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민들레
훅 불면 흩어질 안개 얼굴 치켜든다.
뜬금없이 아들 손가락 자른 아비의 용서를 빌며
아들이 한 순간 아픔에 천륜을 사들여도
텔레비전에 나오는 걸 소원, 소원하다가
인간만이 자살하는 고등동물이라고 문득 아파트에서 몸을 던진 열두 살 소녀의 꼼꼼히 끌쩍인 낙서들이 나폴 나폴 텔레비전 화면에 낙엽 되어 떨어지고 쌓이고, 연근같이 가슴 뚫린 어미가
물 먹은 솜뭉치 몸을 두들기거나 말거나
쓸개 빠진 여자처럼 해죽해죽 웃으며
행복하기 위하여 두 발목도 잘라버린 불행한 남자들 가슴을 휘휘 젓다가 모가지 기일게 뽑아 올려 너, 너는
해마다 시멘트 뚫고 철딱서니 없이 살아난다.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