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창, 아카시아 뒤에 서다
들창, 아카시아 뒤에 서다
-시를 짓다가
네 모습, 네 향기, 삼킬 듯이 뱉으며
네 허상만 안고 날밤 새운다. 간도 쓸개도 남김없이 삭혀 붕붕거리며 보채던 벌 떼들에게 바치고 언제부터 그리 멀리서 흰 눈물처럼 흐느끼며 내게는
한마디 인사도 없이 멀어져 갔는지.
황달 깊은 몸피를 돌돌 말아 흐느적흐느적 바람결에 밀려가서 늙은 나무발치에 걸려서야 누웠는지, 자고새면 한낱 먼지로 변할 꽃 무덤 만들었는지, 필 때나 이울 때나 변함없이 너만 비추던 내겐
끝끝내 시제조차도 숨기고 황망하게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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