠습니다.”


술자리가 시작되었다.


“왕대주!”

“예, 주군!”


준하는 문을 지키고 있는 왕수량을 불렀다.


“한잔하지?”

“감사합니다. 주군!”


준하는 왕수량에게 빈 잔을 건넸다.


“허허허! 술잔을 주고받는 젊은 주군과 노 가신이라? 보기 좋구나!”


염무상이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수량아! 너는 본산에 전서구를 띄워 소교주의 즉위식을 준비하라고 해라. 그리고 전 무림 문파에 배첩을 돌려 소교주의 즉위식 참석하라고 하고,”

“예, 태상 주군!”

“자! 내 술도 받아라.”


술병을 든 염무상은 왕수량의 잔에 술을 따라주었다.


“수구초심이라고 하더니 이제는 얼음으로 번들거리는 만검봉을 오르고 싶구나! 겸이의 즉위식이 끝나면 만년담에 배를 띄우고 천은어나 잡아야겠어.”


염무상이 혼자 말처럼 중얼거렸다.

만년담은 천산의 봉우리 중 만검봉 정상에 있는 호수로 천은어는 만년담에만 사는 물고기다.


“겸아! 내가 만검봉에 은거하기 전 네가 결혼하는 것을 보고 싶다. 보여 줄 수 있겠냐?”

“노력해 볼게요.”

“그만 일어나자. 나이가 들어서인지 주량이 예전 같지 않아!”


염무상이 일어나자 먼저 정자를 내려간 왕수량이 염무상의 신발을 내밀었다.


“이놈아! 내 신발을 챙길 것이 아니라 주군의 신발부터 챙겨야지.”


염무상이 뒤돌아 준하를 보며 말했다.

‘막상 모든 것을 내려놓으려고 하니 상실감을 느끼신 것일까?’

준하의 눈에 공허함으로 가득한 염무상의 눈동자가 보였다.

형주루를 나온 준하는 염무상과 함께 흑금맹으로 왔다.


“오늘은 여기서 주무세요.”


준하는 조사전에 있는 자신의 침상을 염무상에게 양보했다.


“그럼 너는?”

“뒤쪽에 있는 장원에 빈방이 많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염무상이 침상에 눕자 준하는 조사전을 나와 흑금상단의 상단주 집무실로 갔다.


“맹주님! 언제 오셨습니까?”


장부를 보고 있던 양부충이 일어났다.


“방금 왔다.”

“저에게 하실 말씀이라도 있습니까?”

“그래! 우리 맹의 이름을 바꿔야겠어.”

“예? 이름을 바꾸다니 요?”“우리 맹은 무림 단체라기보다 오히려 상단에 더 가깝다. 그래서 나는 흑금맹보다 흑금회가 더 낫다고 생각하는데 네 생각은 어때?”

“맹주님의 말씀이 맞는 것 같습니다. 저도 간혹 돈을 들여 무림맹처럼 조직을 갖추느니 차라리 상단에 주력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내일부터 흑금맹을 흑금회로 바꿨다고 공표해라.”

“알겠습니다. 회주님!”

“나는 오늘 이곳에서 자야겠다.”

“저기 있는 의자는 침상이 아니라 좁아서 불편하실 것인데 왜 이곳에서 주무시려고 하십니까?”

“지금 내 방에 사부님이 주무시고 계신다.”

“꺼-헉! 처..천마님께서 오셨단 말입니까?”

“응!”

“아..알겠습니다. 제 마누라에게 말해 내일 천마께서 드실 아침을 준비하라고 하겠습니다.”

“그래! 그렇게 해 줘.”


양부충이 나가자 준하는 이 인용 나무 의자에 누웠다.

‘부회주 말대로 불편해서 자긴 틀렸다.’

의자에 앉아 가부좌를 튼 준하는 천마심공을 운공하며 머릿속으로 천마의 무공을 펼치기 시작했다.

아침이 되었다.

양부충이 흑금상단으로 왔다.


“부회주! 승상이를 데리고 와라.”

“천마님께서 오셔서 혹시 실수할까 봐 방에서 나오지 말라고 했는데 승상이는 왜 찾으십니까?”

“사부님께 인사를 시키고 같이 아침이나 먹으려고,”

“저..정말입니까?”

“그래!”


철-퍼-퍽!


“회주님! 감사합니다. 흑-흑!”


몸을 날리듯 바닥에 엎드린 양부충이 흐느끼며 말했다.


“내가 승상이를 제자로 삼기로 했으니 내 사부님께 인사를 올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야. 빨리 일어나.”

“예, 회주님! 항상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양부충이 나가자 준하는 조사전으로 갔다.


“사부님! 잘 주무셨습니까?”

“그래, 그런데 겸아! 오늘 무슨 날이냐?”

“왜요?”

“세수하러 밖으로 나갔더니 고소한 기름 냄새가 진동하더구나!”

“하하! 사부님이 오셨다고 제 제자의 아비가 요리를 준비한 모양입니다.”

“어제 나에게 말한 제자 말이냐?”

“예! 식당으로 가시죠.”

“그러자 꾸나!”


준하와 염무상이 식당으로 들어가자 먼저 와 있던 사람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두 사람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


“이..이쪽으로 오십시오.”


입구에 있던 양부충이 두 사람을 안내했다.

준하와 염무상이 자리에 앉자 양부충은 양승상을 데리고 왔다.


“스..승상아! 이..인사 올려라.”


양부충이 심하게 말을 더듬자 양승상은 양부충을 올려다본 뒤 염무상을 보았다.


“태사부님! 인사 올리겠습니다. 양승상이라 합니다.”

“그래! 만나게 돼서 반갑구나!”


양승상의 인사를 받는 염무상의 얼굴이 빨갛게 변했다.

‘사부님께서 화난 것일까?’

준하는 의아한 눈으로 염무상을 보았다.


-“큭-큭! 겸아! 이 아이는 우리 마교사에 큰 족적을 남기겠다.”


염무상이 준하에게 전음을 보냈다.


-“족적이라니요?”

-“얼굴로 말이다. 나도 못생긴 얼굴이지만 이 아이의 얼굴을 보니 큰 위로가

되는구나! 같이 있으면 심심하지 않겠어!”

-“..예!”


웃음을 참고 대답한 준하는 양부충과 양승상의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만약 이들 부자가 미래에 태어난다면 얼굴만으로 쉽게 개그맨을 하겠어!’

두 부자는 동시에 눈을 껌벅이며 준하를 보았다.


****


호남성의 장사에 있는 제일 전장의 본점,

전장주 황금만은 하나의 배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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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103. 회귀 24.06.27 4 0 12쪽
102 102. 이별을 준비하다 24.06.26 2 0 12쪽
101 101. 연지소 24.06.26 6 0 12쪽
100 100. 태금산 24.06.25 8 0 11쪽
99 99. 만수충조 24.06.25 9 0 11쪽
98 98. 천철도 24.06.24 10 0 12쪽
97 97. 포달랍궁 24.06.24 14 0 11쪽
96 96. 무림 왕 2 24.06.23 13 0 12쪽
95 95. 취개 24.06.23 17 0 12쪽
94 94. 공동파 24.06.22 15 0 12쪽
93 93. 흑금상단 24.06.22 17 0 12쪽
92 92. 천지 24.06.21 18 0 12쪽
91 91. 인왕채 24.06.21 16 0 12쪽
90 90. 무림 왕 24.06.20 18 0 12쪽
89 89. 영락제 3 24.06.20 19 0 12쪽
88 88. 영락제 2 24.06.19 21 0 12쪽
87 87. 영락제 24.06.19 25 0 12쪽
86 86. 준하의 함정 24.06.18 25 0 12쪽
85 85. 요련화의 실종 24.06.18 23 0 12쪽
84 84. 사동척 24.06.17 26 0 12쪽
83 83. 하오문주 요련화 2 24.06.17 27 0 12쪽
82 82. 하오문주 요련화 24.06.16 28 0 12쪽
81 81. 공동파 24.06.16 29 0 11쪽
80 80. 혁련광의 죽음 24.06.15 31 0 12쪽
79 79. 이별 24.06.15 34 0 12쪽
78 78. 철마련의 련주 혁련광 24.06.14 29 0 11쪽
77 77. 북화영 2 24.06.14 29 0 12쪽
76 76. 북화영 24.06.13 2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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