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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룡 님의 서재입니다.

악인 사냥꾼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중룡
작품등록일 :
2024.05.08 11:00
최근연재일 :
2024.06.28 06:00
연재수 :
10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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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55,294

작성
24.06.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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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9. 사술의 흔적

DUMMY

****


“나도 이제 살수 짓을 그만둘 때가 되었나? 악인 하나 죽이는데 이렇게 피곤해서야..?”


아침이 되자 준하는 자신의 방에서 나오며 중얼거렸다.


“대..대살수님! 언제 돌아오신 것입니까?”


식당 앞에서 준하를 발견한 여숭량이 물었다.


“밤늦게 도착하여 보고하지 못했습니다. 점주님! 어젯밤 무림 맹주는 무림맹에서 죽었으니 그리 아십시오.”“예! 예? 어젯밤이라면 대살수님이 죽인 신 것이 아닙니까?”

“말하자면 복잡하니 다음에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청부의 대가는 무림맹을 해체하는 것으로 받았습니다.”

“.....,”


여숭량은 준하의 알 수 없는 말에 몸을 휘청였다.

‘하루만 지나면 알 수 있는 일이지만 지금 당장 궁금해 죽을 것만 같다!’

식당으로 들어온 여숭량은 준하의 눈치를 보며 준하 맞은 편에 앉았다.

그러나 깊은 생각에 잠긴 준하는 여숭량이 자신 앞에 앉은 것을 모르고 있었다.

‘왜 내 머릿속에는 익히지도 않은 방대한 무공과 사술이 들어있을까? 이생(二生)을 통틀어 총각 딱지도 떼지 못한 나로서는 떠올리기만 해도 화끈거리는 음탕한 사술과 방중술이 너무 많이 들어있어! 빨리 밥을 먹고 확인해 봐야겠다.’


“연필로 쓴 거라면 지우기라도 하겠는데?”


답답한 준하가 혼자 중얼거렸다.


“대살수님! 연필이 무엇입니까?”

“연필은 나도 모르게 나온 모르는 말입니다. 그런데 언제 왔어요?”


여숭량의 질문에 놀란 준하가 물었다.


“조금 전에 앉았습니다.”

“휴-우! 뭘 좀 생각하느라 몰랐던 것 같네요. 식사하시지요.”


준하는 빠르게 식사를 마쳤다.


“어디 가십니까?”

“예! 정리할 것이 있어서요.”


식당을 나온 준하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나 혼자 아는 장소로 가야겠어. 그래! 폭포수 아래에 있는 동굴로 가자.’

준하의 몸이 옅어졌다.

이형환위의 일종인 여의이어(如意移馭: 뜻하는 대로 움직임)를 펼친 것이다.

준하가 도착한 곳은 금괴를 숨겼던 용소산 폭포수 아래에 있는 동굴이었다.

동굴 바닥에 앉은 준하는 천마심공을 운공하여 자신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무공을 하나하나 꺼내 보았다.

툭-툭!

정사마의 무공들이 하나둘 다시 각인되었다.

십오 주야가 지나자 준하는 사술의 기억을 건드렸다.


장안의 무림맹,

땡-땡-땡!

비상시에만 울리는 종소리가 들리자 황보숭은 총관부를 뛰어나왔다.


“무슨 일이냐?”

“수를 헤아릴 수 없는 마인들이 맹의 경계선 안으로 들어왔다고 합니다.”


무림맹의 정문에 있던 위사가 황보숭에게 보고했다.


“누가 마인들을 이끈다고 하더냐?”


“중년인이 이끌고 있는데 천마 대주 왕수량이 중년인에게 주군이라 부른답니다.”

“허-헉! 처..천마가 오고 있구나! 마교와의 정마대전을 막으려면 정문으로 가서 그를 영접해야 한다. 모두 정문으로 가자.”


황보숭은 무인들을 이끌고 정문으로 달려갔다.

두-두-두-두!

멀리 뿌연 먼지와 함께 네 마리의 백마가 끄는 사두마차를 필두로 군마가 오고 있었다.

‘먼지 속에 짙게 밴 저 살기는 뭐란 말인가?’

가늘게 몸을 떤 황보숭은 내공을 끌어올려 다가오는 살기에 대항했다.

‘곧 맹을 해체할 텐데 부디 내 목숨 하나로 끝났으면 좋겠어!’

황보숭은 자신의 희생을 떠올렸다.

무림맹의 전방 백 장(약 330m) 정도의 거리에 사두마차가 멈췄다.

마차에서 나온 염무상 천천히 걸어 무림매의 정문 앞에 도착했다.


“어르신! 오랜만에 뵙습니다.”

“나를 본 적이 있느냐?”

“예! 오십여 년 전 본가가 있는 제남에서 뵌 적이 있습니다.”

“황보가의 자식이더냐?”

“예! 무림맹의 총관 황보승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예까지 어인 일이십니까?”

“나는 내 손자이자 제자를 찾으러 왔다.”“어르신의 손자를 왜 본맹에서 찾으십니까?”

“내 손자는 석중광을 죽이러 이곳에 왔을 것이다.”

“호..혹시 어르신의 손자분이라면 대살수를 말씀하십니까?”

“맞다! 손자도 손자지만 내가 여기까지 왔으니 석중광은 내 손으로 죽여야겠다.”

“어..어르신! 전임 맹주는 손자분의 손에 가루가 되어 시신조차 남기지 못하고 사라졌습니다.”

“크-허허허! 그럼 내 손자는?”


염무상은 고개를 들고 앙천대소했다.

“이런 표현이 맞는지 모르지만, 손자분의 몸이 흐릿해지더니 그대로 없어졌습니다.”

“무심한 놈! 형주에 도착했으면 나에게 전서구라도 날리면 오직 좋아?”

“어르신! 전임 맹주가 죽어 어수선합니다만 안으로 모시겠습니다.”

“그럴 거 없다. 이제부터 무림맹의 맹주는 누가 맡기로 했냐?”

“며칠이 지나면 중원 무림에는 더 이상 무림맹은 없습니다.”“없다니?”

“손자분이 맹을 해체하라고 하여 해체하기로 했습니다.”

“허허허! 그랬어? 나에게 우리 교를 해체하라고 하지는 않겠지? 그런 말을 하기 전에 얼른 교주로 임명해 버려야겠어!”


염무상이 혼자 말하듯 말하며 몸을 돌려 마차에 올랐다.


“나는 형주로 갈 테니 너희들은 교로 돌아가라.”

“추-웅!”


따-각 따-각!

왕수량이 모는 마차가 서서히 출발하자 십만마도는 일제히 마차를 향해 예를 올린 채 허리를 굽히고 있었다.

‘오늘 이후 몇백 년간 중원의 주인은 마교가 되겠어!’

황보승은 염무상이 준하의 친조부라고 믿고 있었다.

그래서 염무상이 탄 마차를 준하라고 생각하고 정중한 자세로 마차를 향해 허리를 숙였다.


****


사술이 하나둘 보이자 준하는 끝없이 펼쳐진 자신의 의념 속으로 들어갔다.

‘스무 가지가 넘은 섭혼술에 색공은 또 몇 가지야?’

준하는 마령봉혈대법(魔靈封穴大法) 속에 들어있는 사술을 확인하고 있었다.

‘색공은 총 서른 한가지군! 계명구도(鷄鳴狗盜)라는 말이 있듯이 보잘것없는 재주라도 언젠가는 쓸모가 있을 거야! 내가 색공을 써서 여자를 만나면 그 어떤 여자도 나를 벗어나지 못하겠어!’

환영술과 금제술 그리고 흡성대법을 확인했다.

‘마냥 좋아할 일이 아니야, 자연경에 접어들어 다시는 그럴 일은 없지만, 최소한 어떤 경로로 내 머릿속에 주입된 사술인지 확인은 해야겠어!’

준하는 깊고 넓은 의념 속을 돌아다녔다.

‘없다! 그러면 지나간 기억을 더듬어 보는 수밖에 없어!’

과거의 기억으로 들어간 준하의 표정은 시시각각 변했다.


“기다려! 한국으로 되돌아가다가 내 몸이 가루가 되는 한이 있어도 너희 둘은 절대 용서하지 않겠어! 아니, 너희 둘뿐만 아니라 내 인생을 희롱하며 나에게 갑질했던 놈들도 절대 가만두지 않겠다!”


운공 중인 준하의 입에서 분노에 찬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동굴 속으로 들어온 지 이십 일이 지났다.

‘조만간 서장의 밀교로 가서 만화가 있는 장소를 알려줘야겠다.’

준하의 기억은 묘주광을 만났던 때를 지나고 있었다.

‘아! 첫 휴가 때 노점에서 마셨던 화주에 취해 삼 일간 잤을 때 염무상 아저씨가 주입한 사술이었어! 여길 나가면 아저씨와의 약속부터 지켜야겠다.’

자신의 기억 속에서 사술이 들어온 흔적을 찾은 준하는 눈을 떴다.

용소산을 내려온 준하는 흑점의 점주실로 갔다.


“점주님! 오늘 흑묘의 살수에서 은퇴하려고 합니다.”

“..예! 대살수님!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대살수님으로 인해 우리 흑묘는 중원 최고의 살수 단체에 오르게 됐습니다.”


준하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난 여숭량이 포권한 채 허리를 숙인 뒤 다시 앉았다.


“아닙니다. 점주님! 저 역시 흑점과 흑묘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이룰 수 있었습니다.”

“여길 나가면 어디로 가실 생각입니까?”

“천산으로 가야 할 것 같습니다.”

“천산이라면 마교의 천산을 말씀하십니까?”

“예!”

“외람된 질문이지만 마교에서 대살수님을 영입하신 것입니까?”

“예? 하하! 하긴 나는 원래 마교 출신이 아니니 영입이라는 말이 아예 틀린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대살수님! 태금리에 큰 장원을 지어드릴 테니 천산으로 안 가시면 안 되겠습니까?”

“혹시 제가 흑점에서 할 일이 남아있습니까?”

“그건 아닙니다. 저를 비롯해 우리 흑점은 대살수님이 지근거리에만 계셔도 큰 힘이 될 것 같아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그래요? 그렇다면 마교에서 제 즉위식만 끝나면 천산에서 내려와 태금리에 머물도록 하겠습니다.”

“예? 즉위식이라니요?”

“올라가면 소교주에 즉위할 것입니다.”


우-당-탕!

준하의 말에 놀란 여숭량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여숭량의 의자가 뒤로 넘어졌다.


“소..소교주님이 되시는 것입니까?”

“예! 나는 흑묘의 살수이기 전에 천마의 실질적인 제자이기 때문입니다.”

“처..천마 염무상!”


준하의 대답에 몸이 굳은 여숭량은 의자를 내려다보며 혼자 중얼거렸다.

당대 천하제일인 천마 염무상!

‘우리 흑정의 정보문서와 하오문의 정보문서에 의하면 천마 염무상은 고금제일인으로 분류됐다. 대살수가 고금제일인의 제자라니?’

힘겹게 허리를 숙인 여숭량이 의자를 세웠다.


“소..소교주님!”

“예? 점주님! 아직 즉위도 하지 않은 저에게 소교주라니요?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지만 말씀하십시오.”

“혹시 이곳 흑점을 마교의 형주 분타로 하면 안 되겠습니까?”

“흑점을 해산하려고 합니까?”

“예! 우리 흑점은 대살수님이 활약하신 흑묘 외에 흑매와 흑정은 침체 된 상황입니다. 그래서 다들 큰 회의감을 느끼고 흑점을 해산했으면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요? 제가 확답할 수 없으니 아저씨 아니, 사부님께 말씀드려 점주님의 요청을 수용할 수 있도록 해볼게요.”

“감사합니다. 소교주님!”

“그럼 조만간 다시 올게요.”


흑점을 나온 흑금맹으로 갔다.


“부맹주는 어디 갔나?”


준하는 양부충이 보이지 않자 맹도에게 물었다.


“안휘성의 합비에 있는 남궁세가에 곡물을 싣고 상행을 떠났습니다.”

“언제 오는데?”

“한 달 예정으로 떠났으니 내일이면 도착할 것입니다.”

“알았다.”


준하는 흑금맹의 연무장으로 갔다.

연무장은 맹도들이 사는 장원 뒤쪽에 있는 여분의 땅으로 만들었다.

‘다들 열심히 하고 있구나!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지도하는 것이 낫겠어!’

준하는 자신의 초상화가 있는 조사전으로 갔다.

‘이게 왜 여기 있어?’

초상화 밑 작은 탁자에 준하가 어릴 때 섰던 물건들이 있었는데 냉여은에게 사준 동경도 함께 있었다.

동경을 든 준하는 자신의 얼굴을 보았다.

‘내 눈이 왜 이래? 살수 생활이 너무 길어서 살기에 쩐 것인가?’

자신의 눈빛에 놀란 준하는 사술 하나를 떠올렸다.

색혼미안(色魂美眼)!

사술 중 하나로 내공을 필요하지 않고 구결만 떠올리면 눈빛이 변하는 색공이었다.

‘이게 원래 내 눈빛이지!’

색혼미안의 구결을 떠올리자 온화한 눈빛으로 변했다.

자신의 눈빛에 만족한 준하는 자신의 무의식 속에 색혼미안의 구결을 각인했다.

다음날,

평소 습관대로 새벽에 눈을 뜬 준하는 방을 나와 흑금맹의 뒷산으로 갔다.

‘한 폭의 동양화가 아니라 낯선 곳에 온 느낌이야! 그동안 혈향에 취해 사느라 이런 경치를 놓치고 살아왔구나!’

산에서 내려다본 새벽의 태금리는 고소한 밥 냄새를 품은 연기에 둘러싸여 있었다.

‘많은 사람을 죽여 대살수가 된 내가 꿈꾸지 말아야 할 과분한 희망인지 모르겠지만 소교주에 즉위하면 자잘한 일들을 처리하고 나서 나도 저들처럼 평온한 삶을 살아 봐야겠어!’

바위에서 일어난 준하는 한 곳을 응시했다.

바로 흑금맹의 연무장이었다.

‘벌써 연무장에 나와 수련을 하다니? 한번 가봐야겠어!’

연무장에 흑금맹의 아이들이 수련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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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102. 이별을 준비하다 24.06.26 2 0 12쪽
101 101. 연지소 24.06.26 6 0 12쪽
100 100. 태금산 24.06.25 8 0 11쪽
99 99. 만수충조 24.06.25 9 0 11쪽
98 98. 천철도 24.06.24 10 0 12쪽
97 97. 포달랍궁 24.06.24 14 0 11쪽
96 96. 무림 왕 2 24.06.23 13 0 12쪽
95 95. 취개 24.06.23 17 0 12쪽
94 94. 공동파 24.06.22 15 0 12쪽
93 93. 흑금상단 24.06.22 17 0 12쪽
92 92. 천지 24.06.21 18 0 12쪽
91 91. 인왕채 24.06.21 17 0 12쪽
90 90. 무림 왕 24.06.20 18 0 12쪽
89 89. 영락제 3 24.06.20 19 0 12쪽
88 88. 영락제 2 24.06.19 22 0 12쪽
87 87. 영락제 24.06.19 26 0 12쪽
86 86. 준하의 함정 24.06.18 25 0 12쪽
85 85. 요련화의 실종 24.06.18 23 0 12쪽
84 84. 사동척 24.06.17 26 0 12쪽
83 83. 하오문주 요련화 2 24.06.17 27 0 12쪽
82 82. 하오문주 요련화 24.06.16 28 0 12쪽
81 81. 공동파 24.06.16 29 0 11쪽
80 80. 혁련광의 죽음 24.06.15 31 0 12쪽
79 79. 이별 24.06.15 34 0 12쪽
78 78. 철마련의 련주 혁련광 24.06.14 29 0 11쪽
77 77. 북화영 2 24.06.14 30 0 12쪽
76 76. 북화영 24.06.13 2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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